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책장에서 뽑아든 책

도쿄 타워 - 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
릴리 프랭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월

가난이 가난인 줄도 모를 정도로 모두 다 비슷비슷한 처지로 살아가는 동네에서 자유롭게 그러나 "모두", "다 같이"라는 단어가 생활의 일부분인 양 익숙했던 어린시절을 보낸 주인공, 아니 저자. 그는 그렇게 자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런 그에게 어머니는 고향이라기 보다는 뭐랄까.. 그냥 잊을 수는 있어도 잃어버릴 수 없는 유년시절의 연결고리요 삶의 시발점이라고나 할까. 그 어머니가 왁자지껄하게 올라오더니 혼자서 아프다는데 알고보니 불치병이란다. 철이 없는 건지 너무 쿨한건지는 모르겠으나, 이 무녀독남의 아들은 어머니의 의연함인지 대범함인지 순진함인지 모를 모습에 자기도 손을 놓고 그냥 있을 수 밖에.. 하지만 그 어머니가 그 웃음 뒤로 쇠약해져가면서, 또 한편으로는 여전히 타인의 삶에 웃음으로 애정으로 수놓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과연 자칭 불효자식으로서 맞이하기 쉬운 일이었을까. 

부모님이란 연세가 들어가면서 점점 육체적으로 뿐만이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약해져가는 존재인 것 같다. 그런데 웃긴 것은, 자식이란 것은 부모님이 노년에 접어들어 나약해져갈 때 자기는 팔팔한 장년으로 접어들면서, 문제는 그 세월의 흐름에 따라서 그 때마다 새롭게 발견하는 삶의 무게에 놀라서 깜짝깜짝 부모님께 달려가서 있는대로 신경질도 내고 하면서 응석 아닌 응석을 부리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날부터인가... 전에는 "저게 또 저러네" 하고 넘어가셨을 부모님이 소리 없는 한숨과 서운함으로 조용히 듣고 계시는 것이 수화기 너머로 잔잔히 전해져오는 것을 느끼게 되는 나이가 다가온다. 그렇게 나이들어가면서 변해가는 부모님의 모습이 가슴 아파서, 그리고 그걸 알면서도 계속 변하지 못 하는 내 모습이 한심해서.. 그 소리없는 서운함은 며칠이 지나도 내 마음 속에 가시처럼 박혀 있게 된다. 어제 또 그렇게 부모님과 내 마음에 상처를 남기고난 뒤, 이 책을 우연히 책장에서 뽑아들었다. 순수하면서 솔직한 모습,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자신을 드러내고 상처를 나누고 서로 의지하면서 삶을 그대로 짚어나가는 모습.. 읽다가 같이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그냥 살아가는 모습에 함께 동화하여 그렇게 그 불효자식과 대단한(?) 엄마의 마지막 길을 잠시나마 동행했었다..서로를 의지하고 걱정하면서 담담히 정리해가는 그 관계를 보면서 잠시나마 내 현실을 잊은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