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 육각형의 표범 반올림 41
박용기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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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겨울부터 "4차 산업"이란 주제로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연수가 시작되었고, 그에 따라 많은 학부모와 아이들의 입에서도 새로운 세상이 곧 올 것이니, 대비하기 위한 어떠한 노력이 요구된다는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지금과는 분명 다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와 걱정이 생겨나고, 지금의 직업 중 상당수가 사라지고, 새로 생겨나며, 사람보다는 인공지능 로봇이 활동하게 되기 때문에 변화되는 시대에 맞추어 직업을 선택해야 한다고 많은 매체를 통해서도 발표되어 나온다. 

 

 

어느 날 작은 아이가 학교를 다녀와 심각하게 말한다.

"엄마, 내 꿈은 선생님이잖아. 그런데 미래에는 선생님이란 직업이 없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꿈을 바꿔야 할 것 같아."

그럴수도 있다. 점점 칠판 강의에서 태블릿 PC 강의로 변화되고 있고, 종이책교과서에서 디지털교과서로 변화되고 있으니, 지금의 교사 역할 또한 변화될 것이다. 그런데 꿈을 꾸는 아이들에게 그 직업은 사라질테니 다른 꿈을 찾으라고 하는 것은, 다가올 미래를 위한 준비보다는 인공지능 로봇을 이겨내기 위한 대처방안을 모색하라는, "꿈"과는 또 다른 의미를 가지게 하는 것 같아 참 씁쓸했다.


 


 

 

미래는 현재가 만든다는 박용기 작가님의 마음을 담아낸『무한 육각형의 표범』

VR체험이 어지러운 나에게 가상현실의 세계는 참 버겁기만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인공지능 로봇과 틀에 박혀진 삶을 살아가는 동화속 그들에게 안타까움이 스며든다. 

바유와 루갈은 인공지능에 의해 통제되는 4차산업이 세상을 지배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다만, 바유는 유전자 편집을 전혀 하지 않은 부모의 유전자를 그대로 물려받은 자연적 출산이 이루어진 자연산(?) 출생이고, 루갈은 4세대 배아 유전자 보유자로 유전자를 변형하여 사회 속에서 유능한 인재로 살아갈 수 있도록 유전자 편집을 하여 최적의 결과물로 만들어졌다. 출생부터 다른 두 아이는 모든 면에서 다를 수 밖에 없다. 학교에서 사회에서 요구하는 인재에 바유는 선택될 수 없으며, 4세대 배아 유전자로 성장한 아이들 사이에서 뒤쳐짐은 막을 수가 없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이 벌어진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위험의 신호. 그것은 4세대 배아 보유 유전자 아이들에게만 일어나는 발작, 그것은  에식스(1급 전염병)으로 인공지능의 위험성이 서서히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다. 바유가 편안함을 느끼며 찾는  <무한 육각형> 서점 아저씨는 권위있는 과학자 남궁진 박사이며, 그는 인류를 파멸시킬 수도 있는 커넥톰을 연구하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남궁진 박사 또한 인류의 멸망을 위한 고의성이 아닌 자율주행 차의 오작동으로 인해 딸 에밀을 잃어야 했던 부정에서 시작된 연구가 인간의 삶을 뒤흔드는 결과를 낳게 한 것이다.


 

안정적인 직업이 미래의 삶을 보장한다는 믿음의 확산은 삶의 목표를 오직 직업 선택에만 두게 만들었다. 먹고 사는 것은 국가가 보장해 주었음에도 이른바 리프레프(riffraff)라는 최하위 집단에 들어가는 것은 극도로 혐오해서 그런 구조가 바뀌지 않았다. 그래서 국가가 일방적으로 직업을 결정하는 정책을 도입했던 것이다.    21쪽 

 

 

현대 사회에서의 컴퓨터 사용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고, 그것을 활용하여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어가고 있으며, 곧 인간의 삶 깊숙히 침투하여 완전한 변화를 꿈꾸게 할 것이다. 어찌보면 너무나 자연스러운 변화이지만, 인간의 본질을 흐리게 만드는 부정적인 면 또한 있음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바유의 아빠 또한 인공지능이 인간을 망치게 할 것이며, 그들의 노예로 살게 될 것을 염려하였다. 인간의 편리함을 위해 만들어진 인공지능이 인간을 조정하는 우위에 선다면 인간의 세상은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다. 우리는 인간만이 할 수 잇고, 인간만이 해야 하는 감정지수와 창의력 지수의 강점을 살려 그들의 세상에 맞서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루갈은 3만년 전의 뼈에서 뽑아낸 유전자를 온전하게 복원하는 것은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며 이것은 현대 과학의 위대한 승리라고 호들갑을 떨었다. 루갈에게 과학과 윤리는 양립할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윤리 따위는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일 뿐이었다. 몇몇 다른 아이들도 루갈의 주장에 동의했다. 단지 멸종한 인류의 조상을 살아있는 상태로 보고 있는 것뿐이었다. 그 정도로만 생각하는 것 같았다.  51쪽

 

 

인공지능 스키너의 계략으로 아이들은 정신을 잃고, 정신을 지배받는 현상이 일어난다. 이것이 인공지능이 주는 가장 무서운 변화일 것이다. 인간의 욕심이 커지는 만큼 인간이 설 자리가 줄어든다면, 그것은 발전이고 변화라고 말할 수 없다. 인간과 인간이 살아가면서 기계의 도움을 받아 변화된 사회를 살아가는 것과 인간과 인간 사이에 기계가 매체가 되어 그들의 흐름을 따라가는 사회는 결코 우리가 원하는 사회가 아니다. 인간에게만 존재하는 내면의 세계 곧 마음이 움직여 변화되는 사회가 진정으로 우리가 원하는 사회가 아닐까.

 

『무한 육각형의 표범』의 가상 현실 세계로 들어서면서 어지러웠던 나의 마음은 여전히 씁쓸하게 남아 있다. 미리 만난 인공지능의 세상이 막연한 걱정이었던 내 마음에 정말 그렇다면?이란 기정사실처럼 마음 한 켠에 남아 두려움마저 든다.

 

『무한 육각형의 표범』은,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지금 사는 세상과 앞으로 나와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분명 변화할 것이라고.

그렇지만 변화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보다는, 우리에게 어떠한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가설과 문제점들을 미리 만나봄으로써, 인간의 본질 그리고 인간의 고유성이 얼마나 고귀한 것인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시간을 마련해 준 것이라고 말이다. 『무한 육각형의 표범』은 우리에게 앞으로 만날 인공지능의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물음을 던져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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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앙! 생각하는 숲 22
조원희 지음 / 시공주니어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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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앙!』미안함으로 물들다

책을 읽는 순간에도

책을 덮은 순간에도

아무 말도

그 무엇도 할 수 없게 하는

그림책 한 권.

 

내내 마음을 맴돈다.


 

 


 

어느 날, 거리에서 들려온다.

콰앙


소리가 들리는 그 곳을 향해

달려오는 형체가 보인다.


빨간 바탕의 날랜 고양이와

외출 차림을 한 아주머니


거리는 금새 분주해지고

구급차와 경찰자가 급하게 달려왔다​


멀찌감치 떨어져있는 무수히 많은 발들이

작은 형체를 잠시 바라보다

모두 돌아선다.


 

"엄마, 구급차는 언제 와요?"

엄마는 대답없이 아이의 손을 이끈다.


늦은 밤,

달려왔던 어미 고양이는 거리에서 싸늘하게 식어버린

사람들이 외면한 시선 속에 외롭게 숨을 거둔

아기 고양이 곁으로 조심스레 다가간다.

그리곤 물고 거리를 다시 걸어간다.

 

 


생명은 누구에게나 소중하다고 했는데

우린 모두 그렇게 배웠고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소녀의 앞에서도

아기 고양이 앞에서도

콰앙!


소녀의 엄마도

아기고양이의 엄마도

다급하게 달려온다


소녀도 아기 고양이도 엄마에게는 소중한 생명이다.

그런데 우린 왜?

왜 우린 외면할까?


거리에서 죽어가는 많은 동물들

나의 일상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학대당하는 동물들

그들의 생명값을 누가 하찮다고 했던가.


 

​하얀색 앞 표지에 빨간 두 글자. 콰앙!

그리고
소녀가 걷는 횡단보도


피로 물들인 듯한 빨간 거리를

가로질러 횡단하는 동물들이 그려진 뒷표지


너무나 상반된 두 모습이

인간과 동물들이 살아가는 현실을 보여주는 듯하여

가슴이 먹먹해져온다.


우린 그들에게 그 어떠한 권한도 없음을 잊지 말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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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 작은 집 창가에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3
유타 바우어 글.그림, 유혜자 옮김 / 북극곰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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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숲 속 작은 집 창가에 작은아이가 섰는데

 토끼 한 마리가 찾아와 문 두드리며 하는 말

"날 좀 살려 주세요, 날 좀 살려 주세요.

날 살려주지 않으면, 포수가 빵 쏜대요."

작은 토끼야, 들어와. 편히 쉬어라.  ♬♪

 

우리 집 두 소녀 어릴 적 참 자주, 재미있게 불러주었던 동요와 같은 그림책이

북극곰에서 출판되어 궁금한 마음으로 짠.

 

동요에서는 포수를 만난 토끼가 숲 속 작은 집 창가에 선 아이의 도움으로

숲 속 작은 집에 들어가 놀랐던 마음을 진정시키며

쉬어가는 것으로 끝이 난다.

 

그렇다면, 동화는?

 

 

 

 

숲 속 작은 집 창가에서 노루가 밖을 내다보고 있다.

눈 덮인 숲 속이 참 평온해 보이고

노루 뒤로 빛을 내고 있는 작은 전등과

노란색 배경이 따스함을 전해준다.

 

토끼가 뛰어왔나보다.

토끼가 문을 두드리는 다급한 손길에

눈이 알알이 퍼져나간다.

 

노루는, 놀라서 뛰어온 토끼에게

추위에 언 손을 가만히 잡아준다.

 

토끼를 위해 놓아준 당근이 있는 식탁과 그들만을 비워주는 불빛이

온기를 나누는 그들처럼 따스하게 전해진다.

 

파릇파릇 생기 넘치는 봄날,

여유가 노루의 숲 속 작은 집을 찾아온다.

 

여우의 목소리에 놀란 토끼는 이불 속에 쏙

노루는, 찾아온 여우를 어떻게 했을까?

 

낙엽이 하나 둘 떨어지는 향기로운 가을날

사냥꾼이 다급하게 숲 속 작은 집을 두드린다.  

창가에 서 있지 않은 노루

그리고 놀란 여우와 토끼,

노루는, 겁을 먹은 채 문을 향해 고개를 돌린 채

사냥꾼을 향해 어떻게 할까?

 

이불에 숨은 여우와

놀라 넘어뜨린 의자 속에 들어가 숨은 토끼

그리고 문을 열고 다음 손님을 기다리는 노루.

그들은 이렇게 숲 속 작은 집으로 모인다.

숲 속에서 그들은 강자와 약자의 서열을 지키며 살아왔다.

먹고 먹히고, 서로의 움직임을 살피며 피하고 쫓아오고

그런데 노루의 숲 속 작은 집에서는

'손'의 온기를 나누며 서열이 아닌 친구가 되어 함께 한다.

우리는 환경의 지배를 받고

우리가 가진 편견의 지배늘 받으며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잊고 살아가게 된다.

더불어 살아가는 것,

편견을 없애면 모두가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

내가 먼저 손을 내밀면 나의 친구가 생긴다는 것,

숲 속 작은 집 창가에 선 노루가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이다.



 

​그리고 마지막 또 하나.

동화가 즐거웠다면, 노래와 율동으로 함께의 즐거움을 맘껏 누려보라는 것.

도서출판 북극곰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그 마음이 그대로 담겨 있는 그림책

『숲 속 작은 집 창가에』

따스함이 깊은 잠 조용히 내려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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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박물관 내 책상 위 자연사 박물관
케이티 스콧 그림, 캐시 윌리스 글, 이한음 옮김 / 비룡소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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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정말 정말 놀라운 책 한 권을 내 손으로 만지고 열어보고 읽어보고 간직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단순히 식물도감이라고 말하기엔 너무나 아쉬움이 큰, 책에게 너무나 미안해지고, 책을 쓰고 그림을 그린 캐시 윌리스와 케이티 스콧에게 죄송한 마음까지 들게 하는 책이다.

바로, 비룡소에서 새롭게 출간한 『식물 박물관』


두 소녀를 키우면서 식물 도감과 동물 도감은 항상 신간 위주로 보여주고, 세밀화로 가장 세밀하고 가장 섬세하고 자세하게 그려놓은 책들을 기준으로 보여주고 읽혀주었다. 아이들을 위해 항상 나들이를 계획하지만, 내가 모든 것을 알려주고 일러줄 자신이 없기에 도감은 사실적이고 명확한 답을 제시한 것을 읽혀주었다.


그런데, 『식물 박물관』은 그 동안 보았단 식물 도감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내 책상 위 자연사 박물관 - 전 연령 입장

『식물 박물관』으로의 입장이 허용되었으니 당당한 걸음으로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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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안으로 들어가기 전, 반드시 읽어야 할 글이 있다.

바로 박물관에서 소개하고자 하는 식물에 관한 서문이다..

식물에 대한 짤막한 소개와 함께 어떤 식물을만나게 되는지, 그 식물이 살고 있는 곳은 어디인지, 식물이 가지고 있는 본연의 특징은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안고 박물관으로 함께 가자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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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서도 설명하듯이, 오늘 우리가 함께 입장한 『식물 박물관』은 평범한 박물관이라고 할 수 없다.

전 세계의 다양한 공간들에서 피어나고 자라는 식물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지구에 생명이 처음 나타난 때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면 우린 누구를 만날 수 있을까? 생각만으로도 흥분된다. 

 

박물관은 모두 7개의 전시실과 1개의 자료실로 이루어져 있다.


1  전시실. 최초의 식물

2 전시실. 나무

3 전시실.. 야자나무와 소철

4 전시실. 풀

5 전시실. 벼과 식물, 부들,사초, 골풀

6 전시실.. 난초와 브로멜리아

7 전시실. 환경에 적응하는 식물

자료실. 식물 박물관의 큐레이터들 그리고 찾아보기

박물관은 전 연령 입장가능하다는 말이 딱 맞도록 구성하였다.

어린 연령은, 그림으로 식물을 만나고

낮은 학년은, 그림과 그림의 변호를 찾아 식물의 이름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높은 학년은, 식물이 어떤 종류에 속하는지 알아보고

성인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함께 바라보며 읽어주고, 함께 느끼면 된다..


식물을 구분한 기준에 따라 종류 또한 다양하다.

종류 속에 포함된 식물은 무엇인지, 그 식물이 어떻게 생겼고,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설명과 자세한 그림이 그려져 있다. 또한 식물과 이름을 동시에 보는 것 대신 식물의 아름다움과 특징을 살피도록 책장 가득하게 식물을 그려놓고, 그 곁으로 작게 번호를 매겨놓았다. 그 번호를 찾아 왼쪽 편을 보면, 그 식물이 무엇인지를 찾도록 하였다..

식물의 이름보다는 식물의 생김새와 특징을 찾아내보라는 의도가 숨겨져 있는 듯 해서 지식 전달보다는 식물의 모습 그대로 느껴보라는 배려가 있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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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을 좋아하는 우리 가족의 시선에 가장 오래 머문 곳이 바로 "야생화"가 있는 4전시실이다.

아무도 심지 않았고, 그 누구도 씨를 퍼트러 주지 않았는데, 한 공간에서 서로를 자리를 침범하지 않고 피어난 야생화, 들꽃은 있는 그 자리가 주는 의미만큼 깊은 의미를 가지고 피어난다. 이름조차 불리지 못하는 그들이 오고가는 이의 발걸음을 자꾸만 붙잡는다. 그들이 피어내는 그 아름다움이 우리의 마음에 고운 바람을 일으켜주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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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소녀와 박물관에 입장한 지 한시간이 지났는데 우린 아직 볼 게 한참이나 많이 남았다. 성질 급한 아빠는 그림만 살펴보더니 안 되겠는지, 처음부터 다시 보겠다고 다음 전시실로 향하는 우리를 처음부터 다시 돌려세운다.

박물관을 걸어다니면 지쳐서 싫다고 뿌리쳤을 두 소녀가 아주 시원하게 그러자고 책장으로 앞으로 다시 넘겨준다. 아주 과감하고도 시원스럽게 말이다.

최초의 식물부터 나무, 들꽃과 들풀, 난초와 다육이까지 우리의 눈에 익숙한 식물부터, 생각지도 못했던 식물까지 전시된 『식물 박물관』은 하루만에 살펴보고 무엇을 알고, 무엇을 보았다고 말하기엔 너무나 성급할 수 있는 곳이다.


식물마다 사는 곳이 다르고, 그들이 어떤 모습으로 피어나고 자라는지, 그리고 그것이 환경과 어우러져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알아가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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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고운 식물들의 모습이 내 눈길을 사로잡는다. 책갈피로 만들어 사용하고 싶어 예쁘게 스캔작업을 해 두었다. 책 읽을 때마다 내 눈을 시원하게, 내 마음을 따듯하게 해 줄 것 같아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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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주변에는 많고 많은 식물들이 피어나고 자라고 죽어가며 새 생명을 키워내고 있다. 우리가 잊고 있는 순간에도 그들은 부지런히 자신을 키워내고 있으며, 자기의 공간을 서서히 채워가고 있다. 그들의 이름을 몰라 항상 '풀꽃, 풀'로 불리던 그들에게 이제는 이름을 불러주고, 어떻게 피워냈는지, 함께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

 

 

『식물 박물관』은 책장에 꽂히면 그 힘을 잃는 책이 될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만난 들꽃이 무엇이었는지, 그의 이름은 무엇이었는지를 찾으며, 그가 왜 그 길에 필 수 있었는지를 찾아보며, 다음 날 그의 이름을 불러줄 수 있을 때 『식물 박물관』은 빛을 발하게 된다.


비룡소가 새롭게 출간한 『식물 박물관』

전 연령 입장 가능한 박물관.

잊지 말고, 과감히 펼쳐 그들의 이름을 불러주는 그 순간

빛을 내는 『식물 박물관』으로 놀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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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몽, 고구려를 세우다 역사 보물창고 4
강숙인 지음, 양상용 그림 / 보물창고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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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인물이 단군과 주몽이 아닐까 싶을 만큼 하늘과 땅을 연결하여 우리의 삶은 하늘과 맞닿아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주몽의 이야기는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만큼 유명하며, 그의 이야기는 역사를 시작하는 이들에게 자극으로 다가온다.


우리 역사의 시작은 단군의 힘이지만, 그것을 토대로 나라를 세우고 지도자 길을 걷기 시작한,주몽은 후손의 입장에서 든든하고도 믿음직한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하늘의 신 천제의 아들 해모수의 아들과 물의 신 하백의 딸 유화의 혈통을 이어받아, 위기에 닥쳤을 때마다 하늘과 물의 응답을 받아 모면하는 모습에서 그의 힘을 의심하지 못하도록 하는 강력함을 느낄 수 있다.


 


 

강숙인 글 『주몽, 고구려를 세우다』는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화자가 이규보이다. 무신정권이 판을 치던 그 시절, 이규보는 세상을 등지고 산으로 자신을 숨겼다. 산에서 동명왕편을 다시 읽으면서 시를 짓고 싶어졌다는 마음을 스님에게 내비치면서 이야기는 서서히 시작된다.


젊은 사람은 청운의 꿈을 품고 세상에 나아가야 하는 법, 세상이 어지럽다고 산 속에 틀어박혀 있기만 하다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네. 자네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직하게 자신의 마음속을 들여다보게나   12쪽

 


 

나는 머지않아 하늘로 돌아가야 하오. 하지만 어렵게 시작한 일을 끝내지도 않고 그냥 가 버릴 수는 없소. 하여 그대와 혼인하여 내 꿈을 대신 이루어 줄 아들을 이 땅에 남기고 가고 싶소.   29쪽

해모수가 유화를 만나 땅을 지킬 아들을 낳고 싶다는 말을 장면이다. 많은 역사책을 보면서도 해모수가 하늘로 올라간 연유와 땅위에 남은 유화의 상황을 이렇게 자세하게 그려놓은 책은 처음이다. 해모수가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온 사연과 급하게 올라갈 수 밖에 없었던 그 때의 이야기를 풀어내 주면서 해모수의 이기심을 조금은 씻겨내릴 수 있었으며, 주몽의 위기 때마다 응답해주는 묘사를 통해 해모수가 땅을 향한 지극한 마음은 변함이 없음을 느낄 수 있어 유화에 대한 안타까움이 조금은 덜어내 주었다.


태자 전하, 내 아버지는 저 하늘에 계신 천왕랑 해모수님이십니다. 전하도 방금 저 맑은 하늘에서 울린 천둥소리를 들었겠지요. 아버지께서 천둥소리로 내가 당신의 아들임을 증명하시고 나를 이렇게 풀어 주셨습니다.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함께 자란 정이 잇으니 지난 허물을 덮어 두겠습니다. 그 사슴들 또한 전하께 드리지요. 대신 이 다음에 다시 이런 일이 생기면 그 때는 결코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겁니다.   52~53쪽

금와왕의 아들들의 입장에서 주몽은 위협적인 인물이다. 자신들의 자리를 빼앗을 수 있을 만큼을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많은 이들에게 옹호를 받고 있는 자로, 태자로서의 자리를 지키는 것이 불안하기만 하기에 처리해야 하는 것이 그들의 주요한 임무이다.


주몽은 그들의 속임수와 악행을 알고 있지만, 유화 부인의 당부와 해모수의 아들이기에 그들 앞에 나서지 않으려 했으며, 그들의 못된 마음을 가슴에 담아두려 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러나 그들의 악행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주몽은 하늘의 도움으로 다시 그들 앞에 설 수 있게 된다. 그들의 앞에서 주눅들지 않으며, 허물을 덮어주되, 또다시 일어나는 행동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할 것임을 분명히 밝혀주고 있다.



 

그렇습니다, 스님. 서사시인 까닭에 비록 생략한 부분은 많지만 그 행간에서 고구려를 세운 동명왕의 생생한 역사를 느낄 수 있도록 온 마음을 다했습니다. 시를 쓰면서 제가 느꼈던 가슴 벅찬 감동을 독자들도 느끼기를 바라면서요.     88쪽

이것이 바로 글쓴이 강숙인님의 마음이자 의도가 아니었을까.

강숙인님이 쓴 역사 이야기를 참 좋아하는 독자이다. 역사적 사실을 정보 전달이 아닌, 사실이 사실로 기억되는 순간들을 자연스럽게 풀어내면서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우리에게 펼쳐준다.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임에도 강숙인님이 쓰면 느낌이 달라지고 그 맛이 달라진다. 그리고 읽고 난 뒤의 그 여운 또한 그 누구도 찾아올 수가 없다.


『주몽, 고구려를 세우다』 또한 이미 모두 알고 있었던 이야기를 이규보의 입을 통해서 전해주듯 풀어내가는 과정에서 주몽의 위상과 고구려의 건립이 하늘과 물의 힘을 지탱하는 중간자로서 조화를 이루어졌기에 가능한 일임을 증명해준다.

우리의 고구려 역사는 깊고 웅장하며, 진취적이다. 이것이 주몽의 정신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야기 뒤편에 부록으로 자리한 공간에는, 동명왕편과 이규보가 동명왕편을 쓰게 된 연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규보가 그리도 궁금해하고 쓰려고 노력한 동명완편의 내막을 전부 알 수 있는 부분이기에 아이들에게 읽어주고, 『주몽, 고구려를 세우다』으로 접근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주몽, 고구려를 세우다』는 우리의 역사이다. 지식 전달을 위한 책이 아니기에 이규보를 화자로 선정하고 유리와 소서노의 두 아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서열 싸움은 넣지 않았다. 오로지 주몽을 중심으로 하여 주변 인물을 다루는 형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읽어도 지치지 않고, 읽을 때마다 새로운 느낌을 전해받는 우리의 역사 속 이야기 속으로 우리 다함께 빠지는 그 순간, 바로 우리가 책장을 펼치는 순간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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