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구 아저씨가 잃어버렸던 돈지갑 권정생 문학 그림책 6
권정생 지음, 정순희 그림 / 창비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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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읽었던 전래그림책에는 유독 자주 등장하는 인물이 있어요. 조금은 어리숙한 사람을 곧잘 도와주는, 사람은 아닌데 사람같은, 사람같지만 결코 사람은 아닌 바로 도깨비에요. 개암 깨무는 소리에 놀라 도깨비옷을 두고 도망간 도깨비, 빌려간 돈 갚겠다고 매일 밤 돈다발을 두고 가는 기억력 상실의 도깨비, 꼬리 잘린 자신을 도와준 돌쇠가 고마워 황소 뱃속에 들어간 도깨비까지, 우리 이야기 속에서 도깨비는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자 소재이지요. 그럼 오늘 만나게 될 도깨비는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왔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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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수한 시골 향내가 절로 퍼져오는 표지의 만구 아저씨가 잃어버렸던 돈지갑은 권정생 선생님이 1988년에 처음 출간된 『바닷가 아이들』에 수록되어 있는 동명의 단편동화를 새롭게 해석한 책으로, '내 짝꿍 최영대'를 그린 정순희 그림 작가님의 그림과 함께 세상에 나온 그림책이에요.

푸근한 만구 아저씨와 아저씨 손에 들린 끈으로 연결된 송아지 한 마리, 그 곁을 맴도는 고양이와 강아지 그리고 그 모습을 나무 기둥 뒤에서 지켜보고 있는 밤톨머리를 하고 있는, 바로 안동의 도깨비 톳제비가 우리의 눈을 편안하고도 궁금증을 자아내는, 역할을 톡톡히 해 주며 이야기는 시작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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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구 아저씨는 신바람나는 발걸음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에요. 아주머니의 꽃바지가 든 부대를 어깨에 걸치고, 잠바 주머니엔 두둑하게 몫을 받은 묵직한 돈다발이 든 지갑까지, 아저씨는 콧노래가 절로 아는 그런 날이었지요. 산 속 나무 기둥 한 켠에 구덩이를 파고 큰 볼일까지 시원하고 보고 나니, 발걸음은 더 가벼워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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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가 사온 꽃바지에 아주머니의 얼굴을 함박꽃처럼 환하게 피었어요. 그런데 아저씨는 부대에도 잠바 주머니에도 바지 주머니에도 없는 돈지갑에 당황스럽기 그지 없어요. 분명 잠바주머니에 넣었는데 말이에요. 아무리찾아도 없어요. 그 돈은 꼭 필요한 곳이 있는데 말이에요. 이를 어쩌면 좋아요? 날이 밝을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별일은 없겠지요.

윗목에 물린 저녁상과 부대속에 꽁꽁 감춰져 있던 시장에서 사온 물건들이 방 한가운데 풀어져있어요. 아저씨가 사온 꽃바지를 몸에 대보며 웃음짓는 아주머니와 부대 속에 손을 집어 넣으며 놀람과 당황스러움이 얼굴 가득 번진 아저씨, 서로 상반된 두 사람의 표정이 보는 재미를 더해주어요. 시골 방 안 풍경을 보여주는 그림이 평온함과 정겨움을 더해 아저씨와 아주머니의 표정이 더욱 실감나게 느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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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았어요. 아저씨의 손에 돈지갑이 들려있고, 덩달아 아주머니의 입가에도 함박웃음이 달려있지요. 지갑 속에 든 돈도 그대로, 아저씨이 발걸음도 가볍게 만들어주어요. 밤새도록 그 자리를 지켜준 돈지갑, 돈지갑이 아저씨에게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그 속에 감춰진 비밀이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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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가 집으로 돌아간 그 날 밤, 숲을 찾아온 손님이 있어요. 마치 시골 마당을 쓸어내는 빗자루를 연상케하는 머리칼을 끈으로 질끈 묶은 헤어 스타일과 펑퍼짐한 한복을 입은 도깨비 바로 안동이 '톳제비'가 바로 그 손님이지요. 아저씨가 잃어버린 돈지갑을 발견한 톳제비 가족, 돈지갑을 활짝 열어 속을 들여다봐요. 종이 뭉치, 톳제비들은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을까요? 도깨비라면 알 것 같기도 하고, 도깨비라서 모를 것 같기도 하고.

권정생 그림책에는 다정함이 묻어있어요. 잔잔한 이야기가 우리에게 왔을 때는 살포시 미소지어지고,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지는 조바심을 내게 하지요. 내 입에서 다른 이의 귀로,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이야기의 힘, 그것이 바로 권정생 그림책의 힘이며, 내가 그림책을 여전히 읽고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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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산자 개념완성 중학 수학 2-2 (2019년) - 2015 개정 교육과정 중등 풍산자 수학 (2019년)
풍산자수학연구소 지음 / 지학사(참고서)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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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경기도는 자유학년제 도입으로 중학교 1학년은 지필평가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1년 동안 수행평가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면, 2학년은 교과 과목에 대한 평가가 수행과 지필이 함께 이루어지기 때문에 공부 습관을 잡기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아이가 학습하는 문제집을 선택하는 것부터가 난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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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년 1학기 시험을 치르고 난 후, 아이의 학습 전반을 살펴보면서 기초가 탄탄한 과목과 평상시에도 고민을 했던 과목의 학습이 원만하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너무나 당연한 소리이지만, 기초가 잡힌 과목은 유형이나 응용 앞에서 잠시 주춤하다가도 과감하게 풀어내는 모습을 보이지만, 이론적으로 설명이 이루어지지 않았거나 본인 스스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무조건적인 암기를 하지 않는 성향이라는 것을 다시금 확인하는 시간이 되었

 

2학기를 앞둔 아이는, 도형이 드디어 나왔다고 무척 반가워했다. 반면 나는 학창시절에 도형이 가장 어려웠던 부분인데다, 도형은 한번 무너지면 겉잡을 수 없는 부분이라 개념을 제대로 익히게 해 주고 싶었다. 그래서 출판사 교재 담당분과 직접 통화하면서 우리 아이의 수준에서 한번쯤은 짚고 넘어가는 것이 좋은 학습지를 추천받아 선택한 문제집이 바로 『풍산자 개념완성 중학수학 2-2』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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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산자 개념완성 중학수학』 은, 개념북 · 워크북 · 오답노트· 정답과 해설 네 권이 하나의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개념을 완벽하게 익혀야 실전에 강해진다는 목표를 둔 개념북으로,

체계적이고 반드시 익혀야 하는 핵심문제로 확실하게 개념을 잡아주고 있다.

개념북으로 개념을 학습한 후,

워크북으로 다시 한번 개념을 완성하며 학습자의 것으로 만든다.      

또한 틀린 문제를 스스로 오답노트에 기술하면서 재확인하고

다시 풀어내는 반복되는 활동을 통해

자신의 실력과 자신의 실수를 스스로 확인하도록 한다.

실수는 잡고, 개념은 확실하게 챙기는 『풍산자 개념완성 중학수학』 매력 만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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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산자 개념완성 중학수학』 개념북은,

            개념 설명으로, 주제별 핵심 개념을 정리하고      
      개념에 따른 예제 문제와 확인문제로 실전을 준비한다.      
      간단한 예제와 확인문제로 워밍업이 되었다면,      
      개념 체크로 개념 확인 및 적용 문제로 몸풀기를 하고,      
      유형 체크로 주제벽 핵심 대표 유영문제와 닮은 꼴 문제로
      본격적인 문제 풀이 과정을 거친다.
      한 단원의 마무리는,
      단원마무리와 서술형 꽉 잡기로
      주제별 핵심 개념뿐만 아니라 다양한 유형의 문제까지 다뤄보는      
      단계별 학습으로 실전에 강한 학습자로 성장시키는데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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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산자 개념완성 중학수학』 워크북은,

      개념북과 소단원별 핵심 유형 문제로   
   개념은 반복하고, 다양한 유형 문제에 익숙해지는 과정을 통해   
   마무리 문제와 서술형 평가 문제까지   
   자신있게 스스로 해결해나갈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어   
   확실한 개념과 반복 학습으로 학업 성취도를 향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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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산자 개념완성 중학수학』 오답노트는,   

   오답노트를 써야 하는 이유와 오답노트를 쓰는 방법을 안내하여   
   학습자에게 좋은 습관 만들기를 유도하고 있다.
   학습 문제집을 풀고, 채점을 하는 것으로 끝이 아니라   
   내가 어떤 문제에 강하고 약한지,
   어느 부분에서 실수가 잦은지,   
   정확히 알고 있는 문제와 답 끼워넣기로 맞춘 문제인지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   
   실력이 향상됨을 스스로 깨우치게 하는데   
   오답노트는, 수학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복습의 단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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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산자 개념완성 중학수학』 정답과 해설은,
   자세한 풀이 과정과 개념 설명을 함께 하고 있어
      학습자뿐만 아니라, 엄마표 학습을 하는 부모에게도
      큰 도움을 준다.
 
학습자에게는 풀어낸 과정이 옳은지 확인할 수 있으며,
    글로 된 설명만으로 이해가 부족하다 느낄 때
부모과 해설집의 도움으로 2차 설명을 해 줄 수 있어
자세한 설명과 안내는 정말 필요하고 중요하다.
      그걸 『풍산자 개념완성 중학수학』 정답과 해설이 해 주고 있어 참 좋다.
 
      『풍산자 개념완성 중학수학 2-2』는      
      중학교 2학년 중학 수학 개념을 확실하게 잡고      
      워크북으로 다시 한 번 개념 다지기를 하며
      오답노트 쓰기 습관으로 실수를 잡아가는 과정으로      
      개념을 완벽하게 완성하고
      다양한 유형의 문제 앞에서 당당할 수 있는 실력으로
      키워나가는데 도움을 주는 교재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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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버트, 쉿!
이자벨 아르스노 지음, 이상희 옮김 / 미세기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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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을 괴고 석양을 바라보는 한 소년의 모습이 보는 이의 마음을 평온하게 해 준다. 멀리 보이는 하늘과 저물어가는 태양의 모습이 하루를 정리하는 우리에게 여유와 평온함을 안겨주기에 『앨버트, 쉿!』이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무엇일까 하는 궁금함으로 책장을 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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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집에서 들리는 다양한 소리에 더이상 참을 수 없어 집 밖으로 나오는 것을 선택한다. 옆구리에 책 한권을 끼고 나온 소년 앨버트는 석양이 지는 바다를 마주한 채 여유를 즐기기 시작한다. 앨버트가 바라본 하늘은, 앨버트가 그동안 바라봐 온 액자 속의 모습이다. 마치 앨버트가 액자 속의 모습을 상상하며, 자신의 눈 앞에 펼쳐진 모습들이 여유를 즐기기에 딱 좋은 풍경을 펼쳐보이는 듯 하다.


앨버트는 책을 펼치기도 전에 하나 둘 그의 주위에 친구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함께 놀자고 찾아온 친구부터 아기와 산책하는 이웃아주머니까지. 그의 앞에는 이웃들이 내는 다양한 소리로 가득하고, 앨버트가 간절히 원했던 책읽기와 여유는 위기에 처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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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버트의 선택은 아주 단호하다. "탁~" 소리와 함께 마음 깊숙이 담고 있던 간절함이 화로 변하여 내뿜고 만다. 앨버트의 화는 이웃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게 될까? 앨버트의 큰소리에 함께 놀자고 찾아온 친구들의 기분은 어떨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상대가 나의 감정을 어떻게 받아주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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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버트의 이웃들은, 앨버트가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준다. 그가 지금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자신들의 행동이 그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되었는지 탐색하게 된다. 그것은 곧 서로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게 되고, 앨버트이 곁으로 다시 모이게 한다.

 

엘버트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순간 당황스럽다. 모두가 함께 하는 공간에 자신이 불편하다고 해서 자신을 위해 모두가 변하기를 바라는 개인적인 선택에 미안함이 든다. 사과를 하긴 하지만, 그들의 변화되는 행동에 잠깐 멈칫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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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을 바라보는 이웃들과 앨버트. 그들이 함께 보는 석양은 단순히 지는 태양이 아니라 함께 하는 이들과 함께 나누는 마음이고 정이다. 서로의 마음이 하나로 모여 바라보는 석양은 그들이 가슴에 오래도록 남을 뿐 아니라, 상대의 감정을 살펴보는 공감 또한 성장해가는 시간이 될 것이다.

 

『앨버트, 쉿!』은 그림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고 따스한 그림책이다. 앨버트가 상상하는 세상이 열리고, 그 공간 속에 함께 하는 이들의 모습과 앨버트와 함께 하기 위해 책을 들고 오는 모습에서 다정함이 느껴진다. 다함께 모여 석양을 바라보는 그들의 모습이 그림책이 주는 행복함과 충만함이 느껴져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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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피 - 1996 보스턴 글로브 혼북 대상 수상작 상상놀이터 8
애비 지음, 원유미 그림, 전하림 옮김 / 보물창고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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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파피에게 아주 행복할 수 있었던 날이었다. 대범하고 호기심많은 황금 생쥐 래그위드에게 청혼을 받아 가장 행복한 생쥐로 기억될 수 있었다. 하지만 아버지의 경고도 수리부엉이 '미스터 오칵스'의 허락을 받은 것도 진정한 삶을 누리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래그위드는, 미스터 오칵스에게 잡혀 먹이가 되어 파피의 곁을 떠나고 말았다. 파피에게 닥친 비극은, 슬픔으로만 끝나지 않을 거라는 것을 모른채 집으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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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피의 아빠 렁워트는 많은 가족들을 책임지는 가장으로 결단을 내려야 할 때이다. 점점 불어나는 가족들에게 닥친 식량 부족 사태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새로운 보금자리로 이사를 강행해야 한다. 새로운 터전으로 지목한 곳은 미스터 오칵스가 사는 딤우드 숲을 지나 있는, 넓은 옥수수밭을 곁에 두고 있는 뉴하우스이다.

렁워트는 고슴도치로부터 생쥐 가족을 보호해주는 미스터 오칵스에게 이사를 허락해 달라는 간절함을 담은 연설문을 들고 파피를 앞세워 그의 둥지를 찾는다. 미스터 오칵스는 먹이감사냥에서 두 번이나 놓쳐버린 파피를 본 순간, 렁워트의 간절한 제안은 들어줄 수 없다고 한다. 많은 가족을 이끌어가야 하는 렁워트는 앞날이 걱정되어 병이 나고, 파피는 래그위드를 말리지 못하고 마을을 벗어난 실수가 가족 모두를 궁지로 몰았다는 생각이 괴롭힌다.

 

그보다 더 힘든 것은 파피 자신의 마음속에서 속삭이는 소리였다. 그 소리는 정말로 자신과 래그위드가 저지른 일 때문에 다른 쥐들이 안전한 곳으로 이사를 못 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자신이 희생을 택하는 것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고 속삭이고 있었다.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또르르 흘러내려 수염을 타고 배개 위로 뚝 떨어졌다.

 89쪽

 

파피의 모험은 시작된다. 미스터 오칵스의 눈을 피해서 뉴하우스까지 가보는 것, 그 곳에 있는 무엇이 생쥐들의 이사를 막는 중대한 이유가 되는지 파피는 알아보기로 한다. 강을 건너야 하고, 숲을 지나야 하는 길고 긴 여정을 파피는 시작한다. 자신이 만들어낸 비극이 가족 모두에게 비극으로 끝나는 것을 원치 않은 그녀의 도전은 용기이고 희생이다.

미스터 오칵스는 머리가 아프다. 뉴 하우스에서 목격한 것과 뉴 하우스로 이사를 가겠다고 요청하는 생쥐 가족 때문이다. 곁에 두고 언제든지 먹이감으로 이용할 수 있는 생쥐들의 이사와 새로운 누군가의 등장은 평화롭던 미스터 오칵스의 생활을 뒤흔들어놓기 시작한다. 또한 자신의 심기를 자꾸만 건들어오는 작은 생쥐 파피의 등장은 더욱 그의 신경을 곤두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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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피의 모험길에 빛이 되어준 고슴도치 에레스의 등장은 이야기에 새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직선적이고 우락부락한 아저씨들이나 할 법한 말투의 소유자 에레스는, 그 동안 생쥐 가족들이 가지고 있던 가장 큰 비밀을 한번에 뒤집어주는 명쾌한 답변과 함께 미스터 오칵스를 한방에 제압하는 통쾌함을 보여주는, 자신과의 외로운 싸움 중인 파피에게 힘을 실어주기에 충분하다.

 

"잘 들어, 오칵스. 자네와 마찬가지로 이 생쥐에게도 어디를 가서 무슨 일을 하든지,

자기 원하는 대로 행동할 권리가 있다네. 자네가 이래라저래라 하지 말게!"

 152쪽

작은 영웅 파피, 로맨스틱한 상황에서 시작된 파피의 시간이 가족들의 앞날을 걱정하고 자신의 희생만이 필요한 절박한 시간으로, 천적인 고슴도치와 숲의 지배자 미스터 오킥스의 눈을 피해 뉴 하우스까지 가야 하는 숨막히는 모험의 시간을 혼자서 견뎌야 한다. 외로움 또한 파피가 이겨내야 하는 디딤돌임에 틀림없다.

표지에 그려진 생쥐 한 마리, 왼쪽 귀에 매달린 귀걸이와 두 손으로 힘껏 잡고 있는 고슴도치 가시까지, 달빛이 고운 하늘 아래 마치 꼬마 전사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책 『파피』 서로가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희생도 용기도 도전도 필요하다. 그것이 누군가를 위한 것일 수도 있지만, 내 마음의 짐을 덜어내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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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라의 전쟁
캐시 케이서 지음, 황인호 그림, 김시경 옮김 / 스푼북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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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우리는 제 2차 세계 대전으로 나치가 유대인들을 탄압하고, 그로 인해 고통받은 유대인들의 삶은 다양한 매체로 전달되었다. 그리고 '안네'라는 소녀가 아빠의 사무실 뒤 은신처에서 숨어 지내며 쓴 '안네의 일기'를 통해 숨죽이며 살아가는 두려움과 감시를 엿볼 수 있다.  또한 오늘 읽은『클라라의 전쟁』에서는, 작가 캐시 케이서가 부모님이 겪었던 일들을 바탕으로 쓴 이야기로 유대인들이 감시받고 자유를 빼앗긴 시간 속에서 서로를 보듬어안는 끈끈한 정과 자신들의 문화를 통해 고통을 이겨내는 지혜를 배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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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캐시 케이서'는 나치가 유대인을 학살한 행위 곧 홀로 코스트의 생존자였던 부모의 이야기를 클라라 가족을 통해 독자에게 전달하고 있으며, 유대인의 삶을 가까이에서 보게 되는, 매우 현실적으로 상황을 표현하고자 애씀이 느껴진다.

나치가 프라하를 점령한 뒤, 유대인들의 삶은 그 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유대인 금지'라는 표식이 여기저기 붙여진 것들이 보이고, 거리엔 유대인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이며, 공립학교는 다닐 수 없으며, 가슴엔 유대인을 알리는 표식을 달아야만 했다. 클라라 가족에게도 드디어 통지서가 전달되었다. 유대인을 감시하고 자유를 억압하기 위해 하루가 멀다하고 생겨나는, 새로운 규정 중 하나인 통지서를 받게 된 것이다.

  

1939년 3월 15일, 클라라의 가족은 집을 떠나 나치가 '게토'라고 부르는 유대인 수용시설이 있는 테레진으로 가야 한다. 가족의 추억이 어린 집을 떠나야 한다는, 집의 무게도 정해져 있기에 살기 위한 것외에는 아무것도 가져갈 수 없다는 것이 떠나는 그들을 더욱 슬프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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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라 가족이 도착한 '게토'는 유대인 수용시설이다. 엄마 아빠 그리고 동생 베드로까지 서로 다른 막사로 배치되고, 의사인 아빠는 진료실, 엄마는 급식실로 배정받아 다른 부모들보다는 조금 나은 환경에에서 지내게 되었다. 클라라와 베드로는 먼저 '게토'에 온 야곱의 도움으로 조금씩 적응해가고 있으며, 클라라는 같은 학교 친구인 한나와 같은 방에 배정받아 서로 의지하며 지내게 된다.

강제 수용소 '게토'는 말 그대로 나치의 감시가 존재하는 곳으로 자유가 박탈당하고, 의식주가 매우 결핍되어 있으며, 비위생적인 환경과 질병 그리고 이동열차에 탑승한다는 죽음에 대한 공포가 존재하는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곳은 유대인들의 문화생활까지 막지는 않는, 숨 쉴 틈을 조금은 내어주는 곳이기에 많은 수용자들은 서로를 응원하고 보듬어주는 감정은 살아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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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 위태로운 상황 한가운데에서도 믿을 수 없는 일들은 일어났다. 테레진의 수용자들 가운데 재능 있는 음악가와 화가, 그 밖의 다른 분야에 실력을 갖춘 사람들이 모여 음악과 미술, 연극 등 다양한 문화 공연을 연 것이다. 나치는 이러한 문화 행사가 열리는 걸 허용했ˊ데, 이는 유대인이들이 자신에게 닥친 운명에 집중하지 못하게 만드는 방법들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용자들은 문화활동을 하면서 생존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었다.   7쪽

'게토'에서의 다양한 수업은 클라라를 비롯한 많은 아이들에게 어둠 속에 찾아드는 빛과 같았다. 수업에 집중하는 그 동안은 어두운 막사도 배고픔도 덥고 습한 날씨도 잠시 잊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클라라와 많은 아이들이 준비한 공연 <브룬디바르>은 모두가 바라는 자유를 누리는 순간이기도 했다.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하는 많은 유대인들은 원인 모를 병에 시달리고, 병명은 알지만 의료기구들이 제대로 갖춰있지 못한 상황이라,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하기도 한다.  중이염으로 고생하던 엄마는 아빠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하지만, 체구가 작아 늘 걱정이던 베드로는 잦은 기침이 깊어지면서 가족의 품을 떠나게 된다.

클라라는 수레가 게토의 문을 지나가는 것을 보면서 이제 베드로도 야곱처럼 저 바깥에 있다고 생각했다. 부디 베드로의 영혼도 야곱처럼 자유로워졌기를 바랐다.    192~193쪽

게토에 있는 이들은 가족이 떠나보내봤고,  옆 침대 친구의 가족이 떠나는 모습을 봐왔기 때문에 상대의 슬픔이 얼마나 깊은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곁을 지나며 어깨 한 번 지그시 눌러주고,  함께 눈물을 흘려주는 것으로 그들은 가족이 되어가고, 더 깊은 위로가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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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의 가족에게 새로운 통지서가 전달된다.  이송열차를 타고 동쪽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통지서. 누구도 생사를 알지 못하는 이송열차, 클라라는  자유를 찾아 탈출을 시도한 야곱과 죽음 앞에 무릎을 꿇은 베드로, 이제는 한나까지 떠나보내야 한다. 클라라는 게토를 떠나는 한나가 더 나은 시간을 보장받을 수도 있을 거라는 막연한 생각을 하면서, 한나를 꼭 끌어안는다. 훗날 꼭 다시 만나기를 소원하면서.

 

『클라라의 전쟁』은 나치군에 의해 모여진 '게토'라는 유대인 수용시설에서의 삶을 보여주고, 그 공간에서 피어내는 우정과 가족 그리고 동지애를 느낄 수 있으며, 유대인의 꿋꿋한 의지와 서로를 향한 애정을 엿볼 수 있었다.

전쟁이란 소재는 어떤 이야기를 담는다해도 읽는 동안 무섭고 소름끼치고 두렵고 겁이 난다. 아이들이『클라라의 전쟁』을 읽으면서 자유는 어떤 의미이고, 전쟁이 주는 고통은 무엇인지를 경험하는 시간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기를 바래본다. 또한 위로라는 것은 먼저 내민 손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느끼게 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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