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스범스 호러특급 6 - 죽음을 부르는 광대 구스범스 호러특급 6
R. L. 스타인 지음, 최은선 그림, 이원경 옮김 / 고릴라박스(비룡소)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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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2014년 쯤으로 기억한다. 비룡소에서 구스범스 시리즈가 처음 출간되고 얼마 되지 않아 전세계적으로 열풍이라는 말과 해리포터 다음으로 인기가 있는 책이라는 말에 아이들과 함께 읽을 마음으로 첫 시리즈를 구입했다. 감성이 여린 우리 아이들이 첫 권의 몇장을 넘겨보고는 무서워서 못 읽겠다고 접는다. 아이들이 접어둔 책을 나도 함께 접어두고 책장에서 펼쳐지기만을 기다린 지 2년이 지난, 지난 겨울방학 좀 컸으니 도전해 보겠다고 펼친 구스범스. 눈에 떼지 못하고 읽더니 구스범스의 매력이 무엇인지 알겠다고 한다. 첫시리즈를 다 읽고 새롭게 만난 구스범스.

이번엔 호러특급이란다.

제목부터가 다르다. "호러" "죽음을 부르는~"

표지는 더하다. 머리에 도끼가 꽂혀있고, 방금 누가 내리치기라도 한 듯 피가 묻어져있고, 손에 들린 도끼도 보는 이의 마음을 오싹하게 만든다. 피묻은 도끼와 부릅뜬 눈 그리고 날카롭게 생긴 치아가 책장을 넘기는 순간 나에게 죽음을 닥칠 것만 같은 공포를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 그 뒤를 이어 보라색으로 물들어진 더 많은 광대들의 행렬.

와~~우. 정말 제대로 된 호러특급이 시작되려나보다.


광대와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소년 레이.

레이는 방학을 맞이하여 서커스단에 있는 삼촌을 돕기 위해 휴가를 떠난다.

과제물을 하다 말고 친구의 꼬임에 넘어가 만난 서커스의 광대를 시작으로,

레이를 마중나온 도끼꽂은 노랑바지의 광대삼촌,

서커스의 새 식구를 맞이하는 하나의 신고식으로 "광대의 끼"가 있는지 혈액을 측정하겠다는 주사기를 든 광대,

그리고

서커드의 대장, 모든 광대들을 벌벌 떨게 만드는 하하단장까지

그들의 모습은 누구하나 다정할 수 없고, 어느 누구도 평범하지 않은 모습들이다.

 

 

삼촌을 돕기 위해 서커스단에 들어오게 된 레이는 배불뚝이 광대가 되어

새로운 광대를 만나고, 그들이 가진 재능들을 알게 되면서

서서히 서커스단에 숨겨진 비밀들과 만나게 된다.

레이을 위협하려는 듯 갑자기 날아든 칼

밤에 뒤를 쫓으며 이름을 부르는 소리, 소리를 따라가다 만난 생선들의 내장

공연에 신고나갈 신발이 잘려져 있는 모습

그리고 하하단장의 말에 무조건 따르는 걸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며

광대들이 모두 무서워하는 "광대거리"

 

 

레이는 하하 단장의 명령으로 삼촌 흉내를 내야만 했던 광대와의 만남에서

자신의 실수로 광대거리로 가게 된 "핑퐁"과

자신이 오기 전 광대거리로 간 삼촌을 찾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광대거리로 가기 위해 깊은 수조 속으로 몸을 넣는다.

레이의 뒤를 따라 들어오는 이가 있으니

그녀가 바로 하하 단장의 딸, 칼잡이 디애나.

아빠인 하하 단장의 잔인함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디애나는

거대문어로부터 레이를 구해주며

레이가 하루라도 빨리 서커스단에서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칼을 던지고 생선 내장을 묻혔으며

공연 신발도 잘라놓았다고 한다.

디애나가 아는 서커스에 숨겨진 비밀은 무엇일까?

광대거리란 대체 무엇일까?

읽은 내내 하하 단장이 감추고 있는 비밀은 무엇일까 궁금증이 생긴다.

 

 

 

광대거리는 또 하나의 서커스.

하하 단장 또한 광대거리의 하수인으로 명령에 따라 움직이며

끊임없이 광대거리로 광대들을 내보내 돈벌이에 쓰이게 만들어야만 한다는 것을 서서히 밝혀지기 시작한다.

그럼.

광대거리로 들어간 그들의 운명은 어찌 된단 말인가?

한 번 들어가면 나올 수 없다는 광대거리에 들어간 그들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인가?

 

 

레이와 광대들의 반가운 외출.

그들의 외출은 정말 오랜만에 햇빛을 맞이하는 것 뿐만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알려주기도 한다.

그들은 반가운 외출을 어떻게 기회를 삼을 수 있게 될까?

 

 

방학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온 레이.

레이는 지금 거울 앞에 서 있다.

두 볼을 감싸고 있는 레이의 모습은 놀람과 충력 그리고 슬픔과 두려움이 표정에서 그대로 드러나있다.

레이에게 닥친 고통은 무엇일까?

레이의 이 고통은 다음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넘어가게 되는 듯 싶다.

레이 앞에 던져진 새로운 운명, 레이는 어떻게 개척해 나갈 것인지 뒷이야기가 기대된다.

 

 

         

 

이야기를 끝으로 "죽음을 부르는 광대에게서 살아남기"가 소개된다.

설명과 함께 단조로운 그림으로 핵심을 찌를 듯한 포즈의 소개가 은근 귀여우면서

살아남기 위한 숙지사항으로 기억해야만 할 것 같아 꼼꼼하게 읽게 하는 기운을 내뿜는 것만 같다.

그리고 책의 뒷날개에 절취선을 따라 자라면 호러특급의 캐릭터 카드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아이들의 책이지만 잘라서 지갑 속에 넣고 다니면

왠지 힘이 될 것만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호러"라는 단어에 겁먹고 가슴 떨리게 열었던 구스범스 호러특급. 죽음을 부르는 광대

무섭고 벌벌 떨리며, 심장을 쫄깃거리는 무서움보다는

광대의 모습을 상상하고, 광대거리에 내몰려진 힘없는 광대들이 어떻게 그 곳을 벗어날 수 있을지

조마조마했으며, 광대거리로 향하는 레이가 핑퐁과 삼촌을 만날 수 있을지 마음을 졸였다.


거울앞에 선 레이의 처참한 모습, 그 모습에서 뒷이야기의 전개가 궁금증을 증폭시키며

호러 특급의 끝은 어디일까 다음 편이 기대된다.


구스범스의 인기가 무엇인지 이제야 감이 좀 잡힌다.

곧 구스범스의 매력에 푹 빠져 지내며 공포에 떨고 있을 내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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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도 안 떨려!
주디스 비오스트 지음, 소피 블랙올 그림, 서남희 옮김 / 현암주니어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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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년때 같은 반 친구 유림이는 책 주인공과 닮은 점이 있다. 유림이는 평상시에는 나보다 꼭 언니인 것처럼 씩씩하다. 그런데 발표 할 때는 목소리가 작아진. 내가

"발표할 때 왜 목소리가 작아져?"

라고 물었다. 유림이가 대답했다.

"발표를 하려고 친구들 앞에 서있으면 가슴이 두근두근 거려서 쑥스러워."


나도 1학년 때 쑥스러워 목소리가 작았다. 하지만 이제는 쑥스럽지 않다.

책 속 주인공과 유림이에게 나의 용기를 나누어주고 싶다.

책 속 주인공은 유림이처럼 쑥스러워한다.

하지만 책 속 주인공은 쑥스러움을 이겨내고 재미있게 노래를 불렀다.

선생님과 친구들이 박수를 쳐주었다.

주인공아, 넌 대단해

 

 

책 속 주인공은 자기 차례가 되었다.

주인공은 쑥스러워 조금 조금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는 걸 보고 두 친구가 "우~~우"하고 놀렸다.

주인공은 용기를 내고 열심히 장기 자랑을 했다.

주인공은 좌절감과 눈물과 놀리는 소리를 이겨내고 스스로 자신감을 키웠다.


이 책은 플랩북으로 만들어서 언제나 봐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또 주인공의 표정이 생생하게 잘 표현되어 이 책은 용기가 없는 친구들이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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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소년, 학교에 가다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50
톰 앵글버거.폴 델린저 지음, 김영란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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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학교나 기관에서 '미래 직업'에 대한 주제로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가고 있다. 현재 존재하는 직업의 반 이상이 사라질 것이고, 로봇이 새로운 자리에서 인간의 직업마저 빼앗아갈 것이라고 한다. 강의를 통해 인간과 로봇의 관계를 들을 때마다 마음이 참 불편하다. 우리가 필요에 의해서 발전시킨 것이 로봇인데, 그 로봇이 인간의 자리를 대신하는 시대가 온다는 것이 마치 인간보다는 로봇이라는 우월성을 자극하는 것만 같다.

작년,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경기를 보면서 나는 이세돌의 도전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이세돌은 이길 수 없는 게임을 했으며, 알파고는 지면 안 되는 게임을 했다. 바둑의 기본과 정석 그리고 노하우를 모두 가진 알파고는 상대의 수를 읽을 수 있을 뿐, 함께 경기를 진행했다고는 볼 수 없다. 어느 경기이든 그 내면은 서로의 감정이 흐르고 그 감정이 게임이 녹아들어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고, 자신과의 싸움에서 도전과 실패, 성공과 좌절을 맛보는 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스포츠이다. 그러나 알파고는 스포츠 정신을 무참히 짓밟는 너무나 이기적인 프로그램이다.

나는 로봇의 시대가 열린다 해도 인간의 영역은 지켜지라라 믿고 있는 사람 중 하나이다. 인간성이 아무리 이기적이고 메말라가는 시대라고는 하지만,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소통이란 도구는 로봇이 범접할 수 없다고 믿는다.

『로봇 소년, 학교에 가다』의 퍼지는 스스로 감정 조절을 하고 생각의 힘을 가진 로봇이다. 뱅가드 학교에 입학한 퍼지는 인간 맥스를 만나 상호 작용을 하기 시작하며, 맥스와 교감하며 어려운 처지에 놓인 맥스를 위해 발벗고 나서는, 매력적인 로봇이다. 과학이 발달되어 혼자 살아가는 노인들을 위한 로봇견이 만들어져 교감을 나누듯 퍼지 또한 우리들과 함께 학습하고 규칙을 지키며 사회인으로 첫발을 내딛는 모습을 보여준다. 읽은 동안 그 동안 읽었던 로봇의 이야기와는 너무나 달라 당황스럽고, 정말 이런 일이 있어날까? 하는 궁금증과 호기심이 일었다.

한편, 바바라 교감의 독재적 학교 운영 방침을 보면서 내가 우려한 로봇 세상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다. 그러나 그의 독재가 점점 비밀을 한 겹씩 벗겨질 때의 통쾌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인간이 로봇과의 상호 작용 그리고 소통은 서로가 원해서 서로가 원하는 만큼이어야 한다. 개인적인 욕심이나 권력의 힘으로 함부로 이루어지거나 한 쪽으로 치우쳐 지는 것은 균형이 깨어질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킬 수 있다.


퍼지와 맥스의 교감 그리고 소통, 뱅가드 중학교의 많은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어른보다 나은 아이들, 정확한 수치보다는 인간임을 잊지 않는 단호함이 참 흐뭇하게 느껴졌다. 앞으로 사라질 직업에 대한 강의 보다 기계의 력에 스스로 무릎을 꿇는 어른들의 잘못된 잣대를 한번에 무너뜨리는 그들의 모습이 더 나의 가슴을 울려주었다.


인간과 로봇의 교감을 '학교'를 배경으로 펼쳐낸 『로봇 소년, 학교에 가다』 아이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미리 만나게 해 줄 좋은 이야기가 되어 줄 것이며, 앞으로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에도 여전히 인간임을 잊지 말아야 함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좋은 기회가 되어 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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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쓰기 딱 좋은 날 담이 곰이 학교 가자 1
정신 지음, 홍수영 그림, 김수현 전문가 가이드 원고 / 시공주니어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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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방학과 연이은 봄방학으로 무척 여유있는 시간을 보내는 우리 집 두 아이에게

퇴근한 아빠가 물어요.

"방학이라고 너무 노는 거 아니야? 숙제는 없어?"

"교장선생님이 숙제없는 방학 보내라고 해서 책읽기 외에는 숙제 없어요."

"그래? 일기도 없고?"

"일기는 말씀 없으셨는데 … 이미 많이 지났으니까 안 쓸래요."

아이들이 대답이 이러자, 쓰라고 강요는 하지 않아요.

아빠는 아이들의 방학 숙제를 검토하면서 본인의 어린 시절 방학 숙제 추억이 떠올랐는지

아이들 이름을 부르면서 추억을 들려주어요.


방학이 되면 선생님이 나눠주는 '탐구생활'이란 방학책과 일기, 독후감 두 편은 필수 숙제였어.

탐구생활은 재미있어서 만들어 붙이고 그림 그려서 방학하고 일주일이면 끝내기 때문에 걱정이 없는데

아빠가 제일 힘든 게 바로 매일 매일 일기 쓰는 거랑 독후감.

독후감은 친구네 집에 가서 가장 쉬워보이는 책 골라서 그 자리에서 후르륵 읽고 쓰고,

일기는 개학 일주일 전에 친구들끼리 모여서 가장 많이 쓴  친구 일기장 펴고

날씨 옮겨 적는 게 필수 코스였고, 친구랑 놀았던 날 체크하면서 밀린 일기 쓰면

다음 날이 개학날이 되더라.

초등학교 6년을 이렇게 보내고 났더니, 기억에 남는 일기도 없고 다시는 일기 쓰고 싶어지지 않더라.

아빠의 밀린 쓰기 내공을 들은 두 아이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요.

인터넷을 켜서 기상청 들어가면 지정된 날짜의 날씨를 알 수 있는데,

친구의 일기를 보고 고작 옮겨 적는다는 것이 날씨라니 말이에요.

그리고 친구들과 일기장을 공유한다는 것이 이해불가한 일이기도 했겠지요.

그 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것은 '일기'는 결코 반갑지 않은 과제라는 거에요.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와 학부모의 고민 중 하나가 바로 일기쓰기지요.

비뚤비뚤, 받침은 하나씩 빼먹기 일쑤인 아이가 일기를 써야 하는 것은

아이에게는 부담으로, 엄마에게는 엄마 숙제가 되어

서로가 얼굴을 붉히게 되기 마련이지요.


일기를 왜 써야 하는지, 일기를  쓰면 왜 좋은지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설명해 주고,

스스로 쓸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는 좋은 방법,

바로 시공주니어에서 새로 출간된

【담이 곰이 학교 가자】시리즈의 "일기 쓰기 딱 좋은 날"

강력 추천합니다.

 

 

 

 

 

 

초등학교 신입생 담이곰이는 쌍둥이 토끼에요.

엄마는 학생이 된 담이곰이에게 일기 쓸 것을 권유하며

다음 날 아침 검사하겠다고 하지요.

쓰기 싫은 담이곰이는 아주 힘들게 칸을 채워가지만

엄마의 마음에는 흡족하지 않아요.

 

 

 

쓰기 싫은 일기를 억지로 써야 하는 담이곰이에게 좋은 생각이 났어요.


오늘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돼.

오늘 아무 생각도 안 하면 돼.

신나고 좋은 일을 안 만들면 돼.


일기 쓰기 너무 좋은 날은

아무것도 안하기에 너무 좋은 날이 되지요.

 

 

 

그러나 담이곰이 앞에 자꾸만 일들이 생겨요.

정말 하면 안 되는데 말이에요.

​담이곰이는

어떻게 할까요?

정말 일기 안 쓰고 잘 버텨낼 수 있을까요?

 

 

 

 

담이와 곰이는 알아요.

아무 것도 안하기에는 하루가 너무나 길다는 것을요.

아무 생각도 안하기에는 자꾸만 일이 생기고, 생각하고 행동하게 된다는 것을요.

그러면서 다짐해요.

절대 열줄은 안 넘기겠다고 말이에요.  

 

 

 

담이와 곰이의 하루를 들여다볼 수 있는 일기를 소개할게요.

하루를 함께 보낸 담이와 곰이의 일기는 서로 다른 글감으로 일기를 썼어요.

그리고 하루를 기억하는 느낌 또한 다르지요.

이처럼 누구에게나 같은 시간이 정해지지만

그 시간을 추억하는 장면과 느낌은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작년에 인문학 강의를 해 주신 교수님께서 학생들에게 꼭 한가지만 실천하며 살라고 하셨어요.

그게 바로 "일기쓰기"였어요.

시간을 꼭 정해서, 하루를 정리하며 늦은 시간에 쓰려고 하지 말고

길가다가 드는 생각, 잠깐 스친 생각들을 글감으로 해서 자유롭게 쓰라고 하셨어요.

그 순간 적은 글은 나의 역사가 되고,

언제라도 꺼내보며 그 때의 그 시간을 추억할 수 있는 선물 하나씩 미리 챙겨둔다 생각하고

습관이 될 수 있도록 바로 시작하라고 하셨지요.


이처럼 일기가 좋은 글쓰기이며, 자신의 생활을 돌아볼 수 있는 현명한 눈이 되어줄 텐데

아이도 어른도 습관이 되지 않으니

부담스러운 숙제로만 여겨지게 되네요.


아이와 함께 쓰는 일기에 도전해 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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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는 바지 위에 팬티를 입어요 -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작 책고래마을 12
김수정 지음, 김태란 그림 / 책고래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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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십대를 맞이한 두 딸이 있다. 두 아이를 데리고 나가면, 누구나 나를 닮았다고 한다.

내가 열달을 품었고 지금껏 남의 손 빌리지 않고 오로지 내 손으로 지금껏 길러왔으니

나의 말투, 나의 습관, 나의 식성을 닮은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때로는 나를 닮아 당연한 것들이 버겁기도 하고, 원망스럽기도 하다.

내가 원하는 아이의 모습과 내 아이의 실제 모습의 차이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나보다는 좀 대범했으면,

나보다는 좀 특출하게 잘하는게 한가지 정도는 있었으면,

나보다는 사교성이 많아 두루두루 사귐이 좋았으면,

하고 내가 바라는 아이의 이상형을 정하고

내 아이가 거기에 미치지 못하면 아쉬움이 커지면서

아이에게 자꾸만 강요하게 된다.


그렇다면, 아이들은 어떨까?

세상에 태어나 눈을 떠보니 나란 사람이 '엄마'라고 한다.

내가 원하는 것이 있어 우는데, 한번에 충족시켜 주지 못하고

내가 원하는 것을 달라고 조르는데, 나에게 좋은 거라고 설득하며 끝내 들어주지 않고

내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면서 꼭 엄마의 조건을 내세우고

과연 아이가 원하는 엄마의 모습이 나는 맞을까?

하고 생각하니 가슴이 뜨끔하다.


아마 '엄마'라는 힘으로 아이들을 내 맘에 맞는 아이로 키우려고  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아이들과 한바탕 웃음을 터트리며 읽은

『우리 엄마는 바지 위에 팬티를 입어요』는

아이의 입장에서 바라본 엄마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오늘도 엄마는 책 읽어주겠다고 읽고 싶은 책 골라서 침대에 가 있으라더니

요상한 자세로 요가를 한다고 나에게는 기다리라고 한다.

끝나면 바로 책 읽어주겠다고.

호흡을 맞춰가며 등을 구부리고 다리를 포개고 집중하는 우리 엄마.

나는 자꾸만 하품이 난다.

난 또 책을 펼친 채 잠을 들 것만 같다.

아마 난 이 책을 영영 엄마랑은 못 읽을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요상한 우리 엄마의 자세가 나의 어깨를 으쓱하게 만드는

사건이 발생했다.

바로 체육대회날.


바지위에 팬티입은 아줌마가

거꾸로 다리를 올리며 멋지게 물구나무를 선다.

나는 친구들 사이로 입꼬리를 한껏 올리며

"우리 엄마야!" 한다.

멋지게 성공한 우리 엄마처럼

나의 입꼬리는 내려올 줄을 모른다.

 

 

 

" 엄마. 책은 나 혼자 읽을게요.

책 정도는 나 혼자 스스로 읽을 수 있어요."


이해되지 못한 엄마의 이상한 옷차림과

요상하고도 이상한 자세

모두 모두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이게 무지 매력있는 거였다는 걸 너무 늦게 안 거 있죠.

 

 

 

아침엔 태양을 향해

저녁엔 달을 향해

팔을 머리 위로, 허리를 굽혔다 폈다

쉬지 않고 연습하고 또 연습하는 엄마가

나는 자랑스러워요.


우리 엄마라서 가능한 일이란  걸

난 이제야 알게 된거니까요.

 

 

이제 난 엄마가 내 엄마라서 참 좋아요.

엄마가 바지 위에 팬티를 입는다면,

나도 물론 바지 위에 팬티를 입어야죠.

왜냐구요?'

나에겐 멋지게 살아가는 최고의 엄마이니까요.

엄마가 정답이니까요.


 

엄마는 항상 이런 모습이어야 한다.

아이라면 이런 모습으로 자라야 한다.

이것은 엄마에게도 아이에게도 누구와 같아야 함을 인지시키는 것이다.

서로가 다른 인격체로 태어나

서로 다른 환경에서 서로 다른 관점으로 생각하는데

같기를 요구한다는 것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특성과 생각들을 틀에 맞추라는 것과 같다.


 

엄마가 요가 동작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던 아이가, 우리 엄마가 다른 친구들의 엄마와는 다름을 인정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 그림책

『우리 엄마는 바지 위에 팬티를 입어요』는 엄마와 아이가 서로를 향해 마음의 문을 열어가는 과정을

엄마의 요가 동작으로 재미있게 표현하였다.


엄마의 노력이 본인에게 당당함을 안겨주었듯이

아이에게 당당한 엄마는, 엄마와의 소통을 자연스럽게 이끌어주었으며

서로의 입장을 수용하고  다름을 인정하며

아이에게도 당당함을 안겨주게 되었다.

서로의 삶에 충실함은 서로가 우리가 되는 달콤한 순간을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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