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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캥거루 ㅣ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35
에릭 바튀 지음,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17년 8월
평점 :
'캥거루'는 참 매력있는 동물이다. 아기 주머니가 엄마의 배 앞 쪽에 있어 사회로의 첫발을 내딛기 전에 엄마의 한없는 보살핌을 받을 수 있도록 마음과 몸이 준비되어 있는 동물이다.
한때 청년기에 접어든 이들이 사회 부적응함과 동시에 다시 부모의 품으로 파고 들어 사회 진출을 두려워하는 이들을 캥거루족이라고 하기도 했다. 이는 부모의 품만큼 따듯하고 한없이 사랑을 쏟아주는 곳이 없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오늘 내가 만난 캥거루는. 빨강 캥거루.
태양을 향해 높이 점프가 가능한 캥거루. 석양이 지는 초원 위에서 하늘 높이 몸을 던져보는 캥거루는 마냥 행복해보이며 자유로워보인다. 멀리 서 있는 소나무보다도 높이 올라간 그는 지금 세상을 다 얻은 듯 환한 미소를 짓고 있을 것이다. 분명.

표지를 넘겨서 만나는 첫 그림.
한참을 들여다 보면서 기분이 착 가라앉는다.
끝이 보이지 않는 좁은 길 위에 이정표 하나. 우리의 삶의 길이 아닐까 싶었다.
우리 인생의 여정은 아직 시작점에 불가하다. 끝도 없이 이어진 길 위에 서 있는 우리.
이정표가 있어도 나의 길을 찾기 위해 돌아돌아 가지도 하고,
이정표를 따라 안전한 길을 찾아가지만 결코 내가 가고픈 길이 아닐 수도 있고,
길 하나가 주는,
그림 하나가 주는 이 느낌은
그림만이 가진 색다른 해석법이 아닐까 싶다.

다르다는 간혹 틀리다로 오판하는 경우가 참 많다.
너와 우리는 달라.
너와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달랐어.
너와 우리는 생김새가 다르니까 뭐든지 다를거야.
이 말로 빨강 캥거루는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사회를 배울 기회를 얻지 못한다.
엄마의 품에서 사회로의 첫발을 내딛는 것이 너무나 무섭고 두렵기만 하다.
자꾸만 엄마 품에 자기 몸을 가둘 수 밖에는.

빨강 캥거루가 과감히 엄마의 배주머니를 나와 사회로의 첫발을 과감히 내딛는 순간이 찾아온다.
바로 초원 끝에서 만난 파랑 캥거루 한마리.
다름이 다름을 만나 치유하는 것.
다름이 모두 같음이 있는 이들과 함께 어우러졌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스치는 순간,
다름이 다름을 만나서 서로의 슬픔과 상처를 위로받고
또 다른 다름을 인정하는 과정에서 성장한다는 것,
선명한 무재개의 빛 아래 서로의 시선을 마주하는 두 마리의 캥거루의 모습에서
다름을 인정하는 것 뿐만 아니라
상처는 인정하는 과정에서 치유되며,
그 치유는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손길에서 시작되는 것을 말해 준다.
엄마의 배주머니에서 세상으로 나가는 그 순간의 두려움과 불안감
우리 아이들이 그 순간을 잘 맞이해주고 있음이 참 감사하는 아침이다.
두려움도 떨림도 자신의 에너지로 잘 감싸안으며 하루 하루를 잘 견디며
자신의 삶을 이끌어가는
세상 모든 아이들에게 오늘만이라도 따스한 시선을 쏟아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