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이 나무 - 9·11 테러, 치유와 재생 그리고 회복력에 관한 이야기 사회탐구 그림책 11
션 루빈 지음,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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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9월 11일 화요일,

전 세계인을 놀라게 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미국 맨해튼에 자리한 세계무역센터의 쌍둥이 빌딩이

비행기 두 대에 의해 붕괴되었습니다.

그 사건으로 많은 사람들이 가족을 잃고 친구를 잃었습니다.

또한 붕괴로 인한 잔해물로 오래도록 고통 속에 살아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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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 나무 / 션 루빈 글·그림 /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여느 날과 다르지 않은, 평범한 아침

그 누구도 알지 못했고

그 누구도 짐작하지 못했던 일이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갑자기 일어난 사고는,

도시를 멈추게 하였고, 많은 이들을 고통 속에 살게 하였습니다.

도시도 사람도 치유되기엔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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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괴된 건물 속에서 구조대원들로부터 발견된

콩배나무 한 그루

뿌리는 상하고, 가지는 부러지거나 불에 탄 상태였지만,

구조대원들은 콩배나무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구조대원이 오기 전 이미 목숨을 잃은,

도움의 손길조차 필요치 않았던 많은 희생자들을 대신하여

미안함과 안타까움 그리고 애타는 마음을 담아

콩배나무의 재생을 간절히 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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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의 마음을 알았을까요?

묘목장 관리인들의 정성이 하늘에 닿았을까요?

콩배나무는 마른 줄기에서 새 가지를 틔워냈고,

이파리들은 다시 돋아나

새들의 보금자리가 되었습니다.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한 모든 사람들에게

회복의 힘을 몸소 보여준 "콩배나무" 한 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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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하였습니다.

콩배나무 한 그루를 모두의 아픔으로 기억되는 그 곳,

두 빌딩과 콩배나무 한 그루가 있던,

비어진 세 공간 중 하나로 채워주기로 했습니다.

그들의 슬픔 가까이 다가가

치유. 회복이라는 희망을 안겨주는 존재로 우뚝 서 있기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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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친구를 잃은 그 곳,

그 곳에 함께 있던 콩배나무 한 그루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와 그 자리에 다시 선다면

슬픔에 잠긴 이들의 마음에 잠시라도

희망이란 온기가 그들의 마음을 감싸줄 거라 믿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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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잃는 것

친구를 잃는 것

갑자기 떠나보내야 하는 이들의 아픔은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슬프고 고통스러울 것입니다.


그들의 고통에 상처를 치유하고 돌아온

"콩배나무" 한 그루는,

그 어떤 품보다 따듯할 것이고

그 어떤 말보다 위로가 되어줄 것이며

그 어떤 치료보다 강력한 힘으로 마음을 다독여 줄 것입니다.


생존자 나무로 불리는 "콩배나무" 한 그루가,

전하는 마음에는

치유와 재생, 회복의 힘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간절히 바라는 그 마음을 담아

다시 일어설 용기를 드립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를 담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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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과 시몽 I LOVE 그림책
바버라 매클린톡 지음,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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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두와 노랑의 은은한 색감이 어우러진 표지,

한 켠으로 보이는 높이 솟은 에펠탑

프랑스 파리에 살고 있는 우리 남매의 이야기

우리와 함께 걸어보실래요?

천연덕스러운 표정으로 항상 당당한 동생 시몽과

시몽의 곁에서 걱정가득한 표정을 짓는 나, 아델

우리의 하교길, 무사히 집에 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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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과 시몽 / 바버라 매클린톡 지음 /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지금 파리는 가을이에요.

색깔 옷을 입은 나무들이 우리를 반겨주고

사람들은 더 자주, 더 많은 시간을 실외에서 보내요.

아르누보 양식의 건물들이 가을과 참 잘 어울리는 듯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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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수업이 끝나면 서둘러 시몽에게 가요.

함께 집으로 오는 길은 항상 즐겁거든요.

오늘 시몽은 또 어떤 일로 저의 정신을 쏙 빼놓을까요?

시몽을 자세히 들여다보아요.

모자, 목도리, 스웨터, 외투, 장갑, 배낭, 크레용, 책

그리고 아침에 그린 고양이 그림까지.

시몽은 오늘은 아무것도 잃어버리지 않겠다고 다짐해요.

그럴 수 있을까요?

그럴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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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퉁이 시장에서 잠깐 멈추었어요.

사과를 하나 받았을 뿐인데,

시몽의 고양이 그림이 없어졌어요.

여기저기 사방을 모두 둘러보았지만 보이지 않아요.

대체 어디로 간 걸까요?

잠깐 사이에 어떻게 없어질 수가 있나요?


시몽과 제가 시장의 여기저기를 둘러보는 동안

여러분도 함께 둘러봐주세요.

분명 시장 어딘가에 시몽의 고양이 그림이 있을 거에요.

꼭 기억해 주세요.

시장의 고양이 그림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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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파리 식물원에서 책을 잃어버린 채

국립자연사박물관으로 왔어요.

공룡을 보고 싶다는 마음이 앞서서 일까요.


우리는 책을 없다는 것을 박물관에 와서야 알게 되었지요.

어쩌면 좋아요.


시몽은 왜 없어졌는지?

어디에 둔지도 기억하지 못해요.

시몽은 박물관에서 기어이 목도리마저 잃어버렸어요.

나의 한숨에도 시몽은 어깨만 으쓱할 뿐 당황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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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몽이 여기저기 자기 물건들을 떨어뜨려 당황스럽지만

파리의 즐거운 볼거리를 포기할 수는 없어요.


시장에서 식물원으로,

식물원에서 자연사박물관으로,

박물관에서 생미셸 지하철역을 지나 뤽상부르공원까지

우리의 파리 시내 구경은 즐겁기만 해요.


가을이 무르익어가는 지금의 파리는

우리의 마음을 설렘으로 가득채워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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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좋아하는 시몽을 위해 박물관에 갔어요.

시몽은 좋아하는 그림 앞에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고,

당당하게 그림을 설명하고 사인을 하려 했지만

이번엔 크레용을 잃어버렸대요.


또!


시몽을 나무라고 싶지만, 시몽은 나를 너무 잘 알아요.

배고프다는 말에 나는 서둘러 식당으로 갔어요.

이젠 더이상 물건을 잃어버리는 일은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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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몽과 나는 오늘도 무사히 집에 도착했어요.

시몽이 잃어버린 물건은, 세고 또 세야 할 만큼 많아요.

하나도 잃어버리지 않고 집으로 돌아오는 날이

언젠가는 있겠죠.


시몽이 잃어버린 물건들은 지금쯤 어디에 있을까요?

시몽에게 안전하게 돌아왔을까요?


나와 시몽의 하교길을 함께 한 소감이 어때요?

복잡한 시장부터

우리의 시선을 끄는 인형극과 퍼레이드 공연,

가을의 향을 느낄 수 있는 식물원과 공원까지

보면 볼수록 매력이 넘치는 파리 시내 한 바퀴

함께 해 주셔서 나는 참 좋았어요.


책장을 덮기 전,

시몽이 잃어버린 물건들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보고,

어디에서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확인하는 거 잊지 마세요.


시몽과 아델과 함께 파리 시내 한 바퀴

오늘은 여기까지!

우리 다음에 또 만나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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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안에서 사회탐구 그림책 10
르웬 팜 지음,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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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어느 날,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우리는 "코로나19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바이러스 확산은 급격한 속도로 진행되면서 우리의 삶을 뒤흔들어놓기에 충분한 힘을 발휘합니다. 우리는 코와 입을 마스크 속으로 감추고, 거리두기 시행으로 함께 하는 활동들에 제한을 두고, 비대면 수업과 재택근무, 배달 음식 급증 등 삶의 모습에 변화가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자유롭게 활동하던 우리가 삶의 공간을 밖에서 안으로 이동하면서 일어나는 다양한 변화와 그 변화 속에서 도 꿋꿋하게 자기의 자리를 지켜나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 『밖에서, 안에서』 가 마치 지난 시간들을 보듬어주는 듯 따듯하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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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안에서 / 르웬 팜 지음, 신형건 옮김, 푸른책들

계절이 막 바뀌기 전 특별할 것 없는 날에 이상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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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불편하다고 투덜대거나 불평할 수 없습니다. 안전한 안으로 공간을 옮긴 우리와는 달리 온 몸으로 바이러스와 싸우며 환자를 돌봐야 하는 의료진들의 수고를 알기 때문입니다. 병상이 모자랄 정도를 끊임없이 들어오는 환자들을 돌보고, 쪽잠으로 하루의 피로를 풀며, 습하고 더운 방호복에 휘감긴 몸으로 환자의 곁을 지키는 그들의 희생정신은 우리 모두가 지금 이시간 건강한 이유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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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변화하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 우리를 맞이했던 학교도 회사도 이제는 비대면으로 전환되면서 학력 격착와 근무 태만이라는 부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자기 만의 공간에서 수업을 듣고, 근무를 하게 되면서 집중략도 향상되고, 내면의 힘을 키우는데 충분한 시간을 제공받게 됩니다. 온전히 자신을 바라보며 바쁜 일정으로 미뤄두었던 자신을 위한 다양한 취미 활동을 키우는 모습으로 긍정적인 측면도 함께 부각되고 있습니다.

처한 상황에 굴복하는 것이 아닌, 그 시간을 잘 견뎌내고 또 다른 시간을 마주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열정은 다양한 온라인 콘텐츠가 발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고, 나에게 주어진 시간의 소중함을 느끼면서 자신에게 맞는 루틴을 실천하는 이들의 모습도 다양하게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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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버린 듯 보이는 우리의 일상은 결코 멈추지 않습니다.

우리는 지켰습니다.

우리 모두가 건강하게 힘든 시간을 잘 이겨내기 위해 그래야 한다는 걸 알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우리보다 더 힘든 상황 속에서도 꿋꿋하게 버티는 많은 분들의 노고를 알기에 참는 것, 이겨내는 것, 지키는 것 정도는 할 수 있다고 여겼습니다.

그리고 노력했습니다. 다함께 할 수 있는 그 날이 오기만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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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거리두기 해제와 함께 봄을 맞이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우리 곁에서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점점 그 수가 줄고, 치료제도 개발되었으니 우리의 일상도 곧 복귀하지 않을까 살짝 기대해 봅니다.

만 2년이 넘는 시간동안 우리는 마스크 속에 갇혀 지냈습니다. 바이러스 전염에 가슴 졸이며 지내왔던 우리의 일상도 조금씩 회복되어갈 봄, 그 봄을 이야기하는 그림책 『밖에서, 안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잔잔한 위로를 안깁니다.

답답하고 지루했던 그 동안의 힘든 시간을 그림책 『밖에서, 안에서』를 통해 위안받으며, 일상으로의 회복이 모두에게 주는 귀한 선물이 되었으면 하고 간절히 바랍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인 견해를 담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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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 웨이 다운 - 2022년 케이트그린어웨이 수상작 에프 그래픽 컬렉션
제이슨 레이놀즈 지음, 대니카 노프고로도프 그림, 전하림 옮김 / F(에프)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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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총기와 관련된 사고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익숙할 만큼이나 자주 등장하는 일이다. 한 조사에서는 20세 미만 사망 원인 중 총기가 1위를 했다고 하니, 얼마나 흔하게 자주 일어나는 범죄인지 추측할 수 있다. 총기 소지가 허용되는 나라인 만큼 즉흥적인 20대에게 총기 사고는 예견되어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추측도 해 본다. 서로의 이해 관계에 혼란이 일어나면 당기게 되는 방아쇠, 그 방아쇠가 나의 가족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를 향하고 있다면 얼마나 무섭고 그 순간이 얼마나 길게 느껴질까.

오늘 내가 만나게 된 『롱 웨이 다운』 이 바로 총기 사고로 형을 잃은 동생의 이야기를 담은 그래픽 노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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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 웨이 다운 / 제이슨 레이놀즈 글, 대니카 노프고로도프 그림 / 전하림 옮김 / f 에프


윌은 보았다.

탕-하고 울리는 소리에

사람들은 부리나케 튀어 바닥에 바짝 엎드렸다.

훈련받은 그대로,

우리에게 와서 맞지 않기만을 간절히 바라면서


총은 단 한 명만을 맞췄다.

윌의 친형 숀형은 그렇게 살해되었다.


한번도 지진을 겪어 본 적이 없다.

실제로 어떤 느낌일지 전혀 알지 못한다

.그러나 확실히 느꼈다. 땅이 입을 벌려 날 통째로 삼켜 버리는 그런 느낌


숀형의 죽음을 직면한 윌은, 울고 싶었다.

그러나 우는 것은 원칙에 없기에 참아야 한다.

아주 작은 주먹들이 내 눈알을 수없이 때리는 것 같은 느낌이지만

참는다.


윌이 앞으로 지켜나가야 하는 세가지 원칙.

첫 번째 : 울기 - 무슨일이 있어도 절대 금지

두 번째 : 밀고 -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금지

세 번째 : 복수 - 범인에게 똑같이 갚아 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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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은 집을 나선다.

가장 사랑하는 숀 형을 쏜 범인으로 추정되는 릭스 형을 찾아

세번째 원칙을 지키리라 마음 먹는다.

윌은 한번도 총을 잡아본 적은 없지만,

숀 형을 위해서 그 정도는 해 줘야 할 것만 같다.

사랑한다면 말이다.

윌은 계획을 세우고

엘리베이터를 7층에서 타고 아래로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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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가 지상까지 내려가는데 걸리는 시간 60초.

총기를 소지한 윌의 가슴은 진정되지 않는다.

엘리베이터가 한 층씩 내려갈 때마다

이젠 곁에 없는, 과거에 윌이 사랑했던 친구와 가족이 탄다.

그들은 모두 총기 사건의 희생자이며

윌에게 각자의 이야기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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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알 하나면 형을 쏜 범인이라 여긴 릭스형을 죽일 수 있을 거라 자신했는데

윌은 점점 자신감을 잃어간다.

범인이라 장담하고 총을 겨눈 숀 형도

결국 또다른 희생자만 남긴 채

복수는 하지 못했다는,

얽히고 얽힌 사건의 실타래가 한겹씩 벗겨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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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의 죽음을 직면한 동생 윌의 충격과 미움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으며

맘껏 울지도 못하게 하는 원칙대신

복수는 가능한 원칙이 윌의 울분을 토해내기엔 안성맞춤이다.

그러나

자신이 아는 것이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지상에 도착하기 전 엘ㄹㅣ베이터에 오른 숀 형은

첫 번째 원칙을 어긴 채, 살아 생전에 참아두었던 눈물을 하염없이 운다.

윌은 자신의 생각이 맞다고, 범인이 맞다고 확인받고 싶지만

형은 끝내 말해 주지 않는다.


복수는 또다른 복수를 낳고

참았던 눈물은 언젠가는 쏟아낸다는 것을 여실하게 보여주는

그래픽 노블 『롱 웨이 다운』


뒷골목을 헤매일지라도 그 어두움을 네 안으로 가지고 오지 말라

어머니의 말씀은,

피부색이 무엇이고, 사는 곳이 어디일지라도

마음 속까지 그것들에 순응하며 미움만 키우지 말고

자신을 지켜나갈 것을 당부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인 견해를 담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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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한 주스 가게 - 제9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푸른도서관 85
유하순 지음 / 푸른책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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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시간 속에 '청소년기'라고 일컬어지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그 시간동안 많은 아이들은 현실과 맞서며 치열하게 경쟁하고, 자신이 걸어가는 길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조차 잊어 방황이란 시간과 마주하게 된다. 우리의 아이들은 좌절하는 순간을 맞이하기도 하고 일탈을 꿈꾸기도 하며 스스로 성장하는 기회를 갖는다.

# 시작하며

『불량한 주스 가게』 는, 청소년 단편소설로 다섯 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각자 다른 상황에 놓인 청소년들이 자기만의 방법으로 해결해 나가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삶과 한 발 다가서는 시간을 가져본다.






 불량한 주스 가게 / 유하순 글 / 푸른책들



# 1.


3년 전, 아빠를 떠나보낸 건호는 '불량한 주스 가게'를 운영하는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다. 엄마는 여행을 간다는 이유로 정학 맞아 빈둥거리는 건호에게 주스 가게를 맡긴다. 모양 빠지는 일이 하기 싫지만 어쩔 수 없이 가게 문을 열게 된 건호는 손님으로 찾아온 간호사로부터 엄마의 여행에 숨겨진 진실을 알게 된다.


나는 병실 앞에서 머뭇거렸다. 엄마한테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판단이 안 섰다. 돌아서며 생각했다. 엄마가 먼저 거짓말을 했으니 나도 모르는 척해 주겠어. 그게 서로에게 공평한 거야.

『불량한 주스 가게』 불량한 주스 가게 19~20쪽


건호는 '불량'이라는 말에 뜨끔하는, 아버지의 마지막으로 떠나보낼 때조차 강해지기 위해 눈물을 참아내는, 강하고 멋지게 살고 싶은 꿈을 꾸는 평범하고도 마음이 여린 우리의 청소년이다. 엄마의 거짓말과 건호의 거짓말이 서로를 향하는 귀한 마음이라는 것을 쉬이 알 수 있다.



2.


말귀가 어두워 가족들은 물론이고 친구 관계까지 어긋나기 시작하는 유성이, 우연히 채널링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것을 직접 경험하게 된다. 상대방의 말을 귀담아듣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영역인지를 알게 되는 유성이는 마음을 담아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이는 순간 진정한 채널러가 된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우리 주변에는 말하는 것을 즐기는 이들이 참 많다. 상대의 이야기가 전하고자 메시지보다는 자신이 말이 더 중요한 이들에게 유성이의 깨달음이 가 닿길 바라본다.


요즘은 말귀가 어둡다는 소리도 듣지 않는다. 남이 얘기를 할 때 딴 생각을 하는 버릇을 없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여전히 '올빼미'라고 불리지만 싫지 않다. 거울 앞에서 내 눈을자세히 들여다보면 검은 둔ㄴ동자 속에 강활한 우주구 펼쳐져 있는 것 같다. 내 안에 우주가 들어 있는 거다! 너무 자뻑인가.

『불량한 주스 가게』 올빼미, 채널링을 하다 69쪽



# 3.


야간자율학습. 자율이란 말이 버젓이 붙어 있음에도 학생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몸도 마음도 학교에 묶인 그그들은 하루라도 학교에서 벗어나 자유를 만끽하고 싶다. 진정한 자율을 꿈꾸는 이들 셋이 뭉친다. 작은 구멍을 통해 산으로 향하는 그 밤, 학교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간절함과 어둠이 주는 두려움, 산을 넘어가면 달라져 있을 것만 같은 현실을 꿈꾸는 설렘이 그 시절을 지나온 나에게 또 다른 기대를 안긴다.




# 4.


'외모지상주의'라는 말이 암묵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서 다이어트가 시급한 두 여학생의 이야기 가 "뚱보균과 도넛"이란 제목으로 담겨 있다. 남들보다 크다는 이유로 따가운 시선을 받아야 하는, 그것이 너무나 당연하다 여기는 현실에서 꿋꿋하게 버텨가던 '나'와 '유나'.


"물 위에 비친 구름"

"어?"

"전에 네가 그랬잖아. 우리들 외모는 물에 비친 구름 같은 거라고. 자꾸 변하니까. 실체 없는 허상 같은 거라고."

그때 그러지 않았으면 좋았을 텐데, 나는 내가 왜 그런 말 했었나? 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 그 말이 내겐 많이 위로가 됐었어."

순간, 십어 삼키던 아보카도 조각이 목에 걸리는 것 같았다.

『불량한 주스 가게』 뚱보균과 도넛 118쪽


서로가 분신같아 보이는 현실과 마주하는 순간, 그 사실이 너무나 싫어진 '나'는 다이어트를 결심하게 되고, 호르몬 이상으로 비만이 되어야 했던 유나는 수술을 앞두게 된다.



우리는 타인에게 지대한 관심을 기울인다. 겉으로 드러난 모습을 전부로 단정짓고 상대의 모든 것을 안다는 듯 내뱉는 말은 뾰족하고 따갑게 깊속이 파고들어 상처를 만들어 낸다. 외모가 아닌 그 속에 감춰진 속내를 들여다보는 눈을 키워내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해보이는 현실이 안타깝다.



# 5.

지현이는 아빠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잘 알고 있다. 눈치로 알고 있는 만큼 엄마에게 내색하지 않고 아빠의 찐웃음이 있었던 그 날 저녁의 산책을 떠올리며 살아간다.


전에는 포기해야 할 꿈이 어떤 거고 지켜야 할 꿈이 어떤 건지, 삶은 계란 속 노른자와 흰자처럼 뚜렷이 구분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달걀말이를 하려고 휘저어 놓은 날계란처럼 되어 버렸다. 엄마와 아빠도 나처럼 헷갈려서 엉뚱한 데만 계속 긁고 있는 걸까.

『불량한 주스 가게』 폭풍 속 하이재커 145~146쪽


막연한 이상을 꿈꾸던 아빠의 실패와 부재는 지현이를 남들과는 다른 꿈을 꾸게 한다. 꿈이라는 이상을 꿈꾸기도 전에 현실과 마주서게 된 지현이가 자신을 위한, 자신으로부터 시작된 또다른 꿈을 꾸길 기다린다.



# 마치며


청소년 그리고 그들이 살아내야 하는 시간은 경쟁이란 현실 속에서 그리 편안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막연한 불안감에 휘감겨 불안정하기만 한 것도 아니다. 상황이 주는 현실이 갑갑하고 힘든 순간들이 오겠지만, 그 순간마다 자신을 먼저 챙기는 용기를 내어 견뎌준다면 그 시간은 분명 지난다고 말해 주고 싶다. 지나고나면 별거 아닌 일들이 확대되어 보이는 현실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불량한 주스 가게』는 그동안 읽었던 청소년 소설과는 또다른 소재를 담고 있어 신선했다. 그리고 우리의 청소년들이 경험하게 되는 다양한 문제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볼 수 있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 견해를 담은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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