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얄밉지만 돈카츠는 맛있어 반갑다 사회야 25
김해창 지음, 나인완 그림 / 사계절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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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말하는 기억이라는 것은, 직간접적으로 이루어진 경험들을 토대로 이루어지며, 그것이 오랜시간 누적되면 그것만이 옳은 답인 것처럼 확고해지는 경우가 있다. 그것이 나만이 공유하고 있는 추억의 일부일 수도 있고, 학습에 의해 이루어진 반복적인 형태가 되기도 한다.

 

우리 국민에게 '일본'은,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는 나라이다. 아이들도 알고 있는 '식민지', '속국', '일제 강점기'라는 말이 뒷받침하기에 일본이라는 나라에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우리의 눈에 '미운 털'이자 '뽑히지 않는 가시'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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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출판사의 《반갑다 사회야》 NO.25
『일본은 얄밉지만 돈카츠는 맛있어』


창작물을 좋아하는 우리 집 두 소녀에게 《반갑다 사회야》 의 지식정보책은, 학습을 돕는 서브 도서로 활용되기도 하고, 다른 책과 연계읽기로 요긴하게 읽힌다.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읽어낼 수 있는 흡입력이 있고, 끝까지 흥미있게 읽어나갈 수 있으며, 다양한 정보를 익히는데 탁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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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은 얄밉지만 돈카츠는 맛있어』는,
                                  ▶ 일본이란 나라에 대한 기초 지식
                                  ▶ 한국와 일본의 관계
                                  ▶ 일본의 정치와 법
                                  ▶ 일본과 이웃나라의 관계
                                  ▶ 일본의 생활 문화 교육

 

으로 구분하여 일본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얻고, 일본에 대한 갖고 있는 고정된 생각들을 다양한 측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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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란 나라가 가진 지형의 위치와 자연 환경, 그리고 세금의 비율과 수출입국과 품목, 국민 총생산량 등 다양한 주제로 나라에 대한 기본 지식을 전달하고 있다. 설명을 돕기 위한 그래프와 표, 그림 등을 활용하고 있으며, 어려운 용어들은 풀어 설명하고 있어 정보책이 주는 건조함이 한결 완화되도록 구성되어 있다.

또한 일본이 세계를 향해 문을 활짝 열어놓고, 근대화 시대를 맞이한 시대적 배경을 자세하게 알게 되면서 그들의 깨인 사고와 첫발을 내딛을 때의 도전과 용기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했다. 그들이 비록 세계로부터 배운 무기제조 기술을 우리를 향해 쏘았다는 것은 마음 아프지만, 나라와 국민 그리고 경제적 발전을 지키기 위해 한 발 앞서 나갔다는 사실은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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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배운 역사 속 일본은, 위압적이고 폭력적이며 무차별적인 행위로 한 나라의 문화를 말살시키는 대담하고도 잔인무도한 나라이다. 그들이 행한 행위는 여전히 용서받지 못한 상태이지만, 그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죄를 덮고자 한다. 역사를 바꿔서라도 아님을 증명하고자 하는 그들에게 우리 국민은 분노한다. 죄를 짓고도 잘못한 줄 모르는 나라, 역사 왜곡으로 모든 것을 덮으려는 나라가 아니기를 바래본다.

 

한 나라의 다양한 영역을 짚어주고, 설명하고, 그림과 사진을 통해 설명을 뒷받침하는 『일본은 얄밉지만 돈카츠는 맛있어』는, 일본에 대해 바르게 알아가는 기회를 제공하기에 충분한 지식정보 도서이다. 무조건 싫은 것이 아닌 제대로 알고 그들의 가진 장단점을 충분히 꿰뚫어볼 수 있는 힘이 바로 우리의 힘이고, 우리의 역사를 바로잡는 원동력이 되어 줄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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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모나 에프 그래픽 컬렉션
노엘 스티븐슨 지음, 원지인 옮김 / F(에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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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에 익숙치 않아, 만화카페가 인기리에 있어 두 소녀를 데리고 방문해도 소설이나 에세이를 찾기 일쑤인 내가 유일하게 만화 컷의 재미를 느끼며 읽어가는 책이 바로 '그래픽노블'이다. 글의 흐름에 그림을 더하는 재미, 만화에 글의 무게를 더해 좀 더 진지하게 읽게 되는 매력적인 장르, 그래픽 노블의 세계로 다시금 나를 안내할 이야기 『니모나』, 새로운 소재로 나를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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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에게 악당으로 불리우는 '발리스터 블랙하트'와 그의 절친이자 동료였던 그러나 지금은 등을 돌린 '암브로시우스 골든 로인' 그리고 블랙하트의 팬이자 조수이기를 자처한 니모나, 협회의 비밀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 속에서 세 사람의 이야기에 집중해 본다.

'니모나'는, 악당 발리스터의 조수가 되고자 찾아온 어린 소녀이다. 소녀는 마녀를 구한 댓가로 생명이 있는 것이면 무엇으로든 변신가능한 특별한 재주와 매우 저돌적인 성향을 가진 조수이다. '악당'의 조수인만큼 악당스럽게 사건을 해결하고자 하는 니모나와 확신과 책임이 선 후에야 실행에 옮기는 아주 신중한 악당 발리스타와의 만남은 서로를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와 그들에게 찾아올 사건들을 짐작해보는 새로운 재미를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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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스터는, 협회가 오래 전에 금지한 식물인 '제이드루트' 를 다량 보유하고 있음을 알게 되며, 그 식물은 모두가 먹는 식량까지 오염시킬 수 있는무척 위험한 식물이기에 협희의 속내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발리스터와 니모나는, 협회가 다량의 위험 식물을 갖게 된 경로와 그것을 왜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 또한 협회가 식물의 존재에 대한 그 어떠한 변명도 하지 못하도록 밝혀내는 것이 매우 중요함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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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모나』 속 인물들은 마음에 상처를 하나씩 품고 살아간다. 부모를 잃고 혼자인 삶을 살아온 니모나, 마상 창 시합에서 협회의 계략을 품에 안고 발리스터에게 창을 겨눈 암브로시우스 그리고 친구의 창에 맞아 한쪽 팔과 친구를 잃어야만 했던 발리스터. 세 사람은 자신이 원했던 간절한 삶대로 살아가지는 못하지만, 자신이 가진 확신과 살고자 하는 삶의 방향을 잃지 않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하며 자리를 지킴에 소홀하지 않는다.

국장은 내게 가능성이 있다고 했어.

그녀는 협회의 전사로 나를 선택했다고 했지.

하지만 국장은 마상 창 시합에서 너를 상대로 날 증명해야 한다고 했어.

아니면 기회는 날아갈거라고.

나는 원했어.

그 무엇보다 넌 나만큼 그 자리를 원한 적 없어.

넌 훨씬 더 잘했어. 거의 노력하는 것 같지도 않은데.

니모나. 182쪽

절친이었던 발리스터와 암브로시우스 그리고 특별한 재주를 가진 니모나는 협회의 계략이 드러나면서 선택의 갈림길 앞에 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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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품은 욕망으로 친구를 저버린 암브로시우스의 뒤늦은 후회와 만회의 기회, 친구의 배신으로 모든 것을 잃었던 시간이 있었던 발리스터에게 남은 의구심, 특별한 재주가 많은 이들에게 위험으로 감지되면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야 했던 니모나의 기억들, 그들의 상처는 협회의 압력이 더해질수록 더욱 강하게 다가온다. 그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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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모나』 는 영웅과 악당의 민낯을 재조명하는, 그들이 가진 진짜 얼굴을 보여 주기 위해 변신의 귀재 니모나와 어둠을 감춘 채 빛을 내는 협회를 가미시킨 그래픽 노블이다.

악당이지만 악당스럽지 못하고, 영웅이랑 칭송받지만 마음 한 켠에 당당하지 못함에 당당하지 못한 영웅이 있고, 언제든 원하는 그 무엇으로 변신하기에 기세등당하지만 의지할 곳 없는 갸냘픔을 가진 소녀가 있는, 그들의 상처를 통해 진정함 무엇이 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으며, 그 무엇도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님을 말하고 있다. 세상엔 진정한 영웅도 악당도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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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해 봐! 빨간 무엇? 생각말랑 그림책
에비 나우만 지음, 하이케 헤롤트 그림, 루이제 옮김 / 에듀앤테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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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뭘까?"

라는 질문 하나로 시작된 그림책



생각말랑그림책

바로,

『상상해봐! 빨간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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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을 가로지르는 강 위에 빨간 무언가가 떠올랐어요.

빨간 치마를 입은 소녀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말해요.

 

"저기 봐! 작고 빨간 게 헤엄치고 있어."

 

소녀는 강 위를 떠다니는 빨간 무엇을 보고는,

상상하기 시작해요.

  

공 같은데……. 아니면 정말 큰, 다른 무엇일지도 몰라.

내 생각엔 말이야, 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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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을 따라 흘러가는 빨간 무엇은,

정말 무엇일까요?

공원을 찾은 소녀는,

떠오른 빨간 무언가를 따라 움직여요.

 

우리는 그림을 통해 강 속의 빨간 무엇을 볼 수 있어요.

고래도 되고, 모자도 되고, 아이스크림도 되지요.

 

소녀는, 마치 우리의 상상을 꿰뚫어보듯 말해요.

고래, 모자가 아닌

그보다 분명 아름다운……

보물상자에서 떠오른……

그 이상의 무언가를 상상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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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무엇은 강을 따라 흘러가요.

물결에 따라 부서져가는 빨간 무엇,

소녀는 아쉬움에 발을 동동 굴러보지요.


 

"네가 무엇이었든 다시 돌아와 줘!

너와 함께했던 즐거운 상상도 같이 말이야!"


 

빨간 무엇 하나에 매료되어

상상하는 소녀의 열정은,

빨간 고래 모양 풍선으로 고이 간직되지요.


 

"얘야, 이제 빨간 무엇은 사라져 버렸지만,

분명 또 다른 게 나타날 거야.

누가 그걸 찾아내서 다시 상상놀이를 시작할 때까지

이 풍선을 가지고 놀고 있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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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무한한 상상에 다음을 선물하는

풍선장수 아저씨.

상상하는 아이에게 존경을 담을 줄 아는 손,

그 손엔 아이에 대한 귀함도

상상이 가진 힘에 대한 인정도

고이 담겨

아이의 상상은 다음을 기약하게 되지요.

따스한 오후, 여유를 즐기는 가족의 곁으로

노란 무언가가 흘러와요.

하던 일을 멈추고 바라보는 그곳에 떠있는

노란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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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하게 마주한 무엇으로

생각나는 대로, 느끼고 싶은 대로 흘러가도록

그대로 두는 것,

바로 상상이에요.

 

내 생각, 네 생각

우리의 생각이 모여

새로운 무언가를 만날 수 있는 다음을 기다려요.    

그게 바로 상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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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위에 떠오른 빨간 무엇, 하나로

피어오르기 시작한 상상을

공원을 찾은 사람들의 변화되는 표정과

상상 속의 세계를 강 속 풍경에 담아낸

생각말랑 그림책 『상상해봐! 빨간 무엇?』 은,

아이에게 어른에게 상상의 나래를 열어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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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깡이 (특별판) 특별한 서재 특별판 시리즈
한정기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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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깡이' 란 익숙치 않은 이름의 책 제목은, 단발머리 소녀와 등에 업힌 아기 그리고 아기의 발 한쪽을 꼭 쥐고 있는 사과머리 작은 소녀가 그려진 표지와 더불어 쓸쓸함과 그리움을 그린다. 멀리 보이는 바다와 수리가 한창인 배를 바라보며 등지고 있는 그들의 모습에서 잠깐 권정생님의 몽실언니가 스쳐 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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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깡이』 는, 집안의 맏딸 정은이의 눈에 비친 가족의 삶이 지나온 시간과 현재의 시간이 번갈아 가며 쓰여진 소설이다. 가족이 부산에 자리잡고 살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작은 선박회사에서 선장으로 일하는 아빠는 실수로 다른 배와 부딪치는 사고를 내 큰 빚을 지게 되고, 엄마는 아빠의 부재와 빚, 다섯 명의 아이를 건사하기 위해 일을 시작한다. 초등학교 6학년부터 젖먹이 동생까지 동생만 넷을 둔 정은이는 중학교 진학대신 동생을 돌보는 집안의 맏딸 역할을 맡게 된다. 맏딸이기에 감당해야만 했던 책임감, 남동생보다 늘 뒷전이어야 했던 딸들의 서러움이 그대로 묻어나 셋째로 태어난 나의 서러움까지 더해져 가슴 한 켠이 아려온다.

 

동식이는 장남이라서, 정애는 아직 어리다고, 둘이 차례로 회비를 가져가고 나면 내 회비는 언제나 한두달씩 미뤄졌다. 장남은 챙기면서 장녀는 언제나 뒷전이었다. 아니다! 일하고 동생 돌보는 건 언제나 내가 먼저 지, 그건 다 아버지 때문이다.

"우리집 사림 밑천 기특한 맏딸!"

아버지의 그 말은 나를 옥죄는 족쇄가 되기도 했다. 나는 그 말에 꼼짝없이 묶여 기특한 딸이 되어야 ͞다. 칭찬은 좋은 면만 있는 게 아니었다.

『깡깡이』 16쪽

 

배의 녹슨 때를 벗겨내는 망치질 소리가 동네를 휘감는다. '깡깡 깡깡…' 일명 '깡깡이'라고 불리우는 작업을 했던 엄마는 남편의 진 빚과 외도 그리고 죽음까지, 밀려오는 파도를 맨몸으로 받아내며, 남겨진 다섯 명의 자식들을 키워내기 위해 오늘도 깡깡이 일을 나간다.

 

깡깡이 망치 소리가 한여름 매미 소리처럼 쏟아지는 동네. 항구의 기름 냄새와 녹슨 쇳가루 냄새가 떠나지 않는 동네. 뱃전에 쓴 녹은 깡깡이 망치질에 떨어지기라도 했지만 엄마가 허리 한 번 제대로 펼 새 없이 일해도 가난은 떨어질 생각조차 않았다.

『깡깡이』 142쪽

 

1970년도 경제개발이 한창 이루어지던 시기, 누구나 힘들었다던 그 시기를, 정은이로 살았던 그 때 그 공간과 시간을 소환하여 쓴 소설이 바로 『깡깡이』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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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은, 요양원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 다음 날 엄마가 계신 요양원을 찾는다. 고된 삶을 버리기라도 하듯 치매로 기억을 퇴색해버린 엄마, 그 곁에서 엄마를 바라보는 정은이의 마음은 깊은 곳에서 울림이 되어 흐른다.

살림 밑천 맏딸 정은이는 엄마의 곁을 지키고, 제일 먼저 육성회비를 냈던 큰아들은 결혼하여 처가와 함께 이민가고, 깡깡이하며 힘들게 젖먹여 키워낸 막내는 여섯살 되던 해 길을 잃고 지금껏 돌아오지 않고 있다. 고된 시간만큼이나 힘겨운 시간을 맞이하고 있는 엄마는 그렇게 하루 하루 버티며 살아가고 있다.

 

"회사원도 좋고 아나운서도 좋겠지만 나는 ……, 나는 오아시스 같은 사람이 될 거다. 지치고 힘든 사람을 편히 쉴 수 있게 해 주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면 좋겠다."

마치 오랜 시간 꿈꾸고 고대했던 것처럼 나도 모르게 그런 말을 중얼거렸다. 어떻게 해야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꼭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학교를 가야지! 어떻게 하면 오아시스 같은 사람이 될 수 있는지 공부를 해봐야지.'

『깡깡이』 152쪽

 

딸이기에 오빠와 동생에게 밀려 재산 한 푼 받지 못한 채 힘들게 살아온 엄마, 엄마는 그것이 상처로 남아 오래도록 자신을 괴롭힌다. 남편대신 일하러 가야한 했던 엄마는 정은이를 학교가 아닌 동생들 곁에 남겨두기로 한다. 엄마에게 선택지는 단 하나,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하고, 돈을 벌어 다섯 아이를 굶기지 않아야 하다. 그러기에 엄마는 정은이를 잡을 수 밖에 없었다. 엄마를 끈길지게 괴롭힌 설움이 정은이를 보며 투영되어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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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깡이』 는, 한 숨에 읽혀지는 흡입력이 무척이나 강한 이야기로, 자식 키우며 자신을 희생했던 나의 엄마, 가난에 감싸주지 못해 비딱선 탔던 철없는 자식, 첫째라서 둘째라서 여자라서 막내라서 서러웠던 자식까지 모두 우리의 속내를 대신해 준다. 부산 앞바다 그 곁에서 깡깡이를 하고 있을, 했을 많은 엄마들의 손에서 우리들은 오늘을 살아갈 힘을 얻었고, 그 힘으로 내일을 꿈꿀 수 있게 되었다.

가난했던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깡깡이』, 조용히 가슴에 내려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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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쟁을 울려라! - 조선을 바꾼 아이들 숨 쉬는 역사 12
박지숙 지음, 김옥재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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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란 무엇인가?

역사는 왜 배워야 할까?

역사는, 우리에게 무엇을 전하고자 할까?

       

학창시절 역사시간이 두려웠던 내가 우리의 역사를 알고 싶어 책을 비롯한 다양한 미디어를 찾기 시작한 건 불과 10년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10년이란 시간동안 내가 알게 된 역사는, 기나긴 시간 중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그 시간들을 이겨내고 견뎌낸 그 자리에 내가 서 있음을 알게 되었다.
              

역사의 의미도 알지 못한 채 암기의 굴레에서 내 번호가 걸릴까 전전긍긍하며 보내야했던 그 역사를, 나의 두 소녀와 나누며 때로는 격분하고, 때로는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우리의 역사 속으로 조심스레 첫발을 뗀 나의 용기와 공감에 스스로 대견타 여기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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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쟁을 울려라!』는 연이와 홍이 그리고 행랑어멈의 아들 길수가 외갓집 구봉마을로 내려가면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지고, 조선이란 나라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다.

 

무명옷 입은 양반집 아기씨 홍이는, 배고픔을 이겨내고자 꽃을 따는 구봉마을 아이들을 집으로 초대해 꽃지짐, 꽃전, 꽃국수를 말아먹으며 마음과 몸이 건강해지는 편안한 시간을 보낸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그들을 힘들게 하는 가난과 배고픔을 알게 되고, 사또의 횡포와 환곡의 폐해가 깊게 뿌리박힌 가슴 아픈 사연을 듣는다.                 

"언니, 음식은 배울수록 신비로워. 저 상추를 봐. 상추는 태양의 빛, 땅의 영양, 구름의 물, 바람의 공기로 자라. 자연의 도움으로 자라는 거야. 그런 다음 자신의 생명을 우리에게 내주지. "

 홍이는 덧붙였다. 음식은 생명에서 생명으로 전하는 나눔이며, 희생이라고.

『격쟁을 울려라!』 95쪽                           

조선이란 나라가 가진 유교이념에 따른 불합리적인 신분제도와 권력의 횡포, 환곡의 이면에 가려진 벗어날 수 없는 가난을 아이들의 눈과 마음을 통해 들려준다. 또한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역사의 한 단편 위에 '음식'이라는 소재를 곁들여 재미와 여운이라는 그릇에 담아내어 밥상 위에 올려진 것이 박지숙 작가의 『격쟁을 울려라!』이다.

 

가난한 이들에게 어김없이 찾아오는 보릿고개와 환곡의 이자 그리고 탐관오리의 횡포는 백성을 피폐하게 만들어간다. 홍이와 길수는 환곡이자를 제 날짜를 내지 못하여 관아로 끌려간 덕순이 아버지를 구하고 환곡의 날짜를 미뤄줄 것을 요구하며 꽹꽈리와 징을 들고 격쟁을 울린다. 나라에 억울함을 전하고 그 마음을 위로코자 울리는 격쟁조차 맹사또를 반성케하지 못한다.

                              

덕순이 아버지에서 홍이와 길수까지 옥에 갇힌 상황에서 연이는 마을 아이들과 허수아비를 만들어 맹사또의 욕심과 횡포가 잘못됐음을 꾸짖기에 이른다. 권력 앞에 묵묵히 살아가던 마을사람들은 자신들의 삶을 위해 애쓰는 아이들의 곧음에 용기를 얻어 맹사또 앞으로 당당하게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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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이는, 구봉마을을 울리는 도토리 빗소리를 들으며 할아버지의 마음 속에 흐르는 백성을 향한 소리를 듣는다. 백성들의 배고픔을 위해 도토리나무를 심은 그 마음, 홍이와 연이는 산불과 역병을 피해 밀려오는 유랑민들에게 도토리죽을 나누어주며 할아버지의 뜻을 이어가지만, 아버지 최진사에게만은 그 마음이 닿지 못한다.

 

홍이는 슬펐다. 길수는 연이와 홍이의 친구였다. 단 한 번도 길수가 천한 종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헐벗은 백성을 구하려다 친구의 목숨을 위험에 빠트리고 말았다. 신분의 굴레는 길수와의 우정을 용납하지 않았다. 홍이는 숨이 막혔다.

 [중략]

그 순간, 홍이는 알아챘다. 아버지와 길수의 싸움은 조선의 뿌리를뒤흔드는 것임을. 오랫동안 웅크려 있던 문젯거리가 용틀임하듯 튀어나오자 그것을 윽박지르려고 하는, 양반과 노비의 전쟁이라는 것을. 홍이는 무서웠다.

『격쟁을 울려라!』 135~136쪽

 

 

최진사는 연이와 홍이의 나눔을 양반의 체통을 지키지 못하고 조용하게 지내지 못한 것에 대해 길수에게 책임을 묻는다. 길수의 굳건한 마음 앞에 행랑어멈은 길수가 안고 있는 출생의 비밀을 세상에 펼쳐놓으며, 길수에게 가고자 하는 길을 선택할 기회를 준다. 양반이라면 대접받는다는 조선이 가진 신분제도, 그 불합리성과 맞서 싸워가는 아이들의 올곧음이 세상을 용기있게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 힘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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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과 '아이들' 그리고 '음식'이 만나 이야기꽃을 피워낸 『격쟁을 울려라!』는, 나라가 정한 제도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 아이들의 닮아 있다. 자연과 더불어 만나는 아이들에게 신분은 의미가 없고, 친구의 아픈 사연에 사또 앞에 선 당당함은 욕심에 눈 먼 어른과 세상 이치라는 핑계로 엎드려 살아간 이들에게 일어설 힘이 되었으며, 과거의 아픈 기억으로 나답게 살지 못한 최진사에게 비겁한 자신을 돌아보는 울림을 안긴다.

 

백성의 소리를 듣고자 만들어진 '격쟁', 꽹꽈리와 징이 울리는 소리가 마치 고름이 맺힌 백성의 가슴 속 소리같고, 하늘을 향해 포효하는 호랑이의 울음소리처럼 깊고 웅장하게 들려온다. 참고 참아온, 이겨내고 버텨온 백성들의 기운에 고개숙여 인사드리며, 『격쟁을 울려라!』를 통해 또 한편의 역사기록을 보듬어보는 의미있는 시간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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