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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 신발 신은 비둘기 상상 동시집 22
오순택 지음, 이지희 그림 / 상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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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달팽이에게]

<덤이라는 말>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는 덤이라는 말

해님은 빛을 주고 덤으로 따뜻함도 주지요

꽃은 향기만 주는 것이 아니에요 덤으로 꿀도 줘요

재래시장엔 마음을 데워 주는 덤이 많아요

생선 서너 마리만 사도 덤으로 새끼 한 마리 따라오고

콩 한 됫박에도 덤으로 꾹꾹 눌러 줘요

재래시장에선 사람 냄새도 덤이에요

[사람 냄새보다, 자연 냄새.]

어릴 땐 어머니와 함께 노각을 사기 위해 자주 시장으로 향했다. 당시의 나는 '노각'을 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시장을 가야만 하는 것으로 알았다. 어른들이 말하는 시장의 사람 냄새는 맡을 수 없었으니까. 사람으로 미어터진 시장 안 상인들의 표정은 항상 굳어 있었고, 어쩐지 심통이 나 보이기도 했다. 말투도 살갑지 않았고, 카드는 절대 받으려 하지 않았다. 어머니가 집 앞 마트를 가지 않고 굳이 그 시장까지 간 이유는, 시장의 인심이 좋아서가 아니었다. 그저, 노각이 필요했을 뿐이다. 그곳에 덤은 없었다.

그러나 자연은 다르다. 작은 풀과 꽃, 커다란 나무와 바위 그리고 웅장한 숲은 우리에게 늘 덤을 준다. 보기만 해도 마음이 평안해지는데, 덤으로 싱그러운 풀내음과 향기로운 꽃내음을 선사한다. 그리고 나무는 공기정화, 종이, 땔감 등 너무 많은 덤을 내포하고 있다. 때문에 나는 사람보다는 자연이 편안하다. 힘들고 그리울 땐 사람보다는 자연이 필요할 때가 있다.


[2부 세상을 보는 법]

<성냥개비 하나가>

쪼그만 성냥개비 하나

파르르 불꽃을 피워

초의 심지에 불을 댕기면 방이 환해진다

작아도 세상을 밝히는 빛이다

[험담하지 않는 사람들]

남을 비방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 사람의 특성상 타인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지 않을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정도를 넘어서 없는 사실까지 들먹이며 상대를 비하하는 인간들이 있다. 그자들의 말을 쉽게 믿는 사람도 별 다를 것 없는 한심한 인간들이다. 그러나 절대로 누군가를 폄하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은 사회적으로 큰 공헌을 눈에 띄게 하는 것은 아니지만, 덕분에 우리 사회가 정상으로 돌아가는 기저가 되고 있다. 한 나라로 보면 아주 작은 한 명에 불과하지만, 그들이 모여 만들어가는 세상은 지금보다 몇 곱절은 더 나아질 것이 분명하다.


[3부 돌에도 귀가 있다]

<꽃을 피우기 위해>

박태기나무는 봄이 오면 온몸이 근질근질하다

햇살이 콕콕 쪼아 좁쌀만 한 생채기가 돋은 박태기나무는 상처를 꽃으로 피운다

꽃을 피우기 위해 나무도 아픔을 참아야 하나 보다

[성장에는 아픔이 동반된다]

23년 7월에 회사를 그만두고 500만 원의 거금을 들여 목공 수업을 받았다. 왕복 4시간이 넘는 등하원 시간도 버틸 수 있을 만큼 즐거운 일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면접을 보러 다니며 현업의 현실을 깨닫고 목공은 그저 취미로 남겨두기로 했다. 아직도 책장 밑 서랍에는 목재와 조각칼들이 수북이 쌓여 아쉬움을 남겨두고 있다. 지금은 또다시 교육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 심지어 완전히 다른 출판, 편집자 일을 배우려 한다. 성인이 된 후 처음 겪는 백수 생활은 너무도 힘들고, 아프지만 이 또한 꽃을 피우기 위해 겪는 하나의 시련이라고 생각하련다.


[4부 아기 염소가 웃었어]

<구두는 알고 있다>

현관에 벗어 놓은 아빠 구두를 보면

아빠가 어디를 다녀오셨는지 알 수 있다

뒤축이 닳은 건 비탈길을 걸으셨다는 거고

진흙이 묻은 건 비 오는 날 철벅철벅 황톳길을 걸어오신 거다

[아버지]

어릴 적 나는 아버지와 함께 동네를 자주 거닐었다. 서울 끝자락에 위치한 우리 동네에는 아파트를 제외하면 큰 건물이 많지 않았다. 대부분 일 이층 정도 되는 상가건물이 즐비했는데, 그중 우뚝 솟아있는 칠 층 이상의 건물들이 몇 개 눈에 들어왔다. 아버지는 그곳을 지나치며 무심하게 말씀하셨다.

"저거 아빠가 지은 거야."

그리고 조금 더 걸어가다 다른 건물 앞에 다다랐을 때 이렇게 말씀하셨다.

"저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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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n't Burned All the Bright (Hardcover) - 2023년 칼데콧 아너상
제이슨 레이놀즈 / Atheneum Books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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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하나]

그리고 난 여기에 앉아
엄마가 왜 채널을 바꾸지 않는지

왜 뉴스는 주제를 바꾸지 않는지
왜 주제가 다른 것으로 바뀌지 않고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느니
세상을 대하는 방식이나

서로를 대하는 방식이
바뀌지 않는단 말만 하는지



세계적으로 코로나가 한창일 때 가계는 대부분 색을 잃었다. 모든 매체에서 총 확진자 수와 신규 확진자 수를 보도했고, 그것들의 내용은 도무지 바뀔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어디를 틀어도 코로나, 코로나, 코로나! 지긋지긋한 일상의 연속이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나는, 우리는, 어른들은 출근을 했다. 코로나가 성행해도 지하철은 숨쉴틈 없이 가득 찼다. 코로나가 유행해도 번화가의 밤거리는 늘 반짝였다. 그 밤거리의 빛을 법으로 막았을 땐 자영업을 하는 모든 사람들이 통곡을 하며 울부짖었다. 백화점도, 영화관도, 밀폐된 모든 공간은 백신을 맞지 않으면 이용이 불가능했다. 전 세계적으로 처음 겪는 이 전염병에 대한 방역은 완벽하지 않았다. 사인 이상 모임 금지이지만 예외가 너무 많았다. 우리는 그런 이상한 예외들 속에서 하루하루 똑같이 일을 하며 점점 지쳐갔다. 주변에도 하나, 둘 확진자들이 늘어갔다. 그들은 병을 이겨내고도 엄청난 후유증에 시달렸지만, 그럼에도 출근은 해야 했다.


많은 것을 경험해야 하는 아이들의 세상은 집안이 되었다. 놀이터에서도 놀 수 없었고, 각종 시설 또한 이용이 불가했다. 모든 부모들은 제 아이가 코로나에 걸려 빛이 사그라들까 봐 노심초사했다. 그렇게 모든 사람들은 불안한 하루를 겨우겨우 살아내고 있었다. 


언젠가부터 마스크가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몰상식한 사람이 되었다. 공식적으로 마스크 의무 착용이 해제되었을 때에도 마스크를 쓰지 않는 사람들을 흉보는 일도 생겨났다. 심지어 지하철에서는 해제고 뭐고 마스크를 쓰라며 분기탱천하는 아저씨도 계셨다. 


코로나 시기에는 전철에서 잡담을 하지 말라는 방송이 나왔다. 그러나 사람들의 소음에 그 방송은 들리지 않았다.


코로나 시기에는 버스의 창문을 열어두라는 방송이 나왔다. 그러나 사람들은 창문을 닫으라며 화를 내기 일쑤였다.


전체주의적인 정책이 만연했으나, 사람들은 점점 더 개인화되어 갔다. 바이러스 때문인지, 정책 때문인지, 사람의 본성인지 알 수 없다. 아니면 사람들은 그저 마스크 없이 코로 들이마시고, 입으로 뱉어내고 싶을 뿐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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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윤카페 - 진짜 나를 찾아가는 소자본 창업기
윤영희 지음 / 책구름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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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창업 후 달라진 것들과 '윤카페'의 미래]

<도쿄에서 '윤식당'처럼 살아요>

[168p] 우리가 사는 현실 속의 부엌은 그리 아름답지도 그다지 설레지도 않는 공간이다. 20년 차 주부인 나에겐 온갖 정신 지로한이 발병하는 진원지 같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요리를 좋아하지만 식구들의 끼니를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매일매일 차리다 보면 밥시간이 다가올 때마다 강박증처럼 신경이 예민해지고 뭔가에 쫓기는 기부니 들곤 한다. 그럴 때 철없이 던지는 식구들의 무신경한 한마디는 나를 더욱 미치게 만들었다.

"오늘 저녁은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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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혼자 살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대가족이 함께 살았다.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어머니와 누나 그리고 매형과 더불어 조카 둘과 함께 살았다. 총 여섯 식구가 함께 살았으면 충분히 대가족이라고 부를 만하지 않을까. 차치하고, 나는 매형과 같은 회사를 다녔다. 때문에 출퇴근 시간이 같았다. 그런데 영업직 특성상 매번 퇴근시간이 달랐다. 평균적으로 집에 도착하는 시간이 20시 ~ 21시였고, 어쩔 때는 22시 ~ 23시일 때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비교적 일찍 끝나는 누나와 어머니는 늘 우리를 기다려야 했고, 어머니는 그에 맞춰 음식을 준비하셔야 했다.

어머니에게는 퇴근이 없었다. 아이 둘을 돌보다가 우리가 퇴근하면 음식을 하셔야 했다. 심지어 나는 어제 먹은 것을 오늘 먹지 못하는 아주 버르장머리 없는 혓바닥을 가지고 있었다. 혼자 살게 된 지금, 그것이 얼마나 힘들고 고달픈 혓바닥인지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매일매일 무엇을 먹어야 할지, 어떻게 먹어야 할지 고민이 되지 않을 수가 없다. 결국 나는 요리보다는 참치캔과, 김에 의존하게 되었다. 매일 다른 반찬과 국을 준비하신 어머니가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만약 나도 아이를 기르게 된다면, 작가처럼 부엌 육아를 시켜야겠다.


<나이 50에 찾은 '진짜 나'>

[178p] 혹시 조직 생활이 유난히 힘들고 지치는 사람이 있다면 창업에 도전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생각이 길면 용기는 사라지고 만다. 먼저 행동하고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 걱정할 시간에 자신의 욕망에 솔직하게 지금 바로 필요한 것을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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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나는 사업을 해야 하는 사람이 맞다. 서점, 카페, 출판사 등 무엇을 하든 결국에는 내가 주도적으로 움직이고 나의 결정권이 가장 큰 일을 해야 사람들과의 마찰도 적고, 스스로의 정신도 온전할 수 있을 것 같다. 대부분의 회사들은 비합리적이고, 사람을 부품으로 본다. 나는 시대착오적인 업무 방식과 수직적인 구조에서 오래 버틸 수 없어 6년 만에 회사를 뛰쳐나왔다. 그나마 지금 준비하는 일은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점철된 직군이기에 조금의 희망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보수적이고, 수직적이며, 결국에는 회사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그러니 무조건 오 년 후에 카페 겸 서점을 차려야겠다. 이것은 어떤 의지로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언젠가는'이 아닌, 철저하고 완벽하게 준비해서 무조건 5년 후 서점을 차릴 생각이다.


<좋은 사람들이 넝쿨째 나의 삶 속으로>

[183p] 겸손, 겸허, 양보, 배려와 인내. 요즘은 섣불리 사용하기 어려운 인간관계의 미덕들. 이제는 상대를 면밀히 가려가며 사용할 수밖에 없는 이런 덕목들이 미유키 씨와 있으면 너무나 당연한 것이 되고 만다. 자신을 먼저 낮추고 겸허한 마음과 자세로 상대를 대하는 모습과 손해 보는 것을 먼저 계산하지 않고 해야 하는 일에 먼저 집중하는 삶의 태도를 보며 너무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좋은 사람과 일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몸과 마음이 덜 피곤한 것은 물론, 내가 가진 에너지를 일 자체에 온전히 쏟으며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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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나쁜 사람들로만 가득하다'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다 보니 모두가 악마처럼 보였고, 그들의 사소한 잘못도 천인공노할 범죄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사실 밖을 볼 것이 아니라 내 안을 보는 게 더 중요했다. 나쁜 사람들 보다는 좋은 사람들을 보려고 노력했어야 했고, 좋은 사람들을 찾기보다는 내가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선행되었어야 하는 게 맞았다. 나는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일까 하는 내면 속 질문이 아직까지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전업주부를 우대하고 여성의 자립을 돕는 가게>

[186p] 출산, 육아, 자녀들의 학습, 입사, 결혼까지는 마치 기획, 운영, 개발, 마케팅의 다양한 기술과 능력을 자신이 가진 최대치로 발휘하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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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사람들이 결혼을 어떻게 생각할까. 나는 2년 가까이 독서모임을 하며 결혼에 관련된 여러 이야기를 다양한 사람들과 나누어봤다. 대부분은 결혼에 회의적이었고, 남성보다 여성이 더 결혼을 하고 싶지 않아 했다. 아무래도 출산 후 경력 단절에 관련된 두려움과, 가부장적인 한국 사회에서 결혼 자체에 대한 막연한 공포심이 그 원인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결혼은 성공이고 이혼은 실패라는 생각을 많이들 한다. 그러나 연애도, 결혼도 결국 끝이 있기에 둘 다 똑같이 만들어가는 과정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 어떤 것도 실패도 아니고 성공도 아니라는 소리다. 그리고 아이를 낳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결혼 후 아이를 낳는 게 일반적이지만, 한국은 결혼 후 아이를 낳지 않고 살아가는 딩크 부부가 많아지는 추세이다. 그런 과정에서 보았을 때 연애는 결혼의 확장판일 뿐이다. 연애의 종착지이자 성공의 증표가 결혼은 아닌 것이다. 연애 후 이별한다고 해서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이별은 실패가 아닌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게 옳다. 그리고 모든 선택에는 작은 불안과 우울이 따라오기 마련이고 그것을 견뎌낸 우리는 강해질 것이 자명하다.


<음식으로 언어와 문화를, 삼과 삶을 잇는 윤카페>

[195p] 나같이 전업주부로 있던 외국인들이 사회로 한발 내딛는 데 디딤돌 같은 역할을 하고 싶다. 여성들이 안전하고 즐겁게 자립할 수 있는 시작을 도와주고 싶다. 내가 돈을 많이 벌고 싶은 가장 큰 목표는 바로 이것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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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이 한번 더 나온 장이다. 작가는 경력이 단절된 채 전업주부로 20년을 보냈다. 때문에 전업주부에 애틋한 감정이 있는 듯하다. 글에서 '여성들이 안전하고 즐겁게 자립할 수 있는 시작을 도와주고 싶고, 그것이 자신이 돈을 버는 이유라고' 하는 대목에서는 '전업주부'에 대한 안타까움과 사랑이 묻어 나온다.


<코로나와 고물가 시대에 가게를 운영한다는 것>

[202p] 내가 가게를 하게 된다면 혹 적자가 되는 한이 있어도 일하는 직원들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겠다고 마음먹었다. 음식점이 제대로 성공을 거두지 못한 채 끝나는 이유 중 하나가 직원들을 홀대하고 일시적인 부품처럼 다루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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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윤카페라는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모든 음식점 사장들이 꼭 한 번은 보았으면 하는 책으로 거듭나는 중이다. 사실 작가처럼 생각하지 않고, 직원을 부품으로 쓰며, 손님 알기를 우습게 하는 사장이 성공하는 일도 적지 않다. 한국의 특성상 MZ를 저격한 힙한 카페는 성공할 수밖에 없다. 감각적이고, 개성적이며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인, 아웃테리어를 보여주면 그곳이 어디든 MZ는 소비한다. 때문에 손님에게 막말하고 쫓아내는 수영장 카페도, 화장실을 물어봐도 인스타 공지를 보지 않았냐며 무안을 주는 가게도, 케이크 수령이 1분 늦었다고 바로 폐기해 버리는 가게도 장사가 잘 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몇몇의 젊음은 생생하지만, 지혜롭지 못하다. 자신을 돈으로밖에 보지 않는 공간에 시간과 돈을 쓰며 무례를 경험한다. 이보다 바보 같은 일이 또 있을까. 모든 가게의 사장들이 작가처럼 생각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 집 주변에 그런 가게 있다면, 매일 방문할 것이다.

"가게는 많다. 그러나 꼭 가고 싶은 가게는 손을 꼽을 정도다."

작가의 지혜로움이 명료해지는 문장이다.


<취업보다 창업을 꿈꾸는 당신에게>

[207p] 나는 이제야 제대로 잘 알 것 같다. 좋은 삶을 사는 좋은 사람이 좋은 가게를 만든다는 것을. 그리고 그런 가게는 어떤 위기에도 살아남아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러니 책을 쓰고 싶거나 가게를 열고 싶다면 자신의 삶을 먼저 잘 사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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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삶을 잘 영위하는 사람들은 대게 심사가 곱게 뻗어있다. 그들의 뒤틀려 있지 않은 사상은 타인들도 쉽게 알아채는 것 같다. 스스로가 올곧으니 다른 사람들도 곱게 바라본다. 나쁜 사람의 눈에는 나쁜 사람들이 훨씬 잘 보이는데, 내가 그랬다. 나는 부정적인 사람이었고, 부정적인 사람들이 더 쉽게 눈에 나타났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을 알아채는 것은 0에 가까울 만큼 둔했지만, 나를 싫어하거나 조금이라도 부정적이게 생각하는 사람의 심상은 거의 100에 가깝게 맞출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저 사람 나를 싫어하는 것 같다'라고 생각하면 그 사람이 뒤에서 내 욕을 하고 다닌 경우도 있었고, 내 앞에서 보였던 모습과 다른 사람들에게 보인 모습이 너무도 상이했던 경험도 있다. 그때는 이런 부정적이 감이 엄청 대단한 줄 알았다. 그렇게 뒤틀린 사람들을 잘 찾아내는 이유가 내가 뒤틀려 있기 때문인 것을 알지 못한 채 정신승리를 반복했었다.

그러나 독립을 하며 깨달은 것이 있다. 가족들이 나를 엄청 사랑하고 있다는 것과 꽤 많은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연인이 생기고, 마음의 안정이 찾아들었다. 소홀했던 친구들과 놀러도 가고, 집에 초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도 했다. 점점 좋은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 사람들에게 나 또한 좋은 사람이 되어주고 싶었다. 아직은 가족과 연인 그리고 친구 둘 정도이지만, 그 수를 천천히 조금씩 늘려가고 싶다. 그렇게 언젠가는 나도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희망을 품어본다.


<창업은 나의 인간력을 극대화하는 과정>

[216p] 나한테 맞는 하나를 정하고 미친 듯이 몰입하는 그 시간이 우리를 경제적으로도 자유롭게 도와줄 거라 믿고 있다. 성공하고 싶다면 매일을 새롭게 살아야 한다고 누군가가 말했다. 어제까지 이룬 성공의 크기와 상관없이 오늘은 또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똑같이 반복되는 일에도 새로운 마음과 태도로 임하는 것, 매일매일 새로운 에너지를 가지고 나의 목표를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보며 계속해서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 성공의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어제는 실수하고 실패했다 해도 오늘 다시 시작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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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작가가 되겠다고 했을 때 무시했던 사람들의 말투와 표정이 떠오른다. 그들은 '월간 에세이'에 실린 내 글을 보고 대부분 입을 닫거나,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인지했다. 사실 월간 에세이에 글을 올린 게 엄청난 사건도 아니고, 내 꿈을 이룬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꿈을 당연하게 무시했던 그들의 입을 차단하기에는 충분했다.

내 꿈을 굳이 누군가에게 말할 필요가 없어졌다. 그저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읽고 쓰는 것이 직업이 될 수 있도록 무히 노력하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


<기회는 찾아온다, 스스로를 믿고 기다린다면>

[221p] 기회는 언제, 어떻게 찾아올지 모른다고 앞서 여러 번 강조했다. 어쩌면 미래에 일어날 많은 일들이 지금 현재 속에서 구슬이 꿰어지듯 엮여가고 있는지 모른다. 내가 포기하지 않는다면, 끝까지 스스로를 믿고 기다린다면 수많은 기회들이 우리 곁에 다가올 것이다. 내가 윤카페를 시작한 것처럼 책구름에서 책을 내게 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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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윤카페》를 읽으면서 서평을 쓰기 시작한 지 오일만에 내 서평의 방법이 크게 달라졌다. 서평을 쓸 때 책을 소개만 해야 할지 내 에세이를 써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때문에 에세이 겸 소개를 쓰고 있던 중 [3부]에 들어서자 점점 어떤 형식이 잡혀갔다. 바로 인용문 한 번에 그에 맞는 나만의 산문을 쓰는 것이었다. 작가의 생각을 나만의 방식으로 해석하거나, 나의 개인적인 경험을 빗대어 좀 더 다르게 해석한 글을 쓰기도 했다. 겨우 오일만에 나타난 긍정적인 변화이다.

이 책은 꼭 음식점 창업이 아니더라도 읽어봄직하다. 새로운 길의 갈래에 놓은 사람이라면 성별, 나이, 국적 할 것 없이 아주 유용한 책일 것이라 장담할 수 있다. 일독을 아주 강력하게 추천한다.

그리고 가게를 옮기고 난 후의 도쿄 윤카페 시즌 2도 꼭 읽어볼 생각이다.

[3부 끝 - 서평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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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윤카페 - 진짜 나를 찾아가는 소자본 창업기
윤영희 지음 / 책구름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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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나만의 창업 비결]

<창업도 미니멀리즘으로 - 무대출로 시작하다>

작가가 생각하는 돈에 대한 가치관이 대단히 독특하다. 바로 지폐는 항상 빳빳하게 그리고 깨끗하게 써야 한다는 것이다. 그 지폐를 다시 만들 때도 세금이 붙기 때문에 국민 모두의 돈을 절약하기 위해서 아주 깔끔하게 써야 한다는 논리가 있다. 그리고 작가는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것 중 가장 크게 실천해야 할 부분은 교육비라고 말한다. 미니멀리즘이 가장 절실한 것은 바로 육아라는 것이다. 작가는 쓸데없는 인연과 사지 않아도 될 물건들을 줄여서 거금 오천만 원을 모았다. 이 돈을 모을 수 있었던 것은 작가의 안정된 가치관이 한몫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국 사람들에게 그런 말을 했다간 경을 칠지도 모른다. 세상 물정 모른다며, 바보 취급을 당할 수도 있다. 심지어 한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 "제 돈을 아이 교육비에 크게 할애할 생각이 없습니다."라고 말하는 순간 세상 별종을 보듯이 '그러시겠지 ~' 하는 표정을 대놓고 드러낸다. 신기한 것은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 모두가 아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미혼자들도 많다. 그러니까, 아직 아무것도 해본 적 없는 사람들이 "아이 하나 키우는 데 서울은 3억 강남은 10억이 들어요. 어떻게 아이를 낳겠어요 ~"라고 말한다. 물론 자신이 낳고 싶지 않다면, 낳지 않는 게 맞다. 대신 남을 조롱하거나, 비아냥 거리면서 그 뜻을 폄훼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드디어, 기회가 왔다>

작가에게 생각보다 빨리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평소 주변 사람들에게 가게를 해보고 싶다며, 관련 정보를 알려달라고 말하고 다닌 덕분이었다. 그러나 작가는 그 기회를 의심했다. 고심하고 또 고심했지만 가격이 너무 저렴하기도 하고 무언가 찝찝한 느낌이 들었다. 당장 팔아치우려는 주인도 이상했고, 외국에선 한국사람을 조심하라는 이야기가 있어 그 기회를 덥석 잡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얼마 후 가게 주인에게서 처음 제시했던 가격의 절반에 계약하자는 연락이 왔다. 작가는 이토록 파격적인 제안에 더 고민할 여력이 남아 있지 않았다. 결국 도쿄의 마치다 시에 있는 작은 2층 건물을 대출 없이 단 돈 3500만 원에 계약을 하게 된다.

 

기회는 준비된 사람에게 선택지를 보여준다. 아무리 좋은 기회가 내 눈앞에 당도한다 하더라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그것을 잡는다는 선택지는 보이지 않을 것이다. 작가는 가게를 계약하기 전까지 무수한 노력을 했고, 완벽에 가까운 준비를 했다. 그렇기 때문에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가게를 매입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 모든 것은 단순한 운이 아니다. 모두 작가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1층은 카페, 2층은 한국어 교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있다. 작가가 매입한 건물은 혼자 식당을 차리기에는 작지 않은 규모의 가게였다. 그러나 원래의 주인은 마치 버리듯 재빨리 떠넘기고 도망치듯 떠났다. 얼마 후 작가가 계약을 망설였던 이유가 튀어나왔다. 주방에는 담배꽁초가 즐비했고, 선심 쓰듯 놓고 간 가전들은 전부 다 고장 나거나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그뿐 아니라 여러 가지 각종 문제들도 계속해서 나타났다. 그럼에도 작가는 급한 일부터 하나하나 해결했고, 결국 오픈을 해냈다. 물론 처음에는 직원들 모두가 오합지졸 같았지만, 음식맛이 좋은 까닭에 가게 전체는 좋은 평으로 가득했다. 그 힘든 와중에도 작가는 말한다. 변화의 시기에는 누구나 힘든 과정을 거치기 나름이니 초반에 힘든 것을 너무 두려워하면 안 된다고.

 

 


 

 

<가장 고통스러웠던 첫해 - 통장에 잔고가 없다!>

우리가 사업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돈'일 것이다. 돈을 벌지 못하는 사업을 하겠다고 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작가 또한 결국에는 '평균 월급보다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막상 시작한 사업의 그림은 조금 달랐다. 매출이 높아도 들어가는 돈이 많아 결국 돈은 모이지 않았다.

 

작가는 언제 그만두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지쳤지만, 일 할 때는 달랐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결국에는 책임감 때문이지 않을까. 가족과 직원 그리고 자신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이 작가를 포기하지 않게 만들었다. 그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고, 고독하게 견디며 사장이 무엇인지 배워나갔다. 작가는 아슬하게 재정신을 유지하며 겨우겨우 한 해를 버텨냈다.

 

 


 

 

<기적이 일어났다>

가끔 기적을 바랄 때가 있다. 복권에 당첨됐으면 좋겠다거나, 갑작스럽게 출판 제의가 온다거나 하는 그런 기적을 말이다. 그러나 사실 그런 기적은 일어나기 어렵다. 언젠가는 일어나겠지 하는 시기 없는 기다림은 사람을 나태하게 만든다. 나는 스스로가 나태해질 때마다 심하게 우울해진다. 불면증에 시달리고, 겨우 잠들어도 가위에 눌린다. 때문에 질 나쁜 수면 후 늦잠을 자고 그렇게 다시금 나태해진 나를 마주하며 최악의 상황을 계속해서 반복한다.

 

그러나 작가는 기적을 바라지 않았다. 코로나 시기에 찾아온 매출 감소를 배달과, 포장 장사로 전환하며 버텨냈고, 까다로운 정부 지원금 또한 스스로 받아낼 수 있었다. 작가는 기적은 거저 찾아오는 게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 놓은 수많은 가능성에서 발현되는 것이라고 한다. 현재의 나는 이 말에 어떠한 이견도 달 수 없다. 나는 인생을 살면서 거저 얻어낸 것이 별로 없다. 사소한 것부터 시작해서 중차대한 것 모두 스스로 노력했기에 얻어낼 수 있었다. 기회도 기적도 결국에는 같은 모습으로 찾아온다. 노력 없이 나태하게 지내는 사람에게는 어떤 긍정도 나타나지 않는다.

 

 


 

 

<주부의 경제적 자립에 대하여>

[127p] 수많은 0의 개수는 단순히 돈의 단위가 아니다. 나의 가치에 대한 평가, 나에 대한 기대의 숫자이기도 한 셈이다. 입금된 돈들은 삶을 풍요롭고 여유 있게 만들어주기도 하겠지만 내 안에 잠재된, 나도 모르는 에너지와 재능을 발휘하게 해주는 촉진제가 되기도 하는 셈이다.

출처 입력

 

돈이라는 것에는 항상 의문점이 생긴다. 나는 정말 큰돈이 필요하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그저 많이 벌 수 없다는 한계를 인정하고 포기한 상태 지금에 머물러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어떤 날은 고즈넉한 시골 동네에서 글 쓰고, 밭을 가꾸며 사는 나를 꿈꾼다. 그 삶의 나는 책 몇몇 개를 윤문 하고, 조금의 인세를 받으며 넘치진 않지만 충분히 풍족한 삶을 살고 있다. 그런데 이 꿈이 이루지 못할 꿈도 아니고, 사실 오 년 이내에 이룰 수 있는 아주 사소한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나는 정말 그것으로 만족하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적확하게 '예'라고 답하기가 어렵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싶기도 하고, 조금 풍족한 돈을 벌어 가끔은 사치를 부리며 가족과 연인에게 선물도 해주고 싶다. 그렇게 하려면 혼자만 행복한 동굴 같은 꿈에서는 기어 나와야 한다. 발전 가능성을 항상 열어두어야 하고 생산해내야 한다. 그 가능성은 저 좁은 동굴에서 얻어낼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늘 적당히 이룰 수 있는 꿈에 대한 회의가 밀려온다. '그냥 그대로 살아도 좋을 것 같은데, 근데 그것으로 진정 만족할 수 있나'에 대한 질문은 아마도 끊임없이 되뇔 것이 분명하다.

 

 


 

 

<'넘버원'보다 '온리 원'의 시대>

작가는 자신이 하는 일 모두가 즐겁고 사랑스럽다고 말한다. 야채를 손질하는 일, 반죽을 바라보는 일, 요리를 하는 과정 모두가 소중하고 행복하단다. 그렇다면 나도 그런가에 대해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쓰고, 읽는 것 그리고 그림 그리는 것과 사진 촬영을 좋아한다. 그 모든 것을 접목시킬 방법도 고안한 적이 있다. 결국 시도 조차 하지 않은 상태로 마음속 구석 어딘가에 처박아 두었지만 말이다.

 

작가는 넘버원이 아닌 온리원을 말한다.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한다. 나만이 할 수 있고, 남들은 하기 어려운 것을 찾아내려 노력했다. 세상에 없는 것은 아니라고 해도, 그 수가 대단히 적어 효용 가치가 있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더욱 창작에 열을 냈고, 남들이 할 수 없는 생각을 소설로 썼다. 물론 책을 읽을수록 비슷한 것들이 튀어나오기도 했고, 타인들이 '비슷한' 것이 있다고 알려주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 똑같다가 아닌 비슷하다였다. 그렇다면 결국에는 다른 것이고, 온리원이 아닐까.

 

세상 모든 사람들과 다른 특별한 나를 바라지는 않는다. 그저 남들이 하지 않는 것에 조금 더 주목하려 애쓰고, 그곳으로 향하는 내가 잘못되지 않았다고 믿기를 원한다.

 

 


 

 

<'나다움'의 심화 과정>

식재료 자체를 좋아하는 작가는 아이들과 함께 요리를 하는 부엌육아를 했다. 대부분 기억에 남는 체험들은 전부 자연친화적인 것이었고, 각종 야채와 벼까지 직접 재배해서 먹을 정도였다. 작가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모든 경험이 오히려 엄마인 자신에게 더 득이 된 것 같다고 말한다. 좋은 부모가 아이들에게 주려고 노력하는 것은 스스로에게도 득이 되는 것 같다.

 

 


 

 

<오은영처럼 강형욱처럼>

이번 장이 도쿄 윤카페의 맹점이 되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스스로가 잘하고 또 좋아하는 분야인데 돈까지 벌고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대표적인 인물이 오은영과 강형욱이다. 작가 또한 이들과 같이 선한 영향력을 널리 퍼뜨리고 싶다고 한다. 심지어 자신만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가 아니라, 모든 이들이 함께 그 긍정의 길로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이다. 그리고 나이는 어떤 장애물이 될 수 없다는 명료한 뜻을 내비친다.

 

[2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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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윤카페 - 진짜 나를 찾아가는 소자본 창업기
윤영희 지음 / 책구름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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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없어야 가사 분담이 이루어진다>

작가의 말처럼 집안일을 도와주는 것과 진짜 집안일을 하는 것은 너무도 다르다. 설거지를 도와준 뒤 온 사방에 물을 튀긴 상태로 자신의 손만 탈탈 털고 자리를 뜨는 행위는 집안일을 한 것이 아니라고 해도 무방하다. 개수대에 튀긴 물들이 마르면서 물때가 되지 않게 잘 닦는 것과 그날 기름 요리를 했다면, 가스레인지 근처에 무수히 튄 기름들도 말끔하게 닦아내는 것 까지가 '설거지'의 마무리이다.

나도 작가처럼 청소하는 것을 좋아하고, 주변이 깔끔해야 집중력이 올라간다. 혼자 관리하기에 집이 너무 넓어 몇몇 공간은 점점 각을 잡을 수 없게 되었지만, 서재만큼은 각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침실보다 더 오래 머물러 있는 공간이 바로 서재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서재가 더러우면 이곳에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나는 청결한 공간이 모든 창작과 창조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침실과, 서재는 늘 깔끔해야 한다. 늘 창작과 창조의 행위를 할 수 있도록 말이다.


<나만의 체력 관리 비법>

온갖 부정적인 감정은 전부 약한 체력에서 나타난다. 원래가 긍정적인 사람이 아니라면 최소한 몸이라도 좋아야 한다는 말에 큰 이견이 없다. 운동도 과하면 오히려 좋지 않다는 말은 쓸데없는 말이다. 전 세계 모든 것은 과해서 좋을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선의 극치라고 여기는 봉사 또한 과하면 내 가족을 등한시하게 되고, 한쪽으로 편향된 시선을 가지게 되며, 자신과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에서 폭력(물리, 언어)을 휘두르게 된다. 그렇기에 과하면 좋지 않다는 말은 굳이 할 필요가 없다.

강인한 육체에는 강인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이 있다. 이것은 도저히 부정할 수 없는 사실 중의 사실이다. 운동하는 데 1시간을 투자하면 나머지 10시간이 여유로워진다.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는 사람이라면, 하루에 1시간 걷기 운동만 해도 좋다. 당장에 무거운 것들 들고, 미친 듯이 뛰라는 게 아니다. 처음이라면 걷기부터 시작하고, 점차 빠르게 걷고, 뛰면 된다.

결국 행동으로 옮기게 하는 정신력은 전부 몸의 체력에서 나온다.


<일도 배우고 돈도 벌고>

창업을 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창업을 하고 망한 사장들을 보면 대부분 그 일에 관련된 일을 해보지 않은 경우가 많다. 치킨집을 운영하고자 한다면 치킨집 알바를 해보는 게 당연하고, 카페를 창업하고자 한다면 당연하게도 동네 카페에서라도 알바를 해봐야 한다. 근데 대부분이 '창업 패키지'라는 어떤 상술에 속아 작은 교육 시설에서 치킨 몇 번 대충 튀겨보고, NCS바리스타 학원에서 '에스프레소' 몇 번 내려본 뒤 창업 학교에서 창업에 관련된 '긍정적인 사실'만 뇌에 각인 한 뒤 그 치열한 창업 현장에 뛰어든다. 망하지 않는 게 이상하다.

작가는 오십에 가까운 나이에도 백화점 음식점에서 일을 했다. 젊은 친구들도 쉽게 해내기 어려운 육체노동을 기꺼이 받아들인 것이다. 심지어는 일을 하는 순간은 1분 1초가 돈이 되어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것이 뿌듯했다고 한다. 어떤 일을 하든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임한다면 못할 일이 무엇이 있을까? 진실로 일도 배우고 돈도 번다는 개념이 장착되어 있다면 막일도 최고의 교훈이 될 수 있을 테다.


<'엄마'에서 '나'로 돌아오는 시간>

자신의 목표는 남에게 말할 필요가 없고, 말을 하더라도 그들의 쓸데없는 조언은 굳이 머리에 새겨둘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꿈과 목표를 말할 때 가까운 사람들은 보통 걱정 반 기대 반으로 격려와 조언을 해준다. 그런데 무분별한 사람들에게 자신의 가능성 낮은 꿈을 이야기하면 보통 그 부분에 대해선 부정적인 말들이 날아올 가능성이 높다. 그들이 잘못됐다고 하는 게 아니다. 그저 자신의 꿈이라면, 그들이 무엇이라 말을 해도 밀고 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나는 목공을 배우겠다며 잘 다니던 회사를 때려치웠다. 그렇게 목공일을 배우며 여러 회사에 면접을 본 결과 내가 하고 싶었던 목공 하고는 그 결이 너무도 달랐다. 때문에 목공은 취미로 남겨두고 이제는 출판 편집자의 일을 배우기로 했다. 그 결과 나는 삼십 대 초반에 수입이 일절 없다. 저축해야 할 퇴직금을 야금야금 까먹고 있는 것이다. 불안하지 않다면 거짓이겠지만, 계속 불안한 생각은 들지 않는다. 나는 다시금 일하게 될 것이기 자명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전에 다니던 하고 싶지 않던 회사의 일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고 잘할 수 있는 일이기에 불안할 이유가 없다.

작가는 오십이 가까워진 나이에 창업을 하고 성공을 거두었다. 작가처럼 이십 년 동안 경력이 단절되어 있지도 않았는데 심지어 아직 삼십 대이다. 못할 게 무엇이 있을까.

[1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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