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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몽, 고구려를 세우다 ㅣ 역사 보물창고 4
강숙인 지음, 양상용 그림 / 보물창고 / 2018년 5월
평점 :
역사를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인물이 단군과 주몽이 아닐까 싶을 만큼 하늘과 땅을 연결하여 우리의 삶은 하늘과 맞닿아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주몽의 이야기는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만큼 유명하며, 그의 이야기는 역사를 시작하는 이들에게 자극으로 다가온다.
우리 역사의 시작은 단군의 힘이지만, 그것을 토대로 나라를 세우고 지도자 길을 걷기 시작한,주몽은 후손의 입장에서 든든하고도 믿음직한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하늘의 신 천제의 아들 해모수의 아들과 물의 신 하백의 딸 유화의 혈통을 이어받아, 위기에 닥쳤을 때마다 하늘과 물의 응답을 받아 모면하는 모습에서 그의 힘을 의심하지 못하도록 하는 강력함을 느낄 수 있다.

강숙인 글 『주몽, 고구려를 세우다』는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화자가 이규보이다. 무신정권이 판을 치던 그 시절, 이규보는 세상을 등지고 산으로 자신을 숨겼다. 산에서 동명왕편을 다시 읽으면서 시를 짓고 싶어졌다는 마음을 스님에게 내비치면서 이야기는 서서히 시작된다.
젊은 사람은 청운의 꿈을 품고 세상에 나아가야 하는 법, 세상이 어지럽다고 산 속에 틀어박혀 있기만 하다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네. 자네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직하게 자신의 마음속을 들여다보게나 12쪽

나는 머지않아 하늘로 돌아가야 하오. 하지만 어렵게 시작한 일을 끝내지도 않고 그냥 가 버릴 수는 없소. 하여 그대와 혼인하여 내 꿈을 대신 이루어 줄 아들을 이 땅에 남기고 가고 싶소. 29쪽
해모수가 유화를 만나 땅을 지킬 아들을 낳고 싶다는 말을 장면이다. 많은 역사책을 보면서도 해모수가 하늘로 올라간 연유와 땅위에 남은 유화의 상황을 이렇게 자세하게 그려놓은 책은 처음이다. 해모수가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온 사연과 급하게 올라갈 수 밖에 없었던 그 때의 이야기를 풀어내 주면서 해모수의 이기심을 조금은 씻겨내릴 수 있었으며, 주몽의 위기 때마다 응답해주는 묘사를 통해 해모수가 땅을 향한 지극한 마음은 변함이 없음을 느낄 수 있어 유화에 대한 안타까움이 조금은 덜어내 주었다.
태자 전하, 내 아버지는 저 하늘에 계신 천왕랑 해모수님이십니다. 전하도 방금 저 맑은 하늘에서 울린 천둥소리를 들었겠지요. 아버지께서 천둥소리로 내가 당신의 아들임을 증명하시고 나를 이렇게 풀어 주셨습니다.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함께 자란 정이 잇으니 지난 허물을 덮어 두겠습니다. 그 사슴들 또한 전하께 드리지요. 대신 이 다음에 다시 이런 일이 생기면 그 때는 결코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겁니다. 52~53쪽
금와왕의 아들들의 입장에서 주몽은 위협적인 인물이다. 자신들의 자리를 빼앗을 수 있을 만큼을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많은 이들에게 옹호를 받고 있는 자로, 태자로서의 자리를 지키는 것이 불안하기만 하기에 처리해야 하는 것이 그들의 주요한 임무이다.
주몽은 그들의 속임수와 악행을 알고 있지만, 유화 부인의 당부와 해모수의 아들이기에 그들 앞에 나서지 않으려 했으며, 그들의 못된 마음을 가슴에 담아두려 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러나 그들의 악행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주몽은 하늘의 도움으로 다시 그들 앞에 설 수 있게 된다. 그들의 앞에서 주눅들지 않으며, 허물을 덮어주되, 또다시 일어나는 행동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할 것임을 분명히 밝혀주고 있다.

그렇습니다, 스님. 서사시인 까닭에 비록 생략한 부분은 많지만 그 행간에서 고구려를 세운 동명왕의 생생한 역사를 느낄 수 있도록 온 마음을 다했습니다. 시를 쓰면서 제가 느꼈던 가슴 벅찬 감동을 독자들도 느끼기를 바라면서요. 88쪽
이것이 바로 글쓴이 강숙인님의 마음이자 의도가 아니었을까.
강숙인님이 쓴 역사 이야기를 참 좋아하는 독자이다. 역사적 사실을 정보 전달이 아닌, 사실이 사실로 기억되는 순간들을 자연스럽게 풀어내면서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우리에게 펼쳐준다.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임에도 강숙인님이 쓰면 느낌이 달라지고 그 맛이 달라진다. 그리고 읽고 난 뒤의 그 여운 또한 그 누구도 찾아올 수가 없다.
『주몽, 고구려를 세우다』 또한 이미 모두 알고 있었던 이야기를 이규보의 입을 통해서 전해주듯 풀어내가는 과정에서 주몽의 위상과 고구려의 건립이 하늘과 물의 힘을 지탱하는 중간자로서 조화를 이루어졌기에 가능한 일임을 증명해준다.
우리의 고구려 역사는 깊고 웅장하며, 진취적이다. 이것이 주몽의 정신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야기 뒤편에 부록으로 자리한 공간에는, 동명왕편과 이규보가 동명왕편을 쓰게 된 연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규보가 그리도 궁금해하고 쓰려고 노력한 동명완편의 내막을 전부 알 수 있는 부분이기에 아이들에게 읽어주고, 『주몽, 고구려를 세우다』으로 접근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주몽, 고구려를 세우다』는 우리의 역사이다. 지식 전달을 위한 책이 아니기에 이규보를 화자로 선정하고 유리와 소서노의 두 아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서열 싸움은 넣지 않았다. 오로지 주몽을 중심으로 하여 주변 인물을 다루는 형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읽어도 지치지 않고, 읽을 때마다 새로운 느낌을 전해받는 우리의 역사 속 이야기 속으로 우리 다함께 빠지는 그 순간, 바로 우리가 책장을 펼치는 순간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