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out Condoms : Unprotected Sex, Gay Men and Barebacking (Paperback)
Michael Shernoff / Routledge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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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회 성소수자인권포럼 "안에 싸도 돼요?" 발제

2019년 1월 26일 서울대학교 101동 220호 



이렇게 많은 분들이 홀을 메워주셔서 아주 뿌듯하고 이렇게 노콘 항문섹스에 다들 관심이 많으시구나.. 제가 여기에 박탄 사람도 있고 박탈 사람도 있고 앞으로 저와 성접촉의 가능성이 있으신 분들이 있는데 아, 나는 아닐 거야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실 거예요. 그런데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우리는 우리가 섹스하는 상대방이 어떤 행동을 하고 다니는지 모른다는 사실을 생각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러니까 저와 박탄 사람이 여러분과 박탄다면 그것은 저와 박탄 것과 비슷하겠죠? 그러니까 난 일대일 관계를 했어, 라고 생각하더라도 그 사람이 찜방에서 돌림빵을 당하는 그런 바텀과 노콘 항문섹스를 했다면 여러분은 동일한 수준의 위험을 공유하는 거예요.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해 생각하지 못하고 나의 행동만, 혹은 너의 행동만 통제하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될 때 그런 여러 가지 취약함에 노출된다고 생각하고요. 


제가 이 발제를 하기 전에 이제 만나서 회의를 했었을 때 성에 대한 낙인을 좀 얘기해보자 그랬는데 전 별로 낙인이 없었어요. 그냥 항문섹스가 좋았고 항문섹스를 좋아하고 잘하고 그러다보니까, 네 잘합니다. 그래서 저는 별로 여기에 대해 할말이 없다, 그런데 하나 이제 이야기할 수 있다면 제가 계속 에이즈에 관심을 갖고 한 몇 년 동안 지켜봐온 요즘 오늘날 변화한 환경이 있었어요. 그러니까 이전엔 에이즈에 걸리면 치료할 수 없다, 예방약이 없다 그랬는데 지금은 예방약이 등장했고 한국에서도 작년 2월에 예방 목적으로 처방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고 현재는 고위험군, 게이들을 대상으로 무상 프로그램도 1년짜리 지원이 되고 있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아직 사회적인 관심이 좀 부족해요. 게이커뮤니티들도 이게 우리에게 꼭 필요한 거다, 하는 관심과 목소리가 있어야 이걸 정책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접근성을 높여달라고 얘기할 수 있는데 현재는 이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도 모르거나 쉬쉬하거나 어디에 검색하거나 어디에 물어봐야 하지? 약간 이런 상황이라고 생각하고요. 오늘 발제문에는 그렇게 자세하게 정보를 친절하게 써놓진 않았어요. 그런데 앞에서 타리님도 말씀하셨지만 이반시티에 들어오시면 배너에 “안에 싸도 돼요?”라는 팝업창이 뜰 텐데요. 거길 눌러보시면 오늘 들으셨던 내용들 중에 잘 모르겠거나 궁금한 점이 있다면 그걸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 같고 HIV/AIDS인권활동가네트워크 페이스북이라든지 이메일이라든지 여러 가지 경로로 질문을 남겨주시면 확인하고 답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들어가기 전에 하고 싶은 이야기는 저는 되게 제가 사는 것을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계속 했었어요. 그러니까 지금처럼 제가 위험에서 저를 관리할 수 없을 때 제가 위험에 저를 빠뜨리는 행동을 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런데 저는 그걸 계속 하고 있었고 제가 이걸 하는 행동을 멈출 수 없다는 생각에 빠져 있었어요. 그거는 저의 우울감과 굉장히 연관이 있었고.. 그거는 되게 간단한 건데 설거지 같은 게 쌓여 있으면 저 설거지를 해야 된다는 건 아는데 설거지를 할 순 없는 그런 기분이에요. 그래서 어떻게 우리가 건강하게 살려면 폭식하지 말고 밤에 일찍 자고 잠 충분히 자고 야채 많이 먹고 이런 건 알고 있지만 우리가 밤에 잠을 자지 못하고 폭식을 하고 뭔가 나를 위험에 빠뜨리는 행동을 하게 된단 말이에요. 그래서 이게 어디서 오는 걸까. 만약에 이 위험을 열 가지 위험 중에 하나라도 줄일 수 있다면 방법은 뭘까.. 근데 저는 이제 그중에 하나로 게이들이 사회에서 받고 있는 차별이나 이런 것을 일시에 없앨 순 없지만 그런 것이 개인에게 위험 행동으로 나타날 때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한 가지 방편으로 지금 트루바다나 프렙이 등장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그 부분에 초점을 맞춰서 저는 사회에서 이제 변화시킬 수 있는 조건과 변화시킬 수 없는 조건을 생각해보는데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하기 쉽죠. 노콘 항문섹스를 하지 않으면 되는 거 아니야? 콘돔 쓰면 되는 거 아니야? 근데 그거는 바꿀 수 없어요. 노콘 섹스를 하는 사람은 프렙이 있든 없든 하고요. 뭔가 내가 자해를 하고 싶어, 그러면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건 기본값이고 그 사람의 그 행동에서 어떻게 하면 위험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그래서 ‘어떻게’, 노콘 항문섹스를 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라는 주제로 이 글을 써봤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 읽도록 하겠습니다.



(이하 발제문 낭독)




노콘 항문섹스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PL과 MSM의 새로운 관계맺기


버섯




0.

2014년에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에 발표했던 「외로움의 조건」이라는 글은 도입부의 경험만을 잘라내 “[혐]에이즈에 걸린 게이가 쓴 수기”라는 제목으로 인터넷에 돌아다니고 있다. 오늘 발표하는 이 글 역시 마찬가지의 오해와 공격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관심 있는 것은 그것이었다. 일부 사람들은 어째서 누군가가 ‘문란한’ 섹스를 했다고 하면 마땅히 에이즈에 걸렸으리라, 걸리리라 생각하는 걸까?

나는 2018년 11월부터 프렙 시범사업에 참여해 에이즈 치료제이자 예방약으로 사용되는 트루바다를 복용하고 있다. 프렙 시범사업은 HIV 항원항체 검사에서 음성이 나와야만 참여할 수 있다. 즉, 나는 ‘아직’ 감염인이 아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의문은 두 가지다. 첫째. 사람들이 가지는 에이즈에 대한 공포가 합리적이려면 나는 이미 감염인이어야 할 것 같은데, 왜 아닐까. 둘째, 누군가를 HIV감염인이라 여겨 그를 혐오하고 두려워했을 때, 그가 감염인이 아니라면 사람들의 분노와 혐오는 어디로 향하는 것인가. 

다만 이번 글의 독자는 MSM으로 한정하려 한다. 게이가 아닌 MSM이라는 용어를 택한 이유는, 성정체성과 상관없이 남성과 섹스하는 남성이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환기시키기 위해서다. 그리고 MSM 중에서도 노콘섹스를 좋아하는 남성, 그리고 노콘섹스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MSM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려 한다. 우리가 타인과 성접촉을 하는 한, 어디에서든 서로 교차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1.

나는 노콘섹스를 좋아하고 일대일 관계가 아닌 익명의 사람들과 가지는 그룹섹스, 바텀 한 명에 여러 명의 탑이 섹스하는 것을 좋아한다. 정확히는 그러한 행동을 해도 된다고 스스로에게 허락한 사람들을 좋아하고, 그렇기 때문에 서로의 건강 상태나 행위에 대해 굳이 묻거나 따지지 않는 관계가 편하다. 나는 내 행동이 나에게 성병 감염의 가능성, 나아가 다른 문제를 안길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었고 그것은 그 행위에 참여한 사람들 모두가 마찬가지였다. 그렇다면 거기 모인 사람들은 모두 PL이었을까? 나는 아니라고 장담할 수 있다. 그들은 자신이 건강하다고 과신하고 있었을까? 그보다는 굳이 HIV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그들의 상태에 보다 가깝지 않을까 생각한다.



2.

내가 성정체성을 받아들이고 본격적으로 게이들을 만난 것은 전역한 이후였다. 하지만 커뮤니티로 진입하진 못했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데엔 돈이 들었고 나는 돈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만원으로 주말을 보내야 할 때, 관계에서 발생하는 모든 비용을 상대가 부담하고 싶어할 만큼 잘생기거나 잘나지 않은 사람이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몇 안 됐다.


ㄱ. 술벙개에 가서 1차 비용을 내고 집에 온다.

ㄴ. 원샷바에 가서 혼자 칵테일 한잔을 마신다.

ㄷ. DVD방 입장료 오천원을 내고 들어가 실컷 섹스한 뒤 나와서 남은 오천원으로 햄버거 세트를 사먹는다.

ㄹ. 밤에 휴게텔 입장료 만원을 내고 들어가 다음날 오전까지 실컷 섹스한다.

ㅁ. 비용이 들지 않는 크루징 장소를 찾아가 모르는 사람들이랑 섹스한다.

ㅂ. 벙개를 잡아서 커피만 마시고 헤어진다.


아마 나에게 다음 단계를 부담할 경제적 여유가 있었다면 만나는 사람들도, 만남의 형식도 많이 달랐으리라 생각한다. 다만 최소 비용으로 만족을 추구하려면 휴게텔과 DVD방에 가는 것이 최선이었고 나는 그걸 좋아했다.



3.

이미 구축되어 있는 구성원 간의 친밀함, 눈에 확연히 드러나는 외모 자원에 따른 힘의 차이는 나로 하여금 내가 어울리는 곳은 게이 커뮤니티가 아니라 상대방이 누군지 신경쓰지도 알고 싶어하지도 않는 익명의 섹스 공간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동시에 하룻밤에도 열 명이 훌쩍 넘는 사람들과 노콘 섹스를 하는 내 삶은 커뮤니티 내에서 지탄의 대상이 되고 계몽하거나 바꿔야 할 행동양식으로 취급되었다. 간혹 DVD방이나 휴게텔에서 만나 연애를 시작해도 다른 사람들이 둘이 어떻게 만났느냐고 묻는다면 ‘어플’로 만났다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았고 휴게텔에 다니는 것을 비밀로 했다. 내가 만나는 사람, 섹스하는 사람들은 거기에서 존재하지 않는 이들처럼 여겨지고 있었고 그런 이야기를 꺼내면 결격사유가 있는 사람으로 취급받았다. 보다 정확히는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사람이 있다는 듯한 느낌이었다. 보다 섹시하고, 식이 되는 사람이 섹스 이야기를 해야 재미있고 매력적이지 그런 이야기를 식이 안 되고, 자고 싶지 않은 게이가 한다면 그는 그 자체로 ‘이상한’ 사람이 되었다.



4.

나는 콘돔을 언제부터 안 썼을까? 나는 거의 탑을 했었는데(바텀을 할 때에도) 콘돔을 사용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콘돔 없이 바텀 안에 싸는 기분이 더 좋았고, 내 항문에서 새어나와 흘러내리는 정액의 느낌이 좋았다. 굳이 콘돔을 쓴다면 바텀이 센조이를 하지 않았을 때 말고는 없었다. 콘돔을 요구하는 상대와는 애널을 거의 하지 않았고 콘돔을 사용하지 않아도 좋다고 말한 상대와 주로 애널을 했다. 이때 노콘을 요구하거나 허락하는 사람과 콘돔을 꼭 착용해야만 삽입을 허락하는 사람은 나에게 차이가 있었다. 내 상대는 주로 나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연상 바텀들이었는데 그들은 내가 콘돔을 사용할까 염려하는 듯 나보다 서둘러 노콘으로 자지를 삽입했고 나는 그것이 좋았다. 노콘으로 섹스를 했기 때문에 성병도 자주 걸렸다. 성병에 걸리면 병원에 가서 치료받았다.

나는 노콘 섹스를 너무나 좋아했고 지난 십여 년간 게이들과 섹스를 하면서 나만큼이나 노콘을 좋아하는 게이들이 적어도 한국에는 삼백만 명 정도는 되는 것 같다고 느꼈다. (하지만 그들은 없는 사람 취급당한다.) 콘돔 없이 섹스하면서는 똥이 묻을까봐 염려했지 에이즈에 대해서는 거의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에이즈의 위험에 대해 무지했던 것은 아니었다. 십대 시절 나 자신을 이해하려 도서관에서 뒤적였던 동성애자들의 이야기에는 에이즈에 대한 공포가 빠지지 않았으니까. 그럼에도 여러 이유로(아마도 사회 분위기가 지닌 동성 항문성교에 대한 높은 수준의 낙인에서 받은 영향을 포함해서) 나 자신에 대한 낮은 자존감, 불안정한 감정 상태는 HIV 감염 가능성보다 더 우선하는 충동이 있다고 믿게 했다.

노콘을 허락하는 사람은 최소한 콘돔을 고집하는 사람보다 나의 감정 상태와 더 가깝다고 믿었고 실제로도 그랬다. 콘돔을 고집하며 자신에게 발생할 여러 가능성들을 차단하고 스스로를 보호하는 사람은 미래를 계획하거나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있었고 내가 만난 노콘을 즐기는 사람들은 그런 것보다는 ‘살 만큼 살아서’ 별로 겁나는 것이 없거나 상관없다고 여기는 쪽이었다. 그들이 감염인이었는지 아니었는지 나는 모르지만 최소한 찜방에서 만났던 자신의 감염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오히려 콘돔을 착용할 것을 나에게 요구했다. 나는 감염되어도 상관없어요, 하는 태도를 취했지만 뒤늦게 깨달은 사실은 그들은 자신이 감염될까봐 염려한 것이 아니고 자신을 통해 내가 감염될까봐 우려했다는 점이었다. 그제야 나는 콘돔 착용을 요구하는 사람들 중에는 자신을 보호하고 지키려는 사람도 있지만 그와 달리 이미 자신이 감염인이기에 콘돔 착용을 요구했다는 것도 짐작하게 되었다. 



5.

이번 시간에 U=U, PrEP을 비롯해 HIV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들을 하나하나 설명해야 할까? 자신이 HIV에 대해 무지하다는 이유로 감염인을 모욕하고 혐오를 선동하는 일부 사람들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 감염인이 누구인지 찾아내고 그들을 욕하고 배척하면 안전해지리라는 착각을 하나본데 그렇게 극성스럽게 감염인을 차별하고 낙인찍을수록 감염 사실을 서로에게 숨기게 되어 결국 안전하지 못한 상황이 된다. 더 나아가 감염인에 대한 차별적인 대우를 마땅하다 여기게 하여 그들이 병원에서 진료를 거부당하고, 직장에서 해고당해도 그것에 대해 문제제기할 수 없게 만든다. 누군가를 탈락시키고 사회의 안전망 밖으로 밀어내는 사회는 건강하지 않다는 것은 상식이다.

평생 성접촉 없이 살 것이 아니라면 그것이 일대일 관계든 아니든 누구나 감염 가능성에 노출된다. 특히나 일대일 관계는 문란하지 않다, 일대일 벙개는 괜찮다는 착각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자신은 일대일이었어도 상대방도 그랬을까? 상대방이 이미 수십 차례 하고 다녔다면 자신도 그와 섹스함으로써 같은 수준의 위험을 공유한 것이다. 우리는 누구와 섹스하든 나 자신은 물론이고 상대방의 건강 상태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일은 감염인을 낙인찍고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감염인이든 아니든 누구나 동등한 권리를 누리고 그가 필요한 치료와 지원을 언제라도 받을 수 있는 사회로 만드는 것이다.

짜증나는 것은 자신이 ‘비감염인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뭐라도 된 듯 PL을 타깃으로 삼고 공격하는 것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취약성에 대한 이해, 삶에 대한 이해는 전무한 무례하고 무식한 인간들이 쏟아내는 공격과 비과학적인 막말을 보고 있으면 이들이 사라지는 것이 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되리라 여기게 된다. 내가 보기에 이러한 비감염인들(이라고 스스로 생각하지만 누구도 확신할 수 없는)은 2018년 동인천에서 열린 퀴어퍼레이드에서 행진 행렬을 가로막고 몇 시간째 바닥에 앉아 통성기도하며 혐오발언을 쏟아내던 개독 세력과 하등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다만 그러한 극적인 변화는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달라진 인권감수성과 발전한 과학적 사실 앞에 무지에서 비롯한 혐오를 전시하는 이들은 빠르게 도태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들을 위해 너그럽게 충고하자면 지금이라도 U=U가 무엇인지 HIV가 무엇인지 공부해야 할 것이다.



6.

HIV에 대해 본격적으로 공부하게 된 것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PL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였다. 그는 약을 먹지도 않았고 병원에 다니지도 않았다. 그는 에이즈에 대한 높은 수준의 낙인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이 그로 하여금 미래를 계획할 의지를 빼앗았으며 함부로 하루하루를 사는 것을 합리화했다. 하지만 내가 공부하고 알게 된 에이즈는 그렇게 살아갈 필요가 없는 질병이었다. HIV에 감염되었어도 치료받고 약을 꾸준히 먹으면 타인에게 전파할 우려도 없이 비감염인과 다름없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었다. 문제는 HIV에 대한 잘못된 오해와 부정확한 편견으로 지레 삶을 포기하는 행위였다. 이러한 오해와 편견은 사회 전반에 퍼져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결합해 그들에 대한 부당한 대우를 정당화하며 이를 개선할 긍정적인 분노를 끌어낼 수 없게 만든다(상대방이 PL이고 아니고가 중요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세상 살아보고 싶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물론 절대 그렇지 않다, 그렇게 무례하고 어리석게는... 살고 싶지 않다.).

나는 HIV 페티시라고 생각할 정도로 PL이 좋고 PL과 섹스하고 싶고 PL의 정액을 먹고 싶어하고 PL의 안에 노콘으로 싸거나 노콘으로 받고 싶어하는데 왜 그럴까? 비감염인들이라고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니꼬워서 그렇다. 뭐가 잘나서? 몸에 HIV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우리가 누군가와 연애할 때 그가 몸에 HIV를 가지고 있다 아니다 보다 더 짜증나는 문제는 존재한다. 누군가를 싫어하거나 사랑하지 않게 되는 계기는 더욱 복잡하다. 그렇게 마음이 변하는 핑계를 상대방이 감염인이어서라고 쉽사리 떠넘길 수 있다면, 과연 그 감정이 사랑이었을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누구를 알아가고 관계를 맺는 데 있어서 PL이라는 사실이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다. 당사자에게는 그것이 자신의 한계와 조건들을 결정한다고 믿게 하기도 하니까. 하지만 우리가 인생을 좀더 살아보면, 인간이라면 쉽사리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와 충동을 몇 가지쯤은 가지고 있으며 그것을 안고서 뒤뚱거리며 살아가는 법임을 깨닫게 되지 않는가.



7.

노콘섹스와 다수의 사람들과의 성접촉을 선호하는 내가 십여 년간 이 바닥에서 체험한 사실을 바탕으로 내린 결론은 노콘섹스에 대한 욕망이 있는, 안전하지 않은 섹스를 스스로에게 허락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프렙이나 U=U가 퍼지기 전에도 그랬다. 에이즈가 불치의 질병이고 죽음의 병이라는 인식이 있을 때에도 바뀌지 않았다. 그렇다면 왜일까? 누군가가 자신을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는 선택을 한다면 그것은 왜일까?

그것은 단순히 노콘에 대한 선호만으로 설명하긴 힘들 것이다. 나는 문제에 다가가는 열쇠로 게이들이 처한 조건과 상황을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섹스를 서로가 원하는 매력을 교환하는 거래관계로 만드는 어플 문화, 거기에서 자원이 부족한 사람이 섹스를 성사시키기 위해 포기해야 하는 조건들엔 무엇이 있을까? 노콘을 허락하는 사람과 콘돔을 고집하는 사람 사이에 있는 힘의 격차. 나이가 많아서, 돈이 없어서, 관계 맺는 문법을 모른다는 이유 등으로 커뮤니티에 참여하기 위한 비용을 지불할 수 없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성정체성과 항문성교를 불법화하여 낙인찍는 국가와 그것이 재생산해내는 사회의 차별과 억압이 주는 스트레스. 헌법에 명시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성소수자로서 미래를 계획할 수 없다는 불안과 언론과 혐오세력들로부터 끊임없이 불려나가 모욕당해야 하는 불쾌감들이 표출되는 한 방식이라는 생각 등 복잡한 조건들이 서로 얽혀 있다.

성에 대해 쉬쉬하는 태도는 질병을 질병으로 바라보지 못하게 하고 도덕적 가치판단의 대상으로 취급하게 만든다. 아프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으면 된다. 하지만 윤리와 도덕이 개입해 특정 질병을 그릇된 행동의 결과로, 일탈 행위의 마땅한 벌로 여기게끔 만든다. 어떤 행동이나 존재방식은 그릇된 것, 해서는 안 되는 것으로 금지당한다. HIV 감염 및 성병을 예방하는 데 필요한 방법들을 배우고 그것을 이용해 자신을 보호하는 대신 무조건적인 금지를 통해 정체성과 성행동을 비난의 대상으로 만든다. 어리석은 일이다. 어떠한 욕구도 그것을 단숨에 끊어내는 방식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왜 이 사람이 이러한 감정과 욕망을 가지고 있으며, 그에 대한 자기 인식은 어떤지, 자신이 반복하는 행동과 상황에서 위험한 요소를 줄이기 위해서, 혹은 다른 삶을 기획하기 위해선 어떤 시간을 통과해야 하는지 이해가 필요하다.



8.

하지만 위의 조건들을 배제하고 순전히 흥분과 만족감 때문에 노콘섹스를 택하는 사람들의 경우는 어떨까? 내 관심사는 이것이었다. 나는 콘돔을 사용한 섹스가 싫다. 나는 노콘섹스가 좋다. 나는 노콘섹스를 통해 감염될 수 있는 성병의 종류와 위험과 그 대처법을 숙지하고 있으며 상대방 역시 그러길 바란다. 그렇다면 행복한 노콘섹스를 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내린 결론이다. 


ㄱ. 자신의 감염 사실을 알고 있으며 꾸준히 치료제를 복용해 바이러스가 억제된 상태의 감염인과 한다.

ㄴ. 프렙을 복용한다.

ㄷ. 감염인 인권을 증진시켜 그들이 안정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모두가 행복하게 노콘섹스할 수 있게 일조한다.

ㄹ. 의학적 사실에 반하고 구시대적이며 예방에 도움 안 되는 전파매개행위금지 조항을 없애고 게이 커뮤니티에 프렙 접근성을 높이도록 정부에 압력을 넣는다.


현재 프렙은 시범사업으로 1년간 무상으로 약제와 검사비용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프렙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며 C형 간염을 비롯해 다른 성병을 예방해주지 못하지만 HIV 노출에 있어서는 복약법을 지키면 감염 가능성에서 안전하다.

서로 원한다면 부카케를 해도 되고, 노콘섹스를 해도 된다. 그것이 폭력이 아닌 서로 합의한 관계라면 말이다. 질병에 대해 불필요한 편견과 판단을 더할 필요가 없다. 즐거운 노콘섹스를 하자.



질문


예. 그. 프렙 얘기 해주셨는데. 프렙은 일단 지금 우리나라에서 시범사업 진행하고 있는 거는 길리어드 사에서 약제 1년치를 지원하고요. 검사비용, 병원에 방문했을 때 검사받고 차트 발급받고 하는 모든 비용을 1년 동안 지원을 해주는 프로그램이에요. 그래서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MSM들에게 긍정적인 결과가 있을 때 그걸 바탕으로 정책을 마련하라는 요구를 할 것으로 알고 있어요. 예를 들면 트루바다 먹으면 더 문란하게 노콘섹스 하는 거 아니야? 그런 게 지표로 포착된다면 좀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겠죠. 그래서 오히려 역설적으로 트루바다를 먹어서 막 맘대로 노콘섹스를 해야겠어 라고 생각한다면 오히려 이것이 한국에서는 별로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상황이고요. 지금 저 같은 경우는 트루바다는 이제 아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복제약이 있어요. 제네릭이라고 해서 동일한 성분이지만 가격은 한달치가 오만원 정도, 이 정도면 크게 부담되지 않는 선이죠. 지금은 한달치 약값이 검사비 포함해서 약 사십오만원~오십만원 정도인데 그게 10분의 1로 뚝 떨어지는 건데 지금 이런 약을, 복제약을 따로 구해서 드시는 분들도 계세요. 근데 이런 경우는 우리나라 현행법상으로는 불법이지만 여튼 복용을 하고 계신 분들이 있고, 그런 경로를 통해서 복용하시는 분들도 자기가 HIV에 감염되었는데 무증상잠복기 시절에, 그리고 창기간이라고 해서 감염되었어도 양성 확진판정이 뜨지 않는 동안 복용을 했을 경우 내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감염내과를 방문해서  HIV항원항체검사를 받으셔야 하고요. 만약에 어둠의 루트로 복제약을 구해서 복용하고 있다면 비뇨기과나 그런 병원에서 진료소견서를 받아서 감염내과에 방문하면 그런 검사 같은 것들을 받을 수 있고요. 내가 만약에 프렙을 그냥 하고 싶다, 나는 돈이 있어, 여유가 있어, 한다면 마찬가지로 방문하셔도 되는데 그냥 감염내과, 대학병원 감염내과를 가시게 된다면 모든 검사가 비보험처리 되기 때문에 비싸요. 그래서 그런 경우에도 일반 병원에서 소견서를 받아서 방문한다면 검사라든지 여러가지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약값만 비보험으로 하면 되시는 경우거든요. 

트루바다는 저 같은 경우는 먹은 지 얼마 안 되었는데 개인적으로 여러 가지 변화가 있어요. 아까도 제가 우울감을 얘기했지만 제가 문제 행동을 통제할 수 없다고 느꼈을 때 가장 크게 도움이 된거는 제 연봉이 크게 올랐을 때. 제가 더이상 주말에, 이번 주말에 쓸 돈이 이삼만원밖에 없는데가 아니라 내가 내 맘대로 써도 돼, 일 때 우울감이 많이 사라졌고요. 찜방에 가는 것이 아니라 그냥 맘에 드는 애를 만나서 모텔을 가도 되고 데이트를 해도 되고 맛있는 걸 먹어도 되고요. 제가 밤에 예를 들자면 찜방에 가서 한번 했더라도 밤에 심야택시를 타고 집에 돌아올 수 있어요. 전에는 집에 갈 택시비가 없기 때문에 거기 있거나 밖에 나와서 24시간 하는 편의점, 패스트푸드점 이런 데 있어야 했던 거고. 근데 이거랑 비슷하게 프렙을 하면서 제가 겪는 변화들이 있어요. 전에는 제가 애인과는 성관계를 잘 하지 못하는 그런 게 있었는데 프렙을 하면서는 오히려 일대일 관계에 대한 욕구가 좀 높아졌고요. 내가 남모르는 사람들과 섹스하는 행동을 통제할 순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나로 인해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감염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내 안에 있었고 그것이 이제 제 일대일 관계를 지속하지 못하게 만드는 원인이었는데요. 물론 여러 가지 성병 감염의 위험은 있지만 최소한 HIV에 있어서는 안전하다라는 이게 주는 변화는 좀 다른 거예요. 그러니까 내가 나에 대해서 아무것도 통제할 수 없어, 누군가와 어둠 속에서 섹스를 할 때 나는 이 사람이 누군지 모르지만 이 사람으로 인해서 내가 어떤 질병에 감염될 수 있을 때와 최소한 HIV에서는 안전할 수 있다는 감각이 주는 건 삶을 완전히 다르게 바라보게 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아까 염려된다고 하셨는데 제 생각에 1년은 충분히 긴 시간이에요. 긴 시간이기 때문에 그걸 복용하면서 내 삶에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 체험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고 지금 이 트루바다는 특허성분이 만료된 상태이기 때문에 국가에서도 복제약을 제작할 수 있어요. 하지만 거기에 대한 요구나 목소리가 없기 때문에 그러지 않고 있는 거거든요. 

그래서 제가 드는 의문은 그거예요. 지금 사람들이 의료비를 가지고 감염인을 공격하지만 이걸 해결할 수 있는 손쉬운 방법으로 사람들에게 복제약을 먹이면 돼요, 만들어서 국가가 보급할 수 있게, 필요한 사람이 먹을 수 있게 하면 되는데 이게 작동하지 않는 데엔 뭐가 작용하고 있을까. 저는 어떤 소수자 혐오, 혐오할 대상, 희생양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질병관리본부에서도 트루바다나 프렙에 대해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는 건 에이즈에 감염될 수 있다, 에이즈에 걸리면 니 인생 좆돼, 라는 메시지가 공중보건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에요. 사람들이 에이즈에 대해 안전하다 했을 때 너도나도 문란하게 노콘섹스를 해서 성병에 감염되는 것보다 아, 에이즈에 걸릴 수도 있으니까 콘돔 껴야지라는 게 공중보건상 이득이거든요. 아까 병원에서 곤지름 얘기하신 경우도 사실 우리가 몸이 아프면 치료받으면 돼요. 그런데 거기에 대해서 한국사회의 분위기가 가치판단을 하는 상황에 있고 의료인들도 거기서 자유롭지 못하거든요. HIV감염인도 보편적주의지침으로 모든 사람은 전파매개성 질환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하고 진료를 해야 하지만 HIV감염인에 대해서만 특별하게 무슨 김장김치도 아닌데 수술시트를 비닐로 둘둘 감는다든지 식기를 분홍색 파란색으로 구분해서 사람들로 하여금 그가 감염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한다든지 이런 것들이 문제가 되는 것들이거든요. 나 스스로 그런 데 낙인이 없어야 하는 게 중요하고. 내 권리가 침해받고 있는 거, 내가 동등하게 아플 때 치료를 요구해야 되는데 이게 침해받는 상황에 대해서 부끄러워하는 게 아니라 이거에 대해 분노하는 판단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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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out Condoms : Unprotected Sex, Gay Men and Barebacking (Paperback)
Michael Shernoff / Routledge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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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 excerpt from Without Condoms: Unprotected Sex, Gay Men & Barebacking

Routledge, 2006.



"The terrible thing in this world is that everyone has his reasons."

Octave, The Rules of the Game, Jean Renoir, 1939



Toby, a Passive Barebacker

Without Condoms: Unprotected Sex, Gay Men & Barebacking, by Michael Shernoff


Toby is a white, 35-year-old, HIV-negative gay man who came to see me because of depression and loneliness. A successful and ambitious architect, he worked exceptionally long hours to make partner in his firm. His last relationship ended during his final year of graduate school, after 2 years, and he had not had another partner in almost 10 years. Because of his intense focus on work, Toby had not taken the time to cultivate deep friendships. He did have a group of people with whom he would go to clubs to dance a few times a month. Typically, during those outings, he would take MDMA (Ecstasy) and smoke marijuana. He said it helped him lose his inhibitions and cut loose on the dance floor. At the end of the night he would usually end up going home with someone he had just met.

Toby did not seek out barebacking, but he allowed it to happen if the other man wanted to do it. He said he never discussed HIV status with the men he went home with unless the other man initiated the discussion. If a sexual partner initiated the use of condoms for anal sex, Toby said he felt relieved and gladly used them. But if the other man did not bring up the topic, Toby wound up going along with whatever the other man wanted to do sexually, even if it meant having UAI. Toby almost never made a date to see any of these men a second time. Toby was sexually versatile but preferred to be the top.


On the weekends when Toby stayed home, he either met men in online chat rooms for sexual hookups or went to sex parties. Again, his attitude toward condom use was passive. If the other man wanted to use them, that was fine with him. But if the other fellow never brought up the topic of condoms, neither did Toby. It was clear that he was well informed about HIV transmission and about the risk he took of becoming infected by barebacking. When I explored this passivity toward using condoms, he explained that he worked such long hours and so intensely that when he did have time off it was essential that he be able to stop thinking and just go a bit wild and lose control. Ostrow and Shelby (2000) describe psychotherapy with men like Toby who use drugs to enable them to lose inhibitions and engage in fantasy sex that they might otherwise have difficulty engaging in without guilt or remorse.


Toby was an only child raised in the Midwest by a devout Baptist single mother who had been deserted by Toby's father shortly after Toby's birth. Toby came out to his mother after he finished graduate school and moved to New York. She did not react well to the news, retreating into the condemning language of her church. She told her son that being a homosexual was going to land him in hell unless he repented and changed his ways. She also told him that he was going to get AIDS because he was gay. Toby sounded bleak when he described the Christian literature she regularly sent him about the evils of homosexuality and how gays were being plagued by AIDS as punishment from God.


I asked Toby what he thought about his mother's views of his sexuality. He said he was frightened -- what if what she said was true? -- and sad that their relationship has become so combative. He said she was relentless about sharing her views on Toby's "sinful affliction," even after Toby asked her not to raise this subject every time they spoke. I was surprised to hear that he continued to speak with her once a week and to visit with her for a week at Christmas. We explored his conflicted feelings about his relationship with his mother. On the one hand, he recognized that the way his mother treats him was damaging to his self-esteem and was deeply painful. On the other hand, as the only child whom she struggled to raise, he felt a strong sense of loyalty and obligation to her.


I shared with Toby my concern that his barebacking activity was putting him at risk for fulfilling his mother's prophecy that he would get AIDS. He said he worried about it at times, and he had no conscious desire to contract HIV, but he was not willing to kill (his exact expression) the spontaneity of his recreational sexual exploits. In the rest of his life, he was responsible and reliable. In this one area of his life, he wanted to be totally free. I wondered if Toby's behavior was an unconscious desire either to prove his mother right or to get sick and die as a hostile "fuck you" to his mother. I did not begin to share any of these possibilities with Toby until many months after our initial consultation. Every few months Toby would get retested for HIV, and as of this writing he remains HIV-negative.


Fifteen or 20 years ago, I would have been appalled and quite judgmental about Toby's behavior and probably gone into overdrive to try to save Toby from his own impulses. With the advantage of 20/20 hindsight, it is now clear that the rescue approach to treating men who bareback is rarely, if ever, effective. Most of the time, these clients just stopped therapy with me. They did not want or need a rescuer, as well-intentioned as I was. Although it still hurt to hear Toby describe the potentially deadly risks he was taking, I had to practice patience, compassion, and empathy. He was the only one who could take himself out of these high-risk situations, and then only if and when he decided that he wanted to.


Along with my protective feelings for this young man, I felt clinical curiosity about what was driving Toby to take sexual risks with such an apparently casual attitude. Researchers have been eager to find out more about the category of barebackers that Toby falls into -- men who are not trying, at least consciously, to become infected with HIV, but who are willing to take risks in order to satisfy deep intrapsychic and interpersonal needs.


(-)


Factors That Lead to Sexual Risk-Taking

There are numerous theories for why gay men engage in unprotected sex, and research has explored a wide variety of possible rationales for the behavior. These include:


Negative attitudes toward condom use (Odets, 1994; Flowers, Smith, Sheeran, & Beail, 1997; Hays, Kegeles, & Coates, 1997; Kelly & Kalichman, 1998; Van de Ven et al., 1998a; b; Appleby, Miller, & Rothspan, 1999)

How being in a committed compared to a noncommitted couple relationship affects whether a condom is used (Elford Bolding McGuire & Sher, 2001; Vincke, Bolton, & DeVleeschouwer, 2001)

Strongly identifying with or feeling alienated from the gay community (Hospers & Kok, 1995; Hays et al., 1997; Seal et al., 2000)

Internalized homophobia (Meyer & Dean, 1998; Canin, Dolcini, & Adler, 1999)

A sense of the inevitability of becoming infected with HIV as a gay man (Kelly et al., 1990; Kalichman, Kelly, & Rompa, 1997)

The effects of substance use (Stall, McKusick, Wiley, Coates, & Ostrow, 1986; Stall, Paul, Barrett, Crosby, & Bein, 1991; Leigh & Stall, 1993; Stall & Leigh, 1994; Hospers & Kok, 1995; Woody et al., 1999; Royce, Sena, Cates, & Cohen, 1997; Chesney, Barrett, & Stall, 1998; Ostrow & Shelby, 2000; Halkitis, Parsons, & Stirratt, 2001, Halkitis et al., 2003; Halkitis & Parsons, 2002; Kalichman & Weinhardt, 2001).


There are probably a multitude of other issues at play as well. As psychologist and former researcher at the CDC Ron Stall was quoted as saying in an article in the Manhattan gay newspaper Gay City News, "There are studies that demonstrate a variety of psychosocial health issues, including depression, antigay violence, childhood sexual abuse, or substance abuse, can lead gay men to have unsafe sex" (Stall, quoted in Osborne, 2002, p. 1). In my own practice, I have identified several factors that appear to lead to sexual risk-taking: loneliness, being HIV-positive, having unmet intimacy needs, feeling alienated from the gay community, being in love, and a craving for deeper intimacy and trust.


(-)


Barebacking as an Example of "Sensation-Seeking"

Again and again, we return to the poignant question of why a person would put his life in jeopardy for pleasure. Sex is a source of pleasure that encompasses biological, psychological, and sociological realities (Reiss, 1989). Sex is not only about pleasure. It can be about belonging, feeling desired, desiring semen, organizing one's life, and providing meanings to one's life. "People have sexual relations for a variety of reasons: for love and intimacy, for recreation, for fun, for friendship, for money, to avoid loneliness, to be touched. The essence of sexual encounters is bonding, blending, mutual pleasure, and loss of inhibition. HIV lurking in the background places strict boundaries on all of these aspects of sexuality" (Coates, 2005, p. xiv). The equation for evaluating how the benefits of barebacking weigh against the inherent risks is not simple. Tim Dean (2000) writes: "Most people can't comprehend why anyone would risk death for a good fuck. From a certain viewpoint, unsafe sex appears as inconceivably self-destructive behavior. Indeed, while such health-threatening practices as smoking, drinking, and drug abuse must be indulged in repeatedly over a substantial period before they are likely to cause harm, HIV infection can result from a single unprotected encounter. Casual, anonymous sex without a condom seems suicidal" (p. 139). But the long-term effects of HIV infection on health are easily denied when faced with the immediacy of sexual pleasure, particularly if one is using drugs that fog one's judgment.

One lens through which decisions to bareback need to be viewed is the role of pleasure and how the search for erotic pleasure is intimately related to desire. For one thing, sex without condoms feels much better and is vastly more spontaneous than having to stop the action, unwrap a condom, and properly put one on. Many gay men are articulate about how thrilling and intimate it is to the feel of the warmth of a lover's unsheathed penis and the smooth stimulation of skin against skin. Carballo-Dieguez interviewed a small sample of men who identify as barebackers. One man told Carballo-Dieguez (2001, p. 229):


The pleasure I feel when I'm having sex, especially if I'm stoned, is so amazing. ... Passion does not call for protection in my mind. Passion is a very raw emotion. ... It is not easy to feel real passion, because there are so many barriers put up and so many acts that people have in themselves that they want to express during sex, that protection does not fit in the fantasy.


Much as we try to eroticize safer sex, there is no way around the fact that condoms both decrease the sensation of anal intercourse and interrupt the spontaneity of the sexual act. Sexual fulfillment "encompasses a range of physical, emotional, and psychological factors including, but not limited to, physical pleasure and release, emotional intimacy and security, enhanced self-esteem, and actualized sexual identity. These are all highly valued, immediate benefits of sexual expression (in contrast to the distant, rather ethereal threat of contracting AIDS)" (Pinkerton & Abramson, 1992, p. 565). As previously discussed, recreational sex has been identified by at least certain segments of the gay male community as a means of personal fulfillment and an expression of enhanced freedom and self-esteem. An active sex life is seen as a indication of attractiveness and vitality. A gay man who wants to feel liberated, hot, or sexy might view sex without condoms as the best route to fulfilling his desire to feel any of those ways.


(-)


Barebacking to Feel in Control

Whether or not a man is making a rational choice when he decides to bareback is often difficult for others to assess, even psychotherapists who must contend with their own judgments and feelings about this particular highly charged, high-risk behavior. But for barebackers who are neither actively nor passively suicidal, there is an internal logic that makes sense to them, especially when the behavior occurs within specific contexts. For example, one rationalization for engaging in unsafe sex is the belief that having an HIV infection will alleviate their worry about becoming infected. This dynamic was first reported by psychologist Walt Odets (1994), when he described men who felt that they were not destined to survive the epidemic and therefore had no motivation or reason to practice safer sex. Odets writes that many survivors of the epidemic have a sense of the inevitability of their "catching AIDS." One example of this was my client Jeff, a 44-year-old, Jewish, HIV-negative man who enjoyed dancing at New York clubs and going to an occasional circuit party. Since he almost never used condoms but made every effort to limit his sexual partners to other uninfected men he met, he decided to have "HIV-" tattooed on his left arm since he disliked the necessity of asking about HIV status. Immediately after getting himself tattooed he discussed his feeling that it was only a matter of time until he eventually got infected. "When it happens I can just have the vertical bar added to my tattoo so it will accurately read "HIV+," he told me, pleased with his strategy.


(-)


Semen Exchange and Emotional Connection

Vincke and colleagues (2001) found that "the incorporation of semen is an important value for many in gay cultures, a means of showing devotion, belonging, and oneness. Unsafe sex can therefore be an expression of positive values and of good feelings" (p. 58). There is something deeply erotic, profoundly connecting and, some feel, even sacred about one person giving his most private and special fluid, semen, to the other as a gift of love and a symbolic joining of two souls. The many levels of meaning and special significance that giving and receiving of semen has for gay men cannot be underestimated as a contributing factor to the rise in barebacking -- especially in romantic couples, as will be examined in Section 2 of this book. Early in the second decade of the AIDS epidemic Odets wrote, "Now that a decade of prohibition has made semen exchange relatively unusual and 'special,' it has become all the more powerful and meaningful" (Odets, 1994, p. 432). Obviously, what it means to give or receive semen varies from one gay man to another. Some have described drinking semen as literally ingesting the vitality, strength, manliness, or very essence of the man whose semen they either drank or received anally. There are men who feel that sharing their own or receiving the semen of a lover is a visceral as well as symbolic gift of love or a spiritual communion. There are those who revel in experiencing the esthetic and sensual pleasures in giving or receiving semen. By no means is this a comprehensive list. The meaning of sharing semen between two men is as varied as the men who engage in this act.


(-)  Their findings showed evidence that much "cruising" behavior by men in public places that results in public sex is relatively low-risk because the sexual activity is usually limited to mutual masturbation or oral sex.


(-)  "One possibility is that these men seek out sexual partners to alleviate depression. Another is that depression decreases self-esteem, leading these men to engage in sexual behavior that they might otherwise not find acceptable. Rather than driving away a potential sexual partner by trying to negotiate sexual behavior, these individuals may be willing to accept whatever sexual activities the partners want as a way of achieving relief from depression and isolation"


(-)


The underlying question we have to grapple with is what risk-taking do we consider acceptable, healthy, and even laudable, and what risk-taking do we consider unhealthy and unacceptable? For instance, I am an experienced scuba diver with more than 30 years of diving experience. One of my passions is to dive among large ocean-going animals and I am thrilled when I sight sharks. This is obvious sensation-seeking behavior and potentially higher risk than a swim at the shore. Yet this pattern of behavior is far from impulsive, as each dive is carefully planned and done under the close supervision of experienced dive guides. Some might perhaps diagnose this passion of mine as pathological since inherent in it is the possibility of a potentially fatal shark attack. I think of it as a fun and exciting recreational activity that provides enormous pleasure and satisfaction that greatly enhances my life. There is an obvious parallel between my choice to scuba dive in places with a high likelihood of close encounters with potentially dangerous sea critters and men taking what for them are calculated sexual risks. Just because a behavior entails risks does not make it de facto pathological and self-destructive.


(-)

Sex is more than actions and positions. Actions contain meanings stemming from relational and cultural values. Use of a condom, for example, may be associated with a negative message because refusing semen may be perceived to be a rejection with far-reaching emotional implications. Vincke and colleagues (2001) note that "considering that people are in search of meaning, sexual acts constitute an emotional and symbolic language. The meanings gay men assign to specific sexual acts can make behavioral change difficult" (p. 57).


(-) Mansergh et al. (2002) discuss that some men intentionally put themselves and/or others at risk of HIV and STDs to meet important human needs (e.g., physical stimulation, emotional connection). It is obvious, yet crucial to note, that most people who engage in sex are in pursuit of pleasure, though pleasure alone is often not the only reason why anyone may seek sexual encounters. As Blechner (2002) states: "If we problemize one extreme but not the other, we may lose perspectives on how decisions of risk-taking are made. Risk of HIV infection is serious. But the risk of loss of pleasure and intimacy is also serious (p. 30)."


(-) However, when risk-taking behavior is seen as situational, treatment provides a context for inquiry, articulation, and understanding of the patient's unique experiences, feelings, and circumstances" (p. 12). It is all too easy and reductionistic to pathologize sexual risk-takers as self-destructive, suicidal, damaged individuals. Cheuvront seems to agree, writing, "The popular media promote the HIV risk-taker as damaged and resigned to the inevitability of infection" (Cheuvront, 2002, p. 10).

Cheuvront (2002) reminds all mental health professionals working with gay men who bareback that "the meanings of sexual risk-taking are as varied as our patients" (p. 15). He cautions that simplistic explanations and understandings can "assuage the clinician's anxiety by making that which is complex and subject to individual differences appear less mysterious and knowable. Yet, this is not a luxury that clinicians have" (p. 15). It is the task of therapists to help an individual articulate the particular meanings of his high-risk behaviors. Regarding sexual risk-taking, Forstein (2002) asks: "Can care for the soul and care for the psyche always occur in the context of caring for the body?" (p. 38)


(-)

The rationales for barebacking are as numerous as the men who do it. I have often heard men who bareback as well as my colleagues in the mental health field question whether the behavior is indicative of some underlying mental disorder or at least of unrecognized internalized homophobia. While indeed for some barebackers either or both could be at play, I have also come to learn that, as some of the researchers cited above conclude, in certain situations for certain men what at first appears to be reckless and self-destructive may be adaptive, affirming, and understandable. If we take a step back from the highly fraught and emotionally charged particulars of this issue and attempt to separate what we think is the "right" way to act now that the sexual transmissibility of HIV is a known fact, from moral judgments about the behavior and people who do it, we can begin to understand why barebacking is not always as "crazy" as it may at first appear to be. There are no easy answers to why men bareback or how this tide can be stemmed or even whether it should be stemmed. But at least we can start to ask better questions and open a crucial dial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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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진우의 변명
양진우 지음 / 북랩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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훗날 정말로 이런 생각을 하는 남자들이 한국에 있었느냐고, 되도 않는 소리 말라고 의심할 후손들에게 남겨줄 자료로 보관해놔야 할 소중한 띵작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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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사람이냐
아브라함 요수아 헤셸 지음, 이현주 옮김 / 한국기독교연구소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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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의 선이 한 사람의 선보다 더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러나 인류에게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구체적인 개인이다. 우리는 어떤 사람이 그가 인종(人種)에 속해 있기 때문에 가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인종이 가치 있다면 그것은 인간들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비록 우리가 숨을 쉬는 공기와 떨어질 수 없듯이 사회와 떨어질 수 없고, 우리의 행동을 방향짓는 제반 관계들의 체제를 이루는 것도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기는 하지만, 우리는 개인으로서 욕망을 품고 두려워하고 희망하고 도전받고 의지력을 발휘하고 그리고 책임을 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사람을 필요로 하는가? 자연? 산맥들은 우리의 시(詩)가 필요해서 거기 뻗어 있는가? 천문학자들이 없어지면 별들은 사라질 것인가? 지구는 인류의 도움 없이도 제대로 궤도를 돌 수 있다. 자연은 우리의 모든 욕구를 채워 줄 만한 실력을 지니고 있지만, 인간을 필요로 해달라는 인간의 욕구 하나만은 채워 주지 못한다. 자연의 거역 못할 침묵 속에서 인간은 앞뒤 없는 문장의 가운데 부분과도 같고, 그의 모든 이론들은 자기 자신 안에서 외톨이가 된 자신을 가리키는 작은 부호들과도 같다.
다른 모든 욕구들과는 달리, 필요한 존재가 되겠다는 욕구는 바깥으로부터 만족을 얻고자 하는 무엇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을 내어주고자 하는 무엇이다. 그것은 초월적인 욕망을 만족시켜 주려는 욕망이요 동경(憧憬)을 만족시켜 주려는 동경이다.
모든 욕구는 일방적이다. 배가 고플 때 우리는 음식을 원한다. 그러나 음식은 먹히기를 원하지 않는다. 아름다운 물건을 보면 우리는 그것을 가졌으면 한다. 그러나 물건은 우리에게 자신을 가져주기를 원하지 않는다. 우리들 삶의 대부분은 그런 일방성 안에 갇혀 있다. 우둔한 사람일수록, 자세히 보면, 그의 마음이 자기 멋대로 현실을 재단하려는 노력으로 가득 차 있음을 보게 된다. 그에게는 마치 이 세상이 자기의 쾌락을 만족시켜 주기 위하여 존재하고 있는 것만 같다. 우리들 모두, 사람들보다는 사물과의 관계를 더 생각한다. 그리고 사람들을 대할 때조차 그들을 우리의 이기적인 목적에 이용할 만한 사물이나 수단으로 여기고 상대한다. 우리가 사람을 사람으로 마주 대하는 일이 얼마나 드문 일인가! 우리는 모두 사용하고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에 사로잡혀 있다. 오직 자유로운 사람만이 실존의 참된 의미가 자신을 남에게 내어 줌에 있고, 사람을 사람으로 마주 대함에 있어, 보다 높은 욕구들을 충족시키는 데 있음을 안다.
우리의 모든 경험은 욕구들인데 그 욕구들은 충족될 때 사라진다. 그러나 우리의 실존 또한 틀림없는 하나의 욕구이다. 우리는 그런 욕구들이 만들어 내는 하잘것없는 존재이다. 우리의 짧은 생애는 하나의 의지에 감싸여 있다. 우리의 삶 속에서 영속하는 것은 정열도, 기쁨도, 즐거움도, 고통도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욕구에 대한 응답이다. 우리 속에 영속하는 것은 스스로 살고자 하는 우리의 의지가 아니다. 우리의 삶을 원하는 하나의 욕구가 있고, 우리는 살아감으로써 그것을 충족시키는 것이다. 끝까지 영속하는 것은 우리의 욕망이 아니라 그 욕구에 대한 우리의 응답이요 충동이 아니라 동의(同意)다. 우리의 욕구들은 일시적인 것이지만, 우리가 필요한 존재가 되고자 하는 욕구는 영속적이다.
사람의 마음에 자리 잡고 있는 모든 현상들 중에서 가장 쉽게 소멸되는 것은 욕망들이다. 수초처럼 그것들은 망각의 물 속에서 자라다가 금방금방 시들어 버린다. 욕망은 어서 소멸되기를 스스로 바라고 있다. 그것은 가라앉기 위하여 존재하고, 충족되는 순간 스스로 장송곡을 부르면서 사라져 간다.
그런 자멸하려는 성향은 인간의 모든 행위 속에 들어 있는 게 아니다. 사상, 이념, 법률, 이론 따위는 오래 지속되려는 성향을 지니고 태어난다. (-) 그러므로 우리는(-) 인간의 내면을 대충 훑어보아 한때는 불꽃처럼 타오르던 욕구와 욕망들이 황량한 무덤이 된 것을 발견할 때, 우리의 실존이 덧없음을 피부로 깨닫게 되는 것이다.
(-)
그는 삶이란 따지고 보면 제 위로 스쳐 지나가는 온갖 그림자를 이럭저럭 견디는 해시계의 얼굴 같은 게 아닐까 하고 의심한다. 삶이란 서로 아무 관련도 없는 사건들의 뭉치에 지나지 않는 게 아닐까? 환상으로 위장된 혼돈이 아닐까?
이 지구 위에는, 비록 막연하게라도, 인간의 삶이 영속하는 무엇에 비쳐볼 때까지는 우울하고 음산한 것이라는 점을 깨닫지 못한 사람은 없다. 우리는 모두 살아가느라고 애쓸 가치가 있다는 확신을 찾아 헤매고 있다. 인생과 노력과 고뇌를 견디게 하는 무엇인가를 알고 싶어하는 마음을 지니지 않은 사람은 없다.
짙은 안개 속에서 가냘픈 몇 자루의 촛불을 들고 인간은 그의 모든 동경(憧憬)에 대하여 속수무책이다. 그의 영혼이 입은 상처와 그의 두려움과 좌절을 착해지려는 그의 의지가 고쳐 줄 것인가? 그의 의지가 스스로 분열된 집으로 통하는 문임은 분명하다. 즉, 그의 착한 뜻들이 잠시 동안의 인내 끝에 허무의 진창에 닿게 되리라는 것은 그의 인생의 지평선 끝이 언젠가는 무덤에 닿게 되리라는 것과 마찬가지로 분명하다는 말이다. 우리의 착한 의지들의 지평선 너머에는 무엇이 있는 것일까?

_아브라함 요수아 헤셸_누가 사람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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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크리
자크 라캉 지음, 홍준기 외 옮김 / 새물결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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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오지다.. 만드시느라 고생하셨겠네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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