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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관계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공경희 옮김 / 밝은세상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다른 책과 함께 사고나서, 다른 책들과의 대화에 바빠서 이 책은 잠시 잊고 있었다. 그러다가 지난 주말, 비가 엄청나게 떨어지는 그 때에 커피 한 잔과 조용한 집에 앉아서 맛깔나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찾다가 이 책이 눈에 띄었다. 최근 들어서 극찬에 극찬을 받고 있는 (나에게는) 새로운 작가 더글라스 케네디의, 또 다른 역작 위험한 관계. 나름 눈길을 끄는 표지의 그림.. 그렇지 이 책이 있었군 하고 집어들었다.
그리고 읽어내려가는 내내, 맙소사.. 정말 궁금한 한 가지가, 이 작가의 어디가 이렇게 출판사로 하여금 돈을 쓰게 만들었을까 (광고비 등) 하는 점이었다. 여하튼 내가 읽으면서 크게 느낀 두가지는 아래와 같다.
1) 작가의 수준이 내가 10대 때 읽었던 하이틴 로맨스만도 못 하다. (참고로 하이틴 로맨스란, 2,3류 작가들이 출판사의 의뢰에 따라서 신데렐라식 해피엔딩 스토리를 사람 이름과 배경만 바꿔서 질리지도 않고 써댄 한 권에 2,3천원짜리 책이다.)
2) 작품의 내용 구성은 전혀 탄탄함과는 거리가 먼, 전개가 상당히 빈약한 내용이다.
가령, 출판사가 얘기한 광고문에 따르면, 이 소설의 기본 방향은 "얼결에 억울하게 당한 불쌍한 여주인공, 모든 역량을 동원하여 남의 땅에서(미국인으로서 영국에서 영국인들을 상대로) 법적 승리를 이끌어내다" 였다. 그러려면, 대체 왜 여주인공이 억울한지, 그리고 남의 땅에서 승리를 이끌어내는 부분이 흥미진진하게 전개되어야 할 텐데, 실제로 내가 읽은 책의 내용은 2/3가 산후우울증으로 거의 정신병자 수준으로 오락가락하는 어떤 여인의 황당한 하루하루가 차지하고 있었다. 여하튼 읽는 동안 유아를 데리고 있는 애기엄마인 나조차도 내내 "이 여자가 대체 왜 아이를 맡아야하지? 아이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이 여자는 정신병원 가야하지 않나?"라고 생각할 정도였으니까..하지만 무엇보다 그 짜증나는 묘사 속에서 "실제로 이런 인간이 존재한다면 이렇게 질질 끌고갈 가정이 과연 몇이나 될까"싶은, 무슨 요정이야기도 아니고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수준의 얘기였다는 점이다. (그래서는 안 되지 않나? 명색이 출판업계의 극찬을 받는 작가라면, 독자로 하여금 허구임을 계속 느끼면서 읽게 하면 안 되는 것 아닌가?)
2/3는 한 여인의 미쳐가는 과정을 보여주더니, 남자주인공을 비난하는 근거로서는 거의 몇장 수준으로 간단하게 처리되어버렸다. 결혼초기부터 바람 폈고, 그 상대방은 불임의 몸이니 아이를 원하고..그러더니 여자가 이리 뛰고 저리 뛰더니 재판하고 이겼단다. 허허..그냥 그렇게 "아 참 그런데 이 넘은 이렇게 나쁜 넘이야"하고 말하면 독자들도 그냥 "아 그래?" 하고 바로 여자주인공에 대한 질린 감정이 동정심으로 전환이 되야한단 말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렇게 한 줄로 간단하게 전환될 감정이라면 세상에 글만 쓰면 다 작가이지 누구한테는 훌륭하다고 하고 누구한테는 아니라고 하고 그럴 필요도 없을 것이다.
여하튼 이번에 이 책을 통해서 느낀 것은..출판사의 광고에는 너무 연연하지 말아야겠다는 점. 분명 나같은 사람들이 책을 사고, 그 정보가 또 해당 책의 판매고에 반영되어 베스트셀러를 만드는데 일조하겠지..맙소사,그로 인해서 이 책을 또 눈가리고 사게 될 다른 독자에 대해서 그저 미안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