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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의 사랑들 - 흙과 틈 사이로 자라난 비밀과 상실 그리고 식물에 관한 이야기
쿄 매클리어 지음, 김서해 옮김 / 바람북스 / 2025년 10월
평점 :
사람마다 슬픔의 정도가 다르고, 애도의 형태도 다르다는 쿄의 말은 오랫동안 묻어 놓았던 감정을 불러왔다. 괜찮아졌고, 그렇게 될 만큼 오랜 시간이 지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애도라는 것은 흘러가는 것만으로 해결될 만큼 시시한 감정이 아니다. 내 나이 만 16세 봄에 아버지는 영면에 들었다. 매클리어와 다르게 나는 아버지와 많은 대화를 나눌 수는 없었다. 아버지의 삶을 좀 더 내밀하게 관찰하고 싶다는 생각은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후였으니까.
매클리어는 마음에 가둔 아버지를 온실 속에서 보내주었다. 그러나 나는 집에 있는 스파티필룸이 꽃을 피울 때마다 아버지를 상기했고, 스노우 사파이어가 풍성하게 제 모양을 갖춰갈 때도 아버지를 놓아주지 못했다. 몬스테라의 공중 뿌리는 마치 눈이 있는 것처럼 흙을 찾아 파고들었고, 줄기도 점점 두꺼워졌다. 새로 나온 잎들은 더 과하게 찢어졌고, 더욱 거대하게 성장했다. 이 식물들은 하나같이 달라졌다. 스파티필룸은 많은 낙엽을 떨구었고, 몬스테라의 첫 잎들은 그 흔적만 남긴 채 두꺼운 줄기의 훈장이 되었다. 어설픈 양육에도 불평 없이 쑥쑥 자라는 식물은 금가고 깨진 자아 사이사이를 파고들어 나를 더 견고하게 만들었다.
습기가 가시고 가파른 추위가 찾아온 10월 말, 늦었지만 이제 나도 쿄처럼 아버지를 보내줄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