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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생만사 답사기 - 유홍준 잡문집
유홍준 지음 / 창비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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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시리즈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첫 해외편인 일본 답사기가 나왔을 때도 서평단으로 설레며 읽었었는데, 이번엔 인생만사 답사기이다.


읽다보니 현대사의 알 만한 사람들의 교차점의 이야기들로 가득했다. 

그래서일까, 술자리 옆에서 재밌게 썰을 풀어주는 것도 같고, 작가님 인생의 부분 부분을 들여다 본 느낌이 들었다. 

안타까운 것은, 대부분 작고하신분들이라는 것. 그의 글 속에 그리움과 지난날의 추억과 회한이 고스란히 묻어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특히, 주례사를 해주신 리영희 선생님과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유신독재 시절 긴급조치 위반으로 출소 후 구치소 앞에서의 첫 만남부터 이후 리영희 선생님의 첫 주례로 주례제자단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혼인서약에 ‘나라에 공헌할 것을 맹세합니까’ 구절에서 ‘나라’를 ‘사회’러 고쳐 쓴 부분은 


“그게 그거일 수 있으나, ‘나라’라는 말에는 파쇼 냄새가 나지만 ‘사회’라는 말에는 인간의 윤리가 살아 있다는 차이 아니겠어.”


원래 그러한 것이라며 자연스레 수긍하는 성향의 나는, 이 대목에서 ‘아차!’ 싶었다. 누군가가 꼬집어 말해주지 않으면 모르는 나란 녀석..

작가님의 이런분의 주례로 결혼 한 것이 ㄴ‘나의 복인가, 아니면 내 생의 부담인가’ 라고 하셨지만 분명 책임이 따르는 참된 복일 것이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읽은 나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쩌면 부록이 이 책의 핵심일 수도 있다.

좋은 글쓰기 조언은 곱씹어 볼만하다. 그러나 머리로는 알아도 체화되기가 어렵다는 게 문제..

나의 문장수업을 읽으면 어린 시절부터 책과 글쓰기에 얼마나 진심이었는지를 알 수 있다. 나는 중고등학교 시절 무엇을 읽었었나, 더듬거려보니..

책제목은 생각나도 내용도 그에 대한 내 감상도 그저 흐릿할 뿐이다.


“옛사람이 말하기를 명문이란 ”가득 담았지만 군더더기가 없고, 축약했지만 빠진 것이 없는 글“ 이라 했는 선생님의 글이야말로 그러했다. 나는 선생님의 책을 정말로 아껴가며 읽었다. - 신영복 선생님과의 이야기 중에서


이 책도 잘 읽히되 아껴 읽을 만한 책이다.

작가님의 책은 시리즈인데, 인생만사 답사기도 더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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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창 - 제주4.3 만화로 보는 민주화운동
김홍모 지음,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기획 / 창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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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보는 민주화 운동 <빗창> 
; 빗창: 해녀들이 전복을 채취할 때 사용하는 도구


해방전후, 일장기가 내려오고 미군정기가 올라가던 혼란의 시기, 해녀의 목소리로 재현되는 제주도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제주도사가 해녀조합장까지 겸직하면서 해녀들이 채취한 전복, 소라 등을 자기들이 지정한 곳 이외에는 아무 데도 팔지 못하게 하는 등 가혹한 수탈에 맞서 시작된 해녀들의 이야기. 

자신들의 독립운동의 각오를 가늠하지 못하고, 제대로 살기 위해서는 요샛말로 정치적인 행동이 있을 수밖에 없는 과정이 잘 담겨져있었다.  

역사가 강력한 스포인지라, 결말을 알고 있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는 없지만, 만화로 풀어내서인지 쉽게 이해하며 읽힌다. 

라떼만 해도(?) 현대사는 제대로 가르치지 않고 졸업하던 시절이라, 책을 보면서 현대사의 아픔을 처음 직면했을 때의 충격이 다시 떠올랐다.

오랜 시간동안 금기시되고 묻혀졌던  제주에서 일어났던 비극을 김홍모 작가의 굵직한 먹선이 주는 힘과 여운이 더해져서 힘은 없지만 강인하게 맞서는 해녀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은 책. 

먹고 살기에 바빠 많은 것을 외면하게 되는데, 그 먹고 살기를 위해 거리로 나가야만 했던 이야기를 보고 있자니 현대에 무임승차한 기분이랄까...

요새 책과 너무 떨어져 지내는 것 같았는데 코로나19로 집콕하며 읽기에도 딱인 책.

민주화, 현대사를 알고 싶지만 쉽게 인문서적에 손이 가지 않았다면 “만화로 보는 민주화운동” 이 시리즈가 해답일 듯하다. 추천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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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시대 세트 - 전5권 공부의 시대
강만길 외 지음 / 창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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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읽는당에서 공부한당!!

 

 

 

     일에 쫓기다보니 세상일과도 점점 멀어지고,

     하루하루 근시안적으로 살아가던 요즘.

     시사 상식좀 넓혀보겠다며 시사인 정기구독하였으나,

     원래 이렇게 한 주가 빨리 지나가는 건지....

     점점 데코용으로 변해가면서.... 좌절하고 있던 찰나,

     창비에서 공부한당을 모집한다기에 이거다 싶어 재빨리 신청!

     채찍질하면서 공부해야징!

 

     

     첫 번 째_공부의 시대.

 

   

지난 단편하게 책읽는당에서 받았던 소책자와 다르게, 필기하며 열심히 공부하라는 의미인지 내지가 두툼하니 읽는 맛이 났다. 물론 소책자라기 보다는 샘플북에 가까운 양이기는 하였으나

(내가 기대가 컸던게지..;;) 읽고 나면 구매욕을 부르니

나도 모르게 장바구니 결제를 하게 된다는....

 

 

     구성은

     강만길의 내 인생의 역사공부

     김영란의 책읽기의 쓸모

     유시민의 공감필법

     정혜신의 사람공부

     진중권의 테크노 인문학의 구상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을 꼽자면..

 

강만길의 내 인생의 역사공부

Q. 국사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세계를 보는 안목일 것 같습니다. 국사와 세계사 이해의 균형을 맞추려면 어떻데 해야 할까요?

A. 민주주의적 보편성이 중요하고 국가적지역적 특성은 그 보편성 안의 제한된 특수성일 뿐이라는 것을 아는 일이 중요합니다. 다시 말하면 우리 문화가 가져야 하는 특수성은 세계적 보편성과 동떨어지거나 대치되는 것이 아니라 세계적 보편성과 상치되지 않으면서 그것을 다양하고 풍부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되는 특수성이어야 하며, 그 점에 역사학의 역할이 있는 것입니다.”

    

김영란의 책읽기의 쓸모

Q. 세상에 있는 수많은 책 중에서 영혼을 뒤흔드는 책’, 또는 자신에게 맞는 책을 어떻게 하면 찾을 수 있을까요?

A. 별다른 왕도는 없는 것 같습니다. 결구 꼐속 읽다보면 자신에게 맞는 책을 찾아내게 되는 것이 아닐까요.

 

유시민의 공감필법

Q. 우리나라에서 민주시민으로서 가장 우선해야 할 공부는 무엇일까요?

A. 민주시민이 되려면 무엇보다 먼저 어울려 사는 법을 공부해야 합니다. 물론 더 근본적인 문제도 공부할 필요가 있어요. 인간의 본성에 대한 공부입니다.

 

Q. 공부한 대로 살아가야겠다고 생각하지만 때로는 쉬운 길을 택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무엇을 기준으로 결정을 내려야 할까요?

A. 주체 역량을 과대평가할 경우, 주관적 의도와 달리 감당할 수 없는 짐을 지고 큰 고통을 겪으면서 뜻하지 않게 민폐를 끼칠 수도 있습니다. 마음이 불편하지 않고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까지! 이게 제가 그 질문에 대처하는 방식입니다.

    

 

가장 기억나는 말은 잊어버리려고 읽느냐!” 나도 뜨끔했던 말. (무슨 말인지 궁금하다면 직접 읽어보시길..)

요즘 종의기원으로 확고한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한 정유정 작가는 내가 좋아라하는 소설가이다. 마침 동료도 종의기원을 읽었다고 해서 반가운 마음에 책 내용을 가지고 수다를 떨다가, 깨달았다. 그렇게 흥미진진하게 지하철에서도 읽고, 버스기다리면서도 읽었던 그 책내용이. 심지어 주인공 이름마저 까먹고 있었다는 것을.

정말 절망.

 

내 머리의 문제인가 싶었는데, 책을 깨끗이 보려고 하는 내 의식적인 노력이 결국 내 머릿 속도 깨끗하게 포맷하는 것임을 알았다. 하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읽은 책 권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책장에 꽂아놓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내 머릿속에 새겨넣고, 온전하게 이해하기 위하여 앞으로 공부한당!

책 한 권과 볼펜 한자루 쥐고 끄적거리며 메모하고, 밑줄 쫙~ 그으면서!!! 공부해야징!!

그 출발은 어설프지만 늘 그렇듯이 시작은 반이니까. 이번은 온전하게 다 채움을 목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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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식 룰렛
은희경 지음 / 창비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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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당 신청해놓고 유령당원처럼 지내오다가 은희경 작가의 신간 소식에 단편하게 책읽는 당 신청!!

손바닥 크기의 노트책에 당황스러웠지만, 출퇴근 시간 짬짬이 읽을 수 있었다.

사실, 은희경 작가의 소년을 위로해 줘 이후 처음 인 것 같다. 물론, 단편집을 구입하였으나 아직 완독을 못했으니..

암튼, 랜덤으로 온 단편 중 내 손에 온 것은 '대용품'

 

 

넌 어때? 뭐가? 삼십대. 그녀는 J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어릴 때는 삼십대면 굉장히 늙은 줄 알았어. 이렇게 모르는 게 많고 가진 게 없을 줄은 몰랐지.

내 인생인데 내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어.

 

 

딸에게 아이큐를 속인 어머니, 아이큐가 들킬까봐 불안했던 그녀. 그리고 나이를 속인 J.

나이를 먹어 자신의 삶을 온전하게 이끌어갈 수있을 거라 믿었던 삼십대지만,

과거의 나비효과처럼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삶의 연속이다. 

 

 

잘못 어른이 돼버린 사람에게도 아주 가끔 어린 시절의 짧은 꿈과 해후하는 순간이 있을 것이라고.

그것은 생의 찬란한 진품을 되찾는 순간이며, 그때 밤하늘에 폭죽이 터지고

불꽃의 그림자가 강물에 어리면서 진짜 축제가 시작되는 거라고.

 

 

욕망과 거짓을 잘 다루게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 어린 J에게 거짓의 동심원이 만들어내는 자신을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강건너 불구경하듯 자신의 축제에 초대받지 못하는, 오래된 대용품인 자신.

자신은 어른이기 때문이라는 J의 말이 쓸쓸함을 넘어 서늘하기까지 했다.

자신과 다르게 낡은 신을 버리지 못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더 대비되었을 어른의 모습!

 

 

 

신 발

                                                           - 서정주

 

나보고 명절날 신으라고 아버지가 사다 주신 내 신발을 나는 먼 바다로 흘러내리는

개울물에서 장잔하고 놀다가 그만 떠내려 보내 버리고 말았습니다. 아마 내 이 신발은

벌써 변산 콧등 밑의 개 안을 벗어나서 이 세상의 온갖 바닷가를 내 대신

굽이치며 돌아다니고 있을 것입니다.

  아버지는 이어서 그것 대신의 신발을 또 한 켤레 다다가 신겨 주시긴 했습니다만,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대용품일 뿐, 그 대용품을 신고 명절을 맞이해야 했습니니다.

  그래, 내가 스스로 내 신발을 사 신게 된 되어도 예순이 다 된 지금까지 나는 아직

대용품으로 신발을 사 신는 습관을 고치지 못한 그대로 있습니다.

 

 

제목을 듣고 떠오른 시가 있었는데, 아니나다를까 본문에서도 인용된 시 서정주의 '신발'이다.

버스 사고가 나던 그 순간, 큰 소년의 신발을 신은 작은 소년과, 맨발의 큰 소년에게 신겨졌던 작은 소년의 신발.

아마 그 이후부터 큰 소년의 새 신은 작은 소년에게 신겨졌던 신발의 대용품이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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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이면 '소년들이 온다'를 읽고 난 후였다. 80년 봄과 동호를  아직 가슴에 품은채로 이 책을 읽었다. 그 안에는 또 다른 봄날의 기억과 또다른 동호들이 있었다.

 

2014년 4월 16일. 난 여느 때와 같이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었고, 업무상 항상 켜 두는 네이트온 알림 메시지로 뜬 '속보'로 사고를 처음 알았다. 이내 전원구조, 그리고 번복된 오보 발표. 그제서야 잠시 일을 뒤로 미뤄두고서 인터넷뉴스를 켰다. 망망대해에 상어처럼 꼬리만 남겨둔 사진이었다. 저 상어가 아이들을 집어 삼켰구나. 그렇게 상어한 마리가 바닷 속으로 잠수하는 모습을 맥없이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 안에 많은 아이들이, 사람들이 있을텐데 말이다.

 

그 날부터 뉴스를 보기도, 인터넷 영상을 클릭하기도 어려웠지만, 한편으로는 왜 저 배가 가라앉았는지, 왜 구조가 안된건지, 어이없는 의문의 해답을 찾고자 작은 기사, 짧은 영상 하나 놓치지 않으려했다. 그리고 실종자에서 희생자로 숫자가 넘어가는 뉴스를 보았다.

 

금요일은 수학여행에서 돌오는 날. 제주도에서 보낸 이야기 보따리로 가족들과 즐거운 주말을 보냈을 것이다. 그러나 시가족들은 그 날로부터 시간이 멈춘 채 아이들을 가슴에 품어야만 했다. 단편적인 뉴스와 영상 뒤의 사연과 고통이 작가기록단이 한 글자 한글자 꾹꾹 눌러담은 것 같았다. 그래서 읽어내기가 힘들었다. 아이들이 알고 지낸 동생같았고, 부모님들이 문 열고 나가 마주치는 이웃 같았다.

 

속에서 울화가 치밀고 미치겠더구만. 저놈의 새끼들이 나가라고 했으면 다 살고 지금도 막 웃으면서 대화했을 텐데 그렇게 없어졌다고 생각하니까. 지금도 집에 가있으면 10시 반이 되면 꼭 문 열고 들어올 것만 같애. '아빠 다녀왔습니다' 이렇게. 그 시간되면 쳐다봐. 우리 집안에 아주 고명딸인데.

 - 유미지 아버지 유해종 씨 이야기 중에서

 

수중수색은 종료되었고, 인양만이 남았다. 설마했던 일은 언제나 일어나는 것처럼, 인양하지 말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세월호가 침묵속에 가라앉은 날로부터 1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도 사람들은 그만하라고, 오히려 유가족들을 향해 날을 세우기도 한다. 살아가야 하는 날을 정말 살아내기 위해서는 무엇이 먼저일까. 정말 인간적으로 이럴 수 있을까.

 

누구는 진실을 밝히는 게 뭐 중요하냐. 앞으로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지라고 하는데. 썩은 데가 있으면 그곳을 파내고 새 살이 돋아나게 해야하는데 그냥 두고 새 살이 돋길 바라는 것은 말도 안 돼요.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못하고 의문만 남기는 법이라면 제2,제3의 세월호 참사가 나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어요. 그때 가서 누구를 원망하고 누구를 탓하겠냐고. 

-임세희 학생 아버지 임종호 씨 이야기 중에서

하필이면 '세월호'다. 세월은 야속하게 흘러갈 것이다. 흘러가는 '세월'이라는 말에는 바다에 가라앉은 아이들이 생각날 것이다. 그리고 잊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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