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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곰이 집으로 와요 ㅣ 꼬마 곰 이야기
엘세 홀메룬 미나릭 지음, 모리스 샌닥 그림, 엄혜숙 옮김 / 시공주니어 / 2018년 1월
평점 :
시공주니어에서 신간으로 출판된 그림책 "꼬마곰 이야기"
'곰'은 아이, 어른 상관없이 우리에게 친근함을 안겨주며, 책과 영화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이야기를 만들어내며, 우리의 궁금증을 자아내는 탁월한 매력을 가졌다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2018년, 시공주니어에서 만들어낸 "꼬마곰 이야기"
만나는 순간, 나와 우리집 두 소녀는 순간 일시정지가 되었다.
너무나 낯익은, 그러면서도 긴가민가한 느낌. 누구도 선듯 말하지 못한 채 있는데
11살 둘째가 서재로 달려가더니, 거실 책상 위에 탁.

우리집 서가 아래칸에 꽂혀있던 2010년에 출판된 책을 나란히 놓아보았다.
2010년. 비룡소에 출판된 '난 책읽기가 좋아 1단계- 아빠 곰이 집으로 와요' 는
우리집 첫째 소녀가 한글 읽기가 시작될 무렵인 5살에 구매해서 열심히 읽었던 이야기
그 곁에서 언니가 읽는 어눌한 이야기를 들으며 자란 둘째 소녀.
우리집 아래 서가에서 7년을 머물러 있던 책이 새롭게 탄생하여 다시금 한자리에 꽂히게 되었다.
원작을 헤치지 않고 그림부터 글까지 그대로 담아내고 있으면서도 뭔가 다른 느낌의 두 권을 보면서
내내 신기하고, 그냥 피식 웃음이 난다.
더듬더듬 읽던 한글자 한글자 힘을 들여 읽는 첫째 소녀와 언니가 읽어주는 이야기를 들으며 옆에서 그림을 짚어가며 아는 척을 했던 둘째 소녀가 이제는 훌쩍 자라 예비 중학생과 초등학교 4학년을 앞두고 있다. 우리 두 소녀와 함께 한 그림책을 다시 만나니 이 또한 참 반갑다.

꼬마 곰은 이제 곧 만나게 될 아빠를 기다리며 친구들에게 아빠의 소식을 전해요.
"우리 아빠는 커다란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갔지."
"우리 아빠는 커다란 물고기를 잡아 오실 거야."
꼬마 곰의 말에 올빼미는 언젠가는 꼬마 곰도 아빠 곰처럼 커다란 곰이 될 거라고 말해 줘요.
그리고 커다란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 커다란 물고기를 잡을 수 있을 거라고 말해주지요.
꼬마 곰은 친구들과 상상놀이를 하면서 어쩌면 아빠가 바다에서 인어를 잡아올 수도 있다고 해요.
모두 모두 꼬마 곰의 아빠를 기다리지요.
인어는 없다는 아빠의 말에 꼬마 곰은 나는, 분명히 어쩌면 이라고 했다고 하지요.
꼬마 곰의 말이 얼마나 귀여운지요.
아빠는 바다에서 가져온 조개껍데기를 귀에 대고 바다 소리를 들어요.
인어 소리가 들릴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말이에요.
그런데 친구들은 모두 들린대요. 그럼 꼬마 곰은요.

지금 꼬마 곰에게 아주 심각한 일이 일어났어요.
바로 딸꾹질이에요.
친구들 저마다 아는 방법으로 꼬마 곰을 도우려고 애쓰지요.
꼬마 곰의 표정이 변화하는 모습이 그림으로 표현되어 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그림을 보고 있으니 마치 우리 아이들의 표정 같아서 피식피식 웃음이 났다가 걱정스럽다가 내 표정까지도 자연스럽게 변하게 되네요.

꼬마 곰과 친구들의 대화는 우리 아이들의 대화에요.
물고기로 출발한 대화는 문어로, 아빠로 그리고 바다로 인어로 점점 확대되어 갔다가 누구나 한번쯤은 겪는 딸꾹질의 문제로 이어가지요.
그리고 그들의 마음 속에는 여전히 인어가 남아 있어요.
파랗고 푸른빛이 도는 머리카락과 달처럼 은빛이 나는 눈을 가진 예쁜 인어를 말이에요.
인어는 부끄럼이 많아서 우리 곁에 오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물거품이 이는 곳이 인어가 있는 곳일지도 모른다고 하지요.
아빠 곰도 엄마 곰도 말해요.
"인어를 보게 되면 우리랑 같이 놀자고 하렴."
엄마 아빠는 꼬마 곰과 친구들에게 그 어떤 것도 맞다, 아니다 말해 주지 않아요.
그들이 상상하는 대로, 생각하는 대로, 그대로 따라가면서 그들이 꿈꾸는 상상의 세계를 무너뜨리지 않아요. 그리고 꼬마 곰과 친구들은 서로의 말을 따라하며 서로에게 긍정의 에너지를 심어주지요.
짧은 글이지만, 대화 속에서 그들이 서로를 인정하고 수용하는 모습에서 진정한 어른의 모습이 무엇인지를 자연스럽게 알려주어요. 아이들의 무한 상상력은 엉뚱하여 어른의 시선으로 호흡 맞추기가 참 힘들어요.
우리는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았어요. 아이의 말을 들어주고 고개를 끄덕여주며, 그들의 무한 상상의 세계를 인정해 주면 된다는 것을요. 우리는 아이의 상상에 대한 결정권이 없다는 것만 잊지 않으면 된다는 것, 이것이 가장 큰 배움이었어요.
글과 함께 일상의 모습을 담아낸 모리스 샌닥의 그림은 마치 우리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낸 듯한 자연스러움과 표정과 몸짓을 섬세하게 표현하였어요. 그들을 둘러싼 자연의 모습 또한 단순하면서도 세밀하게 표현하여 어느 하나 두드러지지 않으면서도 독자의 눈을 집중시키는 힘을 보여주어요.
모리스 샌닥의 그림만이 줄 수 있는 매력을 다시금 느껴보는 시간이 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