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탐견 오드리 추리는 코끝에서부터 사계절 중학년문고 35
정은숙 지음, 이주희 그림 / 사계절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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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출판사의 신간과 더불어 너무나 낯익은 작가명을 보고 갸웃했다. 나름의 소신으로 작가 이름을 굳이 외우려고 하지 않는 편이다. 작가에 대한 편견을 가지게 될까해서 갖게 된 습관 같은 건데도 불구하고 자연스럽게 책을 통해 기억에 남는 이름들이 하나둘 늘게 된다. 이번처럼 굳이 외우지 않았지만, 내게 참 좋았던 책을 쓴 작가라는 확신이 들면 어렴풋하게 몇 년이 지나도 뇌리에 남는다. 지금처럼 말이다.

정은숙 작가님은, 몇 년 전 우리 집 두 소녀와 함께 읽은 「댕기머리 탐정 김영서」 를 쓰신 작가님이었다. 김영서라는 소녀에서 명탐견 오드리로, 일제 강점기에서 현재로 전환된 소재로 어떻게 이야기가 펼쳐질지 책장을 넘기기 전부터 호기심을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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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이에게는 핑구, 범이 아빠 승재씨에게는 광복이라 불리지만, 정작 본인은 오드리 헵번의 '오드리'로 불리고 싶은 범이네 대문을 지키는 반려견이다.

승재씨의 슬리퍼를 물어뜯어 광복절에 시골 친구네 집으로 내려갈 위기에 놓인 오드리는, 섭섭하지만 말뿐인 승재씨를 알기에 그리 걱정을 하지 않는 편이다. 다만 '똥개'라고 불리는 말에는 상처받는다. 오드리 암행어사 박문수의 수행견이었다는것을 설명할 길이 없어 답답할 뿐이다.

낡디 낡은 대문을 지키는 것이 오드리의 유일한 임무이다. 그렇지만 매일 대문 닫는 것을 깜빡하는 범이 엄마 미옥씨의 실수와 육포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오드리로 인해 집에 도둑이 들고 만다. 꽃무늬 원피스를 입은 여인이 육포를 건네줄 때까지만 해도 참 좋았는데, 오드리는 가문의 영광에 누를 끼칠 수 없다. 오드리는 놀이터를 지키는 친구 준과 만나 승재씨가 아끼는 고서화를 찾기 위해 대책을 세우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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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포를 파는 곳을 찾아 다니고, 범행 당일 입었던 원피스와 범인이 뿌리고 온 향수를 찾아 온 동네를 헤매는 모습은 정말 영락없는 탐정이다. 마치 승재씨가 범인을 잡은듯 기세등등한 모습쯤은 눈감아주는 통 큰 명탐견 오드리이다.

범이네 오드리는, 가족들의 일상을 살피고, 그들을 둘러싼 이웃과 친구들에게 사랑받으며, 개로 살아가는 삶이 어떤지를 꾸미지 않고 훌훌 털어내는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범이가 한글 공부할 때 어깨 너머 배운 실력으로 한글도 읽을 줄 아는, 가족들이 자주 사용하는 속담과 사자성어정도는 아주 쉽게 말할 줄 아는 꽤나 똑똑한 인간보다 나은 것이 꽤 많다고 자부하는 반려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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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리는, 이웃과 동네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직접 개입하면서 모두가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는데 앞장선다. 범이에게는 핑구, 승재씨에게는 광복이로 불리다 광고를 나온 오드리 헵번을 보고 환호하는 오드리에게 '휘리릭'에서, 범이를 좋아하는 수정이를 통해 진정한 '오드리' 이름을 갖게 된 명탐견 오드리.

자존감이 높은 오드리의 멋진 활약이 펼쳐진 『명탐견 오드리 추리는 코끝에서부터』는, 우리의 살아가는 모습을 다른 대상을 통해 들여다보는 재미에 오드리가 범인을 찾는 과정을 진지하게 따라가며 사건을 살피게 되는 추격전까지 맛볼 수 있는 동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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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견 오드리 추리는 코끝에서부터』 는, 명탐견 오드리가 범인을 찾기 위해 뛰어다닌 동네 지도를 보며 그의 동선을 따라갈 수 있다. 또 오드리 따라잡기를 위한 "오드리의 추리 퀴즈"가 실려 있어 사건이 하나씩 해결될 때마다 독자도 함께 범인을 추리해보는 재미까지 누릴 수 있다.

『명탐견 오드리 추리는 코끝에서부터』 는 우리의 일상 생활 속에 함께 하는 반려동물들을 대표해서 오드리를 통해 우리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시간과 그들이 가진 남다른 재주에 눈여겨 볼 시간을 갖게 된다. 다만 오드리처럼 동네를 위해 직접 수사를 펼치는 명탐견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는 것, 반드시 기억해 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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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난민 도야 청어람주니어 저학년 문고 23
안선모 지음, 심윤정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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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이라는 말은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어려움이라는 말 속에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부모 형제와 함께 태어나 살아가던 자국을 등지고 타국 생활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나 고되고 외로울까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들의 의지와 선택에 의한,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목적이 아닌 살아남기 위해 떠나야만 한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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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봄초등학교 2학년 도야는, 미얀마 카렌족으로 난민 재정착 지원을 받아 한국에 왔어요. 캠프에서 숨죽이며 지내야 했던 도야는 엄마 아빠가 일자리를 갖게 되면서 따로 이사를 나오게 되어 아주 신이 났어요. 아침밥보다는 아이스크림 먹는 것을 더 좋아하는 도야는, 궁금한 게 많고 신기한 게 많은 지금 생활이 매우 즐거워요. 친구들이 많이 있는 학교도 좋고, 항상 편이 되어주는 선생님도 좋고, 옆에서 말을 시켜주는 창수마트의 창수도 좋아요. 단 하나 받아쓰기만 빼고요.

몇년 전, 아는 선생님의 추천으로 한 학교에서 한글 교실을 운영한 적이 있어요. 그 때 두 명의 친구가 다문화 가정의 아이로 한글을 무척 어려워했어요. 그 아이들과 1년을 함께 하면서 우리나라 그림책을 많이 읽어주었지요. 한글 공부보다 그림책읽는 시간을 기다리는 아이들을 보면서 언어와 문화는 달라도 그림을 보는 눈과 가슴으로 느끼는 건 별반 다르지 않음을 실감했지요. 부모의 선택 또는 현실의 상황에서 자국을 떠나 새로운 언어와 문화를 배워하는 아이들이 겪어야 하는 고통은, 우리들이 생각하는 그 이상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들은 나와 태어난 나라가 다를 뿐, 세계 시민의 일원임은 틀림없는 사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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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야는, 학교 생활이 즐거워요. 아이들이 하는 말을 모두 다 알아들을 수 없고, 해야 하는 것과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을 구분짓는 것 또한 어렵지만, 매일 일어나는 일상들이 도야는 신기하고 재미나기만 해요. 친절했던 친구가 반장이 되면서 도야를 눈엣가시처럼 여기고, 자주 꼬집어 얄밉기는 하지만 괜찮아요. 반장이 되기 전에는 정말 좋았던 친구니까요.

어른들이 난민이라고 수근거리고, 집값이 떨어질 거라고 걱정하고, 나라도 힘들고 어려운 사람도 많은데 남의 나라 사람까지 받아들인다고 불만스럽게 말하지만, 도야는 난민도 정착민도 아니에요. 도야일 뿐이거든요. 한국 이름 김도영보다 '도야'가 더 좋은 새봄초등학교 2학년 2반일 뿐이거든요.

도야는 겨우 1개 맞는 받아쓰기를 10개 맞는 받아쓰기로 만들기 위해 선생님의 눈을 살짝 속여 보지만, 도야는 선생님께 들통나 학교에 다니지 못하게 될까 걱정돼 선생님께 반성의 편지를 쓰지요. 물론 선생님도 알고 있어요. 메모에 선생님의 맘을 살짝 전달하지요. 그리고 창수가 놀리는 받아쓰기 점수를 창수의 엄마가 오히려 창수에게 영어로 받아쓰기할 수 있냐고 도야의 받아쓰기 점수를 당연하게 여겨주네요. 도야는 아직 글이 어렵고 받아쓰기는 더더 어렵지만 받아쓰기 안 하는 3학년을 기다리며 잘 이겨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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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야네 가족은 미얀마 카렌족으로, 한국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해요. 모든 것이 낯설지만, 카렌족의 전통과 문화를 기억하며 한국에서의 삶을 개척하기 위해 노력하지요. 도야는 여전히 잘 모르지만, 난민도 정착민도 아닌 도야로 당당하게 웃으면서 성장해 가고 있어요. 도야의 한국 생활이 기대되네요.

우리는 한민족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난민, 결혼이민자, 중도 입국자들에 대해 배타적이에요. 다문화 가정이 늘어나면서 과거보다는 마음을 열어보이지만, 나와 다르다는 것, 나보다 더 어려운 환경에 처했다는 것, 내가 그들보다 낫기에 도와야 한다는 것, 이런 생각이 그들을 외롭게 하지요. 나와 다르다는 생각보다 함께 살아가는 사회의 일원이고,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들과 우리가 다를 것이 전혀 없어요.

어떤 곤경에 처해도 웃어보이며 당당한 "도야"를 통해 우리나라에서 함께 살아가는 난민, 결혼이민자, 중도입국자들의 모든 "도야"를 응원해요. 우리 서로 한걸음 다가서는 용기로 서로의 손을 잡아요. 우리 함께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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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잡을 처음 쓰는 날 사회탐구 그림책 8
이브티하즈 무하마드.S. K. 알리 지음, 하템 알리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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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리우 올림픽 펜싱 경기에서 미국 대표 선수로 출전한 이브티하즈 무하마드는 히잡을 쓰고 경기에 나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그 때 인터뷰에서 "매우 아름다운 경험이었다."라고 말한 것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그녀는 흑인이고 여성이고, 무슬림이라는 점에서 제한이 많다는 것을 거론하면서 편견을 깨고 싶었다는 말을 남겼다. 그녀는 타임지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스스로 편견을 깨주고자 한 그녀의 용기는 많은 이들의 고정된 사고를 흔들어 주기에 충분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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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잡을 처음 쓰는 날』 은, 언니가 히잡을 처음 쓰게 된 날을 떠올리며 무하마드와 언니의 이야기를 담은 이야기 담고 있다. 언니를 향한 낯선 시선과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는 이들과의 관계 속에서 꿋꿋하게 자신을 지켜나가는 언니의 당당한 모습을 그려낸, 동생 무하마드의 눈으로 만난 세상을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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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람의 여성들이 사춘기 무렵이 되면 쓰게 되는 히잡, 언니는 이제 히잡을 쓰고 학교에 간다. 언니의 파란 히잡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할 요건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언니는 당당하게 등교했고, 히잡을 "테이블보"라고 비아냥거리는 소리는 끊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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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다르면 틀렸다고 생각하는 그들, 나와 다르면 맘껏 질타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그들, 언니는 그들 앞에서조차 당당했다. 이런 일을 미리 예상했듯 "혹시 다른 사람들이 마음 아픈 말을 하더라도 개의치 말아라. 우리 마음에 담아둘 말이 아니야."라고 엄마는 말씀하신다.

엄마는, 자매가 앞으로 살아갈 날이 평탄하지만은 않을 거라는 걸 안다. 이미 엄마가 겪어봤고, 겪어왔으며, 앞으도 또 겪어가야 하는 일임을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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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의 히잡은 바다가 하늘을 향해 물결치는 것과 같아요.

다정하고 강하게 내내 거기 있을 뿐이에요.

어떤 사람들은 히잡을 잘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엄마가 말했어요.

우리가 누구인지 스스로 알고 있으면

언젠가는 그들도 알게 될 거래요.

『히잡을 처음 쓰는 날』 중에서

 

우리는 몰랐다는 핑계와 나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다름에 대해 인정하는 것을 꺼려한다. 타인이 나와 다르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도 불구하고, 다름을 틀림으로 인정하고 질타하는데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 어둡잖은 편견으로 많은 이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그들의 길을 방해하는 요소들을 심어두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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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하마드는, 『히잡을 처음 쓰는 날』의 자매를 통해 흑인, 여성, 무슬람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히잡이 갖는 의미를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싶다. 또한 히잡을 쓴 많은 소녀들에게 당당한 첫 걸음을 내딛을 수 있는 응원의 메시지를 담는다.

나와 다름은 말 그대로 나와 다를 뿐이다. 다름을 다름으로 인정하는 그 순간, 우리 모두는 마음의 평화를 누리게 된다. 또한 서로를 미워하는 것이 아닌 포용하는 마음으로 서로를 향해 더 깊이 알 수 있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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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해 봐! I LOVE 그림책
라울 콜론 지음,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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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은 0세부터 100세까지 함께 읽고 나눌 수 있는 책 속의 또 다른 세계이다. 작가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지 않아도 그림이 주는 느낌을 제각기 다르게 느껴도 되는, 그 어떤 것도 통하는 책 속의 세계, 바로 그림책이 갖는 매력이고 의미가 아닐까.

글이 없이 그림만으로 이야기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 바로 그림의 힘이고 그림책만이 그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이, 그림책을 좋아하는 나의 마음을 한단계 상승시켜주는 뿌듯함을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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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가 만난 그림책은 보물창고에서 출판하고 라울 콜론의 작품 『상상해 봐!』 이다. 책의 전체를 가득 채워넣은, 사실적인 그림과 선과 점으로 그림을 그려낸 기법이 몽환적이면서 기분을 살짝 설레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발산한다.

보드와 헬멧을 든 소년과 다리에 그려진 다양한 동물들의 모습 그리고 그 뒤로 그려진 도시의 모습이 햇살과 어우러져 고요함과 새로운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설렘을 담아낸다. 소년의 뒷모습에서 느껴지는 설렘과 용기를 함께 나누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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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보드를 타고 도시의 거리를 지나 우연하게 만난 건물 앞에서 발걸음을 멈춘다. 미술관 앞에서 잠시 멈춘 그는 물품보관소에 보드와 헬멧을 맡기고 입장을 시도한다. 낯선 건물 안에서 그는 발길이 닿는 곳으로 걸음을 옮긴다. 그의 눈을 빛나게 만든 그 곳엔 무엇이 있을까.

자유로움을 만끽한 시간을 가진 소년은, 미술관이라는 새로운 장소에 마음이 뻬앗긴다. 시간을 스스로 만들어갈 줄 아는 소년의 여유로움과 처음을 시작할 줄 아는 용기가 부럽다. 부모와 함께가 아닌 스스로 입구를 향해 첫발을 내딛는 소년의 도전이, 마치 우리 아이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교육을 꾸짖는 것처럼 느껴진다. 스스로가 선택해서 그 곳을 향해 걸어가는 당당함이 아닌 부모가 먼저 장소를 물색해서 '보여줄게', '너희들 이제부터 보면 돼'라는 식의 이끔 교육에 치우친 것은 아니었는지 돌아보게 하다. 소년의 선택에 의한 첫발이 나에게 의미있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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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처음 만나는 그림들과 마주한다. 그림 속 인물들이 소년을 만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고, 소년은 그림을 통해 가슴 속에 웅크려 있던 감정들이 쏟아져 나온다. 자유로움, 흥겨움, 함께하는 즐거움이 그의 가슴을 가득 채운다. 그림을 통해 흘러나온 자신의 감정들에 솔직하게 반응하는 소년의 모습에서 자유와 아름다움이 절로 느껴진다. 예술작품이 또다른 예술작품을 만들어내는 창조의 시간에 함께 있는 듯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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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춤으로, 음악으로 자연스럽게 흘러가면서 소년의 가슴에 울림을 전한다. 작품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이야기는 소년의 눈과 귀, 입을 즐겁게 하며 그의 시간을 충만하게 만든다.

『상상해 봐!』 는 글이 없는 그림책으로, 미술관의 작품을 만난 소년의 감정을 표정과 몸짓, 그를 둘러싼 그림 속 인물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즐겁게 표현한다. 마치 처음부터 그러했듯 그들 속으로 녹아내린 소년의 모습에서 충만함의 의미를 되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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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작품을 보면서,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고, 표현하고자 한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하며 작품 설명에 집중했던 나에게 소년은, 내 마음에 자유를 불어넣어준다. 나의 솔직한 즐김이 작품을 향한 예의이고, 작품을 향한 나의 열린 마음이 비로소 작품의 가치를 높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미술 작품을 감상하고, 작품과 함께 연주를 하고, 춤을 출 수 있는 것,

그것은 바로 그림이 주는 힘이다.

소년의 상상은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내고,

소년의 상상은 작품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우리 가슴 속에 숨겨져 있을,

상상에 날개를 더할 수 있는 용기, 이제는 열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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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장이 부른다 I LOVE 그림책
밥티스트 폴 지음, 재클린 알칸타라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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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린 시절을 깡시골이라는 말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앞집 아기가 왜 우는지, 옆집 할머니가 오늘은 왜 집에 안 계신지 그냥 다 알게 되는, 좁지만 나에겐 온세상 같았던 곳에서 지냈다.

우리 집 마당 한 켠에는 돌공기와 비석치기 납작돌이, 대문 옆 고리에는 검정 고무줄, 잠자리채와 채집통, 배드민턴와 자전거, 축구공이 "누구야~ 놀자!" 소리만을 기다리며 대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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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창고에서 새로 나온 그림책 『운동장이 부른다』 의 책표지에서 힘차게 뛰어가는 소년과 높이 뜬 채 날아오는 축구공이 마치 브라질의 마을 풍경을 보는 듯 하다.

브라질 축구를 연상하며 그림책을 열었다가 나도 모르게 빠져들어 고개를 끄덕이고, 나의 놀이를 항상 받아준 어린시절 동네 앞마당이 그리워진다. 하루도 쉬지 않고 모여드는 아이들로 가득했던 동네 앞마당, 서로 다른 놀이를 하면서도 그 누구도 불편하다 하지 않았던 그 때 그 시절이 너무나 그리워지게 하는 그림책, 『운동장이 부른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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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자연물은, 무궁무진한 놀이감이 될 수 있고, 상상을 현실로 바꿔주는 매우 중요한 소재가 된다.

운동장의 부름을 듣고 모인 아이들, 아이들은 대나무로 골대를 세우고, 운동장을 마구 뛰어다니며 최선을 다해 축구를 한다. 일부러 편을 짜지 않아도 된다. 모두 몇명이 뛸 지 인원수를 정하지 않아도 된다. 축구하지 않는 동물이 있어도 된다. 먼저 뛰고 있으면 불편한 동물이 한 쪽으로 이동할 것이고, 뛰고 있음 어디선가 한명씩 한명씩 채워져 팀이 되고, 우리편이 된다. 최선을 다해 축구를 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활기참이 느껴지고, 그들의 최선에서 자연이 주는 배움도 친구와의 추억도 덤으로 얻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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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다. 비가 와도 즐겁고, 우리 편이 점수를 내지 못해도 즐겁다. 함께 할 수 있는 친구가 있어서 즐겁고, 흘린 땀 위로 쏟아져내리는 비가 있어서 즐겁다. 그리고 넘어진 나를 위해 손을 내밀어준 친구가 있어서 즐겁다.

우리편을 위해 열심히 달린 나에게 내민 친구의 손은, 훈장같고, 내일을 위한 응원가가 된다. 거칠게 표현된 그림 사이로, 악수하는 두 소년의 표정이 사실적으로 그려져 짧은 글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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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장을 누비며 온 세상을 만끽하는 아이들을 '멈춤'의 신호를 알리는 소리, 바로 "누구야, 밥 먹자!"하며 외치는 우리 엄마 목소리.

앞마당을 가득 메운 아이들 사이로 "누구야, 밥 먹자!" 소리가 들려오면, 놀이는 서서히 끝을 바라본다. 하나둘 집으로 향하고, 앞마당은 조용해진다. 하루의 놀이가 끝남을 알려주는 엄마의 목소리가 오늘 따라 유난히 더 그립다.

집집마다 풍겨오는 음식 냄새에 저녁 반찬을 알 수 있었던 그 때 그 시절, 앞마당을 누비며 뛰어놀던 그 친구들도 오늘 밤은 그 때 그 시간을 떠올렸으면 하고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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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장이 부른다』의 작가 밥티스트 폴의 말을 읽으면서 유년 시절의 기억은 나의 경험과 더불어 성장해 더욱 의미있는 현실로 자리하게 된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또한 그 기억이 자리하고 있기에 우리의 성장은 더욱 의미있음을 깨닫는다.

『운동장이 부른다』은 크레올어와 함께 담긴 그림책으로, 우리에게 생소한 언어와 그 언어에 대한 짤막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처음으로 알게 된 언어를 따라해 보는 색다른 경험을 덤으로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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