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이면 '소년들이 온다'를 읽고 난 후였다. 80년 봄과 동호를  아직 가슴에 품은채로 이 책을 읽었다. 그 안에는 또 다른 봄날의 기억과 또다른 동호들이 있었다.

 

2014년 4월 16일. 난 여느 때와 같이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었고, 업무상 항상 켜 두는 네이트온 알림 메시지로 뜬 '속보'로 사고를 처음 알았다. 이내 전원구조, 그리고 번복된 오보 발표. 그제서야 잠시 일을 뒤로 미뤄두고서 인터넷뉴스를 켰다. 망망대해에 상어처럼 꼬리만 남겨둔 사진이었다. 저 상어가 아이들을 집어 삼켰구나. 그렇게 상어한 마리가 바닷 속으로 잠수하는 모습을 맥없이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 안에 많은 아이들이, 사람들이 있을텐데 말이다.

 

그 날부터 뉴스를 보기도, 인터넷 영상을 클릭하기도 어려웠지만, 한편으로는 왜 저 배가 가라앉았는지, 왜 구조가 안된건지, 어이없는 의문의 해답을 찾고자 작은 기사, 짧은 영상 하나 놓치지 않으려했다. 그리고 실종자에서 희생자로 숫자가 넘어가는 뉴스를 보았다.

 

금요일은 수학여행에서 돌오는 날. 제주도에서 보낸 이야기 보따리로 가족들과 즐거운 주말을 보냈을 것이다. 그러나 시가족들은 그 날로부터 시간이 멈춘 채 아이들을 가슴에 품어야만 했다. 단편적인 뉴스와 영상 뒤의 사연과 고통이 작가기록단이 한 글자 한글자 꾹꾹 눌러담은 것 같았다. 그래서 읽어내기가 힘들었다. 아이들이 알고 지낸 동생같았고, 부모님들이 문 열고 나가 마주치는 이웃 같았다.

 

속에서 울화가 치밀고 미치겠더구만. 저놈의 새끼들이 나가라고 했으면 다 살고 지금도 막 웃으면서 대화했을 텐데 그렇게 없어졌다고 생각하니까. 지금도 집에 가있으면 10시 반이 되면 꼭 문 열고 들어올 것만 같애. '아빠 다녀왔습니다' 이렇게. 그 시간되면 쳐다봐. 우리 집안에 아주 고명딸인데.

 - 유미지 아버지 유해종 씨 이야기 중에서

 

수중수색은 종료되었고, 인양만이 남았다. 설마했던 일은 언제나 일어나는 것처럼, 인양하지 말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세월호가 침묵속에 가라앉은 날로부터 1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도 사람들은 그만하라고, 오히려 유가족들을 향해 날을 세우기도 한다. 살아가야 하는 날을 정말 살아내기 위해서는 무엇이 먼저일까. 정말 인간적으로 이럴 수 있을까.

 

누구는 진실을 밝히는 게 뭐 중요하냐. 앞으로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지라고 하는데. 썩은 데가 있으면 그곳을 파내고 새 살이 돋아나게 해야하는데 그냥 두고 새 살이 돋길 바라는 것은 말도 안 돼요.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못하고 의문만 남기는 법이라면 제2,제3의 세월호 참사가 나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어요. 그때 가서 누구를 원망하고 누구를 탓하겠냐고. 

-임세희 학생 아버지 임종호 씨 이야기 중에서

하필이면 '세월호'다. 세월은 야속하게 흘러갈 것이다. 흘러가는 '세월'이라는 말에는 바다에 가라앉은 아이들이 생각날 것이다. 그리고 잊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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