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정의 아들, 염 큰숲동화 12
예영 지음, 오승민 그림 / 뜨인돌어린이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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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어릴 적 사극에서는 망나니, 백정, 대장장이 등 신분이 낮은 서민들의 삶을 간간이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이른 나이부터 역사를 배우기 시작하는 요즘 아이들에게 그들은 점점 잊혀져가는 신분이며, 직업이 되었다. 그래서 일부러라도 그들의 어떤 일을 하는지, 왜 그들은 그 일을 해야만 했는지, 신분의 차이가 그들의 삶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야기를 종종 해주면, 아이들은 또 다른 세상의 이야기처럼 듣는다.

역사서에서는 정치와 경제 위주로 다루어지기 때문에 그들은 이야기는 부록에 살짝 비춰지는 정도로, 가볍게 넘기기 일쑤이다. 이런 나의 눈에 확 들어온 『백정의 아들, 염』

 
그동안 지구촌과 옛이야기를 들춰내 글쓰기를 한 예영님과 색채의 강렬함과 글 속 인물의 이미지를 온전히 그림에 담아 이야기가 살아움직이도록 그리는 오승민님이 만나 책 속에 기를 불어넣어주었다. 부리부리한 눈매와 꾹 다문 입, 세상에 반항하듯 뻗어나간 머리칼을 가진 책표지를 보는 순간, 내 마음을 훅~ 빨아들이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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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은 백정의 아들로 태어나 백정의 삶을 살아야 한다. 자신의 부모도 삶도 선택하지 않은 염에게 '백정'의 삶은 절대 순응하고 싶지 않다. 그런데 선택에 상관없이 받아들여야만 하는 사회. 그리고 신분이 말해주는 나약함을 염은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얼마나 분통이 터지고 억울할까. 태어나자마자 백정의 아들이고, 보이지는 않는 백정이란 굴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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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후기, 신분제가 붕괴하면서 신분의 차별이 가장 심했던 시기였을 무렵. 백정으로 조선의 땅을 밟고 살기는 쉽지 않았다. 자신들의 배를 두둑하게 해 줄 고기를 손질하는 사람을 무시하고, 그들과는 같은 동네에서 사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으며, 모습조차 지저분한 채로 살아가기를 바랬던 이기심이 뭉쳐 결국 염의 아버지, 백정인 그는 살인의 누명을 쓰고 옥에 갇힌다.

백정의 굴레를 벗어나고파 했던 염과 비록 나는 백정으로 살아가지만 비겁하고 싶지는 않다는 아버지,

그들이 타락한 사람들 앞에 당당히 일어서는 이야기 『백정의 아들, 염』

시작은 비참하게, 이야기의 진행이 되면서 아버지의 당당함과 염의 화에 매력이 느껴지면서 서서히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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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디 천한 신분을 가진 아버지와 염.

두 사람은 신분은 사회가 만들어낸 굴레이자 억울함일 뿐, 자신들이 가진 신념과 삶의 지표만큼은 잊지 않고 살아간다.

신분이라는, 사람을 단계적으로 높고 낮음을 전했던 그 때 그 시간들이 존재했었다는 것을 실감할 수는 없지만,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삶을 엿보면서 죄송스럽고, 울화통이 치밀이 오르고, 신분이 높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사람을 비난하는 그들의 횡포에 눈물이 절로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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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누명을 벗겨주기 위해 당당하게 사회와 맞서는 염의 모습은, 아버지를 구하기 위함이 첫번째이며, 모든 것의 이유겠지만, 그가 있었기에 신분의 차이는 사회의 악이며, 비인간적인 도리였음을 세상에 알리게 되는 시발점이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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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소녀가 순서를 정해 읽기 시작한 『백정의 아들, 염』

백정이란 신분을 잘 알지 못했던 두 소녀는, 백정이란 직업과 신분을 알려주기 위해 더 아프고 힘들게 표현한 거냐고 묻는다.

"외국인 사진사를 만나고, 아버지의 누명을 벗겨 주기 위해 함께 애써주는 인간다운 어른을 만나는 것은, 현실에선 기적과 같은 일이지 않을까?"하니, 두 소녀는 한참동안 책 표지를 바라볼 뿐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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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이 더욱 잔혹했을 신분제도.

태어나면서부터 신분이 정해진 삶, 어떤 희망도 가질 수 없는 신분이라면 하루 하루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고달팠을까.

우리가 모두 알지 못하는 그 시대의 신분차이

우리가 이야기만으로 다 알지 못하는 그 시대의 이야기

그렇지만 이야기를 통해 한걸음 더 가까이에서 들여다볼 수 있다면, 그 또한 다행스럽고 감사할 일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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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의 온도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70
이상권 외 지음 / 자음과모음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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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십대 두 소녀가 있다. 두 소녀가 다른 소녀들에 비해 순하기도 하고 마음이 아직까지는 투명할 만큼 들여다보인다. 그렇지만 순간순간 소녀들이 성장하고 있고, 엄마의 말에 나름 논리적이라고 생각할 만큼의 반론을 제시하기도 한다. 처음 첫째 소녀의 '반론'에 난 '반항'이라고 받아들이면서 소녀를 더 몰아세우기도 했다. 눈물을 뚝뚝 흘리는 소녀의 모습을 보면서, 고작 14살인데, 마흔이 넘은 나의 잣대를 들이대고 재려고 했으니, 소녀 입장에선 얼마나 억울할까, 그냥 고개만 끄덕였으면 될 것을 마치 큰 일이라도 난 것처럼 고치고 뜯어주려고 하는 나를 들여다보게 되었다.

나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그런 일들이 잦아지면서 십대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이야기를 더 자주 찾아보게 되고, 좀 더 십대 소녀들의 속마음을 들여다보는 연습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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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내가 만난 십대의 이야기 『십대의 온도』는, 여섯명의 작가가 작가의 눈으로 바라본 십대를 말해주고 있다.

모두 다른 눈을 가지고, 다른 심장을 가진 작가들의 색이 그대로 젖어들어오는 『십대의 온도』는 읽으면서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소리 한 번이라도 내어주기를 간절히 기도하기도 했다.

 

한편으론, 그들의 보호자라는 부모의 모습에서 내가 그러지는 않는지, 우리집 십대 두 소녀에게 보이지 않는 힘을 발휘하여 답답함으로 목을 조이는 건 아닌지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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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어른이 된 작가의 6분의 글들을 읽으면서, 그들이 바라본 십대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다. 교문을 나서는 십대들의 모습은 각양각색, 떠들썩한 모습도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는 고운 입도 허둥지둥 어디론가 바삐가는 발걸음도 이어폰을 꽂은 채 자기만의 세계에 집중하는 모습 등 무척 다양하다.

그들의 모습을 보며, 그들의 속을 들여다보듯 표현해 내는 작가들의  깊은 눈이 감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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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십대를 위해 다가간 『십대의 온도』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학원에서도 항상 경쟁의 삶을 살아야하고, 누군가의 관심에서 벗어나지 못한 답답함을 경험하고 살아가는 그들의 삶, 우리는 그냥 안아주기만 해도 그들은 일어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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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필 지금, 국어 독해를 해야 할 때 - 문학 종합 (시, 소설, 수필, 희곡) - 초등 5~6학년, 예비 중등 권장 초등 고학년 필수(초고필)
동아출판(참고서) 편집부 지음 / 동아출판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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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초등학교 4학년 둘째는, 책을 참 좋아한다. 학년에 맞는 권장도서는 기본으로 읽고, 엄마가 읽는 수필집도 짧다고 좋다고 읽어낸다. 책을 읽고 느낌이 어땠는지, 책이 전하는 감동에 눈물을 지을 줄 아는 감성이 살아있는 아이이다. 그래서 그런지 국어와 관련된 문제집을 추천하면 바로 "좋아!" 소리로 엄마의 기분을 참 좋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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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이 된 첫째가 초등학교 시절 가벼운 마음으로 풀 수 있어 좋다고 한 『지금 독해를 해야 할 때』를 다시 우리집으로 들이게 되었다. 시작은 둘째가 좋아하는 "문학"을 선택하다. 「문학 종합이라는 이름답게 "소설, 수필, 시, 희곡"이 다양하게 실려 있어 글의 종류를 알게 될 뿐 아니라, 장르를 구분하게 된 글의 특징을 자연스럽게 터득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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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독해를 해야 할 때』 25일 동안 완성할 수 있을 만큼은 분량과 스스로 풀고 채점하고 계획과 평가를 스스로 하고,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25일 완성 계획표"를 첫장에 실어 학습 유도를 하고 있다. 대부분의 교재가 한 달이상을 풀어야 한 권 완성인데, 25일 완성이란 말은 아이들의 부담을 줄어들게 하는 힘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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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바르게 이해하기의 과정인
"독해" 문제집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의 궁금증
☞ 독해란 무엇인가요?
☞ 독해는 어떻게 나눠지나요?
☞ 문학 독해를 준비한 친구 VS 준비하지 않은 친구

우리의 궁금증을 물음과 대답으로 해결해주고,
지문을 읽을 때, 문제를 풀 때 어떻게 차이가 있는지,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하는지를 예시문을 보여주며 설명한다.

독해가 어렵게 느껴지는 친구들이나, 굳이 독해문제집까지 풀어야 할까?하고 의문을 가졌던 친구들에게 독해의 필요성을 유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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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일과를 마무리하기 전에 꼭 풀고 잠드는 우리 둘째,
스스로 빨강색연필과 파랑색연필을 묶어서 내용을 설명하는 부분을 따로 챙겨읽으면서 중점적으로 읽어야하는 낱말이나 문장을 체크해나가면서 스스로 기억하려고 한다.

어릴 적 채점하는 선생님들의 색연필을 보는 거 마냥 신기하기도 하고, 스스로 묶었다는 것이 귀엽고 기특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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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독해를 해야 할 때』에는 문학의 장르 중 소설. 시. 희곡. 수필이 수록되어 있으며, 학습 분량과 다양한 글을 읽히기 위해서 글의 전문을 모두 싣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장르마다 어떤 것을 중심에 두고 학습하게 되는지 상세하게 표기해 주었으며, 문제집에 활용된 글들의 원작이 무엇인지 실어주어 친구들과 부모들이 직접 원작을 읽을 수 있독 유도해 주고 있어 문제집 풀기로 끝나는 것이라 책읽기까지 연결할 수 있도록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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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읽고, 스스로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부담이 없다.
4학년 둘째는, 5~6학년, 예비 중등 과정을 풀고 있는데, 적은 문항수와 전체 줄거리, 글의 배경이 되는 시대 상황을 글의 하단부에 실어주어 전체의 글을 몰라도 도움을 받을 수 있어 좋다. 또한 배경지식으로 그 시대와 글 속에 담겨진 배경을 알 수있게 설명해주고 있다.

글을 꼼꼼하게 읽는 차분함을 가진 둘째에게 『지금 독해를 해야 할 때』는 힘든 문제집을 푼다는 것보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정리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진행하고 있기에 스스로 참 즐겁게 학습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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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주도학습을 시작할 시기가 된 친구들에게 정답은 내가 푼 문제가 맞았는지, 틀렸는지보다는, 내가 글을 바르게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단계이기도 하다.

맞은 문제는, 바르게 이해하고 풀었는지
틀린 문제는, 내가 글을 바르게 이해했는지 확인하는 시간으로 꼼꼼하고 자세하게 풀이된 정답 해설집이 쏙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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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고 스스로 채점하면서 독해의 즐거움에 푹 빠져있다.
바르게 읽고 이해하는 과정 속에서 친구들은 성장하고 있음을 느끼는 시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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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출판에서 발행된 『지금 독해를 해야 할 때』는 다양한 글을 읽고, 글 속에 담긴 의미를 찾아내고, 문제를 풀면서 한 번 더 다지는 과정을 통해 문학과 비문학 장르에 대해 거부감없이 읽어내는 독해력을 키울 수 있다.

독해는, 『지금 독해를 해야 할 때』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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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돌이 푸 보물창고 세계명작전집 13
앨런 알렉산더 밀른 지음, 전하림 옮김 / 보물창고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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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우리 집 두 소녀가 나에게 퀴즈 하나를 냈다. 곰돌이 푸가 티셔츠 한 장만 입게 된 배경이 무엇이냐고? 글쎄… 한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거라 "엄마가 티셔츠만 사 줘서? 배 때문에 맞는 바지가 없어서?"라는 나의 말은 무조건 땡!
"미키 마우스가 아무것도 입지 않고 있는 곰돌이 푸를 보고 안쓰러운 마음에 티셔츠 한 장을 나눠 줘서, 곰돌이 푸는 티셔츠만, 미키 마우스는 멜빵바지만 입고 있게 되었대."한다.
참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나에게도 두 소녀에게도 곰돌이 푸는 푸근하고도 조금은 부족해서 챙겨주고만 싶은 캐릭터로 가슴에 남아있다는 생각이 들으니, 친근함이 배가 되어 다가왔다.

 

"그게 말이야.
풍선을 가지고 꿀을 따러 갈 때 제일 중요한 건 내가 왔다는 사실을 꿀벌들이 모르게 하는 거거든.
내가 초록 풍선을 타고 간다면 벌들이 나를 나뭇잎으로 착각하고 못 알아볼 거야.
그런데 만약 파랑 풍선을 타고 간다면, 아마도 벌들은 나를 하늘의 일부로 착각하고 못 알아보겠지.
그렇다면 문제는 이거야.
둘 중에 어느 쪽이 더 그럴듯할까?" 
16~17쪽


 

어릴 적 나는, 곰돌이 푸를 에니메이션으로 진득하게 앉아서 본 기억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등장하는 인물들의 성격과 이름을 다 꿰고 있는 걸 보면, 인물마다 개성 있고, 자기만의 색이 뚜렷하기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모자라지만 정이 많고, 머리는 그리 뛰어나지 않지만 자신을 사랑할 줄 알고,  꿀만 보면 모든 걸 잊어버리기 일쑤인 곰돌이 푸.
푸의 가장 친한 친구 작은 돼지, 겁도 많고 매우 소심하지만 친구들이 위기에 처하면 언제나 도와주는 피글렛.
언제나 우울한 당나귀로 꼬리를 잃어버려 낭패를 당하기도 하는 이요르.  
아들 루를 인질로 잡고 대신 위장 잠입한 피글렛의 장난을 긍정적인 눈으로 바라보며 친구가 된 캥거루 엄마 캥거와 그의 아들 루.
지혜로운 올빼미.
유일한 사람으로 푸 일행의 절친한 친구 크리스토퍼 로빈.
 
그들 앞에 놓인 하루는 어떤 빛깔로 물이 들어갈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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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돌이 푸의 일행들은 아주 일상적인 생활 모습을 토대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해봤을 법한 이야기를 하나씩 펼쳐보이는 이야기 방식은 친근하면서 피식 하고 웃음이 베어나오기도 한다.

성격도 개성도 잘하고 못하는 것도 모두 다른 그들은 서로가 가진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욕심내면서 하나라도 더 가지려고 아둥바둥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참 부질없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아는 만큼, 내가 가지고 있는 만큼에서만 돕고 나누며 살아가면 되는 것을 말이다. 

"그래? 우리도 그만 집에 가야겠다. 잘 있어, 푸!"
캥거가 인사를 하고는 크게 뛰어서 세 발자국만에 푸의 눈 앞에서 사라졌어. 푸는 캥거의 뒷모습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생각했어.
"나도 캥거처럼 저렇게 뛸 수 있다면 좋을 텐데. 하긴 저런 걸 아무나 다 할 수 있는 건 아니겠지. 그런 게 이치니까."  
116~117쪽


 

『곰돌이 푸』를 읽다보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고, 쉽게 해결될 수 없을 만큼 돌고 도는 것 같아 안절부절하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정답을 알고 있는 나에게 푸와 그의 친구들의 여유는 답답함과 불안감을 상승시키기도 하지만, 잠시 내려놓고 그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느리기는 하지만, 돌아가기는 하지만, 내가 정답으로 알고 있는 그 방향으로 흘러가거나, 꼭 그러지 않아도 모두가 원하는 목표까지 도달해 있음을 알게 된다.

결코 빨리 하지 않아도, 아는 척 미리 나서지 않아도, 실수하고 다시 돌아가 시작하여도 똑같은 목표점에 도착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는, 아마 우리들의 목표지향을 꾸짖는 것 같기도 하다.

 

이요르는 푸 자리로 건너가서 푸를 옆으로 보내고는 엉겅퀴 풀을 뜯어 먹기 시작했어.
"거 말이지, 이렇게 풀 위에 털썩 앉아 버리면 풀이 다 엉망이 되잖니."
이요르가 입안에 풀을 넣고 우물우물 씹으며 말했어.
"원래 싱싱했던 애들이 그맙아 이렇게 시들해지잖아. 너희들 말이야, 다음번에는 한 걸음 멈춰 서서 잠깐만
생각을 좀 해 주렴. 다른 이들을 조금만 생각해 주면, 그 약간의 배려가 커다란 차이를 만드는 법이라고."  
  138쪽

 

푸의 일행들은 서로 다른 모습을 하고 있고, 서로 다른 음식을 먹으며, 좋아하는 잠자리 또한 다르다. 누가 좋고 나쁘고도 아니고, 누가 옳고 그르지도 않는 보이는 그대로 다른 존재인 것이다. 그들은 서로가 다르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것을 나와 같이, 너와 같이로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 푸는 푸, 피글렛은 피글렛, 이요르는 이요르일 뿐이다. 그것이 그들이 서로를 어울려 사는 방식이고, 서로를 지켜내는 힘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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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곰돌이 푸』의 푸의 당당함이 참 마음에 들었다. 꿀을 먹다가 하려고 했던 일을 잊었어도 당황하지 않는 여유로움,  'ㅍ'을 보면 오직 '푸' 자신만 생각하는 자기 중심적 사고, 친구의 칭찬에 자신의 치켜세울 줄 아는 당당함, 고집스러운 듯 하면서도 금방 수긍할 줄 아는 긍정적인 태도까지 내 마음에 바람을 살랑 일으킨다.

『곰돌이 푸』는 '앨런 알렉산더 밀른'이  아들 크리스토퍼 로빈 밀른을 키우면서 아이들을 위한 동화를 쓰겠다고 마음먹으면서 1936년 세상에 내놓은 이야기이다.  숲이라는 배경에 동물과 사람이 교감하며, 특별한 사건보다는 일상속의 한 장면을 그리면서 마치 모험을  하는 것처럼 동물들의 개성을 그대로 담아내 어린이들의 마음을 열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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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돌이 푸』 를 다 읽고 난 뒤에는 『곰돌이 푸』에 대한 궁금증과 인물 소개 그리고 이야기 뒤에 숨어 있는 또 다른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책으로 애니메이션으로, 다양한 인형과 소품 등으로 사랑받는 『곰돌이 푸』와 그의 친구들.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친구를 만나게 되는 설렘과 기쁨이, 어른들에게는 어린 시절을 회상하면 추억에 잠겨보는 설렘과 친구들이 서로를 향하는 존중의 의미를 다시금 새겨보는 생각의 시간을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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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그맨 3 - 두 고양이 이야기 Wow 그래픽노블
대브 필키 지음, 심연희 옮김, 호세 가리발디 채색 / 보물창고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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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나왔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바로 그 책, 『도그맨3』
'그래픽노블'이란 장르를 처음 만나게 해 준 도그맨이 우리 가족에게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와 웃음을 주었고, 순간 순간 터진 웃음이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묘한 힘을 안겨주는 도그맨.

<도그맨1>은 찰떡 호흡을 자랑하는 나이트순경과 그렉. 그들은 폭탄해체 작업을 하다 그만 선을 잘못 끊어 머리를 못 쓰게 된 나이트순경과 몸을 못 쓰게 된 그렉의 몸과 머리의 교체. 그래서 탄생한 영웅 합체의 이야기이다.  <도그맨2>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죽은 영혼이 인간의 마음을 악하게 물들이는 과정에서 악당 고양이 페티의 등장까지, 암흑과 절망의 시대를 맞이하는 도그맨의 활약이 돋보이는 이야기였다. 그렇다면 '두 고양이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도그맨3』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이제 그 속으로 들어가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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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당 페티는 자기를 돌봐 줄 집사 또한 자기와 같은 사악한 영혼이 필요해 복제 기구의 버튼을 과감히 누른다. 페티 앞에 모습을 드러낸 복제 생명체는 페티의 기대와은 달리 키워내야 하는, 당분간 페티가 그의 집사가 되어주어야 하는 새끼 고양이 한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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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티는 자기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낸 새끼 고양이를 상자에 담아 길에 버려둔다.  인간이 필요에 의해서 반려동물을 맞이했다가 병들고 귀찮아지고 이사를 간다는 이유로 거리에 버려두는 그 모습처럼 말이다.  도그맨은 새끼 고양이를 거두고 정성껏 돌보기 시작하면서, 고양이를 따스하게 보듬어줄 가족을 만들어주기 위해 애쓰지만, 하나같이 자신들의 소유물이나 장난감처럼 여기려는 이들만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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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그맨은 그들을 향해 울부짖음으로 반려동물은 주인의 소유물도, 약자도 아니라는 것을 우리에게 다시금 인지시켜준다. 필요에 의해서가 아닌 함께 라는 의미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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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나라 스프레이 가스'덕분에 살아난 업그레이드된 물고기와 공장건물들이 공장 밖으로 나오게 되고, 그에 맞서 도그맨을 구하기 위해 뛰어드는 새끼 고양이와 그를 말리려는 악당 페티의 쟁쟁한 추격전 그리고 그들을 돕기 위해 나선 만드로이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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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이 부시고 도망가고, 다시 잡히고 그들만의 레이스를 따라가다보면 DNA복제 기술이 주는 영향력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며, 사악한 영혼을 탄생시키기 위해 세상에 나온 새끼 고양이는, 누구에게나 사랑받은 영혼이라는 것을 악당 페티도 알게 된다. 세상에 어느 누구도 처음부터 악한 영혼은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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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과 함께 책을 읽는다면, 멍멍이에게 책을 읽어주면"이란 제목으로 부록처럼 소개하고 있다. 우리를 위해서도 반려동물을 위해서도 서로 함께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어, 서로에게 교감이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경험인지를 '책'이라는 매채를 통해 자연스럽게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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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장르로 발돋움하고 있는 '그래픽 노블'
그래픽 노블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도그맨3 두 고양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그리는 방법을 자세히 실어 놓아 궁금증을 해결하고, 자기만의 새로운 그래픽 노블을 만들어내는 기회를 가져보도록 유도하고 있어, 새로운 이야기와 새로운 인물을 창조해내는 좋은 시간을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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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그맨3 두 고양이 이야기』는 DNA복제와 반려동물과의 관계를 새로운 장르와 여러 인물들을 통해 우리에게 이야기한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말하지 않고, 우리에게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도록 던져주기만 할 뿐, 그에 대한 생각의 온전히 우리의 몫이 된다.

가족이 함께 읽고 함께 웃을 수 있는 그래픽 노블 『도그맨3 두 고양이 이야기』 깊어가는 가을만큼 우리 가족의 웃음도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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