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 있는 지리 수업 - 교과서를 쉽게, 세상을 깊게
최재희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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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 있는 지리 수업

최재희

한국경제신문


지리를 안다는 것은 세계를 이해하는 첫걸음이다.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을 넓히기 위해서 꼭 알아야 할 학문이라는 것이다. 단순하게 땅의 위치와 국경을 아는 것도 꽤 큰 도움이 된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듣고, 보는 경험보다 ‘조금이라도 아는’ 상태로 하는 경험이 더욱 오래 남는다. 인간의 삶과 문화, 정치, 경제가 어떻게 변화하고 결정되는지를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지리는 지역과 환경이 사회 구조와 역사를 어떻게 형성하고, 그 민족성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하고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심지어, 투자에서도 큰 효과를 발휘한다. 국제 관계나 경제 흐름을 분석하기 위해서도 지리는 거의 필수적이다. 또한, 세계적인 문학인들의 글을 더 심도 있게 이해할 수 있게 되어, 문화적인 통찰력도 높아진다. 더해서 생태계 문제에 대한 인식이 깊어져, 기후변화 및 환경적 감수성까지 이해하는 계기가 된다.

감정적으로만 이해하는 것과 공간 지각적으로 이해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그저 화만 내는 것과 한발 물러서서 왜 화가 났는지 이해하고, 해결하는 것과는 넘을 수 없는 차이가 있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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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실존과 경계 6
헤르만 헤세 지음, 장혜경 옮김 / 니케북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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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헤르만 헤세

니케북스


흑과 백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사람은 대체로 악으로 치부된다. 오히려 회색분자라는 칭호와 함께 더 큰 악으로 명명되기도 한다. 한쪽을 선택하지 않고 ‘간’을 본다고 넘겨짚으며 ‘박쥐’라고 비난한다. 극과 극이 얼마나 밀접하며, 얼마나 유사한지 모른 채 말이다. 내 눈에 그들은 데칼코마니와 다름없다.

한쪽으로만 치우친 사고를 하고,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즉시 악으로 치부하는 것.

자신이 지지하는 사람의 ‘죄’는 눈감고, 귀 막는 행태.

마지막으로 타 진영의 ‘사람’을 ‘사람’으로 인식하지 않는 오만함까지.

이상향이 다를 뿐, 이들이 ‘다른 사람’이라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는다. 싱클레어의 생각처럼 요즘 사람들은 사람이 무엇인지 모른다. 알고 싶어 하지도 않고, 아예 다르게 곡해하기도 한다. 그들에게 철학은 오롯이 일방향이고, 세상은 자신의 위성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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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살 것 같은 느낌에 관하여 - 저항의 문장가 윌리엄 해즐릿 에세이의 정수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 아티초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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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생각을 논리 정연하게 거침없이 쏟아내는 것은 분명 위대한 일이다. 대다수, 심지어 작가조차도, ‘색’이라는 액자에 갇히는 게 두려워, 두루뭉술하게 뱉어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 번 색을 드러낸 예술가는 팬, 즉 지지자 절반을 잃게 된다. 특히, 글 쓰는 일을 전업으로 삼는 사람은 단 한 줄이라도 어떤 독자들과 척을 지으면 그것은 생계의 위험으로 다가온다. 물론 더 큰 파이가 속한 쪽으로 몸을 기울이면 사는 것엔 지장 없겠지만, 개인의 사상의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 작가라면 적어도 한쪽으로 쏠려 있을지언정 반대도 볼 줄 알아야 한다. 연민이라는 것은 일방향이 아닌, 다방향 즉 분무기에서 분사된 물처럼 느껴야 하는 감정이다. 특정한 것에만 느끼는 연민은 착각이고, 오만이며, 고집을 넘은 아집일 뿐이다. 해즐릿은 분명 한쪽으로 치우쳐 있으면서도 동시에 반대편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다. 극과 극은 맞닿아있다는 그의 말처럼 그는 급진적 공화주의자이면서도 극단의 선 바로 앞에 멈춰서 매의 눈으로 반대편을 주시한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랄 수 없다는 속담처럼, 긍지를 잃은 비평가가 진부한 비평가를 규탄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나는 그의 글을 읽고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나 또한 그가 맹렬하게 비판하는 진부한 비평가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이 책을 읽고 가장 큰 소득은 스스로 진부한 비평가임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이제는 어떻게 해서든 벗어날 일만 남았다. 최소한 ‘그럭저럭 비평가’가 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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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의 사랑들 - 흙과 틈 사이로 자라난 비밀과 상실 그리고 식물에 관한 이야기
쿄 매클리어 지음, 김서해 옮김 / 바람북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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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슬픔의 정도가 다르고, 애도의 형태도 다르다는 쿄의 말은 오랫동안 묻어 놓았던 감정을 불러왔다. 괜찮아졌고, 그렇게 될 만큼 오랜 시간이 지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애도라는 것은 흘러가는 것만으로 해결될 만큼 시시한 감정이 아니다. 내 나이 만 16세 봄에 아버지는 영면에 들었다. 매클리어와 다르게 나는 아버지와 많은 대화를 나눌 수는 없었다. 아버지의 삶을 좀 더 내밀하게 관찰하고 싶다는 생각은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후였으니까.

매클리어는 마음에 가둔 아버지를 온실 속에서 보내주었다. 그러나 나는 집에 있는 스파티필룸이 꽃을 피울 때마다 아버지를 상기했고, 스노우 사파이어가 풍성하게 제 모양을 갖춰갈 때도 아버지를 놓아주지 못했다. 몬스테라의 공중 뿌리는 마치 눈이 있는 것처럼 흙을 찾아 파고들었고, 줄기도 점점 두꺼워졌다. 새로 나온 잎들은 더 과하게 찢어졌고, 더욱 거대하게 성장했다. 이 식물들은 하나같이 달라졌다. 스파티필룸은 많은 낙엽을 떨구었고, 몬스테라의 첫 잎들은 그 흔적만 남긴 채 두꺼운 줄기의 훈장이 되었다. 어설픈 양육에도 불평 없이 쑥쑥 자라는 식물은 금가고 깨진 자아 사이사이를 파고들어 나를 더 견고하게 만들었다.

습기가 가시고 가파른 추위가 찾아온 10월 말, 늦었지만 이제 나도 쿄처럼 아버지를 보내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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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자유에 이르는 길 - 김익한 교수의 읽고 쓰는 실천 인문학
김익한 지음 / 김영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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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의 대척점에 있는 것은 사유다. 보잘것없는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 불리며, 짐승보다 존엄성을 존중받을 수 있는 이유는 오롯이 사유를 하기 때문이다. 사유하지 않는 인간은 생각의 폭이 좁고 깊이가 얕기에 경솔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타인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고, 오롯이 혐오로 발을 들이미는 것이다. 대화할 능력이 부족하고, 함께 살아갈 자신이 없으니, 분리를 원하는 것이다. 가질 수 없다면, 차라리 부수겠다는 심보와 다름없다. 이 모든 게 다 개인의 철학이 없고, 자아가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신만의 자아를 가지고 사유해야만 한다. 끊임없이 생각하고, 무엇이든 도출해야 한다. 그것이 설령 ‘결론 없음’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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