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시간여행 54 - 알래스카의 썰매 개 발토 마법의 시간여행 54
메리 폽 어즈번 지음, 살 머도카 그림, 노은정 옮김 / 비룡소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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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룡소의 여러 시리즈 중 내가 아직 접해보지 못한  것이 있다면,

그건 바로 【마법의 시간여행】이다.

판타지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아이들이 읽고 재미있다고해도

"그래? 재미있구나."하며 호기심이 일지 않았다.

학교나 도서관에 가면 한권씩 읽는 아이들이 나에게 권해도

이어지는 이야기를 뜬금없이 중간부터 읽는다는 것이

불편해서 '반사'를 선언했다.

그 때마다 아이들이 이어지는 이야기가 아니라고, 매번 새로운 곳으로 모험을 떠난다고

앞의 이야기를 몰라도 여행할 수 있다고 하는 말을 흘려들었는데

『마법의 시간여행 54. 알래스카의 썰매 개 발토』를 읽고 나서야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책읽기를 좋아하는 잭과 호기심 많은 동생 애니의 모험 이야기.

책에 있는 그림을 가리키면 역사 속의 어느 시대, 어느 장소로든 데려다주는 신비한 힘을 주는 오두막집.

이 마법의 오두막집은 전설 속 왕국 캐멀롯의 요술쟁이 사서 모건 할머니의 것.

잭과 애니는 모건 할머니와 멀런 할아버지의 부탁으로 새로운 모험을 떠나게 된다는 것.

이런 배경들에 대한 이야기가 친절하게도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라는 제목아래 짧게 소개되어 있다.


아하~. 아이들이 말한 이야기의 시작이 이거구나 싶었다.

오늘도 잭과 애니는 새로운 모험을 하게 된다는 것을 마지막 문장에 담아주고 있다.

그동안의 잭과 애니의 모험을 몰라도 나는 오늘 새로운 모험을 떠날 수가 있다는 것이 너무나 반가웠다.




잭과 애니는 1925년, 알래스카로 떠나야 한다.

오늘의 특명은. 사람들의 목숨을 구하라는 것.

모건 할머니가 주신 금가루는, 위대한 능력을 필요할 때 쓸 수 있는 것이고,

멀린 할아버지가 주신 별가루는, 잭과 애니가 도와준 사람들이 영웅이 되기를,

영웅을 도와준 잭과 애니에 대한 기억은 잊도록 해 주는 것으로

모험을 떠나는 이들의 손에 전해진다.


금가루와 별가루.

가루들이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들이 궁금해지면서

너무나 단순하고도 유치할 수 있는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사용될지

책장을 넘기면서 언제쯤 사용될까 기다려졌다.


 


잭과 애니는 알래스카로 모험을 떠나면서

'놈'이라는 지역에 '디프테리아'라는 전염병으로 사람들의 목숨이 위태로우며

개썰매를 이용해 약을 운반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는다.

또한 곧 눈폭풍이 휘몰아칠 예정이라 개썰매가 오는 중 약을 잃게 되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시장은 눈폭풍이 그치면 출발할 것을 명령한다.

그런 상황에서 잭과 애니는 어떤 결정을 해야 할까?



몇 백 년쯤 전 러시아 탐험가들이 알래스카 땅을 찾아올 때까지 알래스카에는 원주민들만 살았다.

원주민들은 몇 천 년 동안 이 척박하고 얼어붙은 땅에서 나는 얼마 되지 않는 자원을 활용하여

근근이 살아왔다.

1800년대 말, 미국은 러시아로부터 알래스카 땅을 사들였다. 그렇게 해서 알래스카 땅은 미국의 영토가 되었다.


잭과 애니가 떠나는 알래스카.

알래스카에 대한 배경지식을 잭과 애니가 책을 통해 발견하고 자연스럽게 대화로 이끌어주면서

자연스럽게 역사의 흐름을 살짝 짚어준다.

단순하고 간단하게 안내한 글이지만, 알래스카는 처음부터 미국의 영토가 아니었음을 알게 되고,

힘들게 개척해 놓은 땅을 러시아가 미국에게 왜 팔게 되었는지 역사적 사실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켜 준다.  

이야기를 끝맺음하면서 이야기와 주된 배경이 되어준 알래스카와 개썰매에 대한 지식을 따로 소개해

주어서 아이들이 단순한 모험 이야기만으로 책을 덮는 것이 아니라,

허구가 아닌 과거의 시간 속에 존재하였던 사실을 밝혀냄으로써, 잭과 애니의 모험이 좀더 실감나게

이끌어주는 힘을 발휘하였다.



물고기와 고래와 하늘을 나는 새들도 있단다. 모든 동물들이 다 선물이야. 

결국 모든 것이 다 하나가 된다고도 할 수 있지.

사람, 땅, 동물, 바다, 공기, 모든 게 어우러져서 이 알래스카 땅을 이루니까.

잭과 애니에게 도움이 준 에드 아저씨의 말에서 자연과 벗삼아 사는 인간의 삶이

가장 행복할 수 있음을 알게 한다.

잭과 애니와 함께 알래스카에서 개썰매를 타고 그들의 위기를 함께 이겨내면서

알래스카 원주민들의 삶을 살짝 엿볼 수 있었으며, 그들이 지키고자 하는 자연과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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킁킁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24
정희정 글.그림 / 북극곰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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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이들과 사진첩을 보며 사진 속 이야기를 종종 한다. 지금과는 조금 다른 모습의 자신을 보면서 신기해하기도 하고,

두 아이가 서로를 향해 미소 지으면서 쑥스러워하기도 하고, 서로를 안타깝게 바라보기도 한다.

나와 함께 한 그 시간들이 이제는 흘러간 과거가 되었음에 아쉬움도 있지만, 나날이 자라는 아이들을 보면서 내일은 어떤 하루를 보내게 될까 살짝 궁금해지곤 한다.

작은 아기씨에서 시작된 아이와 나의 만남은 40주의 시간을 보낸 뒤 서로를 바라보는 시간과 마주한다. 약속도 없이 시작된 우리의 만남이 만나는 순간 반가웠고 설렜으며 놀라움이었다. 함께 하는 시간동안 즐거웠고 힘들었으며, 짜증스럽고 실망스러운 때도 분명 있었다. 그렇지만 우리의 만남은 사랑이란 씨앗에서 탄생된 만큼 사랑의 기운이 감돌고 있기에 이 만남은 우리를 더욱 단단하게도 하고 새로운 싹을 틔우느라 서로 바라만보기도 한다. 우리 부부의 기운으로 태어나 자라는 우리 아이들은 우리 부부와는 다른 성향으로 다른 관점으로 다른 세상을 살아갈 것이다. 그들이 만들어놓은 새로운 길, 그 새로운 길에는 그들이 꿈꾸는 또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을 것이다.

 

북극곰의 신간, 킁킁이를 만나는 순간 나와는 다른 우리 아이들을 보는 것 같았다.

안녕, 나는 킁킁이야.

킁킁이가 누구냐고? 바로 나야 나.

넓은 하늘을 누비며 푸른 바다 냄새를 맡으며 내일을 꿈꾸는 좀 잘 생기고 의젓한 갈매기라고 할 수 있지.

또 나로 말할 거 같으면, 항상 공손하고 예의를 갖춘 자세로 하늘과 바다를 평정하는.

좀 멋진 갈매기라고 할 수 있어.

이 정도면 내 소개는 충분한 거 같아.

 

오늘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옛날 옛날 갓날 갓적에 있었던 일인데, 그게 정확이 언제냐고?

그건 말이야.

그 때가 언제냔 말이야.

 

네가 내 이야기에 푹 빠진 그 날.

그래 바로 그 날이었어.

 

그 날도 난 하늘의 구름과 바람에게 인사하며 푸른 바다를 내려다보며

내 코가 간질간질, 벌렁벌렁.

내 눈은 물결과 함께 수면 위를 아른거리는 그것을 향해 환하게 밝히고 있는데

드디어 났어.

나를 가장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냄새가 나지 뭐야.

바로 물고기 냄새야.

 

나는 날개를 쫙 펴고 바람을 타고 바닷가로 서서히 내려앉았지.

물고기 냄새를 쫓아 내려가니 나뭇잎 사이로 삐죽이 나온 작은 아이가 있네.

나는 얼른 물었어.

당연히 아주 공손하고 정중하게 따스한 눈길을 담아 물었지.

 

물고기 봤니?

아니

너는 누구니?

난 씨앗이지.

 

 

 

 

난 물고기 냄새를 찾는 건 정말 자신 있는데 이상했지만 씨앗의 말을 믿었어.

하늘을 나르며 물고기 냄새가 나는 씨앗 생각으로 가득하던 또 어느 날,

바닷가 모래사장 근처에 활짝 핀 무언가에서 반가운 냄새가 솔솔 바람을 타고 내 코를 자극하는 거야.

난 얼른 내려가 물었지.

 

물고기 봤니?

아니

너는 누구니?

난 나뭇잎이지.

 

분명히 물고기 냄새가 나는데 나뭇잎이라면. 믿어야지

난 실망을 모르는 아주 긍정적인 갈매기 킁킁이긴 하지만

살짝 기운이 빠진 건 사실이야.

바로 앞에서 먹이를 놓친 기분이랄까 뭐 하여튼 그래. 지금 내 심정은.

 

드디어 맡았어.

이번엔 진짜인 거 같아.

물고기 냄새가 아주 진하게 나의 온 몸으로 전해져왔거든.

서둘러 내려가 보니 이번엔 좀 이상했어.

내가 그 냄새를 맡으려면 고개를 하늘 높이 꼿꼿이 세워야 하고 하늘을 향해 코를 킁킁거려야 했거든. 내 평생 이런 경우는 처음이지만 어쩌겠어.

난 또 정중하고도 예의바르게 물었지.

 

혹시 물고기 봤니?

아니

너는 누구니?

난 열매잖아.

 

이상했어. 내가 맡은 건 정말 물고기 냄새였는데

씨앗이라고 하지 않나

나뭇잎이라고 하질 않나

이번엔 열매라고까지 하잖아.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단 말이야

 

 

 

 

내가 지쳐 잠이 든 여러 날들이 지나고

다시 바닷가에 내려가니,

어찌된 일인지 정말 모르겠어.

열매가 모두 사라졌지 뭐야.

내가 너무 끈질기게 물어서 이사를 간 걸까.

아님

예의 없는 갈매기 녀석이 와서 묻지도 않고 냄새만 맡고 입으로 쪼아 떨어뜨린 건 아닐까

난 마구마구 상상했지만

열매가 어디로 사라졌는지는 모르겠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걸 내가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지 않겠어.

 

그런데 더 이상하고도 행복한 일이 있어.

정중한 나의 태도에 바다가 귀한 선물이 주듯이

그날 이후로 바다 속에는 내가 좋아하는 물고기들이

아주 고운 옷을 입고 나를 유혹한단 말이야.

그래서 나 킁킁이는 아주 행복하게 입맛을 다시며 그들을 내려다보았지.

그 다음은 어떻게 되었는지 알겠지  

 

난 여전히 하늘을 맘껏 누비며 수면 위에 아른거리는 물고기를 찾아 다녀.

물론 나의 코를 믿으면서 말이야.

하늘을 날며 나는 가끔 배의 이상 신호에 즉각 반응을 보이며 바닷가에 실례를 하는 경우도 아주 종종 자주 있지.

그건 어쩔 수 없는 일 아니겠어.

이건 정중하고 예의바른 나이지만 참아낼 수 없는 아주 정상적인 행동임을 잊지 말아줘.

 

 

 

, 그리고 말이야.

요 며칠 내 코를 자극하는 물고기 냄새를 찾아다니는 중이야.

모래 위에 떨어져 있는 작은 녀석에게서 너무나 익숙한 물고기 냄새가 난다는 거야.

~~ 또 나에게 시련의 시간이 닥쳐오는 건 아닐까 불길한 예감이 들어.

괜찮겠지?

분명 괜찮을 거야.

 

왜나면? 나는 아주 정중하고 공손한 갈매기로 실망이란 걸 모르기 때문이지.

그 날 이후로 난 아주 자주 물고기 냄새를 맡는다는 거야.

그리고 기다림 끝에는 아주 많은 물고기들이 나를 맞아준다는 거지.

기다림이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된 거야. 그 날 이후로.

 

『킁킁』이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귀담아 들으면,

 

침대도, 옷장도 모두 나무가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란다.”

그럼 나무는 너무 힘들겠어요?”

?”

나무는 무거운 침대랑 옷장을 매달고 있어야 하잖아요. 얼마나 무겁겠어요.”

그럼 그 나무는 어떡하지? 쓰러지지 않을까?”

바람이 도와줄 거예요.

그리고 밤이 되면 우리 몰래 살짝 내려놓을지도 몰라요.” 

했던 어린 시절 우리 아이들과 나의 대화가 자연스럽게 떠올라 웃음이 절로 지어졌다.

 

씨앗이 자라 푸른 잎을 틔우고, 열매를 맺고, 열매가 성장하여 또 다른 모습으로 생을 시작하는 주체가 물고기가 되듯이, 흙에서 자라 성장하면 바다로 떠나가는 물고기의 모습은 고정관념이 되어버린 어른들의 시선에는 너무나 생소하고 낯설다. 그러나 아이들은 킁킁이에게는 물고기의 탄생이 작은 씨앗에서 시작되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는 시선이었다. 또는 세상 어딘가에서는 물고기나무가 있어서 갈매기에게 풍부한 먹거리를 제공해 줄 수도 있다는 색다른 상상의 시선으로 바라봐주기도 하였다. 세상 어딘가에는난 이 말이 참 좋다. 우리가 모르는 또 다른 세상이 어딘가에는 펼쳐져 있을 테니까 말이다.

 

​『킁킁』이가 나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은 사실적이면서 상상력을 일으키는 그림이 한 몫을 한다..

 

씨앗이 땅으로 내려가 점차 씨앗 밖으로 고개를 삐쭉 내밀고, 그 속에서 싹이 나오고, 그 싹은 흙을 뚫고 세상을 나오며

땅 속으로 뿌리는 모습,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그림으로 시간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말해주고 있어, 작은 씨앗이 나뭇잎이 되어가는 과정을 따로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연상할 수 있다.

잘 익은 열매가 껍질을 벗고 그 속에서 물고기 한 마리가 바다로 퐁당~ 떨어져나가는 정면을, 달님의 표정변화에서 그 놀라움이 느껴진다. 달님의 표정은 곧 그림책을 보는 엄마와 아이의 표정을 그대로 드러낸 듯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달님의 표정에서 웃음이 빵 하고 터져나온다.

 

 

갈매기 킁킁이가 자는 모습에선, 날개를 잘 정리해서 자기 몸을 감싼 것이 이불을 포근히 덮고 있는 모습을 연상하게도 하고, 마치 박쥐처럼 매달려 있는 듯한 표현에서 눈길이 한 번 더 간다. 그리고 나무를 투박하고 거칠게 조금은 억세고 위협적으로 그려넣어 상대적으로 씨앗과 열매, 킁킁이의 모습이 부드럽게 받아들여져 이야기에 빠져들게 하는 묘한 힘을 가졌다.

 

은은한 색상이 주가 되어 그려진 편안한 느낌의 그림책이 책장을 여는 순간 새로운 관점으로 시작된 이야기로 우리 아이들의 지나온 어린 시절을 떠오르게 하였다. 엉뚱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생각이 상상이란 옷을 입고 막연하게 입으로 소리 냈던 이야기들이 그림을 만나 새롭게 만들어지고 다듬어져 그림책이란 옷으로 세상에 나온 것을 보면서 아이들의 생각은 항상 옳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그들의 허튼 짓도 그들의 세상에선 온전한 것이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말도 안 되는 것들이 그들의 세상에선 가장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어내는지도 모르겠다.

 


달님이 깊이 잠든 밤, 길을 떠나는 물고기들이 책의 마지막 장면이다.

씨앗에서 열매로 이어지는 물고기들의 탄생에서 자신의 길을 찾아떠나는 장면은, 어느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그림책 속에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그들의 움직임은 그럴 수 있다는 긍정의 시선을 갖게하며, 그림책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매력이며 남과 다른 나의 생각들이 그럴 수 있다는 위안이 되어 주었다.


시작은 같을 수 있으나, 걸어가는 길은 분명 다른 우리들.

우리들이 가는 각자의 길은, 걸어가는 이의 모든 것이 될 수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 길을 걸어가는 이들의 등 뒤로 무언의 응원가를 불러주어야 한다.


『킁킁』이가 우리에게 전해 준 이야기에는 우리에게 틀림이 아닌 다름을 인정하라 한다.

그리고​ 고정관념이란 자물쇠는 아이와 같은 마음의 자유와 상상의 열쇠만으로 열 수 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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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세요?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6
엠마누엘레 베르토시 글.그림,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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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그동안 미루고 미뤘던 밀폐용기를 구입했다. 수납함에 쌓여있는 밀폐용기가 있기에 선뜻 구매하지 못했는데

더 이상은 미룰 수가 없어 과감히 주문 완료 버튼을 누르고 말았다.


결혼해서 얼마 안 된 신혼집에 유명한 이름의 밀폐용기가 커다란 상자 하나 가득 배달이 왔다.

남편이 결혼 한 달 기념 선물로 주문한 것이라고 한다.

깨끗한 용기들이 크기별로 다양하게 얼마나 빛이 나던지, 살림도 못하는 저이지만

그릇을 보니 너무나 반갑고 좋았다.

그렇게 나에게 기쁨과 뿌듯함을 줬던 용기들이 세월이 흘러 색도 바래고 뚜껑 손잡이는 한쪽씩 떨어져 나가고

김치도 조림 반찬도 튀김도 담았던 지라 아무리 잘 닦고 말렸다 해도 냄새는 지울 수가 없게 되었다.

중간중간 정리하면서 버렸지만, 여전히 나의 수납함에 자리하고 있던 용기들을 더 이상 사용하기가 불편해

이별을 해야 했기에 과감히 베란다 플라스틱 수거함에 차곡차곡 쌓아 이별을 하고자 내놓았다.

그것을 한참을 내다보던 남편이 하나하나 뚜껑을 열고 닫고 냄새를 맡고 하더니 양쪽으로 재분리를 한다.

그리곤 큰 아이에게 라벨을 부탁한다.


일반 작은 못, 일반 중간 못, 일반 큰 못, 나사 작은 못, 나사 중간 못...

작은 상자 속 지퍼백에 담겨 있던 못들과 집안 가구 손볼 때 쓰던 작은 연장들을 분리 작업을 하더니 수납장안에 차곡차곡 쌓아올린다.

큰아이가 쓴 라벨이 앞을 보고 당당하게 서 있다. 그 앞에 선 남편의 모습 또한 당당하고 뿌듯하다.

주방에서 쓸모없다고 나에게 버려진 플라스틱 밀폐용기가 남편의 손에 의해 새 자리를 찾아 새로운 모습으로 베란다 한편에 자리한다.

쓸모없음은 버려지는 것이 아니다.

곧 누군가의 손에 의해 다시 태어나 또 다른 모습으로 당당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는 것이다.

 

 

어릴 적 우리 아빠는 맥가이버의 스승이었다.  우리 사 남매에겐 말이다.

친구네 집 담장이 예쁘다는 언니의 말에 담장을 다시 쌓아올려주신다고 흙을 개고,

오빠가 친구들처럼 얼음 썰매가 필요하다는 말에 나무판을 자르고 철사를 끊고 못질을 하셨다.

나에게 앉은뱅이책상이 처음 생긴 날, 첫 번째 서랍은 비밀 서랍이라고 했을 때 자물쇠와 열쇠를 직접 달아주셨다.

 그때 사용했던 톱과 펜치, 못과 망치. 자물쇠 등은 

도시 생활과 자식들이 아빠의 품에서 벗어나 어른이 되어가면서 아빠의 손에서 멀어져 간 공구들이다.

하지만 그들은 결코 아빠의 손에 우리의 기억 속에서 절대 버려지지 않았다. 

아빠에겐 품을 떠나 자식에 대한 그리움일 테고

자식인 우리에겐 아빠에게 한없이 부탁한 했던 어린 시절의 추억으로 남아 있다.

지금쯤 그들은 어디에서 무얼 할까?

새 주인을 만나 여전히 일을 하고 있을까?

아님 여전히 아빠의 손을 기다리고 있을까?


세월이 얼마인가.

내가 결혼을 하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

아빠의 손은 감각이 둔해지고

눈도 예전 같지 않아 돋보기를 쓰고서야 은행 계좌를 적을 정도이니

그들도 노쇠하고 제 기능을 잃은 지 오래일 테지.

 

 

우리 집 담장에 쓰일 흙을 개던 힘 좋던 삽이 이렇게 녹이 슬었구나.

우리가 삽 위에 올라가 깡충깡충 삽콩콩이를 뛸 때 단단하게 힘이 되어주었던 삽자루는

어디로 보내고 요렇게 얼굴만 삐죽 남았을까.

삽, 너도 세월 앞에 어찌할 수 없었겠지.

나도 이제는 삽콩콩이 못 뛰니, 자루는 필요 없어졌어.

이렇게 네 얼굴이라도 볼 수 있으니 반가워.

 

 

 

매일 저녁마다 터진 그물 꿰매던 뱃사람들은 다 어디 갔을꼬.

그물이 이렇게 터지고 낡고 끝이 나풀거리는데 어느 누구도 그물 걱정을 안 하고 있으니

고기는 어떻게 잡고, 그물은 누가 던질꼬.

고기는 못 잡더라도 바다 구경은 할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네 고향에 남아 있어서 그 또한 다행이고.

뭐라고?

.

.

.

고향가고 싶어 돛을 올린거라고?

세월은 네게 그리움이겠구나.   


 

바람이 분다.

녹이 슬어 닦아도 닦아도 빛이 나지 않는 네 모습 슬프구나.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이 네 눈물 닦아주고

세상 소식 전해다 주니 그리 슬픈 인생만은 아닐거야.

이렇게라도 하면 네게 위로가 될까.

나이 듦이 마냥 서럽지만 않기를.   


저기 바람을 등지고 앞으로 나아가는 창을 든 청년을 봐.

고독한 길을 가면서도

당당하게 자신의 의지를 담아 내딛는 발걸음
바람 앞에 당당한.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바람이 멈추면 멈추는 대로

바람의 손짓에 항상 손짓해주는 너의 배려심.

넌 결코 혼자가 아니야.

 

 

 

너 어디서 많이 본 거 같아.

장마 때 지붕에서 떨어진 물 맞아 녹슬었던 그 톱 맞지?

아빠가 좋아했던,

옆집 앞집 빌려주면서 그렇게 큰 소리쳤던 바로 그 녀석이었는데.


한 번의 슬픔이 너를 이렇게 힘없이 무너지게 했구나.

지금 너 화내는 거 아니지? 양을 물려는 건 아니겠지?


그럴 줄 알았어.

양에게 자유를 주려고 울타리를 끊어줄 참이었던 거지.


역시,

맺고 끊는 것이 확실한 바로 너.

너답다.

 

 

 

 

우린 한때 누군가의 추억 속에 있었어.

청소 시간 대걸레를 빨기 위해 교실로 날랐던 우리 반 양동이

"같이 들어."하며

손을 내민 남자친구와 함께 잡았던 너무나 따뜻했던 손잡이


자식 넷 키우며 열심히 만들어주고 고쳐주느라 끊이지 않았던 아빠의 망치질 소리


추억을 가득 담고 선 너는 지금 혼자구나

언덕 위에서 흐드러지게 핀 꽃들을 보며 추억을 그리워하겠구나


함께 했던 그때의 추억이 그리워질 때마다

꽃향기를 날려보내구나

오늘 내가 맡은 꽃향기,

네가 그립다고 나에게 전해 준

엽서 한 장이었구나.

 

 

우리에겐 고철은 더이상은 쓸 수 없는,

고물상에 주고 잔돈 몇 푼 받을 수 있는,

있으면 골치 아프고

없으면 속이 후련한

그런 존재이다.


고철이 주는 차갑고 딱딱한, 그리고 녹이 슨 지저분함이

마치 쌀 가마니의 단조로운 꼬임을 배경으로 하여

선과 색 그리고 마치 그림자를 표현하듯 그려낸 그림을 만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따스함을 전달해 준다.


어디선가 본 것만 같은 철조각들이 형상을 이루고 있는 책표지에서 한 번 눈길이 멈추고,

첫장을 넘기는 순간, 다음 책장으로 향하는 손길이 멈췄다.

가느다란 실이 둥글게 말린 듯 가면서도 엉키지 않고 나아가는 선의 진행과 함께 쓰인 글이

나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우리 모두는 한때 어린이였습니다.

세상 모든 어린이들이

그 사실을 잊지 않고 자라기를 바랍니다

나도 어린이였다. 그리고 난 여전히 어린이다.

처음 본 것에 놀라워하고, 두려움을 느끼며, 맛있는 걸 보면 눈치보며 얼른 맛보고 싶고,

좋은 건 내가 먼저 갖고 싶은 욕심도 생기고, 가끔은 말도 안 되는 개그에 빵 터져 웃음 폭탄이 날리기 때문이다.

나를 아직 어린이로 받아주며, 철부지 나의 행동을 인정해주는 작가의 말에 

어른인 척하며 살았던 나의 마음에 깊은 위로를 받았다.  

 

세월을 이겨내지 못하고 녹이 슬어버린 그들이

본래의 쓰임을 잃고 새로운 모습을 태어난 공구들을 만나며

작가의 창의적 발상이 놀라우면서도

그들이 얼마나 열심히 일했었는지,

자신을 희생하며 뿌듯함으로 얼마나 당당했었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삽이 물고기 되어 바위에 쉬어가기를 하고, 펜치가 새가 되어 하늘을 날고, 그물이 배의 돛이 되어 항해를 시작하는 등

다양한 모습으로 재탄생하는 모습을 보면서 처음엔 기발한 상상력에 놀라움이 가득했다.

두 번 세 번 반복하면서

새롭게 탄생한 자신의 모습을 그들은 반가워할까? 만족할까?

그리고

있는 힘껏 최선을 다해 달려온 그들이 그들의 자리를 빼앗기고 뒤로 물러났을 때 버림받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나의 기억 속에 있었던 그들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결코 버려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작가의 손에 의해서, 우리의 눈과 가슴을 통해서

새로운 모습으로, 또 다른 모습으로 당당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기 때문이다.


당신은 누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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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돌사자, 도서관을 지키다 비룡소의 그림동화 232
마거릿 와일드 글, 리트바 부틸라 그림, 김서정 옮김 / 비룡소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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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림책이 나날이 더 좋아져요.

첫 아이 임신과 함께 태교를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그림책의 세계로 들어와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기 시작하면서

그림책의 마법에 걸려 아직까지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어요.

나를 웃게도 울게도 가슴 찡하게도 놀랍게도 만들어내는 그림책의 매력이란 어디가 끝일까요?

끝이 있다면 그것은 그림책의 매력이라고 할 수 없을 거에요.

매일 매일 쏟아져나오는 신간들 사이에서 시간을 지나도 꿋꿋하게 자리하고 있는 책들이 꼭 있어요.

오늘도 전 그 몇 권의 책 속에서 저의 곁에 오래도록 머물 수 있는 그림책 한 권을 또 가슴에 품었답니다.


얼마전 비룡소에서 BBKI 1위 선정 기념! 축하 댓글 이벤트를 했는데

너무나 운이 좋게도 제가 선정이 되었지 뭐에요.

댓글에 제가 받고 싶은 책도 아주  당당하게 적어 올렸지요. ㄱ

발표난지 일주일이 되어 바로 책이 저에게로 왔답니다.


그 동안 읽었던 도서관을 배경으로 한 책들과는 느낌이 아주 다른 책이랍니다.

그 책은 바로

『위대한 돌사자 도서관을 지키다』

입니다.

 

 

 

 

 

처음 출판되었을 때 읽어봐야지 했다가 시기를 놓치고,

집 근처 도서관에는 책이 아직 들어오지 않아 잊고 지냈다가 기분 좋게 받은 『위대한 돌사자 도서관을 지키다』

한동안 제 맘을 잡고 있을 것 같아요.

 

 

평화로운 도시에 자리한 도서관

도서관에서 내다보는 도서관은 한없이 평화로워요.

새들이 아침을 깨우고,

그 소리에 반응하듯 나뭇잎들이 춤추며 하늘로 날아오르지요.

드넓은 하늘은 도시의 아침을 밝혀주고

그렇게 도서관은 오늘 하루를 시작한답니다.

 

 

      

 

도서관 앞을 지키는 돌사자는 오늘도 어김없이 도시를 바라보며 도서관을 오가는 많은 이들을 지켜봐요.

차갑고 무서워 보이는 돌사자는 마치 살아있는 듯 했고

사람들은 돌사자에 기대어 자신만의 시간을 나눠 가져요.


오늘도 사라가 왔어요.

사라는 보따리에 싸인 남동생을 꼭 끌어안고 울어요.

사라는 살 집이 없대요. 보따리에 싸인 남동생 하나 만이 사라의 곁을 지키고 있으며

길에서 생활을 하고 있다는군요.

돌사자는 발끝을 적셔오는 사라의 눈물이 와닿지는 않았어요.


도서관에서 일하는 벤은 오늘도 여전히 돌사자를 찾아왔어요.


책에는 사람들 사는 얘기가 들어 있어. 벤은 행복이나 슬픔, 절망이나 흐망을 느끼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고 있는 거야.  

책을 읽으며 한숨을 쉬고 웃음을 터뜨리는 벤을 보며

도서관 기둥에 있는 돌괴물은 책이 무엇인지 돌사자에게 알려주지요.


나도 그런 걸 느낄 수 있다면 ......

돌사자는 사라의 눈물, 벤의 웃음을 보며 살아있다면, 조금 움직일 수만 있어도 좋겠다고 생각하게 되지요.

돌괴물은 말해요.


돌로 만든 동물도 숨을 쉬고 몸이 따뜻한 동물이 될 수  있어. 정말 착한 마음으로 간절하게 빌면 살아날 수 있지.

하지만 아주 잠깐 동안이야.

어느 날, 눈이 펑펑 쏟아지는 저녁

사라는 힘겹게 도서관 계단을 올라와 돌사자 발 앞에 바구니를 내려놓고 그대로 쓰러지고 말아요.

바구니는 낡은 담요에 싸인 아기가 있었지요. 눈송이는 아기의 코에 내려앉아요.


눈이 내려는 고요한 저녁

도서관 앞은 한없이 조용해요.

새들도 눈을 맞으며 사라의 모습만 바라볼 뿐.

돌사자는 힘들어하는, 배고파하는 사라의 흐느낌을 들을 뿐

어떤 것도 해 줄 수가 없었어요.

눈이 눈물이 되어 사자의 마음에 그득내려앉지요.

 

 

 

돌사자는 이대로 두면 아기도 사라도 오늘 저녁을 견딜 수 없다는 것을 알아요.

아기의 조그만 주먹이 바구니 밖으로 낑낑대는 순간

돌사자의 마음 속에 울컥하고 뭔가가 펄럭거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저 애들을 따뜻한 도서관으로 데려가고 싶어. 내가 움직일 수 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돌사자는 자유를 누리며 마구 달리고 싶다는 것보다 더 간절하게. 이렇게 간절하게 무언가를 원하기는 처음이었어요.


돌사자의 눈물은,

회색빛 돌과 대비한 하늘빛 눈물은,

그가 얼마나 간절하게 원하는지,

사라의 고달픔을 얼마나 달래주고 싶어하는지,

그 느낌이 배가 되어 제 가슴 속에도 제 눈가에도 이슬을 맺혀주었어요.


돌사자의 이 간절함이 하늘에 땅에 또 그 어느 세상으로든 전해지기만을 간절히 함께 바래보았어요.

 

 

 

 

돌사자의 심장이 "툭" 뛰기 시작했어요.

돌사자는 도서관 넓은 길을 뛰어보기를 간절히 원했던 그 때의 기억을 날려보내

바구니 속에 담긴 아기의 콧등에 내린 눈을 핥아주고 바구니 손잡이를 들고 도서관으로 들어가요.

서가를 정리중인 벤은.


"돌사자, 너구나! 그래, 넌 항상 살아 있는 것처럼 보였어."

하며

아기 바구니를 안아 올리지요.

돌사자의 다리가 점점 굳어져가요.

돌사자의 자유 또한 얼마남지 않았음을 돌사자는 느낄 수 있었지요.

돌사자는 알아요.

자기에 남은 할일이 하나 더 있다는 것을요.

돌사자는 사라를 있는 힘껏 끌어당겨 도서관으로 데리고 들어온 뒤

힘겹게 힘겹게 돌사자의 자리로 돌아와 웅크려 앉지요.


 

 

 

 

그리고는 다시는 움직이지 않는 석상. 돌사자로 도서관 앞을 지켰다고 해요.

다음날, 벤은 돌사자에게 말해요.


꼭 꿈을 꾼 것 같구나. 하지만 난 알아. 사라와 아기를 구한 게 너지?

몇 년이 지나고,

한 남자아이가 누나와 함께 돌사자를 찾아왔어요.

누나, 이 돌사자가 내 코에 내린 눈을 핥아 줬어."

누나와 남자 아이는 돌사자를 꼭 껴안았어요.

돌사자도 두 아이를 안고 싶었지요.

그러나 돌사자의 간절함이 이번에는 전해지지 않았지요.


 

 

 

비록, 누나와 남자아이를 안아주지는 못하지만

그들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 해 주지는 못하지만

돌사자는 알아요.

자신은 그들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살아있다고 말이에요.

그의 심장은 여전히 뛰고 있으며

자유를 잃어 초원을 뛰며 갈기를 휘날릴 수는 없지만

타인의 감정을 느끼며 함께 살아갈 수 있음을 말이에요.

돌사자. 위대한 돌사자.

왜 위대한지, 왜 도서관 앞을 지키고 있는지 알 수 있어요.

도시의 평화로움은 돌사자의 가슴 속에 담겨진 간절함을 극대화 시켜주었고,

남매의 아픔을 모른 채 자신의 삶에 집중한 많은 이들의 무관심과 모름을 표현해 주기에

이보다 더 좋은 배경은 없지 않을까 싶어요.

도시 곳곳에 힘들게 살아가는 많은 이들

내 삶에만 관심을 기울이며, 그들의 아픔을 모른 척 살아가는 나,

오늘 아침

책을 정리하며 돌사자의 간절함이 내 마음을 녹이듯

나도 누군가를 보듬어 주는 따스함을 갖는

마음의 여유를 누릴 줄 아는 어른으로 성장해야 함을 다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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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와 소수 쉽고 재밌는 초등 영재 플랩북 2
로지 디킨스 지음, 베네데타 죠프레, 엔리카 루시나 그림 / 어스본코리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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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둘째가 초등학교 입학이 다가오기 시작하면서 학습에 대한 걱정이 되어서 한글과 수를 가르치면서

첫째와는 많이 다르구나를 느꼈어요.

첫째는 스스로 학습을 하기에 시간이 오래 걸린 만큼 기본 원리를 알려주면 그 뒤로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능력이 뛰어나며

설명을 이해하는 힘이 참 좋은 아이에요.

반면 둘째는 학습을 잘 하려고 하는 욕심은 있으나, 수를 이해하고 수가 하나씩 커지고 작아지는 기본 개념부터가 쉽지 않았어요.

둘째와 학습을 시작하면서 '어쩜 이렇게 쉬운 걸?' 이해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설명하고 설명하다 아이의 성향을 아는지라 큰소리도

못 치고 나혼자 전전긍긍하며 아이 옆을 지켰어요.

첫째에게 두번 설명하여 그 단계가 끝났다면, 둘째는 여러 날에 걸쳐 설명하고 확인하고 그 과정을 몇 배로 걸쳐야만 그 단계를

마칠 수 있었어요. 자기 아이 가르치다 속터진다는 말을 처음으로 경험했지요.


아이가 2학년이 되어 수학의 시작인 구구단 외우기 과정이 2학기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1학기가 끝나갈 무렵부터

손으로 쓰고, 입으로 외우고, 가족끼리 구구단 게임하며 아빠가 일부러 틀려주고, 첫째가 아빠의 실수를 지적하면서

'아빠처럼 어른도 틀리는구나. 나만 틀리는 건 아니구나.'하며 틀린 것에 기죽지 않도록 신경을 썼지요.

담임선생님께서도 모든 시간 자신만만하고 목소리도 크게 발표 잘 하다가 구구단 외울 때가 되면 눈동자가 흔들린다고 상담을 해 주셨어요.

이미 가정에서도 알고 있는 상황이라, 애쓰고 있음을 말씀드렸더니, 그럼 걱정하지 않으시겠다 하셨어요.

그 후, 구구단과 관련된 시험이 여러번에 걸쳐 이루어지면서 실수가 줄어들고 자신감이 붙어 지금은 두자리 수 *한자리 수 계산도 척척 하며

스스로 무척 자랑스럽게 생각하게 되었지요.

한 고비 넘긴 아이의 모습을 보며, 아이는 자신감을, 지켜보는 저는 한 고개 무사히 넘어간 안도의 숨을 내쉬게 되었답니다.


3학년을 앞둔 겨울 방학, 첫째가 걱정을 하네요. '3학년 때 분수가 있는데, 이해할 수 있을까?'하고 말에요.

그 무렵 만난

『어스본 쉽고 재밌는 초등영재 플랩북 ②  분수와 소수』

시중에 출판된 학습만화와는 느낌이 다른 표지와 그림들, 그리고 플랩북으로 구성되었다는 설명을 보고

눈으로 읽고, 손으로 들추면서 어떻게 분수와 소수의 개념을 깨우칠 수 있을까 참 많이 의심했어요.  

 

 

 

 

로봇들이 조각을 나누고, 조각을 모으고 , 자르는 모습이

마치 과학실험을 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 표지를 통해 분수와 소수가 어떤 모양을 가졌는지 먼저 알 수 있어요.

 

표지를 넘기면 바로 목차가 나와요.

전체를 부분으로 나누는 경우   →  분수란?  →  분수 읽는 방법  →  분수의 분류방법  →  분수 비교  →  소수란?  →  백분율이란?    →  문제풀이 확인

 

 

 

단순히 분수가 무엇인지만 알려주고 설명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실제로 우리 주위에서 분수를 가장 잘 표현한 피자가게를 열어 피자 한판이 반으로 나누어지고

그것을 분수로, 소수로, 백분율로 다양하게 표현한 것을 첫 장에서 알려주면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수의 모양을 선보여주지요.

 

여러 형태를 자르고, 나누어 가지면서 다양한 분수의 모양을 가르쳐주고

1의 완전한 수가 나뉘고 나뉘면 어떤 형식의 분수가 되는지, 그 분수를 다시 모으고 모으면 1의 수가 된다는 것을

분수 읽기를 표현한 표로 익히게 되며

합혀지는 분수에서 플랩북을 활용하여 열면 수가 어떻게 표현되는지 알 수 있어요.

다양한 상황과 다양한 모습들을 이용해 아이들에게 책장을 넘길때마다 재미를 더해줘서

지루할 틈을 주지 않을 뿐 아니라, 마치 한편의 짧은 이야기를 읽듯 스토리가 있어 더 좋았어요.

그 뒤를 이어 분수를 서로 비교하는 단원이 나와요.

천천히 책장을 넘기면서 진지하게 읽어나가며 한 장 한 장 창을 열어 확인해 가며 열던 둘째가

분수 비교하기에서 얼마나 신이 났는지 몰라요.

처음 분수를 접할 때 몇분의 몇, 이 개념이 서지 않아 읽어내기를 부담스러워하더니

비교하기에 이르러서는

"어디 보자, 흰색쥐 너는? 회색쥐야 너는?"하면서 그들과 마치 이야기를 나누듯

나름의 방식으로 비교를 하더라구요.

즐겁게 분수의 세계로 발을 내딛을 수 있어 얼마나 반갑고 기뻤는지 몰라요.

 

 

 

소수와 백분율은,

엄마인 제가 살짝 맛보기로만 알려주고

마트에 갔을 때 몇 퍼센트 세일이라고 써 있는 문구를 상기시키며

퍼센트가 의미하는 곳과 할인율이 무엇인지 설명해 주면서 ,

우리가 할인 가격을 어떻게 계산해서 물건을 구입해 나가는지 알려주었어요.

소수와 백분율은, 분수에 대한 자신감이 좀 더 생기면

그 뒤에 하나씩 열어가면 새롭게 알아가는 재미를 주려고 살짝 아껴두었답니다.

 

 

 

마지막 장에는, 분수와 소수, 백분율의 개념을 재확인하며 스스로 얼만큼 알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공간입니다.

스스로 입으로 말하고 손으로 열어서 정답을 확인하는 플랩북,

우리 둘째처럼 수에 약한 아이들에게 수는 어렵고 딱딱한 학문이 아니라는 것을 다양한 그림과 플랩북이라는 재미가 더해져

어려운 이론과 친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어 참 좋을 것 같아요.

이미 다 배운 과정인 첫째에게는 플랩북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에 대한 확인과 더불어 자신감을 높혀주는데 한 몫을 한 것 같아요.

유아기가 지난 뒤 만난 플래북,

아이들에게 단순한 지식 정보가 아닌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해서 쉽게 이론을 정리해나갈 수 있는

놀이형식의 수학 공부가 되어 아이도 엄마도 참 즐거운 책읽기가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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