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과 백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사람은 대체로 악으로 치부된다. 오히려 회색분자라는 칭호와 함께 더 큰 악으로 명명되기도 한다. 한쪽을 선택하지 않고 ‘간’을 본다고 넘겨짚으며 ‘박쥐’라고 비난한다. 극과 극이 얼마나 밀접하며, 얼마나 유사한지 모른 채 말이다. 내 눈에 그들은 데칼코마니와 다름없다.
한쪽으로만 치우친 사고를 하고,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즉시 악으로 치부하는 것.
자신이 지지하는 사람의 ‘죄’는 눈감고, 귀 막는 행태.
마지막으로 타 진영의 ‘사람’을 ‘사람’으로 인식하지 않는 오만함까지.
이상향이 다를 뿐, 이들이 ‘다른 사람’이라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는다. 싱클레어의 생각처럼 요즘 사람들은 사람이 무엇인지 모른다. 알고 싶어 하지도 않고, 아예 다르게 곡해하기도 한다. 그들에게 철학은 오롯이 일방향이고, 세상은 자신의 위성일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