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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무늬 - 청소년 디카시집
박예분 지음 / 책고래 / 2024년 1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작년 겨울 평생학습사 실습을 하던 실습기관 프로그램에 어르신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었다. 시작은 약초에 관심 있는 회원들이 주축이 되어 모임이 진행되다가 데생 수업으로 이어져 그림 전시회까지 무사히 마치신 후, 이번에는 사진 시라고 하여 핸드폰을 활용하여 사진을 찍고 그 사진에 시를 쓰는 활동으로 이어가면서 시 창작에 몰두하셨다.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면서 실습생인 우리들도 디카시에 도전해 보자고 의견이 모아졌다가 실습이 끝나고 각자 자기 자리를 찾아가면서 흐지부지되었다.
'참 괜찮은 작업이다' 생각하던 나였지만, 그 후 잊고 있었다. 그런 중에 청소년을 대상으로 쓴 디카 시집이 출판됨을 알고 무척 반갑고, 도전해 보지 않은 것에 대해 아쉬움이 밀려왔다.
십 대들의 어깨에 지워진 학업과 입시, 진로의 고민들은 적립금처럼 쌓여만 갈 뿐 해소할 창구가 없다는 것이 어른의 입장에서 참 안타까운데 '디카시'라는 새로운 창작 분야가 있어서 참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꼭 디지털카메라가 아니더라도 항상 손에 들린 핸드폰을 이용해 사진을 찍고 그 사진에 자신의 감정이나 하고 싶은 말들을 짤막하게 적으면서 잠깐의 여유를 갖는 것은 쌓인 무게를 조금은 덜어낼 수 있다.
디카시는 청소년들이 단순히 풍경을 바라보는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만의 목소리로 세상과 소통하는 창의적인 도구가 되어 준다. 박예분 시인은 “디카시는 사진이나 영상을 단순히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을 깊이 바라보며 새로운 의미를 창조하는 작업”이라고 말한다. 독자들은 시인의 작품을 통해 단순히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만의 시선을 발견하고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자연과 사물 속에서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보게 될 것이다.
『나의 무늬』는,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자연과 사물의 사진에 새로운 시선을 담은, 짧은 시 속에 하고 싶은 말, 생각해 볼 만한 시선, 미처 느끼지 못한 생각들을 실었다.
십 대들이 읽고는 피식하고 웃을 수 있는 글귀부터 한번쯤 스쳐 지나갈 법한 감정을 담담하게 적어 울컥하게 만드는 글귀까지 다양한 사진만큼이나 다양한 감정들을 담고 있는 디카 시집이다.
디카 시의 시작을 박예분 시인이 열어주었다. 청소년에서 어르신, 사진찍기를 좋아하고 주변에 관심을 갖는 누구나 디카 시에 도전해 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연과 사물 그리고 현상을 보고 나만의 언어를 담아내는 작업은 자기 계발뿐만 아니라, 새로운 분야로의 도전에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의 무늬』는, 시를 읽는 즐거움과 익숙한 장면들이 찍힌 사진을 보는 반가움, 시가 주는 여운이 함께 어우러진 시집이다. 『나의 무늬』를 통해 독자들이 스스로 자신만의 빛깔을 담아 자신만의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 참 반갑고 고마운 책 한 권을 만났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된 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