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행성 샘터 외국소설선 6
존 스칼지 지음, 이수현 옮김 / 샘터사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몇년 전 처음 읽은 책은 "노인의 전쟁".  알고보니 총 3부작의 1부였다.  얼마 전 다시 접한 스칼지의 작품이 "유령여단".  이것이 2부였다.  그리고 이들의 여정에 대미를 장식하는 것이 바로 이 책, "마지막 행성", 3부작의 마지막이다.  노인의 전쟁에서는 존 페리가 사랑하는 여인의 죽음을 계기로 자신의 나이든 몸과 자녀들을 놔두고 지구를 떠나서 우주개척연맹의 군인으로 합류하여 우주에서 마주하는 모험이야기다.  유령여단에서는 존 페리의 사망한 아내의 유전자 일부를 받아서 창조된 군인, 제인 세이건의 활약과 함께 우주개척연맹의 말살(이라고 하지만 결국 인류멸종으로 귀결될 확률이 높은) 계획을 해결하며 인류의 대다수에게는 그 존재조차 감춰져있었던 콘클라베라는 우주동맹조직에 대해 운을 뗀다.  그리고 3부에서는 다시 만난 존과 제인, 그리고 2부에서 그릇된 계획으로 결국 자신의 죽음을 초래했던 (인류 입장에서는 배신자인) 부탱의 딸인 조이를 입양함으로써 실제 살아온 햇수로의 나이가 90대인 아버지, 이제 갓 10살쯤 되었을 어머니와 정상적인 인간으로 10대인 딸이 가족을 이루며 새로운 개척행성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인류의 우주개척연맹과 기타 종족의 콘클라베 사이에서 벌어지는 정치/전쟁 이야기가 장대하게 펼쳐진다.

 

지구는 기본적으로 우주개척연맹에 군인을 공급하는 곳인 대신 모든 이들에게 고향으로 한 번쯤은 여겨질 수 있는 행성이자 연맹의 정보통제로 낙후된 상태로 관리대상인 행성이다.  지구에서 연맹의 군인으로 자원해서 떠나는 이들은 한가지 조건에 모두 동의해야만 하는데 이는, 고도로 발달된 새로운 초록색 군인육체를 선물받는 대신 다시는 지구에 돌아가면 안 된다.  존은 그렇게 지구를 떠나왔고 제인은 결코 지구에 가본 적이 없었으며 조이는 너무 어렸을 때 떠나와서 지구에 대한 기억이 없다.  그렇기에 그들에게 지구는 언제나 소망의 땅이었을 것이다.  1부에서 보여줬던 존의 유머감각이 여전하고 2부에서 보여줬던 제인의 차가운 이성과 전투력이 여전한 것을 보면서, 이 둘이 정말 한 작가에게서 탄생한 인물들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그 개성의 다름에 감탄했다.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풀어나가며 그 사이 사이에 촘촘히 끼워넣는 각 인물들의 다양한 성격과 논리는, 사회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인간군상들의 모습같아서 괴리감없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더랬다.  그렇게 모든 것이 자리를 되찾고 안정이 되어, 원래는 돌아갈 수 없는 또는 바라봐도 안 되는(항상 은하계 어딘가에서 멀리 떨어져있기에) 그 곳, 지구로 돌아와 존의 사망한 아내의 무덤, 캐시의 무덤 앞에서 부부는 새롭게 태어난 인간의 몸으로써 새 시대를 열어감을 느끼며 대단원을 맺는다.

 

김용의 영웅문 시리즈가 이랬을까.  1부작에서 곽정과 황용의 커플을 보며 함께 즐거워했던 마음은 2부작 신조협려전에서 양과와 소용녀 커플의 입을 빌려 곽정-황용 내외의 장렬한 전사를 전해듣고 한동안 씁쓸했더랬다.  답답할 정도로 꽉 막히고 순진하기만 했지만 오히려 그와 같은 우직함으로 一身의 무공이 초절정고수로 거듭나는 곽정과, 타고난 美貌와 智謀로 그런 그를 옆에서 함께 하며 한 뜻으로 길을 걸어간 황용 부부는 정말 내 어린 날의 우상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죽음과 양과-소용녀 부부의 영원한 잠적으로, 정녕 이렇게 한 세대가 막을 내리는구나 하고 아쉬워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조이의 이야기"라는 이 시리즈의 外傳이 있다.  하지만 그 시간대는 마지막 행성에서 벌어지는 사건들과 평행한 시간대이니 결코 그 가족이 지구로 귀환한 뒤의 이야기는 아니다.  존과 제인의 새로운 삶은 어떻게 펼쳐질까.  寸鐵殺人의 유머감각으로 시종일관 모든 것을 웃음으로 승화시켜버리는 탁월한 전략가인 존과, 適時適所의 판단과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정확함으로 행동하는 타고난 군인 제인, 그리고 한 종족의 살아있는 신으로 숭배를 받는 조이로 이뤄진 이 가족의 후일담이 너무도 궁금하다.  그들의 삶에 대해 좀 더 들여다볼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 너무나 아쉬울 뿐이다.  참으로 생생하게 다가왔고 나도 모르게 사랑에 빠지게 되었던 주인공들이 드넓은 우주 안에서 반짝이는 별들과 우주함선들을 상대로 벌이는 대모험의 대서사시.  존 스칼지가 그저 이들을 다시 불러내줄 멋진 場이 새롭게 펼쳐질 날이 오기를, 존과 제인의 열렬한 팬으로서 소심하게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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