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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바다 ㅣ 도란도란 마음 동화 3
조경숙 지음, 이수연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20년 10월
평점 :
아득하게 멀어질 듯 보이는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숨을 멈추고 가만히 들여다보게 된다. 일렁이는 물결은 마음을 가라앉게 하고, 부서지는 파도는 귀를 기울이게 한다. 애써 무엇을 하지 않아도 되는, 잠시 멈춤으로 바다의 소리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곳, 바로 바다이다.
동해는 오늘도 바다를 바라보며 선다. 민박집을 하는 엄마의 곁을 지키는 동해는, 바다의 푸르름과 철썩거리는 파도 소리를 한없이 바라보며 서 있다. 동해는 바다를 바라보며 무엇을 생각할까? 동해에게 바다는 어떤 의미일까? 바다를 보며 등지고 선 동해의 뒷모습에서 아련함과 하고 싶은 말을 꺼내지 못한 망설임이 느껴져 마음 한 켠이 짠해온다.
이제 곧 손님들이 민박집을 하나둘 채울 것이다. 동해는 이번 손님에는 꼭 또래 친구는 하나 정도는 있기를 바래본다. 바다와 친구삼아 살아가는 동해에게 또래 친구는 또 하나의 기다림이다. 맘껏 웃고 뛰어놀 수 있는, 맘껏 소리칠 수 있는, 꼭꼭 닫아놓은 마음을 터트릴 수 있는 유일한 통로, 그것을 친구를 통해 동해는 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동해는 밀려가는 바다의 물결을 보며 아쉬움에 눈을 떼지 못한다. 바닷가에 앉은 동해의 곁에 머물다 가는 아빠, 차츰 멀어져가는 아빠, 동해는 바다를 보며 아빠를 그리워한다. 바다의 흔들리는 물결이 마치 동해를 향해 손짓하는 아빠의 손길같기도 하고, 동해의 아픈 가슴을 달래주는 아빠의 마음같기도 하다. 동해의 하루는 이렇게 바다와 함께 저물어간다.
바다가 동해의 바람을 들었나보다. 서울에서 내려온 손님 중에 동해의 또래인 정민이가 있다. 바다가 처음이라는 정민이에게 동해는 그리움이 잔뜩 담긴 바다를 보여준다. 모래바닥을 내달리는 발걸음에는 신남이 묻어 있고, 푸르른 바다를 향한 손짓에는 떨림이 묻어 나며, 바닷물에 담긴 발에는 포근함이 묻어난다.
동해의 바다에 초대된 정민과 정민이와 함께 바다를 바라보는 동해에게 바다는, 잠시 머물었던 공간을 추억하는 새로운 시간으로 기억되리라.
동해는 오늘도 바다를 본다. 잔잔한 파도가 간지럽히는 바다도 보고, 무섭게 몰아치는 파도를 안고 일그러진 바다도 보고, 휘파람불듯 살랑이며 바람을 일으키는 바다도 본다. 동해는 바다의 소리를 듣는다. 동해에게 바다가 아빠이듯, 아빠는 동해와 엄마의 곁을 지키며 오늘도 열심히 말을 건네온다. 그들만이 아는 언어로 서로를 그리워하며 마음 속을 달래는 그림동화 『아빠 바다』
아빠를 떠나보낸 동해, 동해는 보고 싶은 아빠를 바다를 통해 만난다. 다가오는 물결에 아빠에 대한 그리움을 실어보고, 밀려가는 물결에 아빠에 대한 그리움을 떠나보낸다.
파란 색과 부딪쳐오는 물결의 흰색이 주는 바다의 시원함은 동해의 옷차림과 같은 색으로 연결되면서 아련함과 그리움의 색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바다 곁을 맴도는 동해의 모습을 바람결에 흔들리는 파도처럼 일렁이듯 표현한 그림은 마치 독자의 마음을 흔들어놓겠다는 다부진 의지가 느껴져 나도 모르게 그림에 빠져들게 한다.
아빠와 바다 그리고 그리움. 바다를 향한 동해의 그리움이 묻어난 『아빠 바다』 를 통해 동해를 품에 꼭 안아보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