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냄새보다, 자연 냄새.]
어릴 땐 어머니와 함께 노각을 사기 위해 자주 시장으로 향했다. 당시의 나는 '노각'을 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시장을 가야만 하는 것으로 알았다. 어른들이 말하는 시장의 사람 냄새는 맡을 수 없었으니까. 사람으로 미어터진 시장 안 상인들의 표정은 항상 굳어 있었고, 어쩐지 심통이 나 보이기도 했다. 말투도 살갑지 않았고, 카드는 절대 받으려 하지 않았다. 어머니가 집 앞 마트를 가지 않고 굳이 그 시장까지 간 이유는, 시장의 인심이 좋아서가 아니었다. 그저, 노각이 필요했을 뿐이다. 그곳에 덤은 없었다.
그러나 자연은 다르다. 작은 풀과 꽃, 커다란 나무와 바위 그리고 웅장한 숲은 우리에게 늘 덤을 준다. 보기만 해도 마음이 평안해지는데, 덤으로 싱그러운 풀내음과 향기로운 꽃내음을 선사한다. 그리고 나무는 공기정화, 종이, 땔감 등 너무 많은 덤을 내포하고 있다. 때문에 나는 사람보다는 자연이 편안하다. 힘들고 그리울 땐 사람보다는 자연이 필요할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