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서평을 써주세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이인웅 옮김 / 두레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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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왠지 이 감동을 주체할 수 없다.

 

  사실 고전을 우습게 본 것도 없지않아 있었다. 옛 배경에 유치한 이야기에 감동받고 토론하고 게다가 스스로 자책은 물론이거니와 종교와 신앙에 관한 믿음을 이야기하는 부분은 가증스럽달까... 아주 예전에 읽었던 < 신곡 > 읽고나서 그런 느낌이 더 했었다. 그 뒤로는 그다지 읽지 않게 되었는데...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같은 경우에는 학생 때 한 번 읽고 다시 읽게 된 책이다. 대한민국 학생이라면 늘 그렇듯이 학교 숙제로 읽었다. 수학여행 날 부랴부랴 교무실가서 제출했던 것도 기억난다. 불리나케 읽었던 이 책은 나에게 크게 다가오지 않았다. 마지못해 읽은 것도 한 몫하겠지만, 베르테르의 연약하기만 했던 그 마음도 썩 와닿지 않았었다.(그렇다면 보편적으로 제일 예민한 시기여야할 나의 사춘기는 언제적인지-_-;;)

  그러고보니 같은 때 읽은 '호밀밭의 파수꾼' 역시 그렇구나.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홀든을 이해하지 못하고, 왜 저럴까 생각하고 있는 중이다.

 

 

  어렸을 때는 왜 이런 감동을.. 슬픔을.. 열정을 몰랐을까.

 

  좋은 기회에 읽을 수 있게 된 <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은 읽는 동안 행복했고, 감동적이었고, 가슴 저미게 슬펐다.

 

  나와 베르테르가 살고 있는 시대는 멀고 멀지마는 같은 공감대를 가지고 있었다. 그가 하고 싶은 일, 생각, 직업, 해야할 일, 책임, 시대상황, 불합리한 대우, 차별에 대해 그가 느낀 모멸감등 어느 것 하나 그냥 놓칠 것이 없었다.

  건방지게나마 그와 비슷한(혹은 같은) 상황에서 방황하며 나의 열정을 쏟을 곳을 찾아 헤매고 있는 이 못난 모습이 투영되 더 다가왔다.

 

  불같이 사랑하던 베르테르. 그리고 그 사람을 기꺼이 받아들이던 로테.

  한편으로는 오히려 로테가 더 뻔뻔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도 했었다. 로테의 마수에 베르테르가 걸린 건 아닐까? 어쨌든 자신에게는 자신만을 사랑할 알베르트가 있었고 자신만의 책임과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생각이 오래 가지 못한 이유는 둘의 사랑, 혹은 그 셋의 사랑이 순수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서로에게 성실했다.

 

  아슬아슬한 이들의 사랑을 더 크게 감싸주던 '자연'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계절마다 아름답게 펼쳐지던 그 모습은 자연스럽게 눈앞에 펼쳐진다. 언제나 베르테르에게 힘과 용기를 주며 인내와 믿음을 심어주던, 베르테르가 사랑하던 그 자연은  베르테르가 스러져야 할 때를 알려 주는 듯 하다.

 

  그러고보면 '자연'만큼이나 베르테르에게 힘을 준 친구 빌헬름.

  책은 베르테르가 빌헬름에게 쓴 편지로 이루어져 있다.

  그에게 모든 것을 온전히 보여줄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 그와 함께 인생을, 삶과 죽음을, 사회를, 사랑을 함께 나누고 공유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그 것.

  이성적인 모습으로 자신에게 힘을 주던 그 얼굴없는 친구가 부럽다.

  짧지마는 나에게도 인생을, 미래를, 삶과 죽음을 함께 나눌 사람들이 있지 않았던가.

 

  '베르테르 효과'로 더욱 크게 알려진 죽음(자살)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 볼 만 하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난 끝내 자살해 버린 베르테르를 비겁하다고 생각했던 사람 중 하나였다. 그의 연약한 모습이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녀가 아니라도 그의 마음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여자는 있었을 것이다. 더 많은 인간관계를 통해서 해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끝내 그러지 못했다.

  스스로를 없애 관계를 바로 잡겠다던 그는 끝내 자살이라는 방법을 선택했다.

  이 책이 자살을 '하라'고 만들어진 책은 아닐터인데, 당시 많은 사람들이 베르테르처럼 같은 색의 연미복을 입고 같은 방법으로 권총으로 자살을 '했다'.

  이런식으로 나타난데에는 좀 더 본질적인 뭔가가 있었을 것이다. 난... 자살을 절대 반대한다. 하지만 내가 인간으로써 인간답게 죽어갈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도 생각한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이런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잘 정리하여 나에게 제시한 책이다.

 

  하지만, 하지만 정말 연약한 사람이 아닌가.

  로테를 위해 죽는다며, 죽는 그 순간까지 그녀와 함께 하고 싶다고...

  베르테르는 그녀의 손길이 닿은 옷을 입고, 그녀가 선물했던 분홍 리본을 가지고, 그녀가 건네줬다는 권총을 가지고- 그녀와 함께 하는 마음으로 그렇게 세상에 이별을 고한다.

 

  책을 다 읽고나면 정말로 '울컥'한다. 난 잘 감동하고 잘 울지만... 이런 옛감성이 날 건들일 줄은 몰랐다.

  그래서 더 안타깝고 슬펐다. 슬프고 또 안타까웠다.

 

  가슴 아프게, 생각을 하면 할 수록 더더욱... 그래서 정말 오래도록 기억에 남고 애장할 수 있는 글이다.

  두고두고 읽어보며 기뻐하고 슬퍼하며 함께 할 수 있는 책이 될 것 같다.

 

  서평을 하다보니 글이 왔다갔다 엉망이다.

  국어공부하듯 소재에 뜻을 부여하여 잘 짜여진 서평과 다르게 그냥 마음대로 쓰고 싶었다.

  각 페이지를 읽을 때마다 느꼈던 마음을 정리하여 적어본다.

 

 

  서평을 쓰고, 마치는 이 순간도 이 먹먹한 마음이 가시지 않는다. 


 

 

  ①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 고증된 그림과 사진, 입에 착착 붙는 번역.  

  ②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  ( p. 193 ) 11월 22일
  나는 "그녀를 제게 맡겨 주십시오!"라고 기도할 수가 없는 몸이네. 그런데도 종종 그녀가 내 아내 같은 생각이 든다네. "그녀를 제게 주십시오!" 이렇게 기도할 수도 없지. 그녀는 다른 남자의 사람이니까. 난 자신의 고통을 희롱하고 있는 거야. 이렇게라도 하지 않는다면, 그 반대의 푸념이 한없이 생겨날 테니까.    
                          ( p. 275 ) 총알은 재여 있습니다. - 열두 시 종소리가 울립니다! 그럼! - 로테! 로테여, 안녕! 안녕!  

  ③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나처럼 멋모르고 읽고 그저그런 책으로 평가하는 20대 대학생들에게.
                                              -제대로 읽어보면 정말.. 이 책 장난 아니다.  

  ④ 한핏줄 도서 & 동종 분야 강력 추천도서 : 개인적으로 이번 기회에 '괴테'의 책, 모두를 차근차근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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