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머 에프 그래픽 컬렉션
마이크 큐라토 지음, 조고은 옮김 / F(에프)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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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아가는 긴 시간 속에 10대의 시간은 매우 짧은 듯 하지만, 우리의 삶에 꽤 깊숙이 파고든다. 그 시간의 많은 일들이 기억되고, 때로는 꺼내어 새롭게 재생산하는 과정을 거치기도 한다. 10대의 시간은 그 때 그 시간으로 우리를 데려다놓는 듯, 우리의 삶 속에 깊이 파고들어 다음을 기약하기 힘든 상황과 대면하게도 하는, 매우 예민하고 중요한 시기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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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든은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보이스카우트단 여름 캠프를 떠난다. 캠프를 떠난 토요일부터 다음주 금요일까지 일주일 동안의 일들을 시간순으로 전개하며, 에이든의 과거가 삽입되는 형식으로 구성된 『플레이머』는 에이든의 주변과 감정 변화를 담담하게 그려낸다. 에이든이 마주하는 현실과 친구들로부터 받는 정신적인 괴롭힘 속에서 온전히 자신을 지켜나가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에이든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마음이 아린다.

그래픽노블 『플레이머』의 작가 "마이크 큐라토"는 작가의 말에서 고백한다. 에이든이 짊어진 삶의 무게를 자신도 경험했으며, 그 경험에 바탕을 두고 픽션을 얹어 완성된 작품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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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남학생들이 갖춰야 하는, 그들이 정한 기준에 도달하지 못한 에이든. 친구들은 에이든에게 '게이'라는 성정체성에 혼란을 주는 명칭으로 에이든을 더욱 작게 만들어줄 뿐 아니라 스스로를 인정하는 힘마저 빼앗아간다. 누군가가 정한 기준에 맞춰 가며 억지로 삶을 꾸려나가는 10대의 현실을 단면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혼자가 되지 않기 위해 발악하는 꼭두각시처럼 보여져 마음이 아프다. 그들이 말하는 '정상'이란 것은 어디에도 없는 기준이다. 누구나 그 기준에 부합한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닌데, 때로 우린 그것이 모든 이들의 기준처럼 믿는 착각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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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깊이 꾹꾹 담아두었던 분노가 불쑥 찾아드는 순간, 불꽃이 빨갛게 타오르며 그의 주변을 에워싼다. 현실에 저항하며 자신을 찾아내기 위한 노력이 불꽃과 함께 타오른다. 작가는 불꽃과 휩싸인 에이든이 손가락 세 개를 펼쳐보이며 보이스카우트 멤버답게 선서하는 모습으로 표지를 표현한 것을 보면, 현실과 쉽게 타협하며 수긍하는 삶을 살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 같아 마음 한켠에 든든함이 스며들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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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림이 많을 10대들의 이야기는 아픈 마음으로 시작했다가 믿음으로 끝을 맺을 수 있어 다행스러움과 그들의 아픔을 공유할 수 있는 어른이 되었음에 감사함을 느낀다. 10대를 겪고, 10대를 겪고 있는 두 소녀를 둔 나에게 『플레이머』의 에이든은 아픈 손가락으로 안아주는 것조차도 조심스러운 소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저항하고 누군가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진심으로 마음을 다해 사과하는 모습에서 그의 자아가 조금씩 성장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어 다행스러움을 느낀다.

자신의 의지로는 변화되지 않는 현실이 우리와 자주 마주선다. 우리의 선택이 매번 옳을 수도 탁월할 수도 없다. 다만 그 선택이 틀렸다면 다시 고치면 되는 것이다. 실수는 실수일 뿐 실패가 아닌 것이다. 남들이 정한 기준에 나를 맞추는 것이 아닌, 나는 나답게! 나는 나인 것으로! 살아가는 그것만이 나를 지키는 것이다.

나는 나만의 빛으로 채워져있다. 나만의 빛으로 나를 밝혀주는 것! 그것이 바로 나를 사랑하는 방법이며 나를 세워주는 힘인 것이다. 10대들이여! 너의 존재만으로도 충분한 빛임을 잊지 말아라!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인 견해를 담아 쓴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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