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 비룡소 클래식 14
생 텍쥐페리 글 그림, 박성창 옮김 / 비룡소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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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를 접하기 전에 생텍쥐뻬리를 접한 작품은 고등학교 때 읽은 명작전에서였다. 참 진부한 내용을 억지로 쥐어짜서 쓴다는 느낌의 작가였기에, 대학에 입학한 후 전공과목의 교수님이 어린왕자를 교재로 선택하셨을 때는 하품까지 나올 정도였다. 선배들 말에 의하면, 그 교수님은 항상 어린왕자를 교재로 선택한다고 하셨으니 아마 그 교수님은 어린왕자의 팬이신가 보다 하는 정도가 다였다. 참 지겹게 들은 한 학기였다. 그렇게 나와 어린왕자와의 만남은 만 18살의 봄으로 끝났다. 그 만남이 있은지 이제 10여년이 흘렀다. 어린왕자를 매 학년에게 가르치셨던 그 교수님도 이제 우리와 함께 안 하시게 된지 벌써 몇년이 지났다.  

그렇게 잊고 지냈던 어린왕자가, 회사를 다니며 사무실에서 부딪히는 여러 군상들의 사람들과 겹치며, 조금씩 삶이란 것에 지쳐가는 때에 어느 날 갑자기 내 기억 속에 떠올랐다. "나를 길들여줘"하는 여우의 갸냘픈 목소리와 함께.  "길들인다는 것이 뭐야?"하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귀여운 어린왕자의 몸짓과 함께.  그렇게 어린왕자에 대한 추억이 되돌아왔다.  친구에게 빌려 읽은 어린왕자에게서 10여 년 전, 교수님이 그렇게 우리에게 말씀해주시고 싶어하셨던 그러나 그 때는 못 알아들었던, 그 "어른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한 "어른들의 마음"이 이해가 안 되어서 답답해하는 "어린왕자의 마음"도 이제는 알게 되었다. 맞다, 나도 이제는 어른이 되어버렸으니까..  

세월이 지나서야 내가 10대 시절 바보처럼 여겼던 생텍쥐페리의 마음이 전해져온다. 이젠 작고하신 교수님이 성성한 백발로 아직은 어리게만 느껴졌을 우리들을 향해서 그토록 전달해주시고 싶어하셨던 그 메시지도 이제서야 가슴 아프게 전해져온다.  나이에 상관없이 항상 순수한 마음을 지니고 살아간 사람들은 그래서 나이를 먹을수록 동떨어져가나 보다.  비행기를 타고 출격하여 밤바다 너머로 사라져가버린 생텍쥐뻬리... 항상 자연을 노래하며 순진한 눈을 반짝였던, 그리고 그토록 사랑했던 록키산맥으로 사라져가버린 존 덴버... 그들이 마지막으로 비행하며 봤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구구절절이 가슴을 후비며 파고드는, 어른들의 어리석은 인간관계를 슬퍼하는 어린왕자의 소행성이었을까.  그리고 이제 어린왕자를 눈 앞에 두고 나도 모르게 회한에 젖어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린왕자를 사랑하시고 제자들을 사랑해주셨던 교수님, 조금이나마 그 앞에 놓인 삶을 더 충실히 살아갈 수 있게끔 가르쳐주려 하셨던 그 마음을 못 알아보고, 교수님이 소개해주셨던 어린왕자를 아무 생각 없이 떠나보내버렸던 못난 제자들에 대한 애틋한 심정이 이제서야 가슴 아프게 느껴져오기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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