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노을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82
이희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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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통의 노을

이희영. 글

자음과 모음 』

몇년 전, 둘째 소녀가 친구 생일 파티에 다녀와서 하는 말이

"엄마, 우리 친구들 엄마 중에 나이가 제일 많아. 그리고 친구 ○○네 엄마가 엄마랑 10살 차이가 나."한다. 친구 생일파티 다녀온 소녀의 말에 너무나 의아해서 자초지종을 물어보니, 생일 주인공 엄마가 아이 친구들에게 엄마 아빠가 하는 일과 나이를 물었다고 한다. 손님으로 온 아이들과 친해지기 위해 대화를 시도한 것이겠지만, 마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 가족의 일부를 들킨 것만 같은 불쾌감이 엄습해 온다.

우리는 '편견, 선입견없이'라는 말을 습관처럼 내뱉으며 교육하면서, 정작 실천해야 하는 우리는 겉으로 보이는 모습으로 모든 걸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판단하고 상처를 준다. 상처를 줬다는 일말의 양심도 없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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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영 작가의 『보통의 노을』 의 열여덟 노을이는, 서른 넷 엄마와 단둘이 살아간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노을이를 낳은 노을이의 엄마 최자혜씨는, 노을이의 누나로 보일 만큼 어려보이고 젊고 작다. 남매로 착각하는 그들에게 항상 엄마라고, 아빠는 없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최자혜씨, 한번 보고 말 그들에게 모든 것을 아무렇지 않게 밝히는 엄마를 노을이는 반갑지 않다. 그냥 넘어가도 될 것을.


최자혜씨는 나이 차가 많지 않아 받는 오해에 당당하다. 당당하기까지 그녀가 겪은 수많은 눈총과 편견 그리고 외로움은 얼마나 깊었을까, 곪고 터진 상처에 새살이 돋고를 반복한 세월만큼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회복력이 생겼을 것을 생각하니, 어린 그녀가 감당할 삶의 무게를 감히 나 따위가 잴 수나 있을까.



손끝에 딱딱하게 박인 굳은살과 여기저기에 난 상처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서툰 칼질로 어린 아들에게 이유식을 해 먹이던 시절에는 자주 칼에 베이고 끓는 기름에 화상을 입었다고 했다. 그 상처들이 지금까지도

수강도 가능했다.

고스란히 엄마 손등에 남아 있다.

지금 내 또래의 아이들, 멀리 갈 것도 없이 성하만 봐도 알 수 있다. 얼마나 말괄량이 천방지축이냔 말이다. 그보다도 어렸던 엄마였다. 차마 엄마라는 말조차 어울리지 않던 10대 소녀였다. 친구들과 군것질하고 연예인을 동경하며 시험 문제 하나에 웃고 울던 소녀가 하루 아침에 어른도 아닌 엄마가 되어 버렸다니. 그 삶이 어떠했을지는 그 누구도 쉽게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정말 나 보러 온거야〉중에서 33쪽



최자혜씨에게는 엄마보다 훨씬 큰 키에 단단한 몸을 가진, 엄마와 단 둘이 살게 된 배경에 대해 그 어떤 것도 궁금하지 않은, 엄마가 하는 말만을 믿고, 함께 살아가는 것이 전부인 아들인 최노을이 있다.


노을이는 엄마가 자신을 선택했던 그 어린 나이를 지나왔고, 그 선택이 엄마에겐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간이었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엄마의 결정은 가족과의 인연을 끊어야 했고, 사회가 주는 따가운 시선을 한 몸에 받아야 했으며, 한 생명을 책임져야 하는 막강한 책임을 져야 하는 외롭고도 고단한 삶이었음을 짐작한다.



노을이는 엄마보다 '최자혜'라는 이름이 잘 어울리는 최자혜씨의 보호자이자 동거인이고, 밤길을 걱정하는 오빠이자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이다. 그렇게 둘은 서로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오늘을 살아간다.

“아들, 우리 잘하고 있는 거야. 맞지?"

나는 엄마의 이 말이 좋았다. 그래, 우린 잘하고 있었다. 좀 더 잘해 내려 노력했다. 그 결과 고작 열두 살의 나이로 방세니 생활비 같은 말들을 내뱉었지만, 누군가는 이런 내 유년을 두고 너무 철이 일찍 들었다며 안타까워할지도 모르지만 정작 나는 김치볶음밥을 맛있게 먹는 엄마를 보는 것이 좋았다. 엄마가 조금 더 일찍 잘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했다. 엄마는 늘 우리라는 말을 입에 올렸다. 우리란 말 속에는 내가 너를 위해서가 아닌, 서로가 서로를 위해 함께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한쪽의 일방적인 희생이 아니라 협력이었고, 한 명이 앞서 걷는 것이 아니라 나란히 보폭을 맞춘다는 뜻이었다.

〈식어 버린 붕어빵〉중에서 75~76쪽



최노을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편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리얼하기도 한 여자 사람 친구 성하가 있다.


엄마의 악세사리 공방과 성하네 아버지가 운영하는 중국집과 같은 건물이기에 자연스럽게 만나 친구가 된 성하, 늘 혼자였던 노을이에게 거침없는 성하는 친구이자 마음의 문을 여는 방법을 알려준 사람이기도 하다. 성하는 오빠의 마음이 최자혜씨에게 향하고 있음을 눈치 챘지만, 그것은 오빠의 마음이라고 누구의 인정도 필요치 않다고 하지만, 노을이는 세상의 잣대에 또다시 상처받을 엄마가 걱정된다. 이젠 엄마를 건들면 그 누구라도 가만두지 않을 만큼 자랐지만 엄마의 곁에 누군가 있었으면 하는 자신의 바람과 뒤섞여 혼란스럽기만 하다.


엄마는 세상의 냉대와 차별을 온몸으로 견뎌낸 사람이다. 지금까지 내게 단 한 번도 생물학적 아적 아버지를 입에 올리지 않았던 건 그만큼 큰 상처를 받았다는 뜻이다.

엄마의 마음은 전장을 누비는 장수와도 같았다. 세상에 베이고 찔리고 뜯긴 상처가 온몸에 문신처럼 새겨져 있었다. 차라리 몸에 난 상처는 아물 수 있겠지만 마음속 상처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안으로 곪아 들어간다. 엄마는 누구에게도 쉽게 마음을 열지 않았다. 엄마가 장난처럼 “내 스타일이 아니야” 하고 말했던 것은 사실 외모가 아닌 마음이었다. 더 이상 상처받고 싶지 않다는 방어기제가 엄마의 마음 속에서는 오래 전부터 작동되고 있었다.

〈평범함이 뭔데〉중에서 100~101쪽



노을이는 여자 사람 친구로 못박은 성하를 소개시켜달라는 동우, 처음으로 먼저 손을 내민 친구 동우, 동우라면. 그런데 자꾸만 신경쓰인다. 소개팅을 다녀온 성하의 무성의한 말투에 노을이는 동우에게 따져묻는다. 돌아온 동우의 대답이 노을이를 당황케 한다. 하지만 노을이에게 동우는 여전히 친구이고, 세상의 편견과 맞서야 하는 동우에게서 세상의 편견과 마주서고 있는 자신과 닮은 구석을 발견하게 된다. 평범하게 산다는 것은 동우에게도 노을이에게도 특별하다는 것을. 다름을 틀림으로 바라보는 시선들 앞에서 자신의 삶을 최선으로 살아가는 둘의 교집합은 그렇게 서로를 끌어당겼나 보다.

 


세상은 절대 객관식 문제가 될 수 없다.

단 하나의 정답이 존재하는 곳이 아니란 뜻이다.



『보통의 노을』은, 고등학교 1학년 때 엄마가 된 최자혜씨와 열여덟 아들 최노을의 특별함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엄마의 길을 선택했던, 지는 노을이 너무나 아름다워 아이가 태어나면 나중에 꼭 보여 주고 싶다고 지은 이름 '노을'이를 키우면서 함께 성장해가는, 남과 다르다고 해서 틀린 것은 아님을 세상에 당당하게 보여준 그들의 이야기.


『보통의 노을』은 평범함의 기준과 '보통'이라는 말이 가진 이중성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남들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 있어야 하고 이뤄야 한다는 것 말이다.

시선만 달리하면 전혀 중요하지 않거든.

때에 따라서는 길가에 굴러다니는 쓰레기만도 못한 것일 수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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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정한 기준이라는 보이지 않는 선들을 사회가 바라는 이상이라고 착각하고 살았던 건 아니었을까. 그 기준만이 옳다고 여겼던 나의 짧은 견해가 다름을 틀림으로 각인하고 그 틀에 모든 것들을 넣어 재고 따진 것은 아니었을까 나를 돌아보게 된다.



'보통','평범'은 누가 잴 수 있나. 우린 모두 특별하다. 그 누구도 기준에 맞춰 살 수 없으며, 특별한 우리들이 살아가는 지금 이 순간, 그 누구도 평범하지 않으며 보통의 삶을 살아가지 않는다. 특별한 우리만큼이나 우리의 삶 또한 특별하며 그 누구도 기준에 맞추라 강요할 수 없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최선을 다해 삶을 살아가는 이유인 것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저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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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1학년 청어람주니어 저학년 문고 24
이지현 지음, 심윤정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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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1학년

이지현. 글

청어람주니어 』



가끔, 아주 가끔 아직 제대로 이야기를 알지 못하지만 표지를 보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터져 나오는 이야기가 있다. 표지만 보고도 웃음이 절로 나오게 만드는 이야기 바로 김지현 작가의 『우리는 1학년』이다.



하얀 털을 가진 강아지와 함박웃음을 짓고 양손으로 가방끝을 꼭 잡고 신나는 발걸음을 한 할머니와 그 뒤를 따라나오는 아이들의 모습이 마냥 행복한 모습이다. 표지만으로도 그들의 행복 바이러스에 전염된 느낌,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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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또출 할머니는, 오늘 아침 설렘으로 시작된다. 부녀회원들과 함께 온천으로 가기로 약속된 날 아침, 박또출 할머니는 반려견 독구의 아침밥을 끓여주고는 신신당부를 하고 집을 나선다. 독구와 할머니의 관계는 단순히 주인과 개가 아닌, 대화가 통하고, 서로 마음이 통하는 가족이다.



할머니가 떠난 조용한 빈 집, 독구는 방학을 맞아 조용한 학교에서 시간을 보낸다. 학교에서 노는 것이 제일 즐거운 독구는, 창문 너머로 글자도 배우고 시도 짓는, 독강을 아주 착실하게 한 학생이자, 박또출 할머니의 가장 소중한 가족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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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또출 할머니는, 온천을 마치고 화장실을 다녀오는 바람에 일행과 헤어지게 된다. 서둘러 온천 앞에 세워진 버스를 찾아야 하는데 문제가 생겼다. 분명 온천 앞에 세워진 파란색 버스였는데, 온천을 마치고 나오자 버스는 내릴 때보다 몇 배는 늘은 데다 파란색 버스마다 내린 그 버스가 아니다.



"천마관광"이라고 쓰인 버스라고 했는데, 박또출 할머니는 그게 어떻게 쓰인 글자인지 모른다. 바로 글자를 모른다는 것이 박또출 할머니의 약점이자, 잘난척 쟁이 안동댁이 미운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세상에 혼자 버려진 듯한 느낌에 식은땀을 흘려야 했던 박또출 할머니, 딸로 태어나 배움보다는 살림을 배워야 했던 우리들의 어머니를 보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그래도 당당함과 타고난 입담으로 주위를 환하게 비추는 박또출 할머니이기에 앞으로의 변화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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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또출 할머니는, 버스를 못 찾은 이유가 글자를 모르는 '까막눈'이라는 것이 모두에게 밝혀져 심통 가득한 얼굴로 집으로 돌아온다. 덕구는 할머니의 기분이 심상치 않음을 알게 된다. 그 원인까지도.



할머니는 덕구가 글자를 알고 시를 짓는다는 것, 학교 창문 너머로 익히게 된 것들이라는 것을 알고는 충격과 함께 새로운 결심을 하게 된다. 남들은 늦었다고 하겠지만, 할머니는 이제라도 배우고 싶다는 마음을 먹고, 수줍지만 굳은 의지로 학교를 찾아가 받아줄 것을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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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은 제 심정 모르실 겁니다. 글을 모르면 답답한 일이 얼마나 많은 줄 아십니까? [중략] 저는요 선생님, 읍내 중국집에 가서도 짜장면 밖에 못 사 먹습니다. 차림표에 음식 이름이 마흔 가지도 넘게 적혀 있는데 글자를 몰라서 주문을 할 수가 없어요."

[중략]

"글자를 몰라 불편하신 건 알겠는데 그래도 지금까지 큰 탈없이 살아오셨잖아요. 공부를 하고 싶어 하는 마음도 알겠는데 안타깝게도 여기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학교입니다. 그래서 할머니를 받을 수가 없어요. 혹시 짜장면이나 탕수육이 드시고 싶으시면 저를 찾아오세요. 제가 사 드릴게요."

"내가 언제 짜장면 먹고 싶다 했습니까? 글자 배우고 싶다고 했지!"

박또출 할머니는 서운한 마음에 교장 선생님에게 벌컥 화를 내고 말았어요.

『우리는 1학년』 53~55쪽



덕구도 아는 글자를 모르는 것, 남들 배울 때 배우지 못하고 산 것이 너무나 후회되는 박또출 할머니가 학교에 들어가는 과정과 1학년 아이들 사이에서 글자를 배우는 과정이 담겨진 『우리는 1학년』은, 재미와 더불어 배움에 대한 열망이 가득한 할머니의 열정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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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에는 누구나 '까막눈'이 될 수 있다. 우리가 매일 같이 다니는 주변을 살펴보면, 우리의 한글 간판보다는 영어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일본어와 러시아어 등 다양한 언어들이 즐비하기에 우리 모두는 '까막눈'이 될 수 있다. 이것은 박또출 할머니의 경우와는 다르지만, 우리에게 배움의 시기를 놓치면 답답할 수 있다는 현실과 언제든 배움은 정해진 시간이 있지 않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



박또출 할머니의 긍정적인 사고와 배움에 대한 간절함이 녹아내린 『우리는 1학년』은, 아이와 함께 배움에 대해 재미와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는 동화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저의 객관적인 견해를 담아 쓴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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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고 있니? 에프 그래픽 컬렉션
틸리 월든 지음, 원지인 옮김 / F(에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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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듣고 있니?

틸리 월든. 글

f. 에프 그래픽 컬렉션』

 

 

 

 

아이들은, 어른들을 위한 '배려'를 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상처를 돌보기 전에,

자신에게 남겨진 상처가 어떻게 곪아가는지도 모른 채,

부모의 마음이 다칠까,

부모와 연결된 또 다른 관계가 깨어질까

혼자서 모든 상처를 끌어안는다.

 

 

올바름을 강조한 부모에게서 자란 자녀들은,

상처 정도는 스스로 감내해야 하는,

상처를 드러낼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올바름이 때로는 잘못을 덮어주는

바람막이가 되어준다는 것,

그것이 우리 아이들이 더욱 아프게 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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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는 무작정 걷는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조차 계획이 없는 그녀는, 무작정 걷는다. 도로의 어수선함과 어두워지는 배경이 불안함을 가중시키고, 상점에서 우연히 만난 '루'와의 겉도는 대화를 통해 비의 불안정함을 느끼기엔 매우 충분하다.

 

 

'루'는 비의 엄마차를 정비해 준 기억을 떠올리며, 갈 곳이 없어 보이는 비를 차에 태운다. 비가 말한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기로 하면서 '자동차'라는 한 공간에 함께 하게 된다. 서로 묻고 대답하는 대화 속에서 그들은 마치 다른 대화를 하는 듯 튕겨져 나올 뿐, 서로에 대한 그 어떠한 교감도 나누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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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는 엄마가 남긴 차를 몰고 기억에 남아 있는 고모할머니댁을 찾아가는 길이다. 우연하게 만난 '비'와 동행하면서 뜻하지 않은 일들을 경험하게 되면서 자신이 가슴에 안고 있던 감정이 "상실"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 원인이 엄마의 죽음이라는 것을 깨달아 가게 된다. 자신이 내내 감추고 있었던 '성소수자'임을 말하고 싶어진 순간, 그녀의 곁에 더이상 엄마가 없다는 현실과 마주하게 한다. 루가 느끼는 상실감은 무기력함으로 확산되고, 자신이 애정을 담아 하는 정비사일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삶을 위한 에너지를 모두 소진한 상황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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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는 처음으로 상처를 드러낸다. 나이가 같은 친척에게 성폭행을 당했지만,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집을 나온다. 자신만 떠나면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라는, 자신의 상처를 스스로 안고, 자신이 잘못했기에 일어난 일로 자책하며, 상처는 더욱 깊게 곪아간다. 친척이 저지른 것을 자신의 잘못이라고 단정짓는 비는, 여전히 외롭고 여전히 아프다. 그녀의 아픔을 아무도 알지 못한 지금, 비는 처음으로 루에게 털어놓으며, 그 동안 꽁꽁 안았던 상처와 직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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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는 비의 상처를 꼭 안아준다. 절대 비의 잘못이 아니라고, 너는 잘못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녀를 온 힘을 다해 안아준다. 루는 비의 눈물과 상처를 안아주며, 자신의 가슴 속에 남아있는 상실감에 온기를 채우는 기회가 되어준다. 혼자 남겨진, 자신의 삶이 갑자기 의미없게 여긴 루에게 비의 힘겨움은 루에게 다시 일어나야 하는 디딤돌이 되어 준다. 비를 안아주듯 루 스스로 자신의 상실감을 안아줄 수 있는 용기를 자아낸다.

 

 

 

'비' '루'의 무작정 여행길에 동행하게 된 길잃은 고양이 다이아몬드, 비는 길을 잃고 헤매는 다이아몬드에게서 무작정 집을 나와 헤매는 자신의 모습과 겹쳐지면서 집 찾아주기에 열을 올린다. 지도에도 나오지 않은 길, 길마다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길, 고양이를 찾기 위해 그녀들의 뒤를 쫓는 두 남자와의 만남, 무계획으로 떠난 여행길은 모험이 되고, 그들이 찾고자 하는 고양이에게 신비한 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비' '루'가 가는 길에 생겨나는, 이상하리만치 이상한 일들이 고양이의 신비한 힘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게 된다.

 

 

 

'비' '루'의 어색하고도 다른 세계에서의 대화가 이어지는 초반과는 다르게 조금씩 서로의 상처를 짐작하게 되고, 서로에게 마음의 문을 열고 상처를 드러내는 중반으로 넘어가면서 그들의 대화가 겉돌기만 했던 원인을 찾을 수 있게 된다.

 

 

 

'비' '루'는 듣고 싶었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는 것을. 나를 가장 잘 알고 가장 아낀다고 말하는 부모의 입을 통해서 말이다. 들을 기회를 상실한 '루'와 들을 기회를 갖는 것이 힘겨운 '비'가 떠나는 낯설고 험난한 여행길을 함께 하면서 부모의 역할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해 본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저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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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이 사는 골목 푸른도서관 84
김현화 지음 / 푸른책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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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린이 사는 골목

김현화. 글

푸른책들 』

 

나의 열다섯살, 행복하지 않았다. 그 땐 하루 하루를 견뎌내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처음으로 느낀 나이였다. 강원도 시골에서 서울로 전학을 온, 아빠도 엄마도 새로운 직장을 찾아야 하고, 대학 입시를 포기하고 취업 준비로 바깥 생활이 많아진 언니와 대학 입시를 앞두고 전학온 오빠의 뒤늦은 사춘기, 초등 동생의 외로움이 얽히고 얽혔던, 내 나이 열다섯살은 가족들과 서울 친구들 사이에서 눈치보며 지내야 했던 시간으로 기억된다. 그 때 처음으로 '가출'이란 걸 하면 마음 편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어둡잖은 어른 흉내를 내보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곤 했다. 많이 울고 많이 몸부림쳤던 그 때의 나에게 어른이 된 나는, "잘 견뎌냈어."라고 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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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작가를 꿈꾸는 선웅이와 한국인 아빠와 태국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은형, 무료 급식소 꽃밥집을 운영하는 할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기수와 약자를 짓눌러야만 살 수 있는 이호, 이들 모두는 열다섯. 아이도 어른도 아닌, 관계 속에서 치열하게 견뎌내는 방법을 찾아가는 이들의 이야기 『기린이 사는 골목』은,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나의 열다섯살을 떠올려보게 한다.

 

 

"난 동화 쓰는 사람이 될 거야. 내 말이 잘 익어서 뭔가를 말하지 않고는 못 배길 때마다 동화를 쓸 거야. 그 동화 속 주인공은 언제나 은형이 누나로 할 거야. 누나가 내 동화 안에서 말하고 생각하고 움직일 거야. 빛이 나는 사람이니까, 누나는. 내 동화를 듣는 사람들도 그 환한 빛을 볼 거야. 누나는 그런 사람이야. 나, 현선웅한테."

《달밤의 대화》중에서. 15쪽

 

은형이는 여전히 앵두나무 어둠 속에 앉아 있었다. 골목의 가로등에 노랗게 불이 들어왔다. 집집마다 유리창 너머 환한불빛이 흘러나왔다. 은형이네 집만 짙은 어둠에 눌려 있었다.선웅이는 방 불을 내렸다. 혼자만 환한 곳에 있고 싶지 않았다. 호루라기를 손에 잡은 채 앵두나무 덤불을 지켜보았다. 누나는 혼자가 아니라고, 달밤에 함께 거닐 때처럼 소리쳐 말해주고 싶었다.

《배화동 저녁》중에서. 70쪽

 

 

선웅이의 하루는, 은형이의 대문 여닫는 소리로 시작되고 마무리가 된다. 은형이와 거리를 두고 걸으며 학교를 하고, 은형이의 뒷모습을 보며 수업을 듣고, 은형이가 아빠가 잠들기 전까지 집에 들어가지 못한 채 방황을 지켜보고, 새벽에 거리를 헤매는 은형이의 길잡이가 되어 주는 것, 그것이 선웅이가 은형이를 위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며, 선웅이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선웅이는 고도비만이라는 체형으로 버스를 타지 못하고 학교의 언덕길을 오르는 것이 힘들다. 그것이 빌미가 되어 이호의 놀림을 받지만 그것보다 혼혈아인 은형이를 '튀기'로 부르며 괴롭히는 것을 지켜만 볼 뿐, 도움이 되지 못하는 자신의 소심함이 더 괴롭다.

 

선웅이는, 매일 밤 들려오는 은형이 아버지 원중선 아저씨의 술주정 소리와 진따나 아줌마의 매다리는 소리 속에서 은형이의 안부를 걱정한다. 따듯한 말 한마디 하지 않는 사이란 걸 알지만, 선웅이는 은형이를 걱정하고, 그녀가 어둠 속으로 깊이 들어가는 것이 이 아플 뿐이다. 외로움과 두려움에 살아야 하는 은형이에게 선웅이는, 꿈길의 사바나를 지키는 기린이 되어 목을 길에 늘어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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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형이는 매일이 힘겹다. 학교 끝나고도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도박과 술주정으로 하루를 보내고도 성에 차지 않아 엄마와 은형이를 괴롭혀야만 하는 아빠가 잠들어야만 하는, 그의 존재를 은형이는 이제 끊어내고 싶다. 은형이는 모두가 잠든 밤 조용히 집을 나와 깊고 깊은 사바나를 찾아 거리를 헤매인다. 그 때마다 동행해 주는 선웅이의 안내에 따라 집으로 돌아온다. 그녀의 밤산책은 그녀의 가슴에 품은 상처가 아프고 덧나고 있음을 대신해서 표현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그것을 아는 유일한 사람은 선웅이 뿐이다. 선웅이는 그렇게 매일 밤 은형이와의 밤산책을 동행하고, 그녀의 상처에 딱지가 내려앉기를 기다린다.

 

 

슬픔이란 게 있다면 이런 빛일까. 새빨갛게 물든 밥알들이, 순전히 누군가의 한 끼가 되기 위해 몸빛을 바꾼 그 밥알들의 붉은빛이 슬펐다. 밥은 밥답기 위해서 밥다운 노릇을 하는데, 나는...... 선웅이는 숟가락을 내렸다. 뚜루룩, 붉은 보리밥 위로 눈물방울이 떨어졌다.

《복숭아씨를 꿈꾸다》중에서. 1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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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웅이에게 기수는, 곤란한 상황에 짠!하고 나타나는 히어로 게임 속 전사다. 이호 패거리에게 가방이 내동댕이 쳐졌을 때도, 놀림을 받는 은형이를 위해 짓눌려진 용기를 펴고 있을 때도, 원중선 아저씨가 은형이와 진따나 아줌마에게 폭력을 행사할 때도 날카로운 눈빛으로 한번에 제압하는 모습이 선웅이에게는 전사이자 영웅이다.

 

반면, 무료 급식소 꽃밥집을 운영하는 이복구 할아버지와 단둘이 살아가는 기수에게도 삶은 그리 따듯하지 않다. 젊은 시절 지뢰로 얼굴을 잃은 할아버지 곁에서 살아가는 기수 또한 감추고 숨기는 삶에 익숙해져간다. 그에게 친구란 이호 패거리들에게 당하기만 하는 선웅이를 위해 나설 때의 잠깐일 뿐, 그 누구와도 관계의 선으로 들여놓지 않는다.


 

“네가 개미한테 느꼈던 거, 난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거든. 묘했어. 이런 애도 있구나. 그 뒤로 내가 거미줄을 치고 사는 것도 아닌데 네가 자꾸 내 시야에 걸리는 거야. 거미줄에 걸린 나방처럼.”

“맞아. 네가 여러 번 날 구해 줬어.”

선웅이는 입을 실룩거렸다. 기분 좋았다. 자기가 누군가에게 감동을 주었던 일에 대해 듣는 건 즐거운 일이었다. 그런 사실을 기억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기쁜 일이었다. 무인도에서 살고 있었지만 그런 나를 응시하는 존재도 있었구나 싶었다. 선웅이도 오래전 기억을 떠올렸다.

 

"초등학교 때 너네 집 앞에서 가끔 기웃거렸어. 꽃밥이 어떻게 생긴 건가 궁금해서. 정말로 꽃을 넣고 짓는 밥인가 해서.”

“그런데 오늘 보니까 꽃이 없지? 실망했겠다.”

"아니.”바람이 가슴으로 밀려왔다. 쌀쌀하지만 기분 좋은 바람이었다.

“꽃보다 더 좋은 게 들어 있다는 걸 깨달았어.”

기수가 궁금한 눈으로 걸음을 세웠다. 은형이도 선웅이를 보았다.

"따뜻한 가슴.”

가을바람이 한 차례 더 세 사람의 이마로 날아왔다.

"아까 밥 먹으면서 문득 생각했어. 이 밥이 꽃보다 단 건 할아버지의 따뜻한 가슴이 들어 있어서구나.”

《같은 시선》중에서. 156쪽

 


매화동 골목에는, 한달에 한번 노숙자를 위해 침을 놔주는 한의사, 선웅이 아버지, 무료 급식소 꽃밥집을 운영하는 기수네 할아버지 이복구 할아버지, 길고양이 삼백이를 돌보며 꽃밥집에 일손을 거드는 권오복할머니, 이복구 할아버지의 영정 사진을 그린 황인백 아저씨가 서로의 자리를 지키며 서로를 보듬어 안으며 살아간다.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가 아닌, 내가 가진 것을 내놓는 용기를 가진 이들이 사는 매화동 골목은 날마다 조용하고, 날마다 시끌벅적하며, 날마다 누군가의 사연이 흘러나오는, 아주 분주한 곳이다.

 

그들 틈에서 자라고 있는 선웅과 은형 그리고 기수는 열다섯이란 나이를 힘들게 받아들이며 하루 하루를 이겨내며 살아간다. 스스로가 가진 것이 너무나 비루하다고 판단한 그들은 스스로 타인으로부터 등을 돌리고 혼자인 시간을 선택한다. 혼자인 것이 익숙한 듯 하지만, 결코 즐겁지 않고,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등을 돌릴 때의 용기보다 다시 등을 돌려 타인을 바라보는 것이 더 큰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그들은 서로를 친구라 부를 수 있게 되었으며, 서로의 말에 귀 기울일 수 있게 되었다.

 


 

이복규 할아버지가 주워다 쌓아 놓은 폐지 더미 아래 낡은 리어카가 보였다. 그 너머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났다.

“이기수…….”

기수의 어깨 위로 별빛이 무너졌다. 그 애도 열다섯 살이었다. 별빛이 무거운 듯 움츠린 어깨. 그 애에게도 낯설고 두려운 것이었다. 죽음이라는 것은, 히어로 게임 속의 전사 같던그 아이도 고작 열다섯 살이 맞았다. 손수레에 기대 앉아 꺼욱꺼욱 울고 있는 것을 보면, 별과 기수 사이의 공간이 슬픔으로 꽉 차올랐다. [중략]

여기저기서 콧물 훌쩍이는 소리가 났다. 기수의 어깨가 조용히 흔들렸다. 선웅이는 가만히 기수의 어깨를 잡았다. 기수가 돌아보았다. 늘 차갑기만 했던 그 아이의 눈에 강물이 흘렀다. 절렁절렁 깊은 강물 소리가 났다. 선웅이 눈에서도 강물소리가 났다. 기수가 조용히 선웅이 어깨에 손을 올렸다. 서로의 마음에서 흐르는 강물 소리. 문득 고요해지는 순간이었다. 《강물 소리》중에서. 194~204쪽


 

『기린이 사는 골목』은, 배화동 골목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가진 것을 베풀 줄 아는 사람, 가졌지만 더 갖기 위한 사람, 가진 건 없지만 나눌 줄 아는 사람과 그 나눔을 감사하게 여기는 사람, 타인의 아픔을 진심의 눈으로 바라보고 곁을 지킬 줄 아는 사람, 타인의 순수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줄 아는 눈을 가진 사람, 함께라는 말이 가진 참의미를 아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담하고도 절절하게 담겨있다.

 

열다섯살의 우리 아이들과 열다섯 살을 보낸 부모가 함께 읽으며, 함께 눈시울을 붉히고, 함께 그 시간의 고단함을 나눌 수 있는 『기린이 사는 골목』은, 근래에 읽은 청소년소설 중 가장 진실된 우리의 모습을 담아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열흘 낮밤 걸어도 끄떡없는 낙타의 끈기와 사자나 호랑이를 피해 홀로 나무숲과 빼곡한 수풀 속에서 살아가는 표범의 자유로움을 반반씩 닮은 기린이 되어 은형이의 사바나를 지켰다. 목이 길어서 울지 못한다는 속설이 나돌 만큼 과묵한 기린이지만꼭 울어야 할 때는 황소처럼 울기도 한다는데, 아카시아잎을따 먹기 위해 일곱 개의 목뼈가 죽죽 늘어난 것일 수도 있지만사바나를 보행하며 지평선 너머의 것에 대한 궁금증으로 목이늘어난 건 아닌지. 태생적으로 멀고 먼 세계에 대한 의문과 환상으로 고개를 그처럼 늘린 건 아닌지. 은형이를 지켜보며 어느새 목이 한 자씩 자란 선웅이처럼.

 

기린은 유약하지만은 않다. 맹수는 아니지만 강력한 뒷발차기로 천적이 거의 없는 초원의 강자이기도 하다. 꿈길의 사바나를 굳건히 지키며 은형이와 거니는 시간은 행복했다. 어쩌면 은형이보다 선웅이가 그 꿈길에서 더 깨어나고 싶지 않았는지도 몰랐다. 장렬한 태양이 두더지 굴속의 뒷간까지 비추고야마는 그 환한 사바나야말로 상처 입은 누군가를 지키기에 가장안전한 곳이라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눈꽃 불꽃》중에서. 216쪽

 


어둠과 외로움 속에 갇힌 은형이를 위해 사바나의 기린이 자처한 선웅이의 순수하고도 맑은 마음이 담긴 『기린이 사는 골목』은, 나의 가슴에 남겨진 열다섯 살의 상처가 위안을 받는 듯하다. 그 때 내 곁을 지켜준 친구 하나가 있었다면 나의 열다섯은 불행하기만 했던 시간은 아니었을 거란 생각이 문득 들면서, 은형이에게 열다섯은 또다른 시간으로 기억되길 바래본다.

 

열다섯 살을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 꼭 견뎌내라고 전하고 싶다. 분명 곁에서 지켜봐주는 선웅이가 있고, 기수가 있을 거라고. 다만 그들은 스스로 은따를 자처했기에 우리 앞에 나타나지 않을 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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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식의 미래를 파는 상점 - SF 소설가가 그리는 미래과학 세상
곽재식 지음 / 다른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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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파는 상점

곽재식. 글

다른』

 

"미래", 단 두 글자가 가진 힘은 참 대단하다. 마냥 행복한 꿈에 젖어들게도 하고, 하염없이 비극적으로 빠져 모든 것을 잃은 듯한 상실감을 느끼게도 한다. 우리는 자라면서 많은 이들로부터 '커서 뭐가 되고 싶니?'라는 질문을 받고, '상상글쓰기', '상상화 그리기' 등 미래를 꿈꿔보는 과제를 통해 우리가 살아가가는 세상이 앞으로 어떤 변화가 있을까 즐거운 공상에 젖어들게 하는 것, 그것이 미래이고, 우리가 살아낼 또 다른 시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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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위한 즐거운 상상, 오늘은 공학 박사이자 과학 논픽션 소설을 쓰는 작가기도 한 곽재식님의 『미래를 파는 상점』을 통해 구체적이고 우리의 생활 가까이 다가온 상상을 해 보려고 한다. 끊임없이 변화되고 있는 사회의 흐름 속에서 우리의 생활도 다양한 영역에서 변화되고 있으며, 우리는 그 변화에 발맞춰 나가고 있으며, 생활양식에도 많은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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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파는 상점』은, 미래 세상에서 유행하는 여러 가지 물건을 파는 상점을 구경하며 어떤 상점들이 입점되어 있고, 그곳에서는 어떤 물건들을 팔고 있으며, 어떤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지, 그 물건으로 인해 우리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를 살펴보는 구성으로 이루어진다.

 

《가전 - 식료품 - 잡화 - 계산대와 특별 판매》코너 순으로 이동하면서 우리 생활이 변화되는데 필요한 또는 그것으로 인해 변화되는 새로운 변화의 물건을 안내하고, 어떻게 변화되는지를 전달한다.

 

공학 박사이기에 가능한 과학적인 설명부터 실생활에 접목시켜 나가는 과정을구체적이고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어, 우리가 살아갈 미래의 시간이 자연스럽게 떠올려진다. 또한 미래의 세상의 변화 속에는 현재 일부 기관에서는 행해지고 있는 것들도 있어서 먼 미래라고 생각하기엔 가깝게 다가와있음을 실감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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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지금의 이 시간도 누군가에게는 미래였고, 꿈꾸는 내일이었다.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자연스럽게 여기는 다양한 문물들이 그들에겐 꿈이었고, 변화를 위해 애써준 이들의 노고가 이뤄놓은 쾌거였을 것이다. 우리의 미래도 누군가에게는 현실이고 지금일 것이다. 그 미래를 우리가 만들어가는 일, 그것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책임이자, 지금의 우리를 위해 애써준 많은 이들에게 대한 도리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미래를 파는 상점』은, 4개의 코너를 쇼핑하면서, 변화된 것들을 하나씩 설명하면서 우리의 생활에 일어날 변화를 아주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드러난다. 그것의 정의부터 만들어지는 과정, 완성된 후의 변화까지 매우 잘 설명하고 있어 읽으면서 점점 빠져들게 되면서, 우리 주변에 쓰이는 경우를 추측해 보는 또 다른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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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했던 즐거운 상상이 『미래를 파는 상점』을 만나 입체화되는 과정을 거친다. 우리의 막연했던 불안감도 구체적이고 자세한 설명을 통해 우리의 생활 깊숙이 들어올 미래의 모습이 기다려진다. 인간과 인간이 만든 새로운 도구들이 공생하는 미래의 모습은 지금과 크게 달라질 수도, 디테일한 면에 편중되어 자연스럽게 수용하며 우리의 생활을 윤택하게 만들어가는 미래의 모습이 될 수도 있다.

 

우리가 내딛는 한걸음 한걸음은 미래를 향하고 있다. 미래에 대한 궁금증, 혼자하는 즐거운 상상, 곽재시님의 『미래를 파는 상점』을 함께 쇼핑하면서 상상이 현실로 다가오는 모습을 함께 느껴보라 권한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저의 객관적인 시선이 담긴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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