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킷 리스트
나태주 지음, 지연리 그림 / 열림원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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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에 유퀴즈에 나온 나민애 교수님이 나오셔서 

아버지 나태주 시인과의 대화를 짤막하게 들려주셨는데

시 한 편을 읽는 듯 언어의 아름다움

두 분이 나란히 앉아 이야기 나누는 모습을 그려보는 것만으로도 

따듯해서 그 자리를 떠나고 싶지 않았다.


나태주 시인의 시들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 보면

우리와 같은 자연을 보고

우리와 같은 삶을 살면서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하면서

그대로 '시'라는 고운 그릇에 담아내서 아닐까 싶다. 


이번에 읽게 된 나태주 시인의 시집 『버킷 리스트』는,

내가 세상에 나와 해 보지 못한 일

내가 세상에 와서 가장 많이 해 본 일

내가 세상에 나와 꼭 해 보고 싶은 일

로 구분하여 삶과 만남, 감사와 그리움을 

고이 담은 따듯하고도 애잔한 시들이 채워진다. 





 나태주 시인의 시를 읽으면서 

시와 너무나 잘 어울리는 그림에 매료되었다.

사계절 그리고 우리의 삶과 똑닮은 자연의 그림과

 나태주 시인으로 짐작되는 이의 모습이

그림과 자연스럽게 동화되어 시 한 편에 그림 하나에 

더 오래 머물도록 하였다. 


시도 그림도 나에게는 완벽한 

나태주 시인의 시집 『버킷 리스트』







내가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너는 몰라도 된다

너를 좋아하는 마음은 오로지 나의 것이요,

나의 그리움은 나 혼자만의 것으로도 차고 넘치니까…

나는 이제 너 없이도 너를 좋아할 수 있다.

막동리 소묘(2016년 출간된 시집) 172.


좋아하는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다고 말하면서도

내심 알았으면, 알은 체 해줬으면 하는 그 마음보다

너를 향한 그리움으로네가 없어도 좋아할 수 있는 그 마음

얼마나 깊이있는 좋아함인지 가늠할 수 없지만

너를 좋아하는 나도, 내가 좋아하는 너도

분명 행복한 사람임은 분명하다.


가지 말라는데 가고 싶은 길이 있다

만나지 말자면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

하지 말라면 더욱 해 보고 싶은 일이 있다


그것이 인생이고 그리움 

바로 너다

그리움4. 206쪽

 





딸 아이 방에 꽃을 꽂아 본다

 

빈방이 화들짝 

잠에서 깨어난다


봄이다, 프리지아.

노랑. 중에서 69쪽


자연과 사람이 하나됨을 표현하는 시에서

예쁨에 한 번, 표현력에 한 번,

놀라움의 탄성을 절로 지르게 된다. 

예쁜 모습을 사진첩에 담느라 바쁜 나의 손길,

시인은 고운 시어에 우리의 삶을 담아내고 있다. 


구름의 잔에 

음악을 풀어 넣는다.


비어 있는 인생이

문득 향기롭다. 

오후2. 218쪽





모르는 것도 가볍게

처음 해 보는 일도 가볍게

낯선 사람하고도 가볍게

낯선 곳을 찾을 때도 가볍게

익숙한 일은 더욱 가볍게

그렇게만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가볍게. 134쪽


우리는 온 몸에 힘을 실어 살아간다. 

어깨에 힘 팍 주고, 두 주먹 불끈 쥐고

우리가 힘 주는 만큼 일이 술술 풀리는 것은 아니니

긴장 훌훌 털고 가벼운 마음으로 꿋꿋하게 

혼자 걸어가는 인생길 

틀리면 다시 돌아가면 되니 당당하게

나를 괴롭혀 힘들어하지 말아라,

뒤따라가느라 종종거리지 말아라,

갈길 당당하게 걸어가라 응원하고 싶다.

응원받고 싶다. 나도. 


두 셋이서 피어 있는 꽃보다

오직 혼자서 피어있는 꽃이

더 당당하고 아름다울 때가 있다.


너 오늘 혼자 외롭게

꽃으로 서 있음을 너무

힘들어 하지 말아라.

혼자서. 109쪽



나태주 시인의 시집 『버킷 리스트』는, 

따듯했고 든든했으며 그리움에 뭉클했다. 

마음에 폭죽을 터트리기도 한 듯 심쿵하게 했다가

그리운 이 떠올려 마음 한편에 촉촉함 안겨주다가

내 곁에 남아 있는 귀한 인연에 감사함으로 안아준다. 


볼 때마다 새롭고

만날 때마다 반갑고

생각날 때마다 사랑스런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섬에서. 중에서 77쪽


나의 사람들에게 나도 그럼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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