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생활자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72
조규미 지음 / 자음과모음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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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컴플렉스가 없는 것이 컴플렉스였던 적이 있었다. 잘난 거 하나 없는 내가 무슨 자신감이고 베짱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환경이나 처지에 만족하고 살았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두 소녀의 엄마가 되고, 나이를 조금씩 먹으면서 키가 좀 더 컸더라면, 얼굴이 좀 갸름했으면, 올라온 기미를 의술의 힘을빌린다면 등 내가 가진 조건들에 컴플레인을 걸게 된다. 나를 닮아서 둘째가 키가 작은 건 아닌지, 혼자하는 삶을 그리 불편하다 여기는 않는 나를 닮아서 첫째도 친구 사귐에 소극적인 건 아닐까 하는 자꾸만 내가 가진 것들을 긁어대고 있다.

 

누구라도 한 번쯤은 지금의 내가 아닌, 되고 싶은 나의 모습을 상상하며, 그 모습으로 하루만 살아봤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지금과는 다른 모습의 나는 새로운 삶을 살 것만 같기에 우리는 현실가능성이 없지만 상상이란 힘을 빌어 꿈꿔보기도 한다.

 

상상이 현실로 가능하다면, 나에게 기회가 온다면? 과연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가면생활자』 의 진진은, 간절히 원한 가면을 쓰고 새로운 나로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지금과는 다르게.

 

진진이의 얼굴에 가면이 씌여지고 거울을 보는 순간, 나와는 다른 누군가가 서 있다. 그 모습이 내 맘에 들고, 그 모습으로 그들만의 세상으로 들어갈 수 있는 특혜, 우리는 남과 다른 혜택을 받는 것에 우월함을 느낀다. 진진도 기숙사에서 나와 가면생활자들만의 공간 '정원'에 들어서는 순간만큼은 취업을 준비해야 하고 부모도 없는 사회보호대상자 '진진'만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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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진'은 당첨이라는 기회로 가면을 쓰게 되지만, '오타'는 어느 날 갑자기 날아온 편지 한 통으로 받고 편지 주인공인 형의 존재로 새로운 선택을 하게 된다.

엄청난 부와 규모를 자랑하는 아이마스크사는 가면을 만들고, 가면을 쓴 가면생활자들만이 즐길 수 있는 공간에 아낌없는 투자를 한다. 외모만 바꾸면 뭐든 바뀔거라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의 욕구를 이용한 아이마스크사는, 새로운 개발을 앞두고 문제성을 발견한 연구진과 마찰이 일자, 외부와 차단하기 위한 방법으로 감금을 선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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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진과 오타는 기숙사 생활을 하며 마지막 십대를 보내고 있다. 그들이 보호받고 있는 기숙사는, 부모로부터 보호를 받지 못하는 이들을 모아 사회로 나갈 수 있도록 관리하는 곳이다. 사회생활 10년동안 그동안 보호받은 기숙사로 일정의 수입을 보내야 하는 보이지 않는 족쇄, 그들에겐 기숙사 안도 사회도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가로등에 불이 들어오고 선선한 저녁 바람이 불기 시작하자 초여름의 열기를 피해 실내로 들어갔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밖으로 나왔다. 오타는그 무리 중에서 낯익은얼굴을 발견했다. 그는 진진과 자주 어울렸던 사람인데 진진이 정원에서 쫓겨난 날 에도 함께 있었다. 끌려 나가기 직전 저 사람에게 도와달라는 눈빛을 보내던 진진의 얼굴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는 외면했다. 오타가 정원에서 관찰한 가면생활자들은 저런 식이었다. 상냥하고 매너있고 예의 바르지만 그건 그들의 눈속임용 무기일 뿐이다. 그들은 본질적으로 이기적이고 비겁했다. 온갖 혜택을 받고 부유하게 자란 인간들이 왜 그런 공통점을 보이는지 이해가 안 됐다. 어쩜 오타가 네이키드라서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지도 모른다. 그들에게는 저런 게 미덕이며 자신들의 냉정함과 비겁함을 자랑스럽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164~165쪽

진진은 잠깐이지만 자유롭고 싶었을 것이다. 그리고 외모가 바뀜으로 새로운 삶이 시작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품었을 수도 있다. 허황되고 말도 안 되는 소리 같지만, 절실한 이에게는 그것마저도 꿈같고 현실로 될 것 같기도 하다는 것, 이것이 아이마스크사의 속셈이고 존재가능한 일일 것이다.

 

진진은 가면을 쓰는 순간, 새롭게 태어났다는 자신감과 함께 불안감 또한 떨칠 수가 없다. 누군가에게 진정한 가면생활자가 아님이 탄로날까봐, 다가오는 기한 마감, 리아를 닮았다는 주위의 시선, 곧 현실로 돌아가야 하는 자신의 현실등이 진진을 자유롭게 놓아주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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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진이 가면생활자로 살아가는 시간동안, 자신감과 행복감만 있었다면 그녀에게 다가올 미래는 행복이 보장되었을까? 진진에게 일어나는 일들이 진진의 홀로서기를 돕기 위함이었다면, 진진에게 위로가 될까?

"지금까지 베타테스팅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사진이야. 여기에서 누구를 말하는 거지?"

그사진들을보자 진진은 가슴이 턱 막혔다. 닥터 함이 띄운 사진들은 가면을 쓰지 않은 본래의 얼굴이었다.진진의 얼굴도 보였다. 진진은 자신도 모르게 눈을 찌푸렸다.

"자, 누구를 말하는 거지? 누군지를 알아야 어떻게 된 건지 알아보지."

진진은 아무 말도 못 하고 사진들을 바라보았다. 어떤 얼굴도 다빈의 얼굴이 아니었다. 어쩌면 당연한 거인데 그게 당연하다는 것이 이상했다. 왜 자신은 다빈의 얼굴을 찾지 못할까? 그리고 그건 왜 당연할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진진은 그래도 서서 한참동안 사진 속의 얼굴들을 들여다보았다. 마치 그 속에서 길을 잃은 아이처럼…….

208쪽

『가면생활자』 에는 외모만 변하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고, 잠깐이라도 다른 삶을 살고 싶어하는 간절한 소녀 진진이와 삶에 적극적이지는 않지만 자신에게 크게 불만이 없는 오타가 아이마스크사를 중심으로 새로운 시간을 만나게 되는이야기를 담고 있다.

자신의 온 마음을 다했던 가면 생활자의 삶과 현실의 괴리, 진진은 그 틈에서 자신을 잃을 위기를 겪지만, 꿋꿋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킬 줄 알며, 어떻게 하는 것이 현명하게 자신을 지켜나가는 것인지를 터득하게 된다.

 

오타는 연락이 끊긴 줄만 알았던 형의 존재를 찾기 위해 해야만 했던 가면생활자의 삶. 그는 새로운 세상에 자신을 맡기지 않으며, 자신과 같은 불안한 시선으로 그들의 삶으로 들어가려고 애쓰는 진진에게 진지하게 충고를 한다. 오타는 별다른 재주와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아, 기숙사 생활이 즐겁지 않으며,선생님과 친구들로부터 관심을 받는학생은 아니지만, 사람을 위하는 귀한 마음을 가졌으며, 잘못된 길을 걷는 친구를 위해 자신을 드러낼 줄 아는 인물이다.

 

『가면생활자』 의 진진과 오타는 우리에게 말한다.

가면 뒤에 숨는다고 내가 내가 아닌 것이 아닐 뿐 아니라, 진정한 나는 그 무엇이라도 가릴 수 없다는 것! 숨기고 싶다고 숨겨진다면, 세상에 '진실'이란 말은 존재하지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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