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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조를 찾아서 - 제6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작품집 ㅣ 사계절 아동문고 98
이지은 외 지음, 유경화 그림 / 사계절 / 2020년 11월
평점 :
1950년대부터 아동, 청소년 독자들을 대상으로 과학소설을 발표한, SF 과학기술을 탐구하는 분야에서 선구자 역할을 굳건히 해 주셨던 분이 계신다. 바로 학낙원 선생님이시다. 고인이 된 선생님의 뜻과 유가족들의 후원이 모아져 올해로 6번째 한낙원과학소설상 작품집이 출간되었다. 그 책이 바로 사계절 출판사의 『고조를 찾아서』이다.
『고조를 찾아서』는 다섯 명의 작가가 쓴 단편들을 모아 낸 작품집으로 우리의 일상 속으로 파고들어온 과학의 세계를 담고 있다. 우리의 상상보다 더 자유롭고 깊이있게 펼쳐진다.

첫번째 이야기 <고조를 찾아서>는, 친구가 가지고 온 사진을 통해 우연하게 고조할아버지가 친일파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 윤서가 고조할아버지를 설득하기 위해 시간 여행을 시작하는 이야기이다. 일제 강점기에 살았던 고조할아버지를 위한 윤서의 쪽지는, 고조할아버지를 헌병대에 잡혀가게 하지만, 후손들에게 윤서는 꽤 용감하고 멋진 선조로 기억된다.
과거와 미래를 오가는 시간 여행을 하게 되는 윤서를 보며 우리는 시간 여행이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재미있는 상상을 해 본다. 또한 시간 여행이 현실화된다면 예상치 못한 혼란으로 모든 시간들이 뒤죽박죽되는 아찔한 상황도 맞이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상상도 해 본다.

두번째 이야기 〈아아마〉는, 외모때문에 자신감을 잃게 된 여린이가 디지털 기계의 도움으로 새로운 얼굴을 갖게 되는 이야기이다. 외모 하위 3%라는 수치에 한없이 초라해진 여린이는 두렵지만 외모로 지어진 별명을 더이상 듣고 싶지 않기에 누구에게나 예쁘다는 소리를 듣는 '유나해'로 변신하기로 마음 먹는다. 전자마스크는 여린이를 유나해로 바꾸어주고, 항상 혼자였던 여린이는 친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새로운 일상을 선물받게 된다.
외모가 다는 아니지만 무시할 수만은 없는 현실에서 예민할 수 있는 청소년들에게 간절하기만 한 전자 마스크, 정말 이런 디지털 기계가 생겨난다면 개성이 없는 예쁜 얼굴들만 있는, 절대 자신에게 만족할 수 없는 삶을 사는 이들로 넘쳐나지 않을까. 스쳐지나가는 많은 이들의 얼굴이 모두 같다는 상상만으로도 끔찍하지만, 자신이 얼굴로 돌아온 여린이가 절망 속에서 자신의 힘으로 세상을 향해 내딛는 첫 발걸음처럼 우리의 아이들도 잠깐 흔들릴 수는 있지만 자신이 가진 것을 귀하게 여기는 한사람으로 성장해 나가리라 믿는다.
세번째 이야기는 〈구름 사이로 비치는〉는, 읽는 동안 윤재와 함께 조마조마했고 설레었고 따뜻했다.
붉은날개사슴 꾸꾸는, 연구 목적과 전시 목적으로 에셰르 행성에서 포획되어 온 하늘을 나는 외계 생물체이다. 꾸꾸는 연구소를 지키는 지구인들로부터 탈출해 윤재네 마굿간 숨어들어왔다. 윤재는 부모님 몰래 꾸꾸를 키우게 되지만, 어느 날 밤 꾸꾸의 이상 행동에 부모님의 도움을 청하게 되고, 꾸꾸의 예민했던 행동들이 새끼를 낳기 위한 방어적 행동이었음을 알게 된다.
윤재와 꾸꾸 그리고 새끼 뿌뿌는 윤재네 마굿간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멸종 위기 동물의 연구와 멸종 위기 동물의 보호 무엇이 먼저 일까. 우리에게 질문을 남기는 이야기이다.

네번째 이야기 〈우주의 우편배달부 지모도〉는, 혹시? 정말? 이라는 의문과 가능하다면? 하는 행복한 상상을 하게 하는 이야기이다.
명왕성 대기권 청소를 하는 나는 우연히 '지모도'라는 우편배달부의 일기를 읽게 된다. 사람의 활동 영역이 지구에서 명왕성 토성까지 확장된 미래의 모습에서 일기와 손편지가 쓰여져 서로에게 전달되는 이야기 전개가 마치 과거의 편지가 미래라는 시간속으로 흘러가는 영화의 한 장면과 연결되어 무척 흥미롭게 다가온다.
명왕성과 지구의 거리 차이가 2년. 언제든 서로의 소식과 서로 다른 별의 소식을 전하며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상상만으로도 즐거워진다. 나의 일상과 감정을 글을 통해 전달할 수 있다는 것, 너무나 아름다운 상상이다.

다섯번째 이야기 〈시험은 어려워〉는, 현실과 가상공간이 마주하는 가운데 치뤄지는 시험을 통해 학생들의 '도덕성'을 평가하는 이야기로, 과연 그 시험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의문이 들면서 씁쓸함이 밀려온다.
'자신을 대신해서 죽을 영혼을 갖다 바치라는' 지령과 함께 '시간의 미로에 갇혀 영원히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라는 압박 속에서 인간의 도덕성을 지켜내야 하는 시험 문제와 헬멧을 쓰고 스마트워치를 헬멧을 쓰고 스마트워치를 이용해 치뤄지는 시험이 상상만으로도 무섭게 느껴진다.
『고조를 찾아서』 속 다섯 편의 이야기는, 현실과 미래를 공존하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되는 지금의 상황에서 과학의 발전은 우리의 일상에 어떤 변화를 줄 지 막연한 상상을 해 보지만, 구체적으로 표현된 다섯 편의 이야기를 통해 상상과 현실, 과학과 인간의 관계를 좀 더 깊게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발전'의 목표를 명확하게 세워진 가운데 이루어지는 변화에서 사람이 가지는 고유성만은 지켜나가리란 믿음과 그랬으면 하는 바람을 간절히 바래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