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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으로 읽는 자본주의 - <유토피아>에서 <위대한 개츠비>까지
조준현 지음 / 다시봄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마셜의 연구실 방문에는 '런던의 빈민가를 가보지 않은 자는 들어오지 말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고전으로 읽는 자본주의'(조준현 지음․다시봄․2014년)
우리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이 자본주의라는 체제는 참으로 묘하다. 때로는 신통하고 때로는 끔찍하다. 많은 사람에게 풍요를 가져온 거 아닌가 싶다가도, 아예 지구까지 못살게 굴고 있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그 전 체제인 봉건사회가 1000여년 동안 거의 변화없이 지속되었음에 견주자면, 자본주의는 그야말로 변신의 귀재랄 정도로 변화와 혁신을 거듭해온 점이다. 가히 '폭발적 변화'라 할 만하다.
조준현 부산대 교수의 새 책 『고전으로 읽는 자본주의』는 이런 자본주의의 현란함이 우리 시대의 고전들 속에 어떻게 절묘하게 포착되어 있는지 꼼꼼하게 일러준다. "양이 사람을 잡아먹는다"는 모어의 『유토피아』에 그려진 초창기 자본주의의 모습부터, 번영의 그늘에서 자본주의의 윤리 문제를 다룬 『위대한 개츠비』에 이르기까지 저자의 가이드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 시대의 고전들이 당시 자본주의의 모습을 얼마나 충실하게 분석하고 묘사했는지 살피면서 새삼 고전의 위대함을 재확인하기에 이른다.
애덤 스미스에 대한 오해, 1세대 라이벌 경제학자인 맬서스와 리카도, 마르크스 이후 라이벌인 케인스와 슘페터 등에 이르기까지 주로 경제학자들의 고전을 친절하게 읽어주는 재미에 책은 술술 넘어간다. 『오만과 편견』 속 젠트리 계급 이야기, 백설공주와 탄광노동, 셜록 홈즈 추리소설에서 사라진 신부가 미국의 '강도귀족', 나아가 윈스턴 처칠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등 흥미로운 분석들도 읽는 재미를 더한다.
위에 소개한 한 줄은 케임브리지대학에 처음으로 독립된 경제학과를 개설하여 수많은 경제학자를 배출하였으며, 『경제학원론』을 통해 오늘날 모든 경제학 교과서의 기본 틀을 제시한 앨프리드 마셜을 소개하는 부분에서 따왔다. 마셜은 "경제학을 하기 위해서는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가슴이 필요하다"라는 말을 남긴 인물이기도 하다. 어디 경제학뿐이랴. 고전은 지금도 우리에게 묻는다. 너의 머리는 차갑고 가슴은 뜨거우냐? 그래야만 바른 문제의식으로 세상을 볼 수 있고 또 바꿀 수 있나니.
박유안 (번역가)
*동아일보 2014년 3월 10일자에 "[책속의 이 한줄]백설공주와 탄광노동자… 古典을 통한 자본주의 분석"라는 제목으로 실린 칼럼의 원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