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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정의 아들, 염 ㅣ 큰숲동화 12
예영 지음, 오승민 그림 / 뜨인돌어린이 / 2018년 10월
평점 :
나 어릴 적
사극에서는 망나니, 백정, 대장장이 등 신분이 낮은 서민들의 삶을 간간이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이른 나이부터 역사를 배우기 시작하는 요즘
아이들에게 그들은 점점 잊혀져가는 신분이며, 직업이 되었다. 그래서 일부러라도 그들의 어떤 일을 하는지, 왜 그들은 그 일을 해야만 했는지,
신분의 차이가 그들의 삶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야기를 종종 해주면, 아이들은 또 다른 세상의 이야기처럼 듣는다.
역사서에서는
정치와 경제 위주로 다루어지기 때문에 그들은 이야기는 부록에 살짝 비춰지는 정도로, 가볍게 넘기기 일쑤이다. 이런 나의 눈에 확 들어온 『백정의
아들, 염』
그동안 지구촌과
옛이야기를 들춰내 글쓰기를 한 예영님과 색채의 강렬함과 글 속 인물의 이미지를 온전히 그림에 담아 이야기가 살아움직이도록 그리는 오승민님이 만나
책 속에 기를 불어넣어주었다. 부리부리한 눈매와 꾹 다문 입, 세상에 반항하듯 뻗어나간 머리칼을 가진 책표지를 보는 순간, 내 마음을 훅~
빨아들이고 만다.
염은 백정의 아들로 태어나 백정의 삶을
살아야 한다. 자신의 부모도 삶도 선택하지 않은 염에게 '백정'의 삶은 절대 순응하고 싶지 않다. 그런데 선택에 상관없이 받아들여야만 하는
사회. 그리고 신분이 말해주는 나약함을 염은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얼마나 분통이 터지고 억울할까. 태어나자마자 백정의 아들이고, 보이지는
않는 백정이란 굴레가.
조선후기, 신분제가 붕괴하면서 신분의
차별이 가장 심했던 시기였을 무렵. 백정으로 조선의 땅을 밟고 살기는 쉽지 않았다. 자신들의 배를 두둑하게 해 줄 고기를 손질하는 사람을
무시하고, 그들과는 같은 동네에서 사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으며, 모습조차 지저분한 채로 살아가기를 바랬던 이기심이 뭉쳐 결국 염의 아버지,
백정인 그는 살인의 누명을 쓰고 옥에 갇힌다.
백정의 굴레를 벗어나고파 했던 염과 비록
나는 백정으로 살아가지만 비겁하고 싶지는 않다는 아버지,
그들이 타락한 사람들 앞에 당당히
일어서는 이야기 『백정의 아들, 염』
시작은 비참하게, 이야기의 진행이 되면서
아버지의 당당함과 염의 화에 매력이 느껴지면서 서서히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고 만다.
천하디 천한 신분을 가진 아버지와 염.
두 사람은 신분은 사회가 만들어낸 굴레이자 억울함일 뿐, 자신들이 가진 신념과 삶의 지표만큼은 잊지
않고 살아간다.
신분이라는, 사람을 단계적으로 높고 낮음을 전했던 그 때 그 시간들이 존재했었다는 것을 실감할 수는
없지만,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삶을 엿보면서 죄송스럽고, 울화통이 치밀이 오르고, 신분이 높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사람을 비난하는 그들의 횡포에
눈물이 절로 난다.
아버지의 누명을 벗겨주기 위해 당당하게 사회와 맞서는 염의 모습은, 아버지를 구하기 위함이
첫번째이며, 모든 것의 이유겠지만, 그가 있었기에 신분의 차이는 사회의 악이며, 비인간적인 도리였음을 세상에 알리게 되는 시발점이 되었을
것이다.
두 소녀가 순서를 정해 읽기 시작한
『백정의 아들, 염』
백정이란 신분을 잘 알지 못했던 두
소녀는, 백정이란 직업과 신분을 알려주기 위해 더 아프고 힘들게 표현한 거냐고 묻는다.
"외국인 사진사를 만나고, 아버지의
누명을 벗겨 주기 위해 함께 애써주는 인간다운 어른을 만나는 것은, 현실에선 기적과 같은 일이지 않을까?"하니, 두 소녀는 한참동안 책 표지를
바라볼 뿐 말이 없다.
현실이 더욱 잔혹했을 신분제도.
태어나면서부터 신분이 정해진 삶, 어떤
희망도 가질 수 없는 신분이라면 하루 하루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고달팠을까.
우리가 모두 알지 못하는 그 시대의
신분차이
우리가 이야기만으로 다 알지 못하는 그
시대의 이야기
그렇지만 이야기를 통해 한걸음 더
가까이에서 들여다볼 수 있다면, 그 또한 다행스럽고 감사할 일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