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소년 14
우라사와 나오키 지음, 서현아 옮김 / 학산문화사(만화)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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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20세기'는 우리가 지나온지 몇 년 되지 않은 근과거다. 그 속에는 온갖 인간의 역사가 뒤엉켜있다.

1,2차 세계대전과 UN의 창설, 원자폭탄의 실질적 사용, 눈부신 과학과 기술의 발전, 그것을 주체하지 못하고 흔들거리는 인간성등등 20세기는 인류가 생겨난 이래로 가장 정신없고 뭐라 분류해낼 수 없는 복잡한 시대다. 이런 시대의 소년들 이 주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소년이 주는 이미지는 대개 풋풋함과 무한한 가능성, 그리고 어른들처럼 이런 저런 조건으로 인해 망설이며 일을 하지 않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 (약간의) 무모함 등등일 것이다. 그래서 20세기 와 소년들 은 제목부터 사람들에게 많은 이미지를 제공한다.

다소 허구맹랑한 기본 설정들 때문에 정말 보잘 것 없는 공상과학영화들 처럼 흘러갈 지도 모르는 위험성을 안고 있지만 역시 최고의 작가인 우라사와 나오키는 그 위험성을 오히려 만화의 장점으로 승화시킨다. 전혀 일어날 수 없을 것 같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그런 이야기들이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더 과학적인 생각이 필요한,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보통 허구의 이야기나 행동들은 지탄을 받기 마련이다. 전혀 소득도 없고 우리가 살고 있다는 것 자체가 진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정말 안 일어날 것 같은 허구성을 멋지게 요리 해내면 진실과 가까워 지는 것 같다. 이 것에 대한 결론은 물론 만화가 완결이 나야 완벽히 내릴 수 있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이 만화의 장점은 전작 몬스터 처럼 심리묘사에 치중하느라 스토리 전개가 지지부진 하지 않다는 점이다. 심리묘사는 몬스터에 비해 극도로 제한되어 있고 우리가 대충 상황을 보며 생각해 낼 수 있는 그정도의 평범한 심리상태를 인물들에게 부여한다. 대신 빠른 이야기 전개가 그 자리를 대신 차지했다. 미스테리 소설처럼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이야기 구성방식을 택하면서 빠르게 전개시키기 때문에 정말 흥미 진진하게 읽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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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1~18(완결) 세트
우라사와 나오키 지음 / 세주문화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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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1,2권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사고들은 그다지 특이할 것이없는 평범한 이야기이다.
출세욕과 의사로서의 신념 사이에서 고민하던 한 의사가 고위층을 수술하지않고 한 어린 소년을 수술해 구출해 낸다는 이야기는 여러 휴먼드라마에 벌써 등장했을법하니까.
하지만 이 사건 이후로 그 소년 속에 들어있는 진정한 '몬스터'를 없앨 수 있었던 기회를 놓친 것이라는 걸 깨달은 의사는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그 소년을 살려냈던 자신의 손으로 없애기 위해 길을 떠나게 된다.

결말은 이야기가 잔뜩 벌려놓은 것을 다 아귀짓지 못하고 약간 허덕대는 느낌을 준다. 맨 마지막 장면의 그 펄럭이는 흰 커튼 아래 비어있던 침상은 강한 이미지와 메세지를 전달하기 보다는 약간의 허무감이 느껴진다. 아마도 이 만화책의 가장 큰, 그리고 유일한 티 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이 만화는 이런 결점을 감추고도 남을 만큼 훌륭한 이야기 전개로 독자들을 빨아들이는 힘이 있다. 대개의 소설이나, 만화, 희곡 등등 모든 문학 작품에서는 주인공이 여러명의 사람을 만난다고 하더라도 그 인원이 제한되어 있기 마련이다. 또 여러 사람들과 엮이더라도 그 사람들은 그냥 아무 의미없이 등장했다가 사라지고만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야기가 지나치게 산만해 지기 때문이다.

이 만화의 이야기를 만약 다른 작가가 그렸다면 역시 몇 안되는 등장인물로만 매듭지었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이 일이 우리가 직접 겪은 일이었다면 그렇게 적은 수의 사람들로만 이야기를 이끌 수 있었을까? 이 만화의 작가는 아주 많은 사람들을 이야기에 넣고 그들이 지나가게 만든다. 그렇지만 그들은 전혀 닮은 구석이 없는 다양한 얼굴들을 지니고 있고 또 모두가 만화 전개에 있어 중요한 역할들을 한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잘 조절해낼 수 있었다는 건 작가의 역량이 아니었나 싶다) 그렇기 때문에 만화가 18권이나 되고 그 안의 내용도 절대 만만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지루하다거나 판에 박힌듯한 스토리 전개로 흘러가지 않고 끝까지 느낌이 살아있다.

또, 요한이 직, 간접적으로 조절하는 그 절대악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정신적인 고통을 겪게 되는 이야기들이 이 만화가 힘을 얻게 하는 요인이다.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후반부에 나오는 감정을 '거세당한' 또 하나의 인물인 글리터 씨가 고아원의 한 꼬마를 통해 진정한 의미의 눈물을 배운 이야기 였다. 마치 장면 하나하나가 모두 내 눈앞에서 펼쳐지는 것 처럼, 그 꼬마가 느꼈을 감정이 내가 느낀 감정처럼 와 닿았고 나 역시 글리터 씨 처럼 마지막 장면에서 눈물을 보였으니 말이다. 이렇게 요한으로 인해 사람들이 상처를 입고 또 치유해 가는 과정들은 허구적이지만 또 사실적인 요소들을 담고 있어 가슴을 쿡, 찌르고 간다.

이 만화의 교훈이나 깨달음은 사실 마지막 장면에서 얻을 수 있는 게아니다. 이렇게 요한을 찾아 죽이러 가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주변 인물들이 겪는 고통과 치유, 이 이야기들이 이 만화의 장점이고 이 속에서 교훈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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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 전2권 세트
열린책들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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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재미있게 읽기에도 무리가 없고 지나치게 어렵지도 않은 평범한 보통의 책이라고 생각한다. 뇌 라는 주제를 심도있게 다룬 소설이길 바랬지만 그다지 심도있는 질문을 이끌어 내지도 못했고 심도있는 이야기도 하고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나 역시 인생은 '동기'에 의해서 이끌어 진다고 본다. 우리는 수많은 동기를 갖고 살아가며, 그 동기를 갖고 목적을 달성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쾌락을 위해 열심히 그 위치에서 달리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는 작가와 내 생각이 일치했다고 볼 수 있지만 그 이상은 아니었다. 뭔가 새로움을 주기에는 부족했던 것이다. 저자의 다른 책 들 중 나무 같은 책에서 볼 수 있는 신선한 아이디어보다는 못미친다. 소설의 전개 방식도 다른 소설에 비하면 독특하지만 그것 만으로는 신선함을 주기 어려웠다.

또, 중간중간 우리가 생각하는 것, 느끼는 것, 행동하는 것들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나가며 기술, 묘사한 장면들이 등장하는데 이것들은 분위기 조성에는 효과적이었을지는 모르겠지만 내게는 그런 부분을 읽지 않고 띄어넘는 역효과를 불러왔다. 나름대로 충격적인, 혹은 모든 것을 과학적으로 보려하는 세태나 소설속 분위기 등을 위한 묘사였겠지만 작가가 공들여 써 놓았던 그 부분들은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했다.

다만, 우리가 인생을 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고 우리가 어떤 것에 이끌려 행동과 생각들을 하고 있는지를 일종의 '쾌락' 이라는 측면에서 설명하고 쾌락을 주는 동기들에 대해 하나씩 목록을 적어 내려가는 것들은 꽤 좋은 것이었다. 평소에 이런 류의 질문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들을 주욱 정리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었다.

심심할 때 편한 마음으로 읽어도 사실 무리가 없을 수 있고, 무언가 심각한 질문을 이끌어 내고 고민해 보고 싶을 때 읽어도 괜찮을 그저 그런 보통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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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이 - 5집 Fermata
토이 (Toy) 노래 / 유니버설(Universal)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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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이름으로만 들어오던 그 '유희열' 씨가 앨범을 참 시기적절하게 냈었다. 이제 막 음악을 듣는 영역을 넓혀가던 나에게, 이 앨범은 정말 기념비적인 역할을 해주었다. 이것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유희열의 음악의 장점은 우선 첫번째로 일상생활속에서 느낄 수 있는 정말 사소한 감정까지 잡아내는 그런 아름답고도 고운 가사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전의 앨범들도 가사는 참 좋았지만, 이 앨범은 그게 특별히 더 강조되어야 한다. 유희열이 아니면 쓸 수 없는, 그렇게 작고 소박한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가사들은 한편의 시같다.

이런 가사는 그가 만들어낸 곡과 정말 잘 어울린다. 연주곡들 하나하나도 섬세하게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연주곡에도 달려있는 글은 다음 곡으로 넘어갈 수 있게 해주는 중간 다리 역할을 알맞게 해낸다.

개인적으로 중간에 들어있는 조 트리오의 컴플렉스는 앨범 전체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유희열의 앨범을 완성해준 롤러코스터, 이적, 김형중, 성시경등등의 유명한 이 분야의 음악가들 덕분에 이 앨범은 빛을 발한다고 생각한다.

어느 조용한 낮에, 집에서 커피나 한잔 마시며, 오후의 따사로운 햇살을 온 몸으로 만끽하면서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는 그런 일종의 환상같은 감상에 젖어보고 싶을 때, 또는 그렇게 젖어 있을 때 이 앨범은 적격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앨범을 선물하는 것도 좋을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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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Nell) - 1집 Let It Rain [재발매]
넬 (Nell) 노래 / 서태지컴퍼니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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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의 가요시장은 지나치게 편중되어 있는 게 사실이다. 특히 가요시장을 거의 이끌다 시피 하는 10대와 20대 (그것도 특히 여성들은) R&B만을 좋아한다. 그런 노래들만이 아름답다고 생각하고, 그런 장르만이 심장에 꽂힌다고 생각하기 때문일까? 하지만 그런 사람들에게도 이렇게 아름답고 슬픈 음악이 존재한다는 것을 들려주고 싶다.

넬은 언더에서 탄탄한 실력을 쌓아 왔기 때문에 그 어느 밴드 보다도 내공이 높다. 연주실력은 전혀 나무랄 것이 없고, 곡과 가사를 쓰고있는 보컬의 실력역시 정말 뛰어나다. 그의 가사와 곡은 처음 들을 때는 많이 느낄 수 없지만 자꾸 들을수록 가슴을 (말 그대로) 쥐어짜는 그런 느낌을 준다. 가사 하나하나가 주옥같이 아름답다. 진정으로 슬퍼서 아름다운 것을 알고 있는가? 바로 그런 말을 쓸 곳이 있다면 이 앨범이다.

넬이 서태지 컴퍼니로 들어오면서 낸 첫 앨범이니만큼 그 전 앨범에 수록되어있던 곡들 가운데 몇 곡은 다시 녹음한 것도 있다. 그런 곡은 예전 것과 비교해가면서 듣는 것도 색다른 느낌을 줄 수 있다. 1,2집 보다 우선 음반의 음질자체가 향상된 것은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고, 그들 나름의 색깔은 이미 정해져 있었지만 3집에 와서 완전히 자리매김했다고 볼 수 있다.

락도 이렇게 슬프고 아름다운 눈물을 줄 수 있다. 정말 편식이 심한 보통의 사람들에게, 이런 노래들도 듣고 조금 더 넓은 시야에서 좋은 노래를 찾을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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