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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의 탄생 - 성경은 어떻게 인류 문명을 지배했는가?
존 드레인 지음, 서희연 옮김 / 옥당(북커스베르겐)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신약시대에 돌입한 것은 올해로 기원후 2015년째, 그 전의 구약시대는 대략 기원전 5천에서 6천년 전부터라고 한다. 그 기나긴 시대에 나타났다가 스러져간 문명들에 대해 간력하면서도 엑기스들을 뽑아내어 정리해낸 책이다. 그 장구한 역사 대비 실제 책은 두껍지도 않다, 에필로그까지 포함해서 437페이지.. 그런데 서구에서 문명의 기원을 찾아갈 때 가장 먼저 거론되는 기원전 3,500여년 전의 수메르 문명에서부터 대략 사도 바울 때까지 거의 4천년간의 이야기를 다룬다. 얽히고 섥힌 신화들과 일상생활에서 밀접하게 신들을 믿어왔던 고대인들의 삶에 얽힌 이야기들은 오늘날의 다난한 중동의 정세만큼이나 복잡하지만, 또한 그간 잡다한 책들을 읽으며 여기저기서 접한 내 짧은 지식에 꿰맞춰져가면서 흥미진진하게 전개되어서 간만에 책을 읽는 며칠 동안 현대사회를 잊고 고대사회에 몰입하는 경험을 해보았다.
중동의 고대문명에 대한 이야기들은 읽으면 읽을수록 감탄을 금할 수 없게 하는 것이, 그 오래 전 자신들만의 글자를 만들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기록하여 전했다는 점이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 우연히 발견된 점토판에 기록된 내용들을 통해 복구되는 고대문명들의 찬란함은, 정말 때로는 나로 하여금 '딱 하루라도 좋으니 그 시대에 타임머신을 타고가서 그 웅장하고 화려한 면면들을 직접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허황된 꿈을 꾸게 만들곤 한다. 오죽하면 어떤 역사학자는 수메르 문명이 그 고대에 인류가 만들었다고 하기에는 너무나 앞서간 문명이므로 외계인이 내려와서 만들어낸 문명이라고까지 주장할까.. 특히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고대문명의 세계 7대 불가사의라 일컬어지는 바빌로니아의 공중정원에 대해서 가소롭게 생각했었는데, 그런 내 자신의 무지가 부끄러워질 정도였다. 생각해보면, 지금의 공중정원들은(소위 옥상정원인 셈인데) 잘 포장된 콘크리트 위에 완벽한 방수체계를 갖춘 옥상에서 잘 갖춰진 배수시설을 도움으로 이뤄진 현대문물의 산물이다. 그런데 바빌로니아 시절에는 모든 건물들이 흙을 구워만든 벽돌로 이뤄진 것이었고, 아무리 그 위에 흙을 깔고 식물들을 심었다고 해도 그 식물들을 가꾸기 위해서는 그 사막에서 엄청난 양의 물이 필요했을 텐데 매번 그 옥상까지 필요한 양의 물을 공급하기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거기에 또 아무리 역청을 발라 방수를 했다 해도 여하튼 흙건물인 셈인데 어떻게 그 모든 건물들이 달리 수해를 입지 않고 버텨낼 수가 있었을까. 또 그보다 더 과거의 문명이었던 이집트의 초기왕조들의 번화함과 발달수준을 읽고 있자니 정말 입이 딱 벌어지는 내용들이었다.
내 머리 속에서 그냥 짜집기 식으로 단편적으로 알고있는 수준에서는 "그래? 그럴 수도 있지 뭐" 했던 내용의 고대문명들이, 화려하게 치장된 전차들에 올라타고 깃발을 나부끼며 위풍당당하게 행진하는 군대들과 현대물로 치자면 몇층짜리 건물에 맞먹는 높이의 웅장한 신전들과 아름답게 채색된 거대한 건물들로 눈 앞에 그려지게 되자 그 발달한 시대상과 문물에 놀라서 책을 덮을 수가 없었다. 따지고보면 제목이 "성경의 탄생"인데, 구약시절을 다룬 내용들은 성경을 떠올릴 수 있는 부분은 그 내용이 공존했던 "시대"라는 정도일 뿐, 대부분은 당시 번영했던 당대 최고의 문명에 대한 고찰이므로 딱히 기독교인이 아니라 해도 흥미진진하게 접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을 다 읽고나서 덮으며 느낀 점은, 어느 나라든 고유의 문화와 문명이 존재한다는 것과 또 그 문화에 대해서 절대적인 경의를 표하는 것이 결코 잘못된 것이 아니란 점일까.. 그런데 엊그제 읽은 신문기사 내용은 참 안타까운 내용이었다. 요즘 한참 IS 등 테러집단의 만행이 전 세계의 근심거리이자 화제로 떠올랐는데, 그 멍청한 후예들이 자국 내 박물관을 습격해서 메소포타미아 문명 시절 때의 석상들과 점토판들을 끌어내서 파괴하며 그 만행을 동영상으로 찍어서 공개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런 점토판들이 어떻게 우연히 발견되었고 얼마나 어려운 과정을 거쳐서 해독이 되어서 몇 천년 전의 세계를 생생히 전달해준 소통의 도구였는지를 생각한다면.. 또 그러한 목적으로 자신들의 조상들이 어떻게 얼마나 심혈을 기울여 점토판을 만들고 글을 새겨서 몇 번씩 구워내어 건져낸 결과물이란 점을 생각한다면..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었을까, 같은 지구라는 행성에 태어나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지구인으로서는 정말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는 기사내용이었다. 하기사 생각해보면, 전에 부시대통령이 석유를 노리고 이라크에 미사일을 퍼부어댈 때 그 당시 현존하던 最古의 박물관이 파괴되고 또 그 때의 폭격으로 파괴된 고대유물들은 셀 수도 없단 기사를 어디선가 읽고나서 타인이나 타문명에 대한 이해나 배려도가 현격히 떨어지는 정치판 졸부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움켜잡았을 때 일어날 수 있는 폐해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가 하며 황당해했던 기억이 있는데(그가 비록 엄청난 부와 정치문벌을 자랑하는 가문의 하버드 출신이라지만 족벌/학벌이 개인의 수준에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이제보니 문물이란 외국인에 의한 파괴보다 자국의 후예에 의한 파괴가 더 심각한 것인가 보다. 그러고보면, 현재 우리한테까지 남아있는 고대문명의 가장 오래된 것이 수메르 문명이지 실제로는 그보다 더 오래된 고대문명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단지 그 가치를 모르는 중세인들이나 우리 조상들에 의해 일찌감치 파괴되어버려 오늘날까지 전달이 안 되는 것일지도 모르니 말이다, 사실 그 진실을 누가 알 수 있겠는가.. 여하튼 오래간만에 몰입해서 읽으며 이것저것 생각해보게 해 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