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장 쏙셈 9권 초등 수학 5-1 (2025년용) - 2015 개정 교육과정 쏙셈 수학 (2025년)
미래엔 교육콘텐츠연구회 지음 / 미래엔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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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학년을 앞둔 겨울방학은, 마음이 괜시리 분주해진다. 고학년을 앞두고 있으니 마음이 더 초조해지고, 미리 준비해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이게 부모맘인가 싶기도 했다가, 너무 조바심을 내는 부모는 아닌가 싶어 자꾸만 나를 돌아보게 한다.

 

초등학교 5학년이 되는 둘째와 방학동안 5학년 1학기 수학 개념을 익히기 위해 어려 교재를 둘러보고 고민해봤지만, 작년 두 학기 개념 정리와 선행을 맡아주었던 미래엔의『하루 한장 쏙셈』 만큼 둘째와 내 맘에 쏙 드는 교재는 있을 수 없음을 다시 한 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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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장 쏙셈 초등 5-1』 은 하루 한장만 풀면 된다. 아주 적당하다.

『하루 한장 쏙셈 초등 5-1』 은 개념을 익히기에 딱 좋다.

『하루 한장 쏙셈 초등 5-1』 은 반복되는 유형으로 자신감을 안겨준다.

『하루 한장 쏙셈 초등 5-1』 은 다양한 유형의 문제로 계산력을 키워준다.

『하루 한장 쏙셈 초등 5-1』 은 난이도를 서서히 높이면서 성취감도 함께 높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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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방학이 시작되면서 시작한 『하루 한장 쏙셈 초등 5-1』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스스로 학습한 날짜를 체크하면서

하루 한장을 꾸준하게 풀어나가는 둘째의 학습계획표를 보고 있으니

안쓰러움과 고마움이 교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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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학년 1학기 1단원은,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이 총동원되는 자연수의 혼합 계산이다. 사칙연산이 한 문제 속에 포함되면서 "괄호 먼저, 곱셈 나눗셈 먼저"라는 정해진 규칙을 인지하고 풀어나가야 한다. 어려운 것이 아니라 순간의 착각이 전혀 다른 답을 만들어내야 하기에 집중해서 차근차근 풀어나가야 한다.

 

연산이 탄탄한 친구라면 바로 바로 계산되어지겠지만, 수개념이 좀 느린 우리 둘째에게는 여러 계산 방식이 한꺼번에 구해달라고 쏟아져나오니, 문제를 보는 순간 겁을 먹어서 '어렵다' 소리를 하며 시작한다.

 

아무리 머리 좋은 사람도 꾸준히 하는 사람 못 당한다는 말이 있듯이, 힘들다고 어렵다고 하면서 잔뜩 찡그린 얼굴로 시작하지만, 차근차근 규칙에 맞게 풀어나가는모습을 보고 있으면 짠함과 동시에 너무나 대견했다.

 

둘째의 꾸준함이 드디어 통했다. 차근차근 풀어나가고, 틀린 문제 다시 풀어내면서 1단원이 끝나갈 무렵엔 척척척! 자신감이 상승하면서 실력도 속도도 향상되어 스스로 무척 자랑스러워했다. 그거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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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수의 혼합 계산이 끝나고 후련함을 맛보기가 무섭게 시작된 2단원은,

초등하교 4년동안 배우지 않은 새로운 개념들이 등장해서 둘째를 얼음으로 만들고 만다.

 

약수와 배수.

연습장을 펼쳐서 약수와 배수. 최대공약수와 최소공배수가 무엇인지 개념을 먼저 설명해주고, 『하루 한장 쏙셈 초등 5-1』 에 설명된 개념으로 다지기를 한다. 그 뒤로 문제를 하나씩 풀어가면서 개념을 익히는 과정을 거쳐 2단원과 마주보는 시간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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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은, 한숨이다.

새로운 유형이 나올 때, 새로운 단원이 시작될 때, 새로운 모양의 식이 전개될 때, 자신도 모르게 나오는 한숨, 바로 수학이 둘째에겐 깊어지는 한숨만큼 쉽지 않은 학문이다.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는 굳은 의지가 있기에 한숨이 두숨되고, 세숨이 되는 순간까지 매달리고 또 매달리며 약수와 배수의 개념을 익히고, 최대공약수와 최소공배수의 개념까지도 반복해서 익힘에 들어간다.

 

처음 만나는 개념인 약수와 배수 / 최대공약수와 최소공배수

힘들고 고된 단원이 이제 드디어 끝을 보여준다. 얼마나 좋아하는지.

둘째보다 내가 더 행복했다는 것.

아이가 힘들어하는 과정은, 설명하고 지켜보고, 어디서 헤매고 있는지 살펴보고 다시 돌아가야 하는 부모의 입장에서도 힘들기 마련이다.

아이가 2단원을 떠나보내는 표정이 환하다. 나도 후련한 것이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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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단원은 약분과 통분이다.

약분과 통분은 중학생 언니를 통해 몇 번 들어봤던 용어인지라, 내내 궁금했는데 드디어 만나게 된다.

분수에 강한 둘째는, 분수가 나오자 약분과 통분이 뭔지만 알면 바로 풀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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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단원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개념이긴 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분수가 들어있는 단원이니, 부담감은 조금 덜어진 상태로 시작한다.

기분좋은 출발은 결과도 좋다.

한숨을 언제 쉬었나 싶게 쓱쓱 문제를 풀기 시작하더니,

실수도 없고, 계산도 빠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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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장 쏙셈 초등 5-1』 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3단원이 마무리된 지금까지

스스로 펼치기 시작해서 문제 풀고, 답을 맞추고, 틀린 문제를 다시 풀고 다시 확인하는 과정을 모두 혼자서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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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장 쏙셈』의 매력이 바로 이것이다.

스스로 할 수 있을 만큼의 분량으로,

많은 시간 필요치 않으면서, 반복으로 개념을 다질 수 있다.

엄마의 도움 없이도 개념을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개념 설명이 잘 되어 있고, 개념을 정리할 수 있는 다양한 유형의 문제들로

새학년 수학을 잘 마칠 수 있다.

 

새학년을 앞두고,

공부 습관을 잡고 싶다면 『하루 한장 쏙셈』

개념정리를 차근차근 다지고 싶다면 『하루 한장 쏙셈』

스스로 학습을 유도하고 싶다면 『하루 한장 쏙셈』

엄마표 학습의 가장 좋은 학습지 『하루 한장 쏙셈』 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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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87 - 제로보다 약간 더 높은 확률에 내 인생을 건다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32
엘르 파운틴 지음, 박진숙 옮김 / 내인생의책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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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조금은 낯설기만 했던 '난민'이란 용어가 우리의 땅에 난민들이 들어오고자하는 움직임이 시작되자, 난민에 대한 이런저런 주장들이 나오고, 엇갈린 의견들이 충돌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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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난민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작년에 다문화에 대한 공부를 시작하면서 국제법과 국제이주에 접근하면서 그들이 난민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선택이 아닌 절망 끝에 잡고자 하는 마지막 희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후 난민에 대한 책들을 찾아보면서 그들에게 자유는 곧 생명이며 간절함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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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를 바탕으로 난민 소년의 이야기 『난민87』 은 한 소년이 이념의 차이와 정부의 강압적 탄압으로 인해 나라의 보호에서 버려졌다. 곧 군대에 갈 거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서둘러 피해야 한다고 짐을 싸는 엄마와 짐을 앞에 두고 갑자기 들이닥친군인의 힘에 의해 집을 떠나야만 하는 소년, 소년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판단하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가늠하기도 전에 두려움에 떨어야만 한다.

 

소년은 베스트 프랜드 비니와 함께 군인들이 힘으로 밀어올린 트럭을 타고 어디론가 향한다. 한번도 와보지 못한, 눈앞에 그려진 풍경이라곤 삭막한 모래뿐인 그곳, 그곳에서 소년과 베프 비니는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

“너희가 들어있는,이건 사실 선박용 컨테이너야. 어떤 사람들은 말도 안 된다거나 운이 나빴다고 하겠지.” ‚

요나스가 말했다.

“이 컨테이너는 사람을 위해 만든 게 아니야. 물건을 채워 배로 나르기 위해 디자인된 거지. 근데 누군가가 말도 안되는 아이디어를 낸거야. 물건을 저장하는데 유용하다면, 죄수를 가두는데도 좋겠구나 하고 말이지. 바다 건너 물건을 수송하는데 사용하는 대신, 잃어버릴 염려가 없는 사막에다 가져다 놓았지. 너희는 말할 수도 있고, 입 다물고 있어도 돼. 그러나 너희 자신을 위해서라도 우리를 믿는 게 좋을 것 같구나. 우선 너희들을 빼낼 사람도 없고, 또 언제 나갈지도 모르니까.”

[중략]

“글쎄다. 상황이 바뀌었지. 언제부턴가 정부가 시위라든지 식량 부족같은 문제들에 대해 기사화하는 걸 싫어했어. 정부가 압력을 쓸수록 나는 네가 말했던 위험 인물이 되어갔지.”

요나스가 한 번 더 웃었다. 이번에는 기침이 몇 분 동안 이어졌다.

“아내와 세 아이를 데려가고 나를 수용소에 집어넣었어. 여기가 아니라 다른 곳에서 이 생활을 처음 시작했지. 그게 벌써 십 오년 전이야. 십 오년 넘게 가족 소식을 듣지 못했어. 가족들도 나를 보지 못했고 소식도 듣지 못했지. 아마 내가 죽은 줄 알거야.”

마지막 말을 듣는데 팔의 털이 다 곤두서는 것 같았다.

“저희 아빠도 감방에 있어요.” 나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왔다.

“며칠 전에야 알았죠. 아빠가 돌아가신 줄 알았거든요.”

110~112쪽

네모난 상자 속에 들어간 소년과 베프 비니는 앙상하게 마른 몸의 어른들과 자신들보다 어리다고 짐작되는 이들과 고통에 휩쓰여 살아가게 된다. 그들을 지키는 총을 든 군인들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며, 죽지 않을 만큼의 식량으로 하루를 버티며 온전히 갇힌 삶으로 살아가게 된다. 갇힌 이들 어느 누구도 타당한 이유로 끌려오지 않았으며, 정확한 이유조차도 알지 못한 채 가족과 멀어져 소식조차 받지 못하고 하루하루견디고 버티며 살아가고 있다.

 

컨테이너 박스 속에 나이가 다른 이들이 갇혀 살아가고 있다. 살아만 있는 것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삶다운 삶을 어떻게든 살아가보고자 탈출을 시도하고 매를 맞으며 반항도 해 봤겠지만, 그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 어느 것도 변하지 않으며, 그들에게 돌아오는 건 징벌방에 갇혀 또 다른 고통을 참아내야 한다는 것 뿐이다. 그래서 그들은 버텨내는 것으로 삶에 대한 태도를 바꾼다. 오늘을 버티면 내일을 버틸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듯이 말이다.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뭔가 저질렀지.

그 ‘뭔가’가 사실은 보통 때는 아무 일도 아니지만.”

절망 끝에도 바람은 불고, 희망은 찾아온다고 했던가.

갇힌 그들은 어느 순간에 찾아올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건강한 몸으로 들어온 소년들을 보면서 그들은 희망을 품기 시작한다. 그들을 어떻게 해 달라는, 이 무서운 고통으로부터 도와달라는, 이루지 못할 꿈은 애초부터 바라지 않는다. 다만,그들이 이곳에서 어떻게 살았고, 어떻게 살아가고 있으며, 왜 돌아가지 못하는지만 가족들에게 전해주기만을 간절히 바란다. 숨이 끊어지는 그 순간에 아무도 모른 채 눈을 감는 것은 자신에게도 가족에게도 너무나 고통스러운 순간이기 때문이다. 나의 존재가 쥐도새도 모르게 사라지는 순간과 기다리는 것밖에는 할 수 없는 가족이 지쳐가는 순간이 얼마나 그들을 고통 속에 담궈두는 일이겠는가.

“너희 둘이 여기에 걸어 들어왔을때 얼마나 기뻤는지. 성공할 가능성이 갑절이나 높아졌으니.”

“성공이요?” 비니가 나처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뭘 말이에요?”

“우리 식구들에게 우리 소식을 전달해 줄 누군가가 필요해. 어쨌든 시간이 너무 지나는 바람에 너희를 더 준비시킬 시간이 부족해서 억울하긴 해. 하지만 너희 둘은 우리의 희망이야. 적어도 내 파랑새임은 확실하지. 나는 오래 살지 못 할테니까. 우리가 너희를 탈옥하도록 도울게.”

[중략]

“우리 대부분은 다른 수용소에서 이감되어왔지. 여기 도착했을 때부터 이미 체력적으로 불가능했어. 처음 여기로 온 사람들도 우리처럼 저질 체력이 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 그때는 또 별다른 계획도 없었고. 계획이 생겼을 때는 우린 이미 늦어버렸어.”

“그렇지만 언젠가는 석방시켜 주지 않을까요?” 비니가 말했다.

“난 여기서 십 오년을 썩었다. 그 동안 그 누구도 자유를 쟁취하는 꼴을 못 봤어. 수용소를 빠져나가는 아주 간단한 수가 있기는 있지. 죽어서 얼굴에 천을 덮으면 돼.”

132~133쪽

그렇게 소년과 베프 비니는 기회를 이용해 사막을 벗어난다. 하지만 꼭 살아서 함께 하리라는계획들은 사라지고 소년만 남는다. 깜깜하기만 했던 소년에게도 희망의 빛은 사라지지 않았다. 소년이 달리면 나도 달리고, 소년이 숨을 죽이고 몸을 낮추면 내 숨도 멎는다. 소년이 마을을 벗어나 바다를 건너는 긴 여정을 함께 다니며 숨을 죽이고 눈을 뗄 수 없었다. 나의 간절함이 조금이라도 소비되면, 소년의 여정에 짐이 되고 티끌이 될까 싶어 깊은 숨 한번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바다로 가라앉는 순간, 함께 힘든 길을 걷게 된 알마즈를 절대 놓지 못한 소년의 간절함 속에는 베프 비니의 손을 놓을 수 밖에 없었던, 모든 걸 버리고 돌아가지 못한 자신의 비겁함의 무게가 담겨 있다. 소년은 길고 긴 여정을 마치고 바다에서 올려져 헬기에 몸을 싣는다. 그에게 이 모든 순간들이 자유 하나만을 위한 거라고 하기엔 너무나 처절하고 너무 많은 것을 잃어야만 했다. 그에게 자유를 빼앗을 수 있는 자, 대체 누구일까. 누구이기에 가능한 일이었을까.

 

『난민87』 은 난민의 삶을 그렸다고 하기엔 너무나 미약할 수 있다. 어떠한 희망도 찾을 수 없고, 희망의 빛줄기 하나 잡아보지 못한 이들도 분명 있을 수 있으며, 여전히 암흑 속에서 버티며 내일이 맞이하기만을 간절히 바라는 이들 또한 있기 때문이다.

 

『난민87』 은 난민이 자유를 위해 고통 속에서도 버텨낸 그들의 삶을 '소년'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전한다. 어느 날 갑자기, 평소와 같았던 일들을 저질렀다는 이유같지 않은 이유를 들어 나라로부터 사상으로부터 버림받은 존재로 만들어진 그들이 우리들의 공간으로 들어왔을 때 한번쯤 손을 내밀 수 있는 기회를 주고자 한다. 우리에게 난민은 무섭고 등을 돌려야 하는 존재가 아닌, 그들이 누릴 자유에 나의 자유를 얹고 함께 살아가는 존재임을 잊지 말아야한다. 세계시민의 역량을 발휘해야 하는 이 때, 열린 마음으로 미소지을 수 있는 용기를 내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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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담요 푸른도서관 81
김정미 지음 / 푸른책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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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청소년의 이야기를 담은 글을 좋아한다. 나에게 청소년의 딸이 있기 전부터였으니, 딸의 영향은 분명 아니다. 나의 마음 깊숙이에서 나의 청소년기를 좀 더 끌어안고 싶어하는 건 아닐까? 이미 지나쳐간 나의 시간들을 대신해서.

나의 청소년기를 돌아보면, 많은 친구를 둔 것도 아니었고, 아주 열심히 공부해서 이름을 날린 것도, 신나게 놀아제끼는 끼를 갖춘 것도 아니었다. 평범함보다는 조금은 따분하고 심심했던 시간을 보낸 듯 하다. 나에게도 가족과의 갈등, 친구의 오해, 이성친구의 불편함 등 청소년기에 누구나 한번쯤 겪었을 일들이 있었지만, 그 때의 나는…… 하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 만큼 스스로를 책망하기도 한다. 이십년이 지나가는 지금까지도 내 맘에 남아 있는 걸 보면, 아쉬움도 그리움 만큼이나 큰 게 아닐까 싶다.

 

『파란 담요』의 김정미 작가님은, "저마다 힘든 시간을보내고 있지만 불운에 쉽게 잠식당하지 않는다. 선하고 밝은 자신만의 천성으로 지금을 견디며 나아갈 뿐이다. 지금 몹시도 힘든 '한 철'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꼭 알려주고 싶다. 아무리 힘들어도 자신을 잃지 말고 견디다 보면 인생은 반드시 해답을 안겨준다는 것을 말이다."라는 글을 남기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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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에게 버림받고 엄마까지 병으로 잃은 한지는 보육원으로 가야 하는 현실과 마주치는 순간, 할머니의 등장으로 안도의 숨이 내어진다. 그러나 그 기쁨도 잠시 할머니와 단둘이 떠난 제주도여행은 한지의 환상을 모두 깨부시고 만다.

"나 할머니랑 살기 싫어요."

새파란 바다에 시선을 던진 채 말했다. 파도가 날 심키는 상상을 하며,

"그럼 어쩌려고?"

"보육원에서 살아야죠. 아빠도 그랬는데 나라고 못할까 봐요?"

할머니는 말이 없었다. 파도 소리만 조용히 울려 퍼졌다.

"그땐 나도 어렸어. 그래서 힘들었고. 나중에는 면목이 없었고."

할머니가 뒤늦게 입을 뗐다. 어렸다, 힘들었다, 면목이 없었다…….

할머니가 그 말들을 어떤 뜻으로 이야기하는 건지 선뜻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긴 세월을 후회했어. 이젠 후회하고 싶지 않아."

할머니는 정말 제멋대로다. 아리송한 말들을 마음 내키는 대로 내뱉는다.

"너랑 살고 싶어서 왔어. 나는 너 보는 순간 마음에 들었는데,

넌 내가 싫은가 보구나?"

《코딱지가 닮았다》 21~22쪽

혼자가 된 한지는, 버림받고 남겨진 처지로 할머니를 만난다. 한지의 아빠를 버리고 떠날 수 밖에 없었던 한 아이의 엄마였던 그녀가 할머니가 되어 한지 앞에 선다. 자식을 버린 그 순간부터 혼자 남겨진 손녀를 스스로 거두기 위해 며느리의 장례식장으로 들어선 그 순간까지 할머니의 가슴 속은 얼마나 뭉개져 있을까? 부모의 보살핌이 끝나는 순간을 맞이해야 했던 한지는 그 동안 얼마나 외롭고 추웠을까? 버린 자와 남은 자 그리고 가족, 그 이름으로 만나게 된 한지와 할머니의 이야기는 한지의 투덜거림에서 작은 반란 그리고 통쾌한 웃음으로 두 사람의 내일을 기대하게 만든다.

십대는 물론이고, 나이를 제한하지 않고 자신의 몸매를 드러내는 것을 자신의 또다른 표현으로 볼 수 있다. 남자친구에게 S사이즈 스키니진을 선물받고 급다이어트에 돌입한 나는 나날이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입고 가기로 한 수련회날은 점점 다가오고. 절친에게도 뾰족한 말이 거르지 않고 나와버리고.

"이게 정말! 더는 못 참아!"

나는 스키니진을 양손으로 잡고 힘껏 당겼다.

그랬더니 스키니진이 '드드득' 소리를내며 종아리 부분까지 찢어졌다.

눈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스키니진을 향한 원망이 뭐든 찢어 버리라고 명령하고 있었다. 늘어나지도 찢어지지도 않을 것처럼 튼튼해 보이던 스키니진이 맥없이 반으로 찢어져 버리다니! 정말 어이가 없었다. 이깟 녀석 때문에 내가 그렇게 고생을 했단 말이야? 억울했다. 나는 찢어진 스키니진을 노려보며 다시 손에 힘을 줬다. 그러자 멀쩡했던 부분도 결을 따라 쭉 찢어졌다.

"어라? 한 번 해 보자, 그래!"

《스키니진 길들이기》 42쪽

남자친구가 선물한 스키니진을 입고 예쁘게 짠!하고 보여주기 위해 다이어트를 선언한 나. 청소년기에 가장 예민한 이성친구와 외모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를 가장 현실적이고 가장 사실적으로 표현한 이야기이다. 배고픔과 자존심, 친구를 잃을 것만 같은 불안감이 터지듯, 스키니진이 터질 때 나와 함께 내 마음도 후련해져온다. 얼마나 속이 시원하던지, 옷에 나를 맞추지 않는, 나를 옷에 맞추는 당당함이 나를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가족은 때로 어깨를 누르고 마음에 생채기를 내는 존재가 되는 경우가 있다. 아리는 아빠의 외도로 쓰러진 엄마를 간호하면서 아빠로 인해 받은 상처를 상대의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갚아줄 작전을 짜고 그 날만을 기다린다. 무책임한 아빠와 새로운 여자친구. 두 사람의 사랑이 남은 가족들에게는 어떤 상처를 남겼는지 돌아보지 않는 무책임에 아리는 더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생각이다.

"야! 너 말이면 다냐? 너희 엄마가 대신 아팠으면 좋겠다고?

지랄하네. 움직이지도 못하고, 말도 못하고 멍하니 창밖만 보는 엄마 지켜보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기나 해? 대답하지 않을 걸 알면서 말 거는 기분이

얼마나 더러운지 아냐고!" [중략]

"미안. 난 그런 뜻이 아니라……." [중략]

순간 지금 여기서 내가 뭘하고 있는 건지,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졌다.

내 미션은 순조롭게 진행된 듯했지만 어딘가 이상했다.

이 빠진 접시처럼, 뒤틀린 뚜껑처럼 묘하게 어긋나 있었다.

그래, 한마디로 영 '폼'나지 않았다.

적을 응징하는 영웅처럼 혼내주고 당당히 박차고 나가는모습을 상상했는데

일기장을 빼앗아 찢고, 머리를 잡아 당기고, 뒹굴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모든게 엉망이었다.

"에휴."

절로 한숨이 나왔다.

《라면 먹기 좋은 날》 86쪽

부모에 대한 미움으로 자신을 버리는 일에 기꺼이 동참하게 된 아리 그리고 미움으로 자신안에 갇힌 은혜. 두 소녀의 아픔은 서로 다르게 표현하고 있지만, 라면이라는 아주 간단하고 짜고 매운 자극적인 음식으로, 젓가락질 한번으로 후루룩 입안에 가득 메운 면발을 넘기면서 그들의 미움과 원망이 속을 훑고 지나간다. 오늘이 지나면 그들의 응어리도 그렇게 시간 속을 훑고 지나가기를 바래본다.

남과 섞이지 못하는, 그래서 점점 혼자의 시간을 보내야만 하는, 그것을 '선택'이란 단어안에 넣어 스스로 고립을 자처한 것으로 위로받은 많은 아이들과 청소년시기의 나. 혼자일 수 밖에 없는 그들의 모습을 그려낸 ≪피에로는 날 보며 웃지≫를 읽으면서 마음이 한 켠이 아려온다. 그의 외로움이 글로 충분히 전해져오며, 언제 끝날지 모르는 혼자의 시간이 너무 길어지는 건 아닌가 두려웠다.

나는 누구를 만나도 먼저 입을 열지 않는다.

답답한 상대가 말을 걸어도 짧게 대꾸할 뿐이다.

자연스럽게 상대와 나 사이엔 침묵이 자리 잡는다. 침

묵의 무게는모두룰질식시켜 버릴 만큼 무겁다. 침

묵은 언젠가 다뮤멘터리에서 본 바다 속 까맣고 깊은 구덩이와 닮았다. 모

든 걸 삼켜 버릴 듯 검은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구덩이

나와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은나에게서 검은 구덩이를 발견했을지도 모른다.

그늘지고 눅눅한, 기분 나쁘고 무서운 블랙홀을.

그래서 나는 자연스레 혼자가 됐다.

≪피에로는 날 보며 웃지≫ 104쪽

서로의 상처, 서로가 가리고 싶은 상처를 알려도 들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순간에 혼자라는 공간에서 한 걸음 나설 수 있다. 친구라는 이름으로 초대된 새로운 공간에서 그는 당당하게 걸음을 옮겨본다. 그것이 세상을 향해 처음으로 내딛는 첫걸음이라면, 그의 혼자는 이제 함께가 될 수 있고, 어둠으로만 보인 세상에 한 줄기 빛이 되어 세상을 볼 수 있는 용기를 가지게 해 줄 것이다.

『파란 담요』는 청소년기에 한번쯤은 들어봤고,겪어봤을 소재를 담담하게 털어놓는다. 어떤 소재가 되었든 가리지 않고 그대로 드러내는 담대함이 있는가 하면, 그 어느 것도 얕거나 깊게가 아닌 정한 딱 그 만큼만에서 인물들을 묘사하고 표현했다. 독자의 감정 또한 깊이 빠져들어 허우적거리기 전에 건져올려주고, 살짝 발담그는 순간 시원한 물의 감촉을 느낄 수 있도록 과감하게 파도를 밀어보내준다.

《크리스마스에 N을》 읽으면서 우리 주위에 있는 소수자의 삶을 생각해본다. 얼마 전 커밍아웃한 홍석천의 어머니께서 그러셨다.

"그걸 왜 세상에 다 말해서.

혼자 알고 있었다면 사람들은 결혼을 안 하나보다 생각했을 텐데"

그렇다. 그는 왜 말을 해서 스스로 구덩이를 팠을까?

홍석천은 힘들어서 말했다고 한다. 모든 이를 속이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고.

앤은 천천히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앤과 대화하며 나는 그녀의 콤플렉스가 내가 짐작했던 것과는 많이 다른 종류의 것임을 알게 됐다.

앤은 자신의 성별이 싫다고 했다.

그럼 여자를 좋아하는 거냐고 물으니 그건 또 아니라고 했다.

강제로 주어진 삶 말고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싶은 뿐이야.

앤의 알쏭달쏭한 말을 들으며, 나는 앤이 얼마나 힘든 때를 보내고 있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앤의 아빠는 예쁘게 화장하고, 근사하게 차려 입은 앤을

인정하지 않았다. 가장 자기다운 모습을 인정받지 못하는 것,

그것만큼 힘든 일이 어디 있을까?

《크리스마스에 N을》 125쪽

우리는 누구도 그들의 겪었을 마음의 짐을 모른다. 세상에 공표하는 순간의 그만을 두고 왈가왈부한다. 그 누구의 선택이 아닌 것을 두고 우리는 함부로 말할 수 없으며, 공감한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그들을 기만하는 것이다. "앤"은 아빠로부터 온전한 자신의 모습을 배척당할 때 얼마나 비참하였을까. 아빠의 가슴을 울리고 마는 상처는 서로의 입장의 간극이 너무나 크기에 우리는 섣불리 발을 들일 수 없는 이야기를 담은 《크리스마스에 N을》 통해 그들이 겪었을 아픔으로 한 발 다가선 느낌이다.

마음을 한없이 울린 《파란 담요》

두 형제를 누가 이렇게 만들었을까. 누구에게 허락을 받고 그들을 나약한 자로 만들어버렸을까. 부모에 대한 미움이 서로를 향해 화살을 겨누고 있는 형제, 정작 그들은 자신의 가슴에 있는 사랑받고 싶은 간절함을 보지 못한다. 상처에 상처가 더해서 처음에 무엇에 의해 생겨난 상처인지도 모르게 말이다.

쓰러져 있는 사람이 형이 아니었으면 했다. 하지만 형의 목소리를 듣고 말았다.

갑자기 울컥 울음이 나왔다.

형은 그동안 내가 누군가에게 맞고 있으면 대신 싸워줬다.

"우리 형, 때리지 마!"

어디서 그런 용기가 생겼는지 모르겠다. 나도 모르게 버럭 큰 소리가 나왔다.

[중략]

"으아아아아악!"

나는 담요를 꼭 쥐고 덩치들을 향해 달려갔다.

누군가가 내 어깨를 움켜쥐었지만 잽싸게 뿌리쳤다.

그리고는 쓰러져 있는 형을 껴안고, 담요를 뒤집어썼다.

덩치들이 내 등을 마구 밟아댔다.

어찌나 아픈지 등뼈가 다 부스러지는 것만 같았다.

"바보 같은 놈"

형이 조용히 말했다. 나는 담요를 쥔 손에 꾹 힘을 주었다.

《파란 담요》 159쪽

파란 담요 속에 들어가 세상이 둘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드는 발길질을 온전히 받아내는 형제의 모습이 가슴아프다. 그들의 세상은 어떤 빛일까. 그들을 세상 속에 섞이지 못하게 한 것은 무엇일까. 형제는 파란 담요 속에서 헤쳐나올 수 있을까. 형이 동생에게 말한 "바보 같은 놈"에서 마음속에 묻어두었던 세상에게, 부모에게, 친구에게 하고 싶었던 말은 아니었을까. 자신을 보호하겠다고 달려온 힘없는 동생조차도 끌어안는 자신에게, 미움 때문에 미움만 키워온 자신에게 하고 싶었던 말은 아니었을까.

『파란 담요』는 청소년 소설이라고 이름하기엔 아쉬움이 크다. 여전히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이고, 우리의 실수가 다음 세대들의 마음 속에 미움과 원망, 나약함과 외로움을 키워놓고 있기 때문이다. 『파란 담요』에 등장하는 여섯 명의 아이들은 나의 아이이고, 아이의 친구이다. 소설 속의 허구라고 단정짓기엔 현실적이고 사실적이기에 우리는 어른이라는 이름으로 상처를 주고, 방관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기회를 안겨준다.

어른이 내뱉은 상처와 버림에서도 꿋꿋하게 뿌리를 내리며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이 이야기 『파란 담요』. 허약하고 소심하고 자신의 상처에 당당하지 못한 여섯 명의 아이들이 자신만의 방법으로 자신을 세워나가는 모습에서 우리는 '희망'이라는 두 글자를 읽을 수 있다. 쓰러지고 싶을 때, 나를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찾아올 때, 누군가의 위로가 간절히 필요할 때, '나' 라는 존재는 이미 세상에 존재하고 있음을 잊지 말라고 한다. 내가 있는 그 자리를 버티고 있는 그 힘이 나를 다시 세워줄거라는 믿음을 놓지 않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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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생활자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72
조규미 지음 / 자음과모음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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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컴플렉스가 없는 것이 컴플렉스였던 적이 있었다. 잘난 거 하나 없는 내가 무슨 자신감이고 베짱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환경이나 처지에 만족하고 살았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두 소녀의 엄마가 되고, 나이를 조금씩 먹으면서 키가 좀 더 컸더라면, 얼굴이 좀 갸름했으면, 올라온 기미를 의술의 힘을빌린다면 등 내가 가진 조건들에 컴플레인을 걸게 된다. 나를 닮아서 둘째가 키가 작은 건 아닌지, 혼자하는 삶을 그리 불편하다 여기는 않는 나를 닮아서 첫째도 친구 사귐에 소극적인 건 아닐까 하는 자꾸만 내가 가진 것들을 긁어대고 있다.

 

누구라도 한 번쯤은 지금의 내가 아닌, 되고 싶은 나의 모습을 상상하며, 그 모습으로 하루만 살아봤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지금과는 다른 모습의 나는 새로운 삶을 살 것만 같기에 우리는 현실가능성이 없지만 상상이란 힘을 빌어 꿈꿔보기도 한다.

 

상상이 현실로 가능하다면, 나에게 기회가 온다면? 과연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가면생활자』 의 진진은, 간절히 원한 가면을 쓰고 새로운 나로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지금과는 다르게.

 

진진이의 얼굴에 가면이 씌여지고 거울을 보는 순간, 나와는 다른 누군가가 서 있다. 그 모습이 내 맘에 들고, 그 모습으로 그들만의 세상으로 들어갈 수 있는 특혜, 우리는 남과 다른 혜택을 받는 것에 우월함을 느낀다. 진진도 기숙사에서 나와 가면생활자들만의 공간 '정원'에 들어서는 순간만큼은 취업을 준비해야 하고 부모도 없는 사회보호대상자 '진진'만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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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진'은 당첨이라는 기회로 가면을 쓰게 되지만, '오타'는 어느 날 갑자기 날아온 편지 한 통으로 받고 편지 주인공인 형의 존재로 새로운 선택을 하게 된다.

엄청난 부와 규모를 자랑하는 아이마스크사는 가면을 만들고, 가면을 쓴 가면생활자들만이 즐길 수 있는 공간에 아낌없는 투자를 한다. 외모만 바꾸면 뭐든 바뀔거라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의 욕구를 이용한 아이마스크사는, 새로운 개발을 앞두고 문제성을 발견한 연구진과 마찰이 일자, 외부와 차단하기 위한 방법으로 감금을 선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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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진과 오타는 기숙사 생활을 하며 마지막 십대를 보내고 있다. 그들이 보호받고 있는 기숙사는, 부모로부터 보호를 받지 못하는 이들을 모아 사회로 나갈 수 있도록 관리하는 곳이다. 사회생활 10년동안 그동안 보호받은 기숙사로 일정의 수입을 보내야 하는 보이지 않는 족쇄, 그들에겐 기숙사 안도 사회도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가로등에 불이 들어오고 선선한 저녁 바람이 불기 시작하자 초여름의 열기를 피해 실내로 들어갔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밖으로 나왔다. 오타는그 무리 중에서 낯익은얼굴을 발견했다. 그는 진진과 자주 어울렸던 사람인데 진진이 정원에서 쫓겨난 날 에도 함께 있었다. 끌려 나가기 직전 저 사람에게 도와달라는 눈빛을 보내던 진진의 얼굴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는 외면했다. 오타가 정원에서 관찰한 가면생활자들은 저런 식이었다. 상냥하고 매너있고 예의 바르지만 그건 그들의 눈속임용 무기일 뿐이다. 그들은 본질적으로 이기적이고 비겁했다. 온갖 혜택을 받고 부유하게 자란 인간들이 왜 그런 공통점을 보이는지 이해가 안 됐다. 어쩜 오타가 네이키드라서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지도 모른다. 그들에게는 저런 게 미덕이며 자신들의 냉정함과 비겁함을 자랑스럽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164~165쪽

진진은 잠깐이지만 자유롭고 싶었을 것이다. 그리고 외모가 바뀜으로 새로운 삶이 시작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품었을 수도 있다. 허황되고 말도 안 되는 소리 같지만, 절실한 이에게는 그것마저도 꿈같고 현실로 될 것 같기도 하다는 것, 이것이 아이마스크사의 속셈이고 존재가능한 일일 것이다.

 

진진은 가면을 쓰는 순간, 새롭게 태어났다는 자신감과 함께 불안감 또한 떨칠 수가 없다. 누군가에게 진정한 가면생활자가 아님이 탄로날까봐, 다가오는 기한 마감, 리아를 닮았다는 주위의 시선, 곧 현실로 돌아가야 하는 자신의 현실등이 진진을 자유롭게 놓아주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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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진이 가면생활자로 살아가는 시간동안, 자신감과 행복감만 있었다면 그녀에게 다가올 미래는 행복이 보장되었을까? 진진에게 일어나는 일들이 진진의 홀로서기를 돕기 위함이었다면, 진진에게 위로가 될까?

"지금까지 베타테스팅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사진이야. 여기에서 누구를 말하는 거지?"

그사진들을보자 진진은 가슴이 턱 막혔다. 닥터 함이 띄운 사진들은 가면을 쓰지 않은 본래의 얼굴이었다.진진의 얼굴도 보였다. 진진은 자신도 모르게 눈을 찌푸렸다.

"자, 누구를 말하는 거지? 누군지를 알아야 어떻게 된 건지 알아보지."

진진은 아무 말도 못 하고 사진들을 바라보았다. 어떤 얼굴도 다빈의 얼굴이 아니었다. 어쩌면 당연한 거인데 그게 당연하다는 것이 이상했다. 왜 자신은 다빈의 얼굴을 찾지 못할까? 그리고 그건 왜 당연할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진진은 그래도 서서 한참동안 사진 속의 얼굴들을 들여다보았다. 마치 그 속에서 길을 잃은 아이처럼…….

208쪽

『가면생활자』 에는 외모만 변하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고, 잠깐이라도 다른 삶을 살고 싶어하는 간절한 소녀 진진이와 삶에 적극적이지는 않지만 자신에게 크게 불만이 없는 오타가 아이마스크사를 중심으로 새로운 시간을 만나게 되는이야기를 담고 있다.

자신의 온 마음을 다했던 가면 생활자의 삶과 현실의 괴리, 진진은 그 틈에서 자신을 잃을 위기를 겪지만, 꿋꿋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킬 줄 알며, 어떻게 하는 것이 현명하게 자신을 지켜나가는 것인지를 터득하게 된다.

 

오타는 연락이 끊긴 줄만 알았던 형의 존재를 찾기 위해 해야만 했던 가면생활자의 삶. 그는 새로운 세상에 자신을 맡기지 않으며, 자신과 같은 불안한 시선으로 그들의 삶으로 들어가려고 애쓰는 진진에게 진지하게 충고를 한다. 오타는 별다른 재주와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아, 기숙사 생활이 즐겁지 않으며,선생님과 친구들로부터 관심을 받는학생은 아니지만, 사람을 위하는 귀한 마음을 가졌으며, 잘못된 길을 걷는 친구를 위해 자신을 드러낼 줄 아는 인물이다.

 

『가면생활자』 의 진진과 오타는 우리에게 말한다.

가면 뒤에 숨는다고 내가 내가 아닌 것이 아닐 뿐 아니라, 진정한 나는 그 무엇이라도 가릴 수 없다는 것! 숨기고 싶다고 숨겨진다면, 세상에 '진실'이란 말은 존재하지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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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이 비룡소의 그림동화 258
이수지 지음 / 비룡소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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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지 작가님의 새 책 소식이 참 반갑다. 작가님의 이야기는, 글보다는 그림이, 화려함보다는 담백함이 묻어나는 그림으로 잔잔하게 가슴으로 녹아내리는 작품으로 나의 마음을 여러번 흔들어놓았다. 비룡소에서 출간한 작가님의 여섯 번째 그림책, 『강이』는 목탄으로 그려낸 듯한 부드러운 선과 흑과 백 두 가지의 색만으로도 애잔함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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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이 되면, 유독 힘든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외로움을 견뎌내야 하는 이들이 아닐까? 그 중에서도 버림받고 거리를 헤매고 다녀야만 하는 동물들의 삶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인간의 차가운 시선과 굶주린 배, 버림받은 존재라는 무너진 마음과 곳곳에 생명을 위협하는 환경들로부터 자신을 지켜내려는 그들의 시간은 하루가 더디게 흐르고, 겨울은 길고도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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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개는, 보호받지 못한 채 길러지고 있다. 먹이도 잠자리도 보살핌도 검은 개에게는 해당없는 듯, 주인의 방치와 무관심 속에서 하루 하루 기적처럼 살아가고 있다.

 

검은개가 그렇게 삶을 마감했다면, 이 세상과 인간에 대한 미움과 원망이 얼마나 컸을 것이며, 외로움과 배고픔, 고통을 얼마나 깊게 안고 떠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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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개는 아랫집 언니의 도움으로 주인집에서 벗어나게 된다. 새로운 주인을 만나게 된 검은개는 '강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갖게 되고, 산과 바다, 천둥과 번개 그리고 구름을 만나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처음으로 만나는 친구와 처음으로 만끽하게 된 자유, 그리고 보살핌과 관심이 주는 따스함, 그것들이 주는 안락함도 잠시, 강이가 의지하고 맘을 준 산과 바다가 떠나는 날이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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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열었던 강이에게 산과 바다의 부재는 세상에 홀로 남겨진 듯한 공허함이 자리한다. 배도 안 고프고, 목이 마르지도 않으며, 심심하지도 않다. 다만 보고 싶을 뿐, 그렇게 강이는 내내 산과 바다를 기다린다.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것은, 자신의 온 마음을 내어주는 것이다. 언제 올지 모르는 누군가를 향해 하염없이 기다리는 그 순간은, 그리움이 사무쳐 가슴이 따스해져온다. 내일 또 기다리는 시간이 오더라도 온다는 믿음이 있기에 이겨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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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이는 기다린다. 오늘도.

잠깐 다녀온다고 한 산과 바다는 이제 곧 올 거라는 믿음, 강이는 기억한다.

 

눈이 내리는 어느 날, 강이의 가슴이 세차게 두근거린다. 눈이 내리고 세상이 하얗게 변한 그곳을 힘차게 뛰어간다. 가슴의 두근거림에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반응하는 네 다리가 힘차게 달려간다. 귀가 하늘을 향하고, 입가엔 미소가 번지는 강이의 모습이 보는 나의 마음까지도 따스하게 스며들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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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누군가의 가족이 되어 줄 준비가 되어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순간의 마음으로 선택한 가족은 어느 순간 등을 돌릴 수 있을 만큼 가볍다. 내가 누군가의 가족이 되어준다고 했을 때, 그가 나에게 무언가를 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는 단 1도 없어야 한다. 가족은 주고 받는 관계가 아니라, 곁을 지켜주고 서로를 향해 눈을 마주쳐 줄 수 있으면 된다. 

 

산과 바다의 품에 안긴 강이의 모습을 보면서, 안락사로 희생당한 생명들의 마지막은 얼마나 외롭고 무서웠을까, 마음이 무거워진다. '믿음'이란 두 글자가 주는 의미를 생각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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