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달 푸르른 숲
내털리 로이드 지음, 이은숙 옮김 / 씨드북(주)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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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녀'가 주인공인 이야기책을 꽤 좋아하는 편이다. 허구성을 가진 창작물이지만 그 속엔 꿋꿋함과 진짜가 담긴 희망적인 메시지로 마무리 되기에 그 과정을 함께하는 순간이 참 좋았다. 어릴적 읽었던 소공녀 세라와 빨강머리 앤이 그랬고, 청소년기에 읽었던 제인 에어, 불과 2년 전에 읽었던 가정부 조엔이 그랬다. 모두 부모의 보살핌보다는 사회를 먼저 배워나가야 했던 그녀들이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모습들이 나는 참 좋았다.

이번주에 내 손에 머물렀던 『분홍달』 의 '몰리'는, 책장을 몇 장 넘기지도 않은 채로 '암담하다'라는 감정에 사로잡혀 한참을 멈춰 있었다. 광부였던 아빠는 기계 폭발로 시력을 잃는 사고로 일자리를 잃고, 엄마는 아빠 대신 탄광을 들어갈 수 없으며, 몰리는 태어날 때부터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 팝스냅를 끼워야 생활이 가능함에도 탄광으로 끌려갈 위기에 처한 동생을 지키고 가정을 지키기 위해 부잣집에서 허드렛일을 하기에 이른다. 몰리는 자신에게 몰려오는 상황을 꽤 덤덤하고도 씩씩하게 받아들이고 있지만, 그녀를 바라보는 나의 속은 답답해져만 왔다. 어린 소녀가 감당하기엔 너무나 벅차보이기만 하다.

스타패치는 살아 있는 것처럼 맨 손에서 아주 밝게 빛났다가 수그러들었다가 또 밝게 빛났다. 그걸 보자마자 내 가슴 속에 어떤 확고한 생각이 자리 잡았다. 나는 아직도 꿈을 꿀 만큼 용감하다는 것이다. 17쪽

 

몰리가 사는 '잊힌 산'은 마치 신이 버리기라도 했듯이 먼지가 일고, 수호자들에 의해 지배되어 그들의 강압적인 지시에 따라야만 살 수 있는 곳이다. 광부들의 고된 삶에서도 희망이 있었던 과거와는 사뭇 다른 상황이다. 수호자들은 다친 아빠 대신 남동생을 탄광에 데려가기 위해 찾아오고, 아빠의 사고로 고장난 기계는 몰리네 가족 모두에게 빚으로 남기게 된다. 몰리는 빚으로 가득한 가정과 광부로 살아야 하는 동생을 위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과감한 도전을 시작한다.

 

"소년들이여,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닐 겁니다. 여러분에겐 꿈을 묘사한 것처럼 들렸겠지만, 그 곳으로 가는 길은 위험하고 어렵습니다. 여러분이 원하는 걸 얻기 위해서 여러분의 공포와 대면할 가치가 있는가? 지금 여러분이 결정해야 합니다." 60쪽

 

용감하고 패기있는 남자애만 받아준다는, 막대한 부를 획득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고자 몰리는 모티머 굿과 수호자 앞에 서기로 결심한다. 마을에서 사라졌다는 말과 함께 금가루를 가지고 오면 그 무게만큼 돈을 지불한다는 솔짓한 광고가 마을의 많은 아이들을 깊은 산으로 불러 모으게 되고, 그 곳에서 그들은 새로운 모험과 도전 그리고 거짓에 가려진 진실과 마주서게 된다.

 

 

 

몰리는 여자라는 것이 들통났음에도, 가정부로 일하는 부잣집 아이의 횡포에도 굴하지 않고 버틴다. 그것만이 가족을 지키는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한다. 몰리에게 가족은 자신이 지켜야 하는 존재이며, 그들이 있기에 용감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몰리의 생각이고 의지이다.

몰리는 자신에게 배당된 말, 레온과 함께 금가루를 담아오기 위한 모험에 모든 것을 건다. 그녀의 간절함은 레온에게 그대로 전해지고, 그녀의 위험한 순간과 가짜로 뒤덮인 진실이 드러내는 순간을 함께 하게 된다. 몰리는 '잊힌 산'이 된 마을의 비밀을서서히 알아가게 되고, 마을 사람들 모두가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무엇에 속고 있는지 정체를 하나씩 알아가게 된다.

"전보다는 조금. 너는?"

내가 솔직히 대답하자 아담이 털어놨다.

"나는 아직도 어젯밤 일 때문에 몸이 떨려. 괴수를 그렇게 가까이서 본 건 처음이었어. 모티머와 수호자들이 우리를 보호해 준다더니만."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뭔가를 숨기는 기분이 이상했다. 하지만 뭐라고 말하겠는가? 모티머가 괴수를 만드는 걸 본 것 같다고? 모티머를 화나게 하면, 이 자리를 잃고, 어쩌면 이제껏 번돈까지 잃을 지도 모른다. 그럴 순 없다. 165쪽

 

『분홍달』 이라는 제목이 너무 고와서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면, 책장을 여는 순간에는 그 동안 읽어왔던 '동화'와는 또 다른 현실과 고민 그리고 모험이야기가 담겨져 있어 읽는 내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신이 버린 땅 '잊힌 산' 마을 사람들과 함께 했던 말들이 사라지고, 마을은 항상 뿌연 먼지에 가려진 채 수호자들의 지시에 따르며 하루하루 벼텨가는 삶을 살아야 했던 그들, 그들은 변해가는 마을만큼 마음은 말라가고 서로를 향한 시기와 불신에 병들어가고 있었다. 그 마을을 '빛나는 산'으로 만들어가는 용감한 소년들 그 속에 "하늘을 나는 용감한 소녀 몰리"가 있다.

 

 

 

우리는 진실과 마주하는 순간을 두려워한다. 이제까지 모르는 채 살아갔다는 어리석음과 속았다는 억울함을 우리는 패배와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몰리는 자신이 가진 신체의 불편함과 가족의 무능력을 원망하지 않는다. 나아지지 않는 삶이 벅찰 뿐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속에 가려진 진실과 부딪힐 용기를 낼 줄 아는 소녀이다.

『분홍달』 은 한 마을에서 일어난 거짓이 가린 진실이 밝혀지면서 새로운 희망을 만날 수 있는, 용감한 소녀 몰리와 함께 하는 새로운 배경과 탄탄한 스토리 속에서 만나는 모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이와 부모가 함께 읽기에 너무나 좋은 동화 한 편, 햇살이 참 좋은 봄날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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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읽는 아이 오로르 마음을 읽는 아이 오로르 1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안 스파르 그림,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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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코너에 꽂혀 있는 책을 보자마자 첫 눈에 반해 바로 품에 안은 책 한 권이 있었어요. 바로 더글라스 케네디의 『오로르』에요. "마음을 읽는 아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오로르는 두 번에 걸쳐 나의 마음을 흔들었지요.

멀리서 보아도 한 눈에 들어오는 파란색 표지에 잔잔하게 수놓아진 별들이 가득, 푸른 밤을 피어오르는 별들의 반짝거림이, 달 속에 비친 소녀와 함께 쓰인 "나는 남들과 다르대. 근데…… 당연한 거 아니야?" 라는 글에 또 한 번, 이렇게 난 두 번의 설렘을 느끼며 『오로르』를 만나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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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르는 비교하고 싶지 않지만 남과 다르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어요. 남들처럼 말하지 못하고, 자기만의 세상에서 새로운 모험을 즐길 줄 알며, 눈을 통해 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신비한 힘을 가지고 있거든요. 그리고 엄마 아빠의 이혼으로 아빠를 만나기 위해 다른 장소를 가야 하는 것쯤은 아무렇지도 않을 뿐 아니라, 언니와 엄마의 싸움에서 서로가 상처를 남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는, 어리지만 어리기만 한 소녀는 아니에요. 오로르는 알아요. 이혼이 누구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쯤은 너무나 잘 알아요. 그리고 그 어느것도 오로르에게 상처가 되거나 슬픈 일로 저장되지 않아요. 오로르는 스스로를 행복한 아이라고 믿고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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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읽는 아이 오로르는, 책지를 실로 엮은 뒤에 하드보드지로 외형을 덮지 않은 사철제본으로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제본의 형태를 가진 책으로 읽은 동안 더 귀하고 조심스럽게 책장을 넘기게 하는 매력까지 더하고 있어요. 제본 형태까지는 알지 못한 채 품에 안은 책인데, 반함에 하나 더 추가되지 않을까 싶어요.

'자폐아'라는 현대의학적 병을 가진 오로르는, 자신이 가진 남들과 다름에 경계를 두지 않아요. 그러나 언니 에밀리는 아니에요. 오로르의 신비한 힘 때문에 가족이 변했다고 생각해요. 오로르는 자신이 가진 신비한 힘으로 다른 사람들한테 나쁜 일이 생기는 것인지 잠깐 의심이 들기도 하지만 어른들의 말을 믿기로 했어요.

 

"오로르, 그 신비한 힘은 소중한 재능이야. 너는 네 이름 그대로야. 진짜 햇살."

 오로르.

내이름!

아빠가 이야기해 주었다. 옛날 옛적에,책은 두루마리로 되어 있고 밤에는 호롱불로 빛을 밝히던 옛날에, 사람들은 오로르 여신을 숭배했다고, 오로르 여신은 아침마다 해님을 들어올리는 힘이 있었다. 오로르는 어둠을 쫓아냈다.

아빠가 말했다. "오로르, 그게 너야. 너는 늘 어둠을 사라지게 해."

'어둠을 사라지게 하는 것'이 내 신비한 능력이 될 수 있을까?

나는 얼마 전에 조지안느 선생님과 이야기했다.

조지안느 선생님이 말했다.

"사람들을 돕는 것도 신비한 일이야."

마음을 읽는 아이 오로르. 11~12쪽

 

언니 에밀리의 친구 루시, 오로르는 수학에 탁월한 재능을 가진 루시 언니가 친구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알아요. 꼬맹이라고 놀림받는 에밀리언니와 뚱뚱하다는 이유로 코끼리라고 불리는 루시언니 그리고 저능아라고 불리는 오로르. 셋은 도로테 일당들에게 인신공격을 받지만, 오로르는 상처받지 않아요. 그리고 루시언니에게 상처주는 일당들에게 당당하게 나서기도 하지만, 스스로 주눅들어 있는 루시를 당당하게 변하게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알게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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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는, 엄마로부터 뚱뚱하다는 이유로, 자기 딸이라는 존재라는 이유로 항상 미움을 받아요.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지 못한 루시에게 도로테 일당의 괴롭힘은 루시를 더욱 작게 만들고, 자신의 모습을 부정하게 하지요.

그러던 루시에게 슬픈 일이 일어나고 말아요. 오로르 가족과 함께 간 놀이동산의 수영장에서 도로테 일행을 만난 루시는 수영장을 벗어나 달아나고 말아요. 경찰의 힘을 빌렸지만, 루시는 그 어느 곳에도 있지 않아요. 엄마는 루시를 잘 보살피지 못한 자신을 탓하게 되고, 루시의 엄마는 오로르 엄마를 원망하여 직장에서도 쫓겨나게 만들거라고 협박을 하게 되지요.

루시는 엄마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요? 루시는 어디에 있었던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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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르는, 혼자만의 세상을 만나요. 참깨 세상에서 '오브'라는 친구와 자전거를 타며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는 것이 현실의 힘든 세상에서 만나야 하는 고비들을 기꺼이 해결할 수 있는 용기를 배우게 돼요. 오브는 오로르의 친구이자 조력자이며, 현실 속의 힘겨움을 잠시 잊게 해 주는 상상의 친구이자 쉼을 주는 유일한 시간 여행의 동반자가 되어 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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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르는, 우리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친구에요. 나와 조금 다르지만 함께 살아가는데 전혀 문제가 없는 친구에요. 우리는 오로르를 통해 어른들의 이기심과 약자에 대한 친구들의 괴롭힘 그리고 진실된 어른들의 모습까지 다양하게 만날 수 있어요. '신비한 힘'이란 능력을 가진 오로르가 말하지 못하는 부족함을 이겨내며 당당하게 사회로 한발 나아가는 모습을 통해 우리는 자신을 사랑하고 아끼는 그 마음을 새겨넣어야 한다는 것을요.

이제 오로르는 일반 학교에 입학해요. 새로운 친구들과 글로 소통하는 오로르, 그녀의 첫 사회 생활에 아낌없는 응원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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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간디야! 평범한 사람이 세상을 바꾼다 7
브래드 멜처 지음, 크리스토퍼 엘리오풀로스 그림, 마술연필 옮김 / 보물창고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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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나에게 '인물 이야기'는 '위인전기'였고, 숙제로 나오는 '독후감'과 연결되어 나에게 좋은 느낌의 책 종류는 아니었다. 그랬던 나의 기억 때문인지 나의 두 소녀에게 인물 이야기 책을 선택해서 보여줄 때 신중에 신중을 더 기울였다. 내가 주고자 하는 의미보다 소녀들이 읽고, 잠시라도 그 인물의 상황을 이해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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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창고의 《평범한 사람이 세상을 바꾼다》 시리즈 중 7번째 인물로 선정된 이는, 인도의 정신적 지도자 마하트마 간디, 『나는 간디야!』 이다.

『나는 간디야!』 는, 간디가 직접 자신의 일대기를 전하는 서술 방식으로 쓰여진 인물이야기로, 마치 간디의 음성으로 듣는 듯한 착각이 들어 더욱 진솔하게 다가왔다. 또한 사실적이면서도 짙은 색상으로 표현된 그림이 곁들여져 흡입력있게 읽혀졌다. 간디에 대해 이미 여러 책을 통해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처음 본 듯한 새로운 이야기를 만나는 듯한 표정을 짓는 두 소녀를 보면서 새삼 글의 힘이 얼마나 큰 지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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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디는 까만 피부색과 깡마르고 작은 키의 체격으로 남들로부터 비난 아닌 비난으로 시달렸지만, 그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정치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변호사라는 직업을 선택한다. 그러나 그는 생각처럼 근사하게 해내지 못했고, 실패로 남긴 첫 변호였다. 그럼에도 그는 다시 일을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일어난 다양한 차별을 몸소 겪으면서 그것의 심각성과 불평등에 대해 심사숙고하게 되었다. 그것이 간디의 삶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라 짐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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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식민지 인도, 영국의 간섭과 지나친 억압은 인도인들을 궁핍하게 했으며, 어떠한 권리도 누릴 수 없게 하였으며, 그들이 휘두른 권력에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불행한 일들이 계속 되고 있었다.

간디의 소리없는 해방 운동은 계속 되었고, 영국의 수사권을 벗어나지 못해 감옥에 갇힌 일이 빈번하게 일어났지만,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감옥에 있는 시간 동안 자유와 용기 그리고 확신을 갖는 의미있는 시간으로 만들어가는 소리없이 강한 지도자였음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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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으로 자유를 얻고자 하지 않은 간디는, 몸소 보여주면서 진정한 리더의 힘을 보여준 인도의 정진적 지주 간디. 그의 일대기를 읽으면서 자신을 존중하는 그 마음이 곧 주위를 돌아보는 눈을 갖게 하고, 옳은 일을 위해 끝까지 투쟁하는 용기를 갖게 한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이웃을 위해 끝이 보이지 않는 그 길을 걸었던 마하트마 간디. 그의 용기와 끈기가 새삼 가슴에 와닿는다. 전 세계적으로 위험을 느끼고 있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나라와 이웃을 위한 배려이며, 나 하나쯤이 아닌 나도 함께 라는 용기로 끝까지 싸워 이겨내는 그 마음이 중요함을 다시금 다짐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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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와 깃털 I LOVE 그림책
브리타 테큰트럽 지음, 원지인 옮김, 강정훈 감수 / 보물창고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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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바라보면 예쁘고 멋지지만, 그의 소리를 들으라치면 소리와 울림의 다채로움에 경이롭다는 말이 절로 터져나오기 일쑤이다.

우리집 뒷산엔 여러 종류의 새들이 살아가고 있다. 내가 알고 있는 참새와 까치 그리고 딱따구리까지. 산책길에 들려오는 새들의 지저귐과 딱따구리의 딱딱~ 소리는 발걸음을 절로 멈추게 하는 힘을 가졌다 해도 거짓이 아니다. 새의 존재만으로도 행복해지는 나에게 보물창고의 『새와 깃털』 은 정신을 번쩍 들게 하는 힘으로 나를 멈추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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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나에게 새의 깃털은, 아름다운 빗깔과 을 보호하는, 짝짓기에 필요한 아름다움 정도의 존재감이었다. 그런데 우연히 만난 『새와 깃털』 은 새에게 있는 '깃털'의 존재를 학문으로 다가가 그것의 기능과 필요성 그리고 의미를 부여하였음에, 겉으로 드러난 것으로만 존재 가치를 매긴 나를 곤란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새의 깃털은 우리가 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닌, 새의 신체 일부분으로 자리하게 된 충분한 이유가 있으며, 새의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일부분으로 존재하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함을 일깨워주는, 영향력있는 계기로 접근한다.

 

깃털을 연구하는 학문을 깃털학(plumology)이라고 부르는데, 새를 연구하는 조류학의 한 분과이지요. 깃옷은 새의 온 몸을 덮고 있는 깃털 층을 가리키는 말로 깃털의 배열, 무늬, 색깔을 가리키는 것이기도 해요. 깃털들도 종류가 다양해요. 새의 머리·목·몸을 덮고 잇는 겉깃털, 꽁지깃, 날개깃,그리고 겉깃털 밑에 있는 솜털이 있지요. 새의 몸에 있는 깃털의 무게를 다 합치면 뼈 무개를 합친 것보다 세 배나 더 무거울 수 있답니다!

새와 깃털.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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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날개가 하늘을 나르는 모습은 인간에게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게 하였고, 그 도전은 전 세계인들의 꿈이 되어 하늘을 날게 하였다. 우리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 주는 존재라고 여긴 나의 즐거움이 너무나 소박했다는 생각에 미안함마저 들게 한다. 또한 새가 가진 다양한 기관들조차 '새'로 두리뭉실 묶어두었던 나에게 새 그리고 깃털에 대한 새로운 지식과 다양한 모습들을 그림으로 표현한 작가 '브리타 테큰트럽' 에게 감사함을 표하고 싶다. 새의 깃털을 아름다움으로 단정지었던 나의 어리석음이 경이로움을 전환되는 지금 새로운 눈으로 새를 바라볼 수 있게 되어 참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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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일부분이 깃털이 있기에 가능한, 새의 기능들이 설명되어 있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지식과 미처 깨닫지 못한 부분까지 기록되어 있어 쉽고 재미있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읽을 수 있어 아이들끼리, 부모가 아이들에게, 아이가 부모에게 전달하며 지식 충전을 하기에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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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새의 깃털이 인간들의 생활에 얼마나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자신의 존재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치장부터 인간만이 가진 지식을 전달하는 과정에 요긴한 도구가 되어 주기도 한 깃털, 깃털은 새의 일부분이자 인간의 문화 발전에도 꽤 깊숙이 자리한 도구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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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보물창고의 I LOVE그림책 『새와 깃털』을 통해 깃털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바라보는 기회가 되었다. 깃털은 새의 일부분 정도로만 여긴 나의 어리숙함에 괜시리 숙연해지는 기분이다. 새의 일부분으로만 여겨기엔 기능의 탁월함이 뛰어나며, 인간 생활에도 변화를 가져오는 역할을 톡톡히 해 냈기에 깃털만으로도 존재 가치는 충분하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무엇하나도 무의한 것은 없다는 그 말을 다시금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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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키드 - 2020년 뉴베리 대상 수상작 Wow 그래픽노블
제리 크래프트 지음, 조고은 옮김 / 보물창고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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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욕심은 자녀를 소유물로 간주하게 하고, 부모의 편견은 자녀에게 잘못된 사회 의식과 비판 의식을 심어준다.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할 능력이 미성숙한 연령의 아이라면 더더욱 부모 곧 어른들의 잘못된 사고와 행동은 그대로 뇌리에 박혀 잘못된 '관계'의 고리로 채워질 확률이 매우 높다고 생각한다.

어른들이 미리 경험했다는 이유로 반강제성을 띈 입학과 규율과 체계 속에 맞출 것을 강요하는 학교 그리고 피부색과 부모의 경제력으로 학생을 판단하는 교사와 나와는 다르다는 이유로 따돌리는 동급생, 이 모든 것은 '다름'을 인정하지 못한, 어른들의 잣대가 만든 사회의 문제이자 일부 가정의 문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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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노블 최초로 '뉴베리 대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누린 『뉴 키드』 는, 예술학교를 꿈꾸는 '조던 뱅크스'가 엄마의 강요를 담은 설득에 의해 명문 사립학교로 가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담고 있다.

다양한 피부색과 다양한 인종이 다니는 학교, 다양한 수업 프로그램으로 학부모들의 기대와 관심을 한 몸에 받는 학교, 그 곳에서 일어나는 인종차별과 교사들의 선입견, 학생들간의 시기와 따돌림이 만화 형식을 빌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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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이름을 제대로 알려고 하지 않는 교사와 교사간에 보이는 인종에 따른 무시, 나와 다른 피부색을 가졌다는 이유로 이름대신 별명을 부르는 동급생과 따돌림이 일어나는 공간인 학교에서 조던은 낯선 경험을 한다. 좋은 친구, 맘이 맞는 친구를 사귀는 것이 꽤나 어려운 일임을 체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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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던은, 학교 생활이 재미있다고 말할 수 없다. 매시간 헤매야 찾을 수 있는 교실과 친구의 기분은 아랑곳하지 않고 놀리기 일쑤인 동급생 그리고 이상한 인형을 손에 끼고 다니면서 친구가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시시콜콜한 것까지 소문내고 다니는 여학생들까지. 모두 제각각인 그들 틈에서 조던은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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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들이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경제적 도움을 필요로 하는 학생과 피부색이 다르다면 어떤 차별도 감내해야 하는 학생, 잘못을 가리기 전에 이미 잘못한 자로 정해져버린 학생, 조던은 이같은 일이 너무나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학교의 모습에 조금씩 싫증하고 화가 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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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들과 친구들의 차별과 무시에 늘 기죽어지내는 친구들을 조던은 보고 싶지 않다. 선생님이 어떠한 처벌을 주게 되는지에 대한 계산도 없이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된 친구를 위해 변호를 하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에 대해 용기있게 나선다. 친구란 그 정도쯤은 해야 한다는 것이 조던이 생각이다.

또한, 소문내기 일등 여학생에게, 동생을 구하려다 손등에 화상을 입어 장갑인형을 끼고 다니는 여학생의 비밀을 누설한다. 여학생들은 그녀에게 '영웅'이라는 새로운 애칭을 붙여주고, 각자가 가지고 있는 상처를 드러내는 계기를 마련한다. 누구에게나 상처는 있기 마련이다. 그 상처를 보여주지 않기 위해 꽁꽁 싸매는 그 순간부터 상처는 온전히 본인의 몫이 되고, 상처는 또 다른 상처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알게 된다. 드러내면 별거 아니었던 것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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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던의 엄마는 알고 있다. 조던이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고, 예술학교에 가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지만 조던이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고 사회에서 필요로하는 인맥과 학벌 또한 중요한 것임을 이미 경험했기 때문에 조던의 꿈 정도는 잠깐 잊어주었으면 한 것이다. 그것이 정답은 아니지만, 좀 더 나은 삶을 보장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과 부모보다는 좀 더 나은 삶, 편한 삶을 살았으면 하는 바람인 것이다. 조던의 엄마가 가진 이 맘이 나를 포함한 모든 부모의 맘이기에 강제성을 띈 결정이 이해되면서도 안타까움에 마음이 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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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던은 서서히 알아가는 학교가 가진 편견과 잣대, 친구들 간의 인위적인 포장이 벗겨지면서 그들의 진실이 와닿는, 성장의 시간을 맞이한다.

어른들의 잘못된 편견이 아이들의 사고를 병들게 하고, 친구들 사이에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들 앞에 어른들의 고정관념이 친구의 마음에 상처를 준다는 것을 조던은 몸소 체험하게 된다. 그러면서 조던 스스로가 가진 인식도 변화하게 되고, 자신이 어디에 있는가가 아닌 어떤 사람으로 성장하는가가 중요하다는 것을 스스로 발견하게 된다.

조던의 눈을 통해 바라본 어른들의 시선과 인식 그리고 어른들의 편견을 그대로 따라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담은 『뉴 키드』 는 다양한 소재를 다룬 만큼, 어른으로 살아가는 나는,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떻게 행동하였는지 되짚어보게 한다. 내가 가진 편견이 또다른 편견을 낳고, 또다른 상처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나는 이제야 알았다. 그것이 얼마나 어리석고 가혹한 일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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