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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라의 전쟁
캐시 케이서 지음, 황인호 그림, 김시경 옮김 / 스푼북 / 2019년 9월
평점 :
그 동안 우리는 제 2차 세계 대전으로 나치가 유대인들을 탄압하고, 그로 인해 고통받은 유대인들의 삶은 다양한 매체로 전달되었다. 그리고 '안네'라는 소녀가 아빠의 사무실 뒤 은신처에서 숨어 지내며 쓴 '안네의 일기'를 통해 숨죽이며 살아가는 두려움과 감시를 엿볼 수 있다. 또한 오늘 읽은『클라라의 전쟁』에서는, 작가 캐시 케이서가 부모님이 겪었던 일들을 바탕으로 쓴 이야기로 유대인들이 감시받고 자유를 빼앗긴 시간 속에서 서로를 보듬어안는 끈끈한 정과 자신들의 문화를 통해 고통을 이겨내는 지혜를 배울 수 있다.
작가 '캐시 케이서'는 나치가 유대인을 학살한 행위 곧 홀로 코스트의 생존자였던 부모의 이야기를 클라라 가족을 통해 독자에게 전달하고 있으며, 유대인의 삶을 가까이에서 보게 되는, 매우 현실적으로 상황을 표현하고자 애씀이 느껴진다.
나치가 프라하를 점령한 뒤, 유대인들의 삶은 그 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유대인 금지'라는 표식이 여기저기 붙여진 것들이 보이고, 거리엔 유대인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이며, 공립학교는 다닐 수 없으며, 가슴엔 유대인을 알리는 표식을 달아야만 했다. 클라라 가족에게도 드디어 통지서가 전달되었다. 유대인을 감시하고 자유를 억압하기 위해 하루가 멀다하고 생겨나는, 새로운 규정 중 하나인 통지서를 받게 된 것이다.
1939년 3월 15일, 클라라의 가족은 집을 떠나 나치가 '게토'라고 부르는 유대인 수용시설이 있는 테레진으로 가야 한다. 가족의 추억이 어린 집을 떠나야 한다는, 집의 무게도 정해져 있기에 살기 위한 것외에는 아무것도 가져갈 수 없다는 것이 떠나는 그들을 더욱 슬프게 한다.
클라라 가족이 도착한 '게토'는 유대인 수용시설이다. 엄마 아빠 그리고 동생 베드로까지 서로 다른 막사로 배치되고, 의사인 아빠는 진료실, 엄마는 급식실로 배정받아 다른 부모들보다는 조금 나은 환경에에서 지내게 되었다. 클라라와 베드로는 먼저 '게토'에 온 야곱의 도움으로 조금씩 적응해가고 있으며, 클라라는 같은 학교 친구인 한나와 같은 방에 배정받아 서로 의지하며 지내게 된다.
강제 수용소 '게토'는 말 그대로 나치의 감시가 존재하는 곳으로 자유가 박탈당하고, 의식주가 매우 결핍되어 있으며, 비위생적인 환경과 질병 그리고 이동열차에 탑승한다는 죽음에 대한 공포가 존재하는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곳은 유대인들의 문화생활까지 막지는 않는, 숨 쉴 틈을 조금은 내어주는 곳이기에 많은 수용자들은 서로를 응원하고 보듬어주는 감정은 살아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 한가운데에서도 믿을 수 없는 일들은 일어났다. 테레진의 수용자들 가운데 재능 있는 음악가와 화가, 그 밖의 다른 분야에 실력을 갖춘 사람들이 모여 음악과 미술, 연극 등 다양한 문화 공연을 연 것이다. 나치는 이러한 문화 행사가 열리는 걸 허용했ˊ데, 이는 유대인이들이 자신에게 닥친 운명에 집중하지 못하게 만드는 방법들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용자들은 문화활동을 하면서 생존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었다. 7쪽
'게토'에서의 다양한 수업은 클라라를 비롯한 많은 아이들에게 어둠 속에 찾아드는 빛과 같았다. 수업에 집중하는 그 동안은 어두운 막사도 배고픔도 덥고 습한 날씨도 잠시 잊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클라라와 많은 아이들이 준비한 공연 <브룬디바르>은 모두가 바라는 자유를 누리는 순간이기도 했다.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하는 많은 유대인들은 원인 모를 병에 시달리고, 병명은 알지만 의료기구들이 제대로 갖춰있지 못한 상황이라,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하기도 한다. 중이염으로 고생하던 엄마는 아빠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하지만, 체구가 작아 늘 걱정이던 베드로는 잦은 기침이 깊어지면서 가족의 품을 떠나게 된다.
클라라는 수레가 게토의 문을 지나가는 것을 보면서 이제 베드로도 야곱처럼 저 바깥에 있다고 생각했다. 부디 베드로의 영혼도 야곱처럼 자유로워졌기를 바랐다. 192~193쪽
게토에 있는 이들은 가족이 떠나보내봤고, 옆 침대 친구의 가족이 떠나는 모습을 봐왔기 때문에 상대의 슬픔이 얼마나 깊은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곁을 지나며 어깨 한 번 지그시 눌러주고, 함께 눈물을 흘려주는 것으로 그들은 가족이 되어가고, 더 깊은 위로가 되어준다.
한나의 가족에게 새로운 통지서가 전달된다. 이송열차를 타고 동쪽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통지서. 누구도 생사를 알지 못하는 이송열차, 클라라는 자유를 찾아 탈출을 시도한 야곱과 죽음 앞에 무릎을 꿇은 베드로, 이제는 한나까지 떠나보내야 한다. 클라라는 게토를 떠나는 한나가 더 나은 시간을 보장받을 수도 있을 거라는 막연한 생각을 하면서, 한나를 꼭 끌어안는다. 훗날 꼭 다시 만나기를 소원하면서.
『클라라의 전쟁』은 나치군에 의해 모여진 '게토'라는 유대인 수용시설에서의 삶을 보여주고, 그 공간에서 피어내는 우정과 가족 그리고 동지애를 느낄 수 있으며, 유대인의 꿋꿋한 의지와 서로를 향한 애정을 엿볼 수 있었다.
전쟁이란 소재는 어떤 이야기를 담는다해도 읽는 동안 무섭고 소름끼치고 두렵고 겁이 난다. 아이들이『클라라의 전쟁』을 읽으면서 자유는 어떤 의미이고, 전쟁이 주는 고통은 무엇인지를 경험하는 시간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기를 바래본다. 또한 위로라는 것은 먼저 내민 손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느끼게 해 주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