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달에 2만원으로 할 수 있는 일.

한비야님처럼 펄펄 살아서 감동과 보람의 도가니로 삶을 채우지 못한다고 해도.

내게 2만원이 있고.

그래서 동참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주위 몇 사람에게 이 책을 읽어보았느냐고 물었는데,

다들 안 읽어 보았단다.

그래서 당연한 듯 "한비야님의 '걸어서 지구 세바퀴반'은 읽어보았죠?" 하고 확인을 했더니,

금시초문이란다...

아뿔싸~~~!

나는 무심결에 거의 모든 사람들이 한비야님의 책을 읽었을 것을 당연시하고 있었다.

그 동안 내가 여기저기 기회가 있을때마다 돌아다닌 것도,

한비야님의 책을 안읽어보았다는 분들이 여행을 별로 안하신 것도,

다 한비야님이 환상적인 여행을 부추기는 책의 영향을 받았거나 못받았거나의 차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이제 나는 틈나는 대로 한달에 2만원으로  할 수 있는 가치로운 일을 알리기 위해,

'지도밖으로 행군하라'를 지니고 다닐 생각이다.

또한 여행을 별로 안해보았다거나, 심지어 여행을 싫어하는 분들중에,

한비야님의 책을 본적이 없으신 분들께,

걸어서 '지구 세바퀴 반' 을 빌려드리기 위해,

이미 누군가에게 주어 버려서 지금은 내게 없는 그 책 3권을 또 다시 장만할 생각이다. 

늘 그랬듯이...

이제 또 한비야님의 다음책이 나오기를 학수고대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 자히르
파울로 코엘료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05년 7월
장바구니담기


"뭔가 잘 안 돌아가는 것 같아."
"하지만 난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도 나를 사랑해. 그렇지 않아?"
"잘 모르겠어. 당신과 함께 있는 게 좋으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예스야. 하지만 당신 없이도 살 수 있냐고 묻는다면, 그 대답 역시 예스지."
"만약 내가 남자로 태어났다면 나는 자신에게 만족할 수 없었을 거야. 난 내가 여자인 게 좋아. 사실 남자들이 우리 여자들에게 기대하는 거라곤 요리를 잘하는 것뿐이잖아. 그런데 남자들은 모든 걸 원해. 절대적으로 모든 걸. 당신들은 가족을 부양하고 섹스를 하고 자식들을 지키고 경쟁하고 성공을 거머쥐길 원해."
"그런 문제가 아냐. 나는 지금의 내 모습에 아주 만족해. 당신과 함께 있는 것도 좋고, 하지만 뭔가 잘 안 돌아간다는 생각이 든단 말이지."
"그래. 당신은 나와 함께 있는 걸 좋아해. 하지만 자기 자신과 홀로 마주하는 건 싫어하지. 당신은 중요한 걸 잊기 위해 늘 모험을 찾아 헤매. 당신은 혈관 가득 아드레날린이 고동쳐야 하는 사람이야. 그래야만 혈관 속에 진짜로 흘러야 하는 게 피라는 사실을 잊을 수 있으니까."
"난 중요한 것들을 회피하지 낳아. 당신이 말하는 중요하다는 게 대체 뭔데? 예를 들어봐."
"책을 쓰는 것."
"책이라면 언제든 쓸 수 있어."
"그렇다면 써. 책을 쓰라고! 그런 다음에도 뭔가 잘 안 돌아간다는 생각이 들면, 그때 헤어져."-37쪽

그녀가 내자유로운 기질을 질투한다고, 이 미치광이 같은 생각은 모두 내가 그녀를 떠나고 싶다고 했기 때문에 나온 게 아니냐고 따졌다. 그러자 그녀는 이 모든 것은 내가 중학생이었을 때부터, 작가가 되기를 꿈꾸었을 때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응수했다. 지금까지 충분히 미루어왔으니, 이제는 나 스스로 당당히 맞서야 한다는 것이었다.그러지 않으면 남은 생애 동안 또다시 결혼과 이혼을 반복하고,아름답게 꾸며낸 과거 이야기나 늘어놓으면서 서서히 추락해갈 거라고 했다.
나는 인정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녀의 말은 진실이었고, 나 또한 그걸 알고 있었다.-43쪽

나는 어렸을 때 항상 싸움질을 했고, 반에서 제일 나이가 많아서 다른 아이들을 때려주었다. 그러다가 사촌형에게 한 번 크게 진 다음부터 앞으로 다시는 싸움에서 이길 수 없으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때부터 겁쟁이라는 소리를 듣고 여자들 앞에서 창피를 당하면서도 몸으로 하는 대결은 무조건 피해왔다.
아코모다도르. 나는 이 년 동안 기타를 배웠었다. 처음에는 나날이 실력이 향상되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이 나보다 더 빨리 배운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더이상 실력이 늘지 않았다. 나는 내가 소질이 없다고 느꼈고, 창피를 당하지 않으려고 기타에 재미를 못 느끼는 척하기로 했다. 당구를 배울 때도, 축구를 할 때도, 사이클 경주를 배울 때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나는 모든 것을 제법 하는 정도까지는 배울 수 있었지만, 번번이 더는 실력이 늘지 않고 멈춰버리는 순간이 왔다.
(중략)
자신의 개인적인 역사를 잊어버리고, 우리가 수맣은 고통과 비극을 겪는 동안에 일깨워진 본능만 남긴다는 생각과 정확히 일치했다. 이것이 중앙아시아 스텝의 유목민이 가르쳤고, 멕시코 주술사들이 실천하는 바였다.-316쪽

언제 생의 한 시기가 끝에 이르렀는지를 아는 게 중요하다. 한 주기를 마감하고, 문을 닫고, 한 장(章)을 끝마치는 것. 그걸 뭐라 부르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완결된 삶의 순간들을 과거에 놓아두는 것이다. 뒷걸음질할 수 없다는 걸, 어떤 것도 과거의 모습으로 되돌릴 수 없다는 걸 나는 서서히 이해하고 있었다. 그때까지도 내게 끝없는 지옥과도 같았던 지난 이년여 시간들의 진정한 의미를 마침내 나는 엿보기 시작했다.-227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점심시간에 우체국에 연체된 자동차세를 내러 갔었다.

11명이 내 앞에 대기하고 있었다.

고지서와 함께 낼 돈을 챙겨놓고,

기다리는 동안 잡지라도 볼까하여 대기석으로 가던 중에, 

어떤 사람이 핸드폰 통화중에 "지금 우체국에서 시간 떼우는 중이야" 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순간....

시간을 떼우다니... 아무렇게나 버리고 있다는 말인데...

사람은 또 무엇을 그렇게 버리고 있을까?

얼마나 많은 시간을 버려왔는지...

삶의 기본을 버리고 있었다.

늘 보내면 기다리지 않아도 물밀듯이 오는 시간이라서

그렇게 쉽게 버리고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성경에서 마음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이라는 구절을 본적이 있다.

오늘은 또 영성의 편지에서 이런글귀를보았다.

우리가 삶을 대하는 자세와 우리에게 다가오는
매순간에서 우리가 얻어내는 식별력이
영혼의 깊이를 만들고, 우리는 그 깊이를 삶 속에서
지극히 평범한 온갖 사건들에 투영한다.(조안 키티스터 수녀,<내 가슴에 문을 열다>에서)

그리고 소크라테스가 네자신을 알라고 말했다던데...

다 맞추어보면,

천국이란 평화로운 삶이라 가정하고,

마음이 가난하다라는 의미를 자신의 한계를 넘는 욕심을 내지 않는 것으로,

그러자니...


자신을 알아야 자신의 한계를 잘 알 것이고,

자신을 아는 것이란 곧 삶에서 깨닫는 식별력이라...

그래서 연속되는 삶에서 조금씩 더 깊은 영혼을 만들면 조금 더 큰 평화를 얻을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잃어버린 여행가방 - 박완서 기행산문집
박완서 지음 / 실천문학사 / 200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햇빛 따사로운 창가에서  '잃어버린 여행가방'을 전해받고, 편안하고 아스라한 느낌으로 커피 한잔과 함께 시작한 여행은, 일주일이 못되는 여정이었지만, 마지막장을 덮고 창밖을 보니 지금은 다시 건물사이로 매서운 바람이 불고 있어서, 이른봄에 여행을 떠났다가 아주 오랜 여행을 하고 이제 막 돌아와 겨울의 초입에서 이번 여행의 시작을 회상하는 듯하다.  설레는 마음으로 여행을 준비하고, 초이선사를 찾아가는 다산의 산행으로 시작하여 네팔의 파슈파티화장장까지 지난 지난 5박6일간의 숨찬 여정을 끝내고 책상앞에 앉았다. 이번 여행은 혼자하는 여행이 아니고, 나와 많이 다른 작가의 시각과 함께 했던 여행이라서 더더욱 풍성한 추억을 만들었다.

작가는 다산이 험준한 산고개를 넘을 때에 생각과 뜻을 나눌 친구를 찾아가는 기쁨이 그만큼 컸으리라 짐작한다. 문득 달빛이 너무도 밝고 아름다워서 산넘어 친구와 함께 느낄 요량으로  밤새 달려가서 새벽에 도달한 친구집 앞에서 다시 발길을 돌려왔다던 어느 스님이 들려준 일화가 생각난다. 달려가 차를 함께 마시든, 집앞까지 갔다가 돌아와 혼자 차를 마시든 그렇게 함께 하고픈 대상이 누구든 있고, 또 그래서 행복한 법이다.

해일로 20만이 넘게 희생된 현장의 참담함이나, 할일이 없이 서성대는 가난한 아프리카 젊은이의 무력함을 읽어내는 작가의 마음을, 이들과는 다른 삶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고 해도, 이들의 존재를 인식하면서 분리된 채로 동시에 살고 있다는 것 그 자체를 지옥으로 여기셨을 것으로 유추함이 지나친 사고의 비약일까? 함께하지 않는 삶에서 영원한 평화나 안식은 찾을 수 없을 것으로 여겨진다.

여행하는 곳마다 느끼는 작가의 자연에 대한,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은 소망은 내 자신의 그것과 일치한다.  그래서 티벳고유의 완전무결한, 헛되게 쓰이는 것이 없는 검소함으로 자연과 합일된 삶은 내게 이상향으로 느껴졌다. 늘 넘치는 재화들을 보면서, 그 버려지는 재화들을 만들기 위해 낭비된 나를 비롯한 어떤이들의 삶을 되새기게 되고, 그래서 더 허무해지고 찾을 길 없는 삶의 의미를 그 곳, 티벳에서는 가지고 있으리라.. 짐작했다. 그것이 그들이 느끼는 평화의 근원이리라...  

나는 네팔에 두 번 갔었다. 1996년과 2005년, 10년을 사이에 두고, 주마간산격으로 다니는 여행객은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의 차이를 느낄수가 없었다... 이른아침 네팔차로 시작하여 하루 세끼의 식사를 따뜻하게 장만해주는 셀파에게 우리가 지불하는 금액이 무척 적었다는 것과 아이가 배가 고프니 우유값을 달라고 따라오던 부인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고 돌아서 왔던, 어두워 오는 저녁 타멜 골목길의 기억만이 선명하다. 작가는 네팔에서는 티벳에서보다 한결 편안한 시각이 되어 있었다. 거기에는 작가가 말하는 침략자에 대한 분노가 있고, 또 생활환경의 절대적인 차이가 있었겠지만... 네팔에 대해 나와 다른 작가의 시각으로부터, 경험한 만큼 안다는, 아는것 만큼 본다는 말의 의미를 새삼 느끼게 된다.

이제 나는 길을 떠날 때에, 옷과 선물을 넣을 가방말고, 충분히 느끼고 보고 나눌 수 있을 준비된 마음을, 또 여행하면서 더 크게 늘릴 수 있는 그런 여유와 함께 나서야 함을, '잃어버린 여행가방'을 내려놓으면서 새삼 깨닫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