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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키드 - 2020년 뉴베리 대상 수상작 ㅣ Wow 그래픽노블
제리 크래프트 지음, 조고은 옮김 / 보물창고 / 2020년 4월
평점 :
부모의 욕심은 자녀를 소유물로 간주하게 하고, 부모의 편견은 자녀에게 잘못된 사회 의식과 비판 의식을 심어준다.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할 능력이 미성숙한 연령의 아이라면 더더욱 부모 곧 어른들의 잘못된 사고와 행동은 그대로 뇌리에 박혀 잘못된 '관계'의 고리로 채워질 확률이 매우 높다고 생각한다.
어른들이 미리 경험했다는 이유로 반강제성을 띈 입학과 규율과 체계 속에 맞출 것을 강요하는 학교 그리고 피부색과 부모의 경제력으로 학생을 판단하는 교사와 나와는 다르다는 이유로 따돌리는 동급생, 이 모든 것은 '다름'을 인정하지 못한, 어른들의 잣대가 만든 사회의 문제이자 일부 가정의 문제점이다.

그래픽노블 최초로 '뉴베리 대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누린 『뉴 키드』 는, 예술학교를 꿈꾸는 '조던 뱅크스'가 엄마의 강요를 담은 설득에 의해 명문 사립학교로 가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담고 있다.
다양한 피부색과 다양한 인종이 다니는 학교, 다양한 수업 프로그램으로 학부모들의 기대와 관심을 한 몸에 받는 학교, 그 곳에서 일어나는 인종차별과 교사들의 선입견, 학생들간의 시기와 따돌림이 만화 형식을 빌어 펼쳐진다.

학생의 이름을 제대로 알려고 하지 않는 교사와 교사간에 보이는 인종에 따른 무시, 나와 다른 피부색을 가졌다는 이유로 이름대신 별명을 부르는 동급생과 따돌림이 일어나는 공간인 학교에서 조던은 낯선 경험을 한다. 좋은 친구, 맘이 맞는 친구를 사귀는 것이 꽤나 어려운 일임을 체득하게 된다.

조던은, 학교 생활이 재미있다고 말할 수 없다. 매시간 헤매야 찾을 수 있는 교실과 친구의 기분은 아랑곳하지 않고 놀리기 일쑤인 동급생 그리고 이상한 인형을 손에 끼고 다니면서 친구가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시시콜콜한 것까지 소문내고 다니는 여학생들까지. 모두 제각각인 그들 틈에서 조던은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게 된다.

선생님들이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경제적 도움을 필요로 하는 학생과 피부색이 다르다면 어떤 차별도 감내해야 하는 학생, 잘못을 가리기 전에 이미 잘못한 자로 정해져버린 학생, 조던은 이같은 일이 너무나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학교의 모습에 조금씩 싫증하고 화가 나기 시작한다.

선생님들과 친구들의 차별과 무시에 늘 기죽어지내는 친구들을 조던은 보고 싶지 않다. 선생님이 어떠한 처벌을 주게 되는지에 대한 계산도 없이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된 친구를 위해 변호를 하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에 대해 용기있게 나선다. 친구란 그 정도쯤은 해야 한다는 것이 조던이 생각이다.
또한, 소문내기 일등 여학생에게, 동생을 구하려다 손등에 화상을 입어 장갑인형을 끼고 다니는 여학생의 비밀을 누설한다. 여학생들은 그녀에게 '영웅'이라는 새로운 애칭을 붙여주고, 각자가 가지고 있는 상처를 드러내는 계기를 마련한다. 누구에게나 상처는 있기 마련이다. 그 상처를 보여주지 않기 위해 꽁꽁 싸매는 그 순간부터 상처는 온전히 본인의 몫이 되고, 상처는 또 다른 상처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알게 된다. 드러내면 별거 아니었던 것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조던의 엄마는 알고 있다. 조던이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고, 예술학교에 가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지만 조던이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고 사회에서 필요로하는 인맥과 학벌 또한 중요한 것임을 이미 경험했기 때문에 조던의 꿈 정도는 잠깐 잊어주었으면 한 것이다. 그것이 정답은 아니지만, 좀 더 나은 삶을 보장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과 부모보다는 좀 더 나은 삶, 편한 삶을 살았으면 하는 바람인 것이다. 조던의 엄마가 가진 이 맘이 나를 포함한 모든 부모의 맘이기에 강제성을 띈 결정이 이해되면서도 안타까움에 마음이 쓰리다.

조던은 서서히 알아가는 학교가 가진 편견과 잣대, 친구들 간의 인위적인 포장이 벗겨지면서 그들의 진실이 와닿는, 성장의 시간을 맞이한다.
어른들의 잘못된 편견이 아이들의 사고를 병들게 하고, 친구들 사이에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들 앞에 어른들의 고정관념이 친구의 마음에 상처를 준다는 것을 조던은 몸소 체험하게 된다. 그러면서 조던 스스로가 가진 인식도 변화하게 되고, 자신이 어디에 있는가가 아닌 어떤 사람으로 성장하는가가 중요하다는 것을 스스로 발견하게 된다.
조던의 눈을 통해 바라본 어른들의 시선과 인식 그리고 어른들의 편견을 그대로 따라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담은 『뉴 키드』 는 다양한 소재를 다룬 만큼, 어른으로 살아가는 나는,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떻게 행동하였는지 되짚어보게 한다. 내가 가진 편견이 또다른 편견을 낳고, 또다른 상처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나는 이제야 알았다. 그것이 얼마나 어리석고 가혹한 일인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