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노키오 짝꿍 최점순 좋은꿈어린이 11
류근원 지음, 이영아 그림 / 좋은꿈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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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단어들로 이루어진 책 제목  『피노키오 짝꿍 최점순』

거짓말할 때마다 코가 길어진다는, 책을 읽지 않아도 알고 있는 인물 피노키오.

그리고 짝꿍.

연세가 있으신 분들의 이름에 붙는 ~순. 그 중에서 정감가득한 점순. 최.점. 순

우리에게 익숙한 단어들이 합해져 책 제목으로 새롭게 탄생한  『피노키오 짝꿍 최점순』


 

노란 바탕에 환한 웃음을 지으며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는 인물들 중에 최점순 할머니를 찾는 건 너무나 쉬운 일이다. 그렇다면 할머니의 짝꿍이 피노키오?

와우~ 책 표지에서부터 궁금증이 마구 솟구쳐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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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칭 절세미녀 엄마의 아들로 태어난 노기호는, 엄마의 꿈에 '피노키오'가 "엄마"하고 달려드는 꿈을 꾼 뒤에 태어났다. 그래서 그럴까, 낮은 코로 성형을 하고 싶을 만큼 오똑한 코가 마치 피노키오를 닮았고, 이름까지도 비슷해 아주 자연스럽게 피노키오로 불리고 있다. 다만 기호는 절대 용납할 수 없지만 말이다.

 

키가 큰 기호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성비 비율이 맞지 않아 혼자 앉거나 남자와 짝을 해 왔다.

신학기 학용품을 사러 간 백화점 육교에서 장난삼아 해 본 신년운수 새점을 보니, 가까운 시일 내에 예쁜 여자를 만난다고 한다.

기호는 분명 올해엔 자 짝을 할 수 있을 거란 기대를 걸고 있다.

 

짝이란 것이 한 학년동안 여러 차례 바뀌지만 아이들은 짝을 바꾸는 시기가 되면 흥분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누구였으면, 누군 아니었으면,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기쁘고 실망스럽기도 한 짝꿍,

기호에게 새점이 말해 준 예쁜 여자, 과연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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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학기 첫 날.

기호는 드디어 기회가 왔다. 그러나 기호의 계획에도 불구하고 혼자 앉는 외톨이 신세가 되고 만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기호의 옆에 정말 여자 짝꿍이 나타난다. 다만 나이가 기호보다 60살 이상은 많은

할머니 짝꿍을 맞이하게 된다.

기호는 운명의 장난도 아니고. 이게 말이 되냐고.

할머니도 기호도 서로 편하게 혼자 앉겠다고 고집을 피워보지만 선생님은 안 된다고 말한다.

후~~.

저절로 깊은 숨이 쉬어지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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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점순할머니는 교실의 우렁각시.

아이들이 오기 전 책상, 신발장, 사물함까지도 깨끗하게 닦아놓이시고, 힘든 이웃들에게 음식을 나눠주기도 한다. 기호는 할머니와 하루 하루 지나면서 자꾸만 눈길이 가고 정이 들어간다. 처음 마음이 후회되고 미안할 정도로 말이다.

 

할머니는 맞춤법이 죄다 틀린 편지들을 기호에게 주며 바르게 고쳐달라고 부탁한다. 삐뚤삐뚤 엉성한 할머니의 글씨를 고쳐주며 기호는 점점 마음의 문이 열리고, 부치지 못한 편지들의 사연에서 절실함이 느껴져 할머니가 감추고 있는 비밀이 무언지 궁금해져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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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가 4학년 첫날, 짝이 되고 싶었던 수정이.

수정이는 병든 할아버지를 간호하며 학교를 다니는, 안타까운 사연이 있는 친구이다.

할머니는 수정이의 사연을 우연히 알게 된 후부터 반찬들을 익명으로 배달시켜 수정이에게 힘을 실어주신다.

 

수정이 할아버지의 병이 깊어진 어느 날,

기호는 떨어진 수정이 핸드폰을 주우면서 함께 수정이네 집으로 가게 되고, 그 자리에서 할아버지의 젊은 시절 사진을 보게 된다. 너무나 낯익은 사진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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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가 기억하고 있는 사진 한 장은,

젊은 시절 6.25전쟁이 일어나고, 학도병 지원으로 전쟁에 나가야 했던 할아버지의 모습이다.

그 사진은 할아버지 뿐만 아니라, 결혼하고 일주일 만에 전쟁이 나고, 남편을 전쟁터로 보내고 긴 세월 남편을 그리워하며 살아온 최점순 할머니에게도 있는 것이다.

 

할머니는 방송에서 우연하게 발견된 유리병 속 편지 사연을 보고, 남편을 그리워하며 편지를 쓴다. 언젠가는 답장을 보내기 위해서 말이다. 그래서 학교에도 다니게 되었던 것이었다.

기호의 도움으로 만나게 된 부부는, 서로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으로 눈물을 흘리며, 전쟁으로 부부의 삶을 이루지 못한 지난 세월이 야속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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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는, 자신을 그리워하며 긴 세월 혼자 생활해 온 할머니에게 미안함으로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한다. 그러나 기호가 가져다 준 부치지 못한 할머니의 편지를 읽으면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할머니와 함께 남은 시간을 보내기로 마음 먹는다.


 

우리나라는 수난의 시대를 겪으면서 이별을 겪고, 서로의 소식을 전하지 못하며 그리워한 채 살아가는 많은 이들이 있다. 그들의 슬픔과 그리움은 우리가 가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을 것이며, 그리움이 뼈에 사무친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들은 알 수 있을 것이다.

전쟁도 할머니 짝꿍을 만나는 것도 우리 아이들에게는 아주 생소한 경험이다. 피노키오 기호가 최점순할머니를 만나면서 나이의 장벽을 허물어가면서 짝을 이루고, 짝에게 배움을 나누고, 짝의 일에 관심을 기울이며 도우려고 하는 행동들에서 친구는 나이로 되는 것이 아니고, 마음으로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쟁으로 헤어질 수 밖에 없었던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들 부부를 연결시켜주기 위해 애써준 기호와 기호 엄마 그리고 가난이 싫어 떠나간 엄마 아빠를 대신해 병든 할아버지를 간호하며 살아야 했던 수정이, 그들이 엮어가는 이야기 속에서 이웃의 소소한 정과 부부가 주는 끈끈함 그리고 전쟁의 아픔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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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근원 선생님께서 직접 써 주신 글귀 하나.

깊어가는 가을을 담아주셔서 가을이 더 따스하게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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