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소리, 젬베 내친구 작은거인 54
홍종의 지음, 김주경 그림 / 국민서관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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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라는 곳은 그들만의 세계가 존재하며,  옛모습을 유지하면서 많은 세월동안 지켜온 정신들이 온전히 남아 숨쉬는 곳이라는 생각이 막연히 든다.

문명의 발전 한가운데 사는 우리와는 다른 문화를 영위하며 그 정신을 오랜시간 잘 지켜나가고 있을 거라는 나의 생각은 아마도 아프리카를 잘 몰라서에서 오는 무지일 수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아프리카에 대한 정보는 책과 영화 그리고 가끔 매체에서 보여주는 다큐가 전부이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젬베'라는 북을 우연한 기회에 갖게 된 작가 홍정의 선생님이 젬베를 배워 연주하면서 그 울림에 영감을 얻어 쓰게 된 『영혼의 소리, 젬베』

아프리카의 악기, 젬베를 통한 또 다른 모습의 아프리카를 만날 수 있는 시간과 마주한다.

 

 

 

띠루 할아버지와 염소 바무와 함께 살고 있는 아프리카 소년 레테이파.

띠루 할아버지에게서 선물받은 젬베를 연주하며 엄마의 영혼과 마주하는 촌장의 딸 구파이.

그리고 우연한 기회에 만난 친구 잭과 못된 쿠막지 아저씨와 심술쟁이 달쿠시 아저씨.

그들이 만들어가는 『영혼의 소리, 젬베』


이야기 속에서 만나게 될 슬픔과 위로, 그리고 따스함

그것이 젬베의 울림을 통해 서서히 우리 마음 속에 내려앉는 듯 하다.

 

 

 

 

레테이파는 나이든 띠루 할아버지와 늙은 염소이자 가장 친한 친구인 바무를 위해 마을에 먹거리를 찾으러 마을로 내려온다. 그곳에서 우연히 듣게 된 북소리. 북소리가 어깨가 움찔거리고 다리는 자연스럽게 북소리를 따라 걷는다.

나무숲이 우거진 그 곳에 촌장의 딸 구파이가 '젬베'라는 북을 치고 있다. 구파이는 북소리에 맞춰 몸을 움직이는 레테이파를 기다리며 쉬지 않고 두드리고 있었노라고, 나를 찾아 숲으로 올 거라는 걸 알고 있었노라고 말한다.


구파이는 엄마 잃은 슬픔을 젬베를 치며 달래고 있으며, 젬베를 연주하는 동안 엄마의 영혼과 마주하며 엄마와 만나는 시간을 갖는다고 한다. 띠루 할아버지가 손수 만들어주신 젬베. 그 소리는 마음을 움직이고 영혼을 움직이게 하는 깊은 음을 만들어내며 그 울림이 멀리까지 흘러가 치는 이의 마음도 듣는 이의 마음도 하나가 되도록 이어주는 묘한 힘을 가졌다 한다.

 

 

 

레테이파에게 슬픔이 찾아온다. 바무의 젖을 먹고 자란 레테이파에게는 너무나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바무의 죽음.

레테이파는 너무 놀라고 믿기지 않아 눈물이 흐르지도 않는다. 그리고 바무가 깨워주지 않는 아침 일어나고 싶지도 않다. 며칠 동안 잠만 자며 바무의 빈자리를 슬픔으로 채워간다.

 

 

띠루 할아버지는 엄마를 잃은 구파이를 위해 젬베를 만들어주고 손가락 한 마디를 잃는다. 바무의 죽음 이후 레테이파는 자기 곁에 남은 띠루 할아버지는 이제 자신의 전부가 되었다. 바무를 잊기 위해서가 아닌 띠루 할아버지가 언젠가는 곁을 떠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는 띠루 할아버지도 마찬가지일 터이다.

서로가 함께 할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음을 서로가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남은 시간이 더 소중하고 더 마음 아프고, 더 간절한 것일 것이다.


띠루 할아버지는, 바무의 죽음으로 혼자가 된 레테이파

노쇠함으로 언젠가는 레테이파의 곁을 떠나야 함을 아는 띠루 할아버지.

띠루 할아버지는 염소 바무의 가죽으로 레테이파의 젬베를 만들기 시작한다.


마을을 지키고 가족의 그늘이 되어 주었던 린케나무,

100년이란 시간동안 언덕 위를 지키던 위풍당당함도 가뭄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진다.


세월이란 그 누구도 져버릴 수 없으며, 그는 자연의 순리이며 그 자리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주며 자신의 자리를 비워주는 것,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마음에 새기는 것이 우리 사람의 몫이 아닐까 싶다.


띠루 할아버지는 린케나무를 젬베의 기본 통으로 삼고, 그 위에 바무의 가죽으로 덮고, 할아버지의 끈으로 통과 가죽을 연결하고, 그 아래 레테이파의 이름을 새겨 넣으신다.


"이 젬베로 바무와 린케나무 그리고 네가 하나가 되었구나. 이 할아버지까지도 말이야."

 

 

"젬베 / 소리는 / 영혼의 / 소리란다.

사람들의 / 마음을 / 서로 / 통하게 / 해 / 준단다." 


젬베는 단순히 악기라고 할 수 없다. 그리운 이와의 영혼을 연결해 주는 다리가 되어 주고, 힘들어 하는 자의 눈물을 닦아주는 위로가 되어주며, 떠나가는 이의 마음에 편안한 날개가 되어준다.

레테이파에게 띠루 할아버지는, 바무는 전부이다.

마을을 지켜주던 린케나무가 가뭄으로 말라가듯 세월이란 장애 앞에서 그 누구도 존재를 말할 수 없다. 앞으로 혼자가 될 레테이파에게 젬베는 띠루 할아버지가 되고, 바무가 되어줄 것이다.


아프리카만이 가지고 있는 영혼과의 교류

그들이 말하는 영혼과의 만남은 소중한 이를 내 가슴 속에 오래도록 묻어두는 것이 남은 자와 떠나는 자에게 커다란 위로가 된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잔잔하고도 깊게 울리는 '젬베'의 소리가 내 귀를 맴도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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