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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고 슬퍼하고 사랑하라
김지윤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3월
평점 :
절판
우리는 태어나기 전부터 관계를 맺게 되고, 나도 모르는 사이 관계의 가지는 더 멀리 더 깊게 뻗어나가고, 의도치 않은 관계들 속에서 우리는 외로움도 쓸쓸함도 안정감도 충만감도 느끼며 살아가게 된다. 한 번 시작된 관계는 상황에 따라 변화되기도 하고, 때로는 그 관계로 인해 삶이 엉뚱하게 흘러가 걷잡을 수 없게 흘러가기도 한다. 우리는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희미해져가는 선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으며, 적정 속도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말하고 슬퍼하고 사랑하라』의 저자이자 관계소통을 위한 연구소를 운영하는 김지윤 소장은, 자신의 맺은 관계 속에서 겪은 아픔과 답답함, 무지함 속에서 참았던 지난날을 담담하게 담는다. 또한 선택의 관계로 이루어진 가정에서 남편과 아들과의 관계에서 변화되어가는 자신을 애써 감추지도 꾸미지도 않고 그대로 담아내어 독자에게 변화를 위한 대화와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를 만들어준다.
그래서 노력했다. 창백하고 앙상한 나 자신을 있는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에서출발해 살을 붙여갔다. 나 자신을 위해 많이 울었고, 누군가는 용서했으며 누군가에게는 용서를 빌었다. 사랑이 관계와 자기 표현의 영역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마음의 필요와 슬픔을 표현하는 방법들을 조금씩 배워갔다.
『말하고 슬퍼하고 사랑하라』는, 다섯 챕터로 구성한다.
#1. 사랑은 언어다
우리는 사랑받고 사랑하고 싶다. 그런데 사랑만큼 어려운 것은 없다. 사랑은, 말해야 안다. 상대가 알아주기를 바라는 것, 말하지 않아도 되는 것 그런 사랑은 서로의 감정을 감정 따위로만 여기기에 오래갈 수 없으며, 서로에게 상처만을 안기는 사랑으로 시간만 보내는 연애가 될 수 있다. 김지윤 소장은, 말한다.
그 재미있는 연예인 얘기도 하지 말고 친구 얘기도 하지 말고
내 얘기를 하라고? 내 무슨 얘기?
바로 Family, History, Issue이 세 가지를 말하면 된다.
#2. 슬픔을 말해야 당신이 산다
나는 수많은 관계 속에서 꽤 잘 참아내는 편이다. 불편해도 괜찮다고 말하고, 힘들어도 내가 하겠다고 한다. 어색한 관계가 나에게 또다른 불편을 주기에 내가 좀 힘들어도 참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의 참음 용량 그릇은 그리 넓고 깊지 못하다. 일방적인 한 사람의 참기는, 참음 용량 그릇이 채워지면 곧 끝이 나고, 관계가 끝난 뒤에야 참음이 관계를 깨뜨릴 수 있다는 것 또한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야 깨닫는다.
우리는 말은 배웠지만 말하는 법은 배우지 못했다.
소통은 진심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술이 필요하다.
연습을 해야 한다.
#3. 사랑인 것과 사랑이 아닌 것
연인 관계에 더 사랑하는 사람이 '약자'라는 말이 있다. 사랑하는 순간에는 '약자'임에도 행복하다. 그러나 관계 속에서 강자와 약자가 존재한다는 것은 언제든 그 입장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예견한다. 입장이 바뀌는 순간, 강자의 자리를 누렸던 사람은 인정할 수 없다.
사랑은 동시에 시작할 수 없는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향한 발걸음의 보폭이 같아야 하며, 서로의 보폭을 고려해 기다리고 주춤거리는 순간에도 함께 해야 한다. 어느 관계든 일방적인 것은 집착으로 변형되어 또 다른 괴로움을 떠안게 된다. 사랑은 떳떳하고 당당하게 하자!
당신이 집착하고 있다면,
인정해야 한다.
세상의 중심을 상대에서 당신 자신으로 바꾸어라.
원인을 추적하라.
안전장치를 만들어라.
집착과 애착 사이에서 길을 잃지 마자.
#4.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실수한다. 또는 나의 뻣뻣한 말투로 상대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관계를 깨지 않기 위해 무던히 애쓰고 노력한다. 관계라는 공간이 아슬아슬하게 존재하는 상황에서도 우리는 치열하게 싸우지만, 결과는 여전히 냉탕과 온탕을 오간다. 그 원인을 알았다. 서로의 다툼과 소통 부재의 원인을 상대의 잘못이라고 몰아가는, 나는 잘못이 없다는 오만이 상대를 지치게 하고, 서로의 거리를 넓혀가게 하였다는 것을. 함께 하는 공간에서 잘못은 서로에게 똑같이 50대50이라는 것, 너 잘난 나 잘난이 아닌 서로 잘못했다는 것을 우린 과감하고도 용감하게 인정해야 한다. 그것이 관계의 공간을 잘 지켜내는 첫번째 방법임을 나는 오늘에서야 깨닫는다.
부부는 서로에게 문제의 원인을 제공하는 존재다.
핑퐁 게임을 하듯 서로 원인을 주고받는다. 그래서 부부사이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한쪽은 검사가 되고,
다른 한쪽은 피의자 신분이 되 는것은 공정하지 않다.
문제를 풀어가는 데 공정한 시작점은 50대 50
혹은 무죄 추정의 원칙처럼 0이다.
#5. 누구 뭐래도 소중한 당신
우리는 연인, 가족, 친구, 직장 동료 등 다양한 관계를 맺고 그 속에 또다른 나를 만나게 된다. 관계의 형성과 성격이 다르기에 우린 다양한 모습으로 그들과 만난다. 우리는 모든 관계의 사람들에게 '좋은 나'이고 싶은 지나친 욕심을 부릴 때도 있다. 진정한 나를 잃어가는 관계에서의 나는 쉬이 지치고 스스로 나가떨어지게 마련이다. 온전한 나를 보이는 것, 힘들다면 관계라는 공간 속 거리를 넓히는 것, '좋은 나'가 아닌 '그냥 나'로 서는 것을 연습할 필요가 있다.
예전에 나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가족 안에서 해결을 봐야 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가족 전부가
통째로 바뀌지 않는 한 변화는 일어나기 힘들다.
그렇다고 계속 미워하면 나만 힘들다.
용서와 이해를 하기 위해 거리가 필요하다.
더 이상은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는 안전 거리를 확보하는 게 필요하다. 거리는 쉼을 주고, 용서의 공간이 된다.
독립은 그렇게 시작되는 것이다.
『말하고 슬퍼하고 사랑하라』는, 관계로 존재하는 다양한 만남과 그에 속한 시간들을 통해 경험한 다양한 사례를 김지윤 소장의 담담하고도 진솔된 고백을 통해 나를 돌아보고, 관계 속의 나의 모습을 관찰하는 시간을 준다. 내가 잘못하고도 있었던 행동이나 말을 꼬집지 않으면서 현실적 조언 또한 간단명료하게 전달한다.
관계라는 고리는, 깊이도 넓이도 모두 다르다. 하지만 그 속에 속한 '나'는 '나'일 뿐. 관계에 나를 맞추어 끼어넣는 것이 아니라, 관계라는 공간을 유동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거리의 유연성을 잘 활용하는 내가 되는 것, 그것이 바로 나답게 살아가는 가장 현명하고도 지혜로운 방법임을 깨닫는다. 오늘. 그래서 난 앞으로 만들어질 새로운 관계가 두렵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