꽝 없는 뽑기 기계 - 2020 비룡소 문학상 대상 수상작 난 책읽기가 좋아
곽유진 지음, 차상미 그림 / 비룡소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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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문구점 앞을 지날 때면 삼삼오오 모여 이마를 맞대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마냥 귀엽고 사랑스럽다. 맞댄 이마가 열리면 그제서야 보이는 뽑기 기계에서 나온 동그란 플라스틱 뽑기 선물, 서로 무엇이 나왔는지 확인하는 그 순간이 그들에겐 가장 짜릿하고 설레는 시간이겠구나 싶다. 내가 원하는 걸 갖기 위해서는 돈과 시간 그리고 기다림과 수긍하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그들은 뽑기 기계를 통해 배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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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수는, 뽑기 기계 앞에서 1등을 간절히 원하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고 잠깐 마음이 흔들리지만 뽑기 기계는 상술이라고, 1등은 한 통에 하나밖에 없다는 말을 듣고 돌아선다. 아빠 바지에서 나온 500원으로 한 번 해 보고 싶지만 용기가 나지 않는다. 정말 꽝!이면 하는 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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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불어오는 바람이 희수의 머리카락을 날리고, 낯선 골목으로 들어선다. '꽝없는뽑기 기계'라는 말에 선듯 500원을 넣고, 누군가 쓰다가 버린 듯한 칫솔 두 개를 받는다. 선물은 고작 '칫솔'이지만 빈 손은 아니기에 조금 위로가 된다.

희수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영준이네 엄마가 라볶이를 해 주었을 때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은데 나오지 않았고, 영준이가 학교에 빨리 오라고, 급식 시간에 너무 심심하다는 말을 할 때도 대답을 하지 못한다. 하고 싶은 말은 분명 있는데 말이 나오지 않는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가 희수와 언니를 보살펴 주러 오시지만, 희수는 여전히 마음이 빈 것만 같다. 곧 유치를 발치하러 치과도 가야 하고 학교도 가야 하는데, 아직 용기가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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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수는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의 보살핌을 받지만, 엄마 아빠의 빈자리가 그립다. 엄마 아빠의 냄새가 나는 것 같고, 함께 했던 시간의 즐거움도 느껴진다. 희수가 기억하는 냄새와 시간이, 희수의 용기까지 빼앗아 간 건 아닐까? 희수는 아직 겁이 난다. 언제까지일지는 희수도 잘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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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수는 처음으로 눈물을 보인다. 그리고 그 동안 내내 하고 싶었던 말을 하고 만다.

"다 나 때문이에요. 잘못했어요."라고.

아빠 엄마를 보내야만 했던, 가슴에 묻어둔 상처를 꺼내지 못했던 희수가 드디어 입을 연다. 내내 꽁꽁 숨겨두고 혼자 가슴앓이 했던, 너무나 갑자기 일어난 사고로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희수였다. 희수는 처음으로 소리내어 울고, 남은 자의 미안함을 표현한다. 그리고 가족들의 사랑으로 다시 일어설 용기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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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의 죽음으로 혼자만의 세상을 살고 있던 희수가 '꽝없는 뽑기 기계'에서 받은 칫솔과 색연필 그리고 책을 통해 세상으로 한 발 나아가는 첫걸음을 떼게 된다. 냄새날 것만 같은 운동화, 그 동안 쓰지 않은 그림일기, 매일 읽던 책까지 희수의 소소한 일상의 소중함을 '꽝없는 뽑기 기계'가 찾아준다.

'꽝없는 뽑기 기계'라는 제목이 주는 벅차오름과 환상이 희수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와 세상을 향한 발걸음에 힘이 되어 주는, 읽으면서 가슴이 먹먹해지는 동화 『꽝없는 뽑기 기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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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잘 가꾸는 법 자신만만 생활책
최미란 지음 / 사계절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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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연상하면서 우리는 붉은색 벽돌을 쌓아올리는 담을 곧잘 그리거나 꾸미기를 한다. 내 몸은 아파트에 살면서도 집은 마당이 있는, 이웃의 정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꿈꾸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사계절 출판사의 "책 읽는 가족"이 되면서 첫번째로 받은 책이 『집, 잘 가꾸는 법』이다. 우리가 매일 먹고 자고 쉬는 공간인 '집'을 이야기 중심에 놓고 어떻게 이야기를 펼칠까 하는 궁금증에 책장을 넘겼다가, 두 소녀를 서둘러 불러 거실 바닥에 책을 놓고 하나 하나 짚어가며 신나게 책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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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잘 가꾸는 법』은 그 동안 '집'을 소재로 한 책과는 다른, 우리의 몸과 마음을 쉬게 하는 공간인 '집'을 아늑한 공간이 되고, 소통하는 공간이 되도록 하기 위한 첫걸음부터 차근차글 일러주는 정말 유익한 책이다.

《자신만만 생활책》이라는 주제와 너무나 딱 들어맞는, 집에 대한 모든 것을 담았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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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하기 - 청소하기 - 집과 자연 - 이웃과 배려" 네 가지 챕터로 구성하여 집을 비우는 동시에 새로운 집에 살림살이를 채워넣는, 그리고 새로운 공간에서 가족 모두의 공간이 되도록 살피는 과정부터 차근차근 이야기를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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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가을, 우리 가족은 13년 살았던 집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했다. 처음으로 '이사'라는 것을 경험한 두 소녀는, 부동산과 이삿짐 센터와의 계약부터 나눔할 물건, 버릴 물건, 가져갈 물건들을 스스로 챙기고 짐을 정리하면서 끊임없이 질문하고 신나했다. 집안에서 쏟아져나오는 숨겨졌던 물건들과 가구를 꺼낼 때마다 수북히 쌓인 먼지들을 보면서 입을 쩍 벌린다.

『집, 잘 가꾸는 법』의 시작이 이사. 이사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사 당일날 지인들이 방문해서 준 커피와 김밥, 간식들을 떠올리고, 엄마의 이사를 제일 슬퍼했던 친구의 눈물도 이야기하면서 우린 잠깐 추억 여행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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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고 있는 집은 손이 닿지 않으면 금새 먼지가 쌓이고 얼룩이 지며,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는 곰팡이가 피어오르기도 한다. 그 모든 돌봄이 엄마의 몫이라고 여겼던 두 소녀가 겨울 방학 동안 스스로 청소 하고, 아침도 차려 먹고, 설거지도 하는 등 집을 돌보는 일을 분담하여 척척 해낸다.

『집, 잘 가꾸는 법』을 함께 보면서 먼지가 많이 생기는 원인과 효과적인 청소법을 유심히 보면서, 본인들의 청소법에 매우 만족스러움을 표현한다. 어설픈 그들의 손길이 웃음을 만들기도 하지만, 스스로 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기특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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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집은 외부 환경으로부터 우리의 몸과 마음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가 동시에 안전하고 편안한 생활을 하기 위해서 우리의 노력이 기울여져야만 된다는 것을, 우리의 부지런함과 게을음을 아주 선명하게 드러내어 보여주는, 아주 솔직한 공간이기도 하다. 집안일은 해도 티나지 않지만, 안 하면 금방 티난다는 말이 딱 그렇다.

 

 

『집, 잘 가꾸는 법』은 환경의 변화로 일어나는 황사와 미세먼지, 무더위와 강추위를 이겨내는, 집안에서 할 수 있는 생활팁을 가르쳐주고, 집 안 살림을 고치고 손볼 수 있는 공구와 사용법을 설명하고, 비상시을 대비해 준비해두어야 하는 비상약과 소화기에 대한 안내도 포함되어 있다.

글과 그림으로 빽빽하게 공간을 메우고 있는 다양한 생활팁이 지루할 틈을 주지 않으며, 읽을 때마다 새롭게 발견되는 설명글이 흥미를 불러일으키는데 한 몫을 단단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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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이웃, 함께 살아가는 우리들은 서로에 대한 배려가 기본이 되어야 한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층간소음' 또한 서로에 대한 소통 부재와 배려 부족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고 짐작한다. 내 집이니까, 라는 생각보다는 함께 살아가는 공간이라는 것을 기억해 두면 좋을 것 같다.

나의 공간이자 우리의 공간인 집. 우리가 함께 힘을 모으고 관심을 기울이면 청결하고 안전하고 편안한 공간으로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전하는 『집, 잘 가꾸는 법』 집에 살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읽는가족

첫째 소녀 : 집의 겉부터 속까지 다 훑어주는, 진정한 집을 알리는 책이다. 샤워 후에 반드시 거울을 닦고 나오도록 노력할게.

둘째 소녀 : 침대 아래 먼지를 좀 더 자주 쓸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몸에서 나오는 먼지가 침대 밑에, 생각해내면 으악~!

엄마 : 엄마는 집안에 물건 쌓아두지 않기와 냉동실 비우기를 의도적으로 습관화해서 정리된 집으로 만들어가고 싶어.

아빠 : 이 책 너무 맘에 든다. 내가 산 공구들의 쓰임새를 이렇게 자세하게 설명해 준 책은 없었어. 앞으로 공구 구매에 놀란 눈으로 쳐다보지 않길 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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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아이 모두 다른 우리는 2
박선희 지음 / 씨드북(주)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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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되고 나니, 걱정이 참 많아지는 것 같아요.

때가 되면 잘 먹을 테고, 때가 되면 낮밤 바뀌지 않고 잘 잘 테고,

 때가 되면 손가락 빠는 일도 줄어들 텐데,

지금 당장 어떻게 해 보려고 안절부절하게 만들지요.

아마 "엄마"라서 그런가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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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는 부끄럼쟁이에요.

아주 많이 많이 부끄럼을 타요.

집이 아니고, 가족이 아닌 누구와는 대답하는 것조차 버거워요.

그런 송이가 이제 학교에 가야 한대요.

엄마는 괜찮을 거라고 위로해 주지만, 송이는 학교가는 발걸음이 무겁기만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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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는 엄마의 위로를 받아도

친구들이 곁에 있어도 말하지 않아요.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입 밖으로 나오지를 않아요.


송이는 '그러지 말라고' '그렇게 하는 건 싫다고' 말하고 싶은데

답답한 송이의 마음을 친구들은 몰라요.

송이의 부끄럼을 친구들은

함부로 대해도 된다고 생각하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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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는 집 밖으로 나가,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할 때마다

얼음이 되는 자신이 미워져요.

누가, 이 얼음을 좀 깨줬으면 좋겠어요.


항상 혼자 놀아야 하고, 혼자 있어야 하는

얼음아이 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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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는 오늘도 혼자에요.

오늘도 친구들은 송이를 두고 마음대로 말해요.



송이는 길에 떨어진 비누방울에

마음을 담아 후~하고 힘껏 불어요.

가슴 속이 뻥 뚫리도록 말이에요.


비누방울은 송이의 속마음을 실어

마을로 학교로 친구들에게고 피어오르지요.


우리 송이의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면 참좋겠어요.

가슴 깊숙히 뭉쳐버린 응어리가 송이를 얼마나 할퀴었을까요?

온 힘을 다해 불은 비누방울이 송이의 무거운 마음을

하늘높이 날려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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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집에서와 밖에서 완전하게 다른 모습이 되는 송이를 보면서

마음이 아파요 그리고 속상해요.

엄마는 무서운 강아지를 키워보겠다는 용기를 내요.

송이는 엄마의 용기를 보고, 오늘은 친구들이 부르면 "응" 해 보겠다고 해요.


송이는 앞으로 대답뿐만 아니라, 하고 싶은 말도 당당하게 하는

얼음을 깬 용기있는 소녀로 성장해 가겠지요.

그렇게 되리라 믿어요.


엄마는 우리 아이가 상처받지 않고 자라길 바라요.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조금은 덜 받고, 조금은 덜 아프게 성장하길 바라지요.

엄마는 그래서 걱정거리를 안고 살아가나 봐요.


『얼음아이』의 작가 박선희님은,

조카 '송이'의 '선택적 함구증'을 지켜보면서

아픈 송이의 마음과 고단한 송이 엄마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을 거에요.


송이에게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준 송이 엄마에게서

진정한 어른의 모습을 보며

우리도 함께 다름을 인정하는 따듯한 시선을 갖길 소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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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읽는 순간 - 2022 어린이도서연구회 추천도서 푸른도서관 83
진희 지음 / 푸른책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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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서'라는 한 소녀를 만났어요. 말수가 없는 듯 하지만 하고 싶은 말은 잘도 하는, 웃을 줄 모르는 게 아닌가 싶다가도 소리내어 웃을 줄 아는, 기다리기 하나는 자신있는 것처럼 보여도 몸 속 깊이 자리한 그리움이 외로움을 이겨내는, 가엾은 듯 하지만 가엾기만 한 것은 아닌, '영서'라는 한 소녀를 만나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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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아는 처음으로 이종사촌 영서를 만났어요. 있는지도 몰랐던 엄마의 동생, 외삼촌의 딸이래요. 함께 방을 쓰게 된, 고모네 집으로 오게 된 진짜 이유는 잘 모르지만 고집도 세고, 낯선 곳에 와서도 혼자서 산책을 갈 줄도 아는, 말도 웃음도 없는 이종사촌 영서가 연아는 자꾸만 신경쓰여요. 그리고 말끝마다 '미안해'라고 하는 영서와 친구가 되고 조금은 가까워졌다 싶었어요.


 

그러나, 영서는 행복한 순간을 적는다는 일기장만 남겨두고 이모네집으로 떠났어요. 함께 본 저녁 노을을 행복한 순간으로 꼽은 영서, 연아는 영서의 일기장에 "행복 읽는 책"이라는 새로운 제목을 달아 영서를 가슴으로 안아요.

 

 

영서는 이모와 버스에 올라요. 아빠는 교도소에 가고, 엄마는 영서를 두고 떠나요. 이모도 엄마와 연락이 안 되기는 영서와 마찬가지에요. 형편이 어려운 데도 피붙이라는 이유로 영서를 거둬야 하는 이모의 마음도 편치 않고, 이모의 모습을 보는 영서의 마음도 편할리는 없지요.


 

      

"어릴 땐 나이만 먹으면 저절로 어른이 되는 건 줄 알았는데……."

 

어른이 되면 어떤 비비람에도 흔들리지 않고 굳건하게 견뎌내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더라. 살아가면 살아갈수록 불안하게 흔들리는 경우가 더 잦더라. 도대체 언제쯤이면 어지간한 일에는 끄떡도 안 하는 진짜 어른이 되는 걸까. 그런 시점이 과연 오기나 하는 걸까? 41쪽

  

 

 

"없다고 맘 놓고 흉보는 거예요?"

 

"그래, 맘 놓고 흉본다. 미워서 똑 죽겠는데 흉이라도 실컷 봐야지."

 

"미워하지 마요."

 

"내 맘이야."

 

"그래도 미워하지 마요. 우리 엄마. 엄마 미워할 자격 나한테만 있어요."

 

담담한데도 가슴을 슥 베는 어조였다.

 

나는 할말을 잊고 물끄러미 영서 얼굴만 바라보았다. 제 엄마라고 감싸고 드는가도 싶고,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는 그리움인가도 싶고. 생각의 갈피마다 그저 심란했다. 59쪽

  

 

영서는 혼자서도 살아남아야 한다는 걸 알아요. 영서가 가슴 속에 묻은 그리움이 그녀를 살아있도록 하는 힘이 되어주는 지도 모르겠어요. 이모는 이모부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다고 떠나고 영서는 다시 혼자에요. 혼자라는 게 끔찍하게도 싫지만 영서는 받아들여요. 그것 밖에는 영서가 선택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는 걸 잘 아니까요. 영서는 엄마와 마지막으로 있었던 곳으로 돌아가요. 엄마를 향한 오랜 기다림의 시작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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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남겨진 영서는 혼자 숨을 공간이 필요해요. 몸 하나 숨길 공간만 있다면 살아갈 수 있을 것만 같아요. 영서는 파라다이스 모텔에서 엄마를 기다려요. 온 몸에 그리움이라는 상처딱지를 떼어내면서요. 그리고 조용하고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도서관 한 켠은 영서에게 아늑하고 따뜻한 현실 속 파라다이스가 되어 깊은 밤을 보내고 싶어요. 간절하게 말이에요. 영서는 자기 한 몸 누일 안전하고 아늑한 곳이 세상에 단 한 곳도 없다는 것이 서럽고 슬프지만, 조용하고 따듯한 도서관이 파라다이스가 되어 준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을 것만 같아요.


 

 

선생님, 이란 부름이 나가려는 내 걸음을 멈췄다. 곧이어 아이의 간청이 등을 때렸다.

 

그냥 못 본 척 해 주시면 안 돼요?

 

나는 천천히 뒤돌아섰다.

 

저 여기 있는 거, 그냥 모른 척 해 주시면 안 돼요?

 

그 순간 나를 보는 아이의 눈망울에는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어떤 절실함이 담겨 있었다. 그래서 나는 더욱 단단하게 대꾸하고 말았다.

 

안 돼.

 

그리고 그건 나 자신에게 건네는 말이기도 했다. 103~104쪽

 

 

손정애 선생님.

 

명찰에 적힌 내 이름을 보고 읊는 것 뿐인데도 간절한 마음으로 나를 부르는 것처럼 들렸다. 그 밤, 영서의 그 눈빛처럼.

 

서로가 서로의 이름을 안다는 것, 그리고 기억한다는 것. 모든 관계의 무게는 거기서부터 쌓여가기 시작하는 게 아닐까.

 

영서가 내 이름을 눈여겨보고 마음에 담는 것.

 

내가 영서 이름을 알게 되고 기억하게 되는 것. 113쪽


 

 

영서는 철저히 혼자가 되어 살아있을 이유와 함께 살아가요. 항상 혼자이지만 당당하고 씩씩한 영서, 우리는 세상의 많은 영서들의 곁을 지나고, 가벼운 관계를 맺지만, 그들이 가진 그리움과 외로움 속으로는 들어가고 싶어하지 않아요. 무언가 크고 거창한 것을 해 줘야 할 것만 같은, 그 마음 속에는 어둡잖은 위로와 위로 속에 가려진 동정 그리고 처지에 대한 안쓰러움이 뒤엉켜 앞을 제대로 바라볼 수 없기 때문이에요.


 

 

"난 지금 모텔에 살아."

 

"모텔?"

 

[중략]

 

"왜 거기서 사는데?"

 

"엄마를 기다리고 있어."

 

"다른 데서 기다리면 안 돼?"

 

좀 더 안전한 곳, 좀 더 환한 곳, 좀 더 따뜻한 곳에서.

 

"내가 거기 있어야만 엄마가 돌아올 것 같아서. 아파서, 마음이 너무 아파서 더는 못 견디고 돌아오게 될 것 같아서. 엄마가 가르쳐 준 대로 고모네 집에 가 있으면……. 그럼 엄마 마음이 덜 아플 테고, 그러면 엄마 얼굴을 다시는 못 보게 될 것 같아서." 142쪽


 

부모의 부재로 혼자만의 삶을 일찍 시작한 여중생 주영서. 영서는 아파요. 그리고 외롭고 많이 그리워요. 누군가의 품에 안겨 하루라도 맘 편하게 잠을 잘 수 있다면 얼마나 따듯하고 행복할까요? 영서는 이종사촌 연아에게서, 편의점 알바생 진교오빠에게서, 도서관 사서 선생님에게서, 금방 등을 돌렸을지라도 잠깐의 대화로 위로할 기회를 안겨준 친구 소란에게서, 아주 잠깐은 온기를 느꼈을 거에요.

 

영서의 몸 속을 타고 흐르는 그리움은, 그녀에게 한번쯤 손길을 내밀었던 그래서 그녀의 웃음을 보았던 이들이라면 분명 느낄 수 있었어요. 영서가 얼마나 간절하게 혼자인 걸 싫어하고 아파하는지 말이에요. 영서의 곁에서 누군가 한 발짝만 더 가까이 와 있어도, 누군가 한 손만이라도 내밀어줬더라면, 아니에요. 영서의 고모도 연아도, 이모도 진교 오빠도, 도서관 사서 선생님도 소란이도 모두 영서의 곁에 있었어요. 다만 용기가 없었을 뿐이지요. 우린 아직 진짜 어른이 못 되었나 봅니다.

  

진짜 어른이 되는 것은 참 어렵습니다. 손을 내민다는 것은 위로도 동정도 책임도 아니지요. 곁에서 함께 서 주겠노라는 약속이고, 오늘이 있기에 내일을 기다릴 수 있는 것이라는 걸 함께 확인해가는 과정이 있어야 하고 함께 할 시간이 필요한 거니까요. 세상의 모든 영서들에게 영서였던 자신의 유년 시절을 떠올리며 쓴 진희님의 『너를 읽는 순간』 을 통해 진짜 어른의 모습이 무엇인지, 영서의 내일은 어떤 하늘일까 함께 기다려 줄 용기를 내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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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3, 고1을 위한 확 바뀐 학생부종합전형 - 2022~2024 대학입시 전략 핵심 포인트
장정현 지음 / 경향BP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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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어렵다. 요즘의 입시 제도에 사용되는 언어들이 익숙치가 않아 들을 때 '아아~' 했다가 돌아서면 그게 뭐였더라~ 여전히 입시에 사용되는 언어들이 낯설고 어렵다.

고등학교 진학을 위한 '연합고사', 때맞춰 치르는 '모의고사', 대학 진학을 위한 '학력고사', 그리고 94년도부터 시작된 대학수학능력시험은 97년쯤인가 한번쯤 보고 싶어 재수생의 입장으로 한 번 치른 경험이 있다. 물론 우리 때의 입시도 치열했고 눈치 작전이 필요했으며, 점수에 맞춰 학교와 학과를 선택해야만 했다. 운좋게 미달인 경우도 종종 있어 치열할 경쟁 속에 있던 친구는 미달학과의 친구들을 꽤나 부러워하며 발표일을 기다리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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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째 소녀가 중3, 2024년에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게 되는, 입시를 준비하는 엄마가 되었다. 나와는 다른 입시체제 속에서 진로를 결정해야 함을 알기에 중학교 입학하면서 입시설명회를 몇 번 다녀왔지만, 열심히 듣고 메모하지만 돌아서면 나의 메모를 보고는 갸우뚱, 이해하기란 쉽지 않아 막연히 걱정스러웠다.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설명을 담은 『중3, 고1을 위한 확 바뀐 학종』 을 펼치면서 나의 궁금증과 아직 서툰 입시 언어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차근차근 살펴볼 수 있어 참 다행스럽다 여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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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3, 고1을 위한 확 바뀐 학종』 는

2020년~2024년까지의 대학입시에 대한 개편과 수능최저학력기준,

학종에 대한 비율과 등급에 대해 설명한 전략을 더하다PART1

학교생활기록부에 담기는 세부 내용을 PART2

학생부종합전형의 전략이라는 제목으로

학종에 필요한 내용과 입시를 위한 핵심노하우를 PART3

고교등급제와 입학사정관들의 입을 통해 들려오는 평가 기준,

학종의 개선점과 부모의 역할을 담은 PART4

자기소개서와 면접에 대한 설명이 PART5

5개의 PART로 구분하여 구성한다.

이 책은 교육의 책무나 입시의 올바른 방향 등을 논하기 위함이 아님을 밝힙니다. 단지 학종에 대한 정확하고 좋은 정보를 주고자 하는 정보서입니다.[중략]

학생부종합전형은 대학 입시의 한 축으로 자리를 잡았고, 앞으로도 이러한 틀은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 학종은 그 속성상 장단점이 공존할 수 밖에 없는 전형입니다. 성적에 의해서만 줄 세우는 것을 극복하고 학교 교육의 다양한 활동을 촉진하여 고교 교육 정상화에도 기여한 측면이 있습니다. 학종이 적절한 비율로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살려 나간다면 최고의 입시 전형으로 안착하리라 생각합니다.

들어가는 말 중에서 6~7쪽

 

        

현재 우리나라에서 치뤄지는 대학 입시 전형은

수시모집과 정시모집으로 나뉜다.

수시모집은

학생부 교과 전형, 학생부종합전혀, 논술위주전형, 실기위주전형으로,

수시는 6개까지 지원 가능,

정시는 가, 나, 다군 각각 하나씩 3개까지 지원 가능

단, 특별법에 의해 설치된 대학은 수시모집에 합격후에도 정시모집 지원 가능,

산업대학, 전문대학은 수시모집에 합격하면 정시모집 지원 불가능

『중3, 고1을 위한 확 바뀐 학종』 을 통해, 대학 입시 전형에 대한 전반적인 상황을 둘러볼 수 있다. 시험을 치른 뒤 나오는 성적표에 기재된 점수표를 보는 방법부터 학교마다 다른 입시전형의 예, 학교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비율과 아이들이 입시를 위해 준비해야 하는 세세한 요건의 정보들을 전달한다.

 

이미 입시 전형에 대한 정보와 지식에 통달한 부모라면, 이 책이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입시 전형에 대한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정보들에 대한 설명으로, 나처럼 수능세대가 아닌 학부모와 입시와 관련된 업무를 하지 않는 학부모 그리고 입시를 처음으로 준비하는 입시에 1도 모르는 학부모에게는 요긴한 정보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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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부종합전형이란 것은, 기본적으로 내신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봉사와 동아리, 독서활동, 인성, 협력관계라는 요건도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교과에 대한 충분한 지식과 관련된 활동들까지도 잘 갖춰져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제도에는 장단점이 있긴 마련이지만, 우리 아이들이 '학교'라는 공간 속에서 '성적'이라는 기준점을 찍어 놓고 그 외의 활동까지도 갖춰야 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라는 의문이 들면서도 누군가는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어 입시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신을 찾아가는 우리 청소년 세대들이 가히 대단함을 새삼 느끼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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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이 우리의 목표가 될 수는 없다. 또한 입시 전형의 구색에 맞춘 인생을 산다고 성공한 삶, 행복한 삶을 산다는 보장도없다. 다만, 내가 정한 길을 가기 위해서는 입시의 관문을 넘어야 한다면 조금은 지혜롭고 현명하게, 알고 걸어가는 것이 필수요건이 될 수는 있다.

내가 가야 할길을 정하고, 그 길에 놓인 장애물들을 넘기 위한 자격이 무엇인지, 내가 그것을 갖추기 위해 필효한 조건들은 무엇이 있는지를 꼼꼼히 살펴보는 지혜가 필요할 뿐이다. 자녀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첫번째 관문이 '대학 입시'라면 자녀와 부모가 함께 읽고 어떻게 넘을 것인지를 대화해보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중3, 고1을 위한 확 바뀐 학종』 이 '대학 입시'라는 새로운 문으로 걸어가는 입시초보생 학부모에게 기본을 다지게 하는 힘이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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