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노키오 짝꿍 최점순 좋은꿈어린이 11
류근원 지음, 이영아 그림 / 좋은꿈 / 201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단어들로 이루어진 책 제목  『피노키오 짝꿍 최점순』

거짓말할 때마다 코가 길어진다는, 책을 읽지 않아도 알고 있는 인물 피노키오.

그리고 짝꿍.

연세가 있으신 분들의 이름에 붙는 ~순. 그 중에서 정감가득한 점순. 최.점. 순

우리에게 익숙한 단어들이 합해져 책 제목으로 새롭게 탄생한  『피노키오 짝꿍 최점순』


 

노란 바탕에 환한 웃음을 지으며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는 인물들 중에 최점순 할머니를 찾는 건 너무나 쉬운 일이다. 그렇다면 할머니의 짝꿍이 피노키오?

와우~ 책 표지에서부터 궁금증이 마구 솟구쳐오기 시작한다.

 

006.jpg

 

자칭 절세미녀 엄마의 아들로 태어난 노기호는, 엄마의 꿈에 '피노키오'가 "엄마"하고 달려드는 꿈을 꾼 뒤에 태어났다. 그래서 그럴까, 낮은 코로 성형을 하고 싶을 만큼 오똑한 코가 마치 피노키오를 닮았고, 이름까지도 비슷해 아주 자연스럽게 피노키오로 불리고 있다. 다만 기호는 절대 용납할 수 없지만 말이다.

 

키가 큰 기호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성비 비율이 맞지 않아 혼자 앉거나 남자와 짝을 해 왔다.

신학기 학용품을 사러 간 백화점 육교에서 장난삼아 해 본 신년운수 새점을 보니, 가까운 시일 내에 예쁜 여자를 만난다고 한다.

기호는 분명 올해엔 자 짝을 할 수 있을 거란 기대를 걸고 있다.

 

짝이란 것이 한 학년동안 여러 차례 바뀌지만 아이들은 짝을 바꾸는 시기가 되면 흥분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누구였으면, 누군 아니었으면,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기쁘고 실망스럽기도 한 짝꿍,

기호에게 새점이 말해 준 예쁜 여자, 과연 누구일까?

 

007.jpg

 

새학기 첫 날.

기호는 드디어 기회가 왔다. 그러나 기호의 계획에도 불구하고 혼자 앉는 외톨이 신세가 되고 만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기호의 옆에 정말 여자 짝꿍이 나타난다. 다만 나이가 기호보다 60살 이상은 많은

할머니 짝꿍을 맞이하게 된다.

기호는 운명의 장난도 아니고. 이게 말이 되냐고.

할머니도 기호도 서로 편하게 혼자 앉겠다고 고집을 피워보지만 선생님은 안 된다고 말한다.

후~~.

저절로 깊은 숨이 쉬어지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009.jpg

 

최점순할머니는 교실의 우렁각시.

아이들이 오기 전 책상, 신발장, 사물함까지도 깨끗하게 닦아놓이시고, 힘든 이웃들에게 음식을 나눠주기도 한다. 기호는 할머니와 하루 하루 지나면서 자꾸만 눈길이 가고 정이 들어간다. 처음 마음이 후회되고 미안할 정도로 말이다.

 

할머니는 맞춤법이 죄다 틀린 편지들을 기호에게 주며 바르게 고쳐달라고 부탁한다. 삐뚤삐뚤 엉성한 할머니의 글씨를 고쳐주며 기호는 점점 마음의 문이 열리고, 부치지 못한 편지들의 사연에서 절실함이 느껴져 할머니가 감추고 있는 비밀이 무언지 궁금해져만 간다.

 

010.jpg

 

 

기호가 4학년 첫날, 짝이 되고 싶었던 수정이.

수정이는 병든 할아버지를 간호하며 학교를 다니는, 안타까운 사연이 있는 친구이다.

할머니는 수정이의 사연을 우연히 알게 된 후부터 반찬들을 익명으로 배달시켜 수정이에게 힘을 실어주신다.

 

수정이 할아버지의 병이 깊어진 어느 날,

기호는 떨어진 수정이 핸드폰을 주우면서 함께 수정이네 집으로 가게 되고, 그 자리에서 할아버지의 젊은 시절 사진을 보게 된다. 너무나 낯익은 사진 한 장.

 

011.jpg

기호가 기억하고 있는 사진 한 장은,

젊은 시절 6.25전쟁이 일어나고, 학도병 지원으로 전쟁에 나가야 했던 할아버지의 모습이다.

그 사진은 할아버지 뿐만 아니라, 결혼하고 일주일 만에 전쟁이 나고, 남편을 전쟁터로 보내고 긴 세월 남편을 그리워하며 살아온 최점순 할머니에게도 있는 것이다.

 

할머니는 방송에서 우연하게 발견된 유리병 속 편지 사연을 보고, 남편을 그리워하며 편지를 쓴다. 언젠가는 답장을 보내기 위해서 말이다. 그래서 학교에도 다니게 되었던 것이었다.

기호의 도움으로 만나게 된 부부는, 서로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으로 눈물을 흘리며, 전쟁으로 부부의 삶을 이루지 못한 지난 세월이 야속하기만 하다.

 

012.jpg

 

할아버지는, 자신을 그리워하며 긴 세월 혼자 생활해 온 할머니에게 미안함으로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한다. 그러나 기호가 가져다 준 부치지 못한 할머니의 편지를 읽으면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할머니와 함께 남은 시간을 보내기로 마음 먹는다.


 

우리나라는 수난의 시대를 겪으면서 이별을 겪고, 서로의 소식을 전하지 못하며 그리워한 채 살아가는 많은 이들이 있다. 그들의 슬픔과 그리움은 우리가 가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을 것이며, 그리움이 뼈에 사무친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들은 알 수 있을 것이다.

전쟁도 할머니 짝꿍을 만나는 것도 우리 아이들에게는 아주 생소한 경험이다. 피노키오 기호가 최점순할머니를 만나면서 나이의 장벽을 허물어가면서 짝을 이루고, 짝에게 배움을 나누고, 짝의 일에 관심을 기울이며 도우려고 하는 행동들에서 친구는 나이로 되는 것이 아니고, 마음으로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쟁으로 헤어질 수 밖에 없었던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들 부부를 연결시켜주기 위해 애써준 기호와 기호 엄마 그리고 가난이 싫어 떠나간 엄마 아빠를 대신해 병든 할아버지를 간호하며 살아야 했던 수정이, 그들이 엮어가는 이야기 속에서 이웃의 소소한 정과 부부가 주는 끈끈함 그리고 전쟁의 아픔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013.jpg

 

류근원 선생님께서 직접 써 주신 글귀 하나.

깊어가는 가을을 담아주셔서 가을이 더 따스하게만 느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영혼의 소리, 젬베 내친구 작은거인 54
홍종의 지음, 김주경 그림 / 국민서관 / 2017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프리카'라는 곳은 그들만의 세계가 존재하며,  옛모습을 유지하면서 많은 세월동안 지켜온 정신들이 온전히 남아 숨쉬는 곳이라는 생각이 막연히 든다.

문명의 발전 한가운데 사는 우리와는 다른 문화를 영위하며 그 정신을 오랜시간 잘 지켜나가고 있을 거라는 나의 생각은 아마도 아프리카를 잘 몰라서에서 오는 무지일 수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아프리카에 대한 정보는 책과 영화 그리고 가끔 매체에서 보여주는 다큐가 전부이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젬베'라는 북을 우연한 기회에 갖게 된 작가 홍정의 선생님이 젬베를 배워 연주하면서 그 울림에 영감을 얻어 쓰게 된 『영혼의 소리, 젬베』

아프리카의 악기, 젬베를 통한 또 다른 모습의 아프리카를 만날 수 있는 시간과 마주한다.

 

 

 

띠루 할아버지와 염소 바무와 함께 살고 있는 아프리카 소년 레테이파.

띠루 할아버지에게서 선물받은 젬베를 연주하며 엄마의 영혼과 마주하는 촌장의 딸 구파이.

그리고 우연한 기회에 만난 친구 잭과 못된 쿠막지 아저씨와 심술쟁이 달쿠시 아저씨.

그들이 만들어가는 『영혼의 소리, 젬베』


이야기 속에서 만나게 될 슬픔과 위로, 그리고 따스함

그것이 젬베의 울림을 통해 서서히 우리 마음 속에 내려앉는 듯 하다.

 

 

 

 

레테이파는 나이든 띠루 할아버지와 늙은 염소이자 가장 친한 친구인 바무를 위해 마을에 먹거리를 찾으러 마을로 내려온다. 그곳에서 우연히 듣게 된 북소리. 북소리가 어깨가 움찔거리고 다리는 자연스럽게 북소리를 따라 걷는다.

나무숲이 우거진 그 곳에 촌장의 딸 구파이가 '젬베'라는 북을 치고 있다. 구파이는 북소리에 맞춰 몸을 움직이는 레테이파를 기다리며 쉬지 않고 두드리고 있었노라고, 나를 찾아 숲으로 올 거라는 걸 알고 있었노라고 말한다.


구파이는 엄마 잃은 슬픔을 젬베를 치며 달래고 있으며, 젬베를 연주하는 동안 엄마의 영혼과 마주하며 엄마와 만나는 시간을 갖는다고 한다. 띠루 할아버지가 손수 만들어주신 젬베. 그 소리는 마음을 움직이고 영혼을 움직이게 하는 깊은 음을 만들어내며 그 울림이 멀리까지 흘러가 치는 이의 마음도 듣는 이의 마음도 하나가 되도록 이어주는 묘한 힘을 가졌다 한다.

 

 

 

레테이파에게 슬픔이 찾아온다. 바무의 젖을 먹고 자란 레테이파에게는 너무나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바무의 죽음.

레테이파는 너무 놀라고 믿기지 않아 눈물이 흐르지도 않는다. 그리고 바무가 깨워주지 않는 아침 일어나고 싶지도 않다. 며칠 동안 잠만 자며 바무의 빈자리를 슬픔으로 채워간다.

 

 

띠루 할아버지는 엄마를 잃은 구파이를 위해 젬베를 만들어주고 손가락 한 마디를 잃는다. 바무의 죽음 이후 레테이파는 자기 곁에 남은 띠루 할아버지는 이제 자신의 전부가 되었다. 바무를 잊기 위해서가 아닌 띠루 할아버지가 언젠가는 곁을 떠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는 띠루 할아버지도 마찬가지일 터이다.

서로가 함께 할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음을 서로가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남은 시간이 더 소중하고 더 마음 아프고, 더 간절한 것일 것이다.


띠루 할아버지는, 바무의 죽음으로 혼자가 된 레테이파

노쇠함으로 언젠가는 레테이파의 곁을 떠나야 함을 아는 띠루 할아버지.

띠루 할아버지는 염소 바무의 가죽으로 레테이파의 젬베를 만들기 시작한다.


마을을 지키고 가족의 그늘이 되어 주었던 린케나무,

100년이란 시간동안 언덕 위를 지키던 위풍당당함도 가뭄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진다.


세월이란 그 누구도 져버릴 수 없으며, 그는 자연의 순리이며 그 자리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주며 자신의 자리를 비워주는 것,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마음에 새기는 것이 우리 사람의 몫이 아닐까 싶다.


띠루 할아버지는 린케나무를 젬베의 기본 통으로 삼고, 그 위에 바무의 가죽으로 덮고, 할아버지의 끈으로 통과 가죽을 연결하고, 그 아래 레테이파의 이름을 새겨 넣으신다.


"이 젬베로 바무와 린케나무 그리고 네가 하나가 되었구나. 이 할아버지까지도 말이야."

 

 

"젬베 / 소리는 / 영혼의 / 소리란다.

사람들의 / 마음을 / 서로 / 통하게 / 해 / 준단다." 


젬베는 단순히 악기라고 할 수 없다. 그리운 이와의 영혼을 연결해 주는 다리가 되어 주고, 힘들어 하는 자의 눈물을 닦아주는 위로가 되어주며, 떠나가는 이의 마음에 편안한 날개가 되어준다.

레테이파에게 띠루 할아버지는, 바무는 전부이다.

마을을 지켜주던 린케나무가 가뭄으로 말라가듯 세월이란 장애 앞에서 그 누구도 존재를 말할 수 없다. 앞으로 혼자가 될 레테이파에게 젬베는 띠루 할아버지가 되고, 바무가 되어줄 것이다.


아프리카만이 가지고 있는 영혼과의 교류

그들이 말하는 영혼과의 만남은 소중한 이를 내 가슴 속에 오래도록 묻어두는 것이 남은 자와 떠나는 자에게 커다란 위로가 된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잔잔하고도 깊게 울리는 '젬베'의 소리가 내 귀를 맴도는 것만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물싸움 Dear 그림책
전미화 지음 / 사계절 / 2017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올해 봄, 할아버지가 공들여 일구는 사과밭에 다녀온 우리 집 두 소녀.

막연히 농부 아저씨의 고생됨을 짐작하다가 할아버지의 사과밭에서 사과꽃을 따주고, 가지치기의 과정을 손수 해 보면서 사과밭에 대한 애정이 남달라졌다. 날씨를 볼 때도 할아버지가 계신 지역을 지켜보는가 하면, 할아버지와의 통화에서 비가 오는지, 가뭄인지, 비료는 잘 쳤는지 등 농사에 대한 일들을 들으면서 더욱 친근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찌는 듯한 여름날, 바닥이 갈라진 논바닥을 매체를 통해 보면서 사과밭도 저렇게 됐으면 어떡하냐고 한 걱정을 하더니, 할아버지께서 기계로 물을 끌어올려 주고 있다고 하자 우리 사과밭은 잘 견디고 있다고 참 반가워했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눈썹이 올라간 철이』를 통해 처음 만나게 된 전미화님이 새로 출간한 『물싸움』

표지의 그림을 딱 보는 순간, 아~! 하는 반가움이 일었다.

예쁘게 그리기를 거부한 그림, 그림책의 그림은 알록달록하고 고운선이 있어야 한다는 편견을 과감히 무너뜨린 그림, 그것이 바로 내가 만난 전미화님의 그림이었다.

사람의 감정을 눈썹에서 눈으로, 주름에서 콧잔등으로, 입매에서 턱선으로 이어지며 모든 근육을 자극하여 한 사람이 가진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해주어 보는 내내 함께 할 수 있다는 매력을 갖고 있다.

『물싸움』은 농부들이 일년마다 겪는 삶의 애환이며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순간을 아이들의 시선에 맞추어 단순하면서도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강렬하게 표현해 주고 있다.

 

 

 

모내기를 끝내고 찰방거리는 물을 보며 한 해 농사가 풍년이기만을 기도했던 농부의 속은 줄어드는 물의 양만큼 쪼글아들어 온 몸으로 시름을 앓는다. 뒷모습의 농부 모습에서 그가 얼마나 울상을 짓고 있을지, 하늘의 뜻이라 어찌할 수 없는 무기력함에 얼마나 좌절하고 있을지 표정을 보지 않아도 짐작이 간다.

 

 

 

야속하게도 태양은 고운 빛을 내며 땅으로 쏟아져내린다. 타들어가는 어린 모와 비를 기다리며 목빠지게 하늘만을 바라보는 농부의 마음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쏘아내는 강렬한 태양빛.

전미화님의 그림 속에서 너무나 곱고 가장 강렬한 색상을 가진 태양의 모습. 바로 우리들의 속상한 마음을 놀리기라도 하려는 듯, 너무나 아름답게 빛나고 있으며 그 색 또한 너무나 곱다. 아마 농부와 어린 모의 타들어가는 심정을 좀 더 극대화 시키기 위해 아낌없이 색을 낸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이것만은 피해갔으면 하는 일이 벌어지고 만다.

윗마을과 아랫마을이 서로를 향해 눈썹을 치켜올리고 악다구니를 쓰고 있다.

서로의 논에 물이 줄어들자 예민해지고, 급기야는 다른 논으로 흘러가는 물꼬를 막고 자기 논으로 방향을 바꾸어 물을 대기에 이르렀다. 얼마나 이기적인가. 하는 말로 그들의 행동에 대한잘잘못을 가릴 수도 누구 하나 양보하라고 할 수도 없을 만큼 누구도 절박하고 절실하다.

 

 

그래서 결정한 것이 팻물.

가장 아래 논부터 물이 흘러가도록 물꼬를 열어주어 사람도 논도 살리도록 하는 어른들의 지혜이다.

그러나 급박한 농부는 보 앞을 지키는 사람의 눈을 피해 물꼬의 방향을 돌리기도 한다. 얼마나 간절했기에  이럴 수 있을까.

이 순간만큼은 서로가 약속한 규칙이 먼저인 것을 알고, 규칙이 깨어지면 더 큰 분쟁이 일어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타들어가는 논을 바라보는 농부는 감내하고라도 물 한줄기를 끌어가기 위해 모든 것을 건다.

이게 농부가 논을 지키는 방법일 것이다.

 

 


 

비가 내린다.

비가 모를 적시고, 메마른 논바닥에 생기를 불어넣어준다.

농부의 얼굴에 드디어 웃음이 찾아온다.

입술을 위로 찢어지고 눈은 감기고 비인지 눈물인지 모를 것이 자꾸만 떨어진다.

이렇게 올 한해 농사도 한 고비를 넘긴다.

 


 

자연에서 살고, 흙에서 인생을 바친 농부들의 고단함을 그림으로 만나게 해 준 『물싸움』

짧은 글이 사실적으로 단순하게, 군더더기없이 표현된 그림을 만나 그들의 절실함과 간절함을 더 깊은 여운을 남겨주었다.

비를 맞으며 눈물을 떨구는 농부의 모습. 

한 동안 잊지 못할 나만의 한컷 그림으로 자리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류 기원의 비밀 롱고롱고 69 카니발 문고 10
하지윤 지음 / 스콜라(위즈덤하우스)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몇년 전 아이들과 함께 이스터섬에 대한 그림책을 만나게 되어 거대한 돌조각상 '모아이'를 만나게 되었다. 그것들이 존재하게 된 사례를 짐작한 여러 이야기들을 만나면서 이스터섬이 가지고 있는 비밀스러움과 과거의 시간이 내내 가슴에 남아 있었다.

이스터섬에 있는  또 하나의 또 다른 비밀.

그것이 바로 지도를 따라간 그 곳 이스터섬에서의 미해독문자 롱고롱고에 담긴 비밀을 풀어야 한다는 것.

이것은 비밀스러우면서

풀리지 않을 수 있다는, 지금이 아니라면 다음의 후손이 풀어야 할 과제로 남겨질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야기의 시작부터 판타지에 익숙하지 않은 엄마는 의문의 메시지 앞에서 머뭇거린다.

무슨 뜻일까.

무엇을 어떻게? 나에게 어떤 답을 유추하라고 암시하는 것일까.

내내 고민스러웠다.


『인류기원의 비밀 롱고롱고 69』의 작가 하지윤님이 방송작가였을까.

글을 읽는 동안 대화체와 만나는 순간은 글보다는 영상으로 봤을 때 특유의 어투와 말장난이 유머스럽게 느껴졌을 텐데 글이란 것이 그 재미를 다 못 살려주는 것 같아 살짝 아쉬움이 남았다.

 


『인류기원의 비밀 롱고롱고 69』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은 이야기.

고고학자를 아빠로 둔 세 친구는 오메가고고학교의 학생으로 지도 한장을 들고 이스터섬으로 향한다.

아빠들의 간절한 소망이 담긴 롱고롱고69를 되찾기 위해 거인 폴리페서의 추격을 따돌려야 하고, 닥친 여러 시련이 있었지만 그들은 좌절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길 반복한다.


예지몽이 있는 꿈에서 시작된 모험은,

그들은 꿈이 깨어나서도, 다시 그 끔을 위해 앞으로 나아가는 용기를 보인다.

 

 

 

미해독문자. 그 문자를 해독할 수 있는 사람은 이제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미해독문자로 영원히 묻힐 수도 있고, 새로운 유물들이 발굴되면서 우연한 계기로 단서가 되어 해석되어질 수 도 있다. 이건 모두의 궁금증을 해결하는 간절함이지만, 미해독이라는 말에서 주는 비밀스러움과 신비로움으로 그대로 미해독으로 존재한다 해도 그가 가진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


고고학자를 꿈꾸는 세 아이의 도전과 용기로 펼쳐지는 『인류기원의 비밀 롱고롱고 69』

인류기원의 비밀이라는 궁금증과 롱고롱고 미해독문자와의 만남은 판타지의 새로운 시대를 열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빨강 캥거루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35
에릭 바튀 지음,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17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캥거루'는 참 매력있는 동물이다. 아기 주머니가 엄마의 배 앞 쪽에 있어 사회로의 첫발을 내딛기 전에 엄마의 한없는 보살핌을 받을 수 있도록 마음과 몸이 준비되어 있는 동물이다.

한때 청년기에 접어든 이들이 사회 부적응함과 동시에 다시 부모의 품으로 파고 들어 사회 진출을 두려워하는 이들을 캥거루족이라고 하기도 했다. 이는 부모의 품만큼 따듯하고 한없이 사랑을 쏟아주는 곳이 없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오늘 내가 만난 캥거루는. 빨강 캥거루.

태양을 향해 높이 점프가 가능한 캥거루. 석양이 지는 초원 위에서 하늘 높이 몸을 던져보는 캥거루는 마냥 행복해보이며 자유로워보인다. 멀리 서 있는 소나무보다도 높이 올라간 그는 지금 세상을 다 얻은 듯 환한 미소를 짓고 있을 것이다. 분명.


 

 

표지를 넘겨서 만나는 첫 그림.

한참을 들여다 보면서 기분이 착 가라앉는다.

끝이 보이지 않는 좁은 길 위에 이정표 하나. 우리의 삶의 길이 아닐까 싶었다.

우리 인생의 여정은 아직 시작점에 불가하다. 끝도 없이 이어진 길 위에 서 있는 우리.

이정표가 있어도 나의 길을 찾기 위해 돌아돌아 가지도 하고,

이정표를 따라 안전한 길을 찾아가지만 결코 내가 가고픈 길이 아닐 수도 있고,

길 하나가 주는,

그림 하나가 주는 이 느낌은

그림만이 가진 색다른 해석법이 아닐까 싶다.

 


다르다는 간혹 틀리다로 오판하는 경우가 참 많다.

너와 우리는 달라.

너와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달랐어.

너와 우리는 생김새가 다르니까 뭐든지 다를거야.

이 말로 빨강 캥거루는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사회를 배울 기회를 얻지 못한다.

엄마의 품에서 사회로의 첫발을 내딛는 것이 너무나 무섭고 두렵기만 하다.

자꾸만 엄마 품에 자기 몸을 가둘 수 밖에는.


 


 

빨강 캥거루가 과감히 엄마의 배주머니를 나와 사회로의 첫발을 과감히 내딛는 순간이 찾아온다.

바로 초원 끝에서 만난 파랑 캥거루 한마리.

다름이 다름을 만나 치유하는 것.


다름이 모두 같음이 있는 이들과 함께 어우러졌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스치는 순간,

다름이 다름을 만나서 서로의 슬픔과 상처를 위로받고

또 다른 다름을 인정하는 과정에서 성장한다는 것,

선명한 무재개의 빛 아래 서로의 시선을 마주하는 두 마리의 캥거루의 모습에서

다름을 인정하는 것 뿐만 아니라

상처는 인정하는 과정에서 치유되며,

그 치유는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손길에서 시작되는 것을 말해 준다.

 

 

엄마의 배주머니에서 세상으로 나가는 그 순간의 두려움과 불안감

우리 아이들이 그 순간을 잘 맞이해주고 있음이 참 감사하는 아침이다.

두려움도 떨림도 자신의 에너지로 잘 감싸안으며 하루 하루를 잘 견디며

자신의 삶을 이끌어가는

세상 모든 아이들에게 오늘만이라도 따스한 시선을 쏟아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