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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성의 몸으로 붓다가 되리라
비키 메킨지 지음, 세등(世燈) 옮김 / 김영사 / 200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한국처럼 성별에 대한 차별의식이 뚜렷한 나라도 별로 없다. 하기는 동양의 대부분이 겉으로 다 그러하고 서양의 대부분이 속으로 그러하긴 하지만.
제목에 이끌려서 이 책을 주문했다. 여성의 몸으로 여성의 삶을 충분히 만끽했던 젊은 시절을 거쳐서 또한 남성으로서의 전생을 기억해내고 그 기나긴 환생 속에서 본인이 세웠던 서원을 되찾아 다시 새로운 구도의 길을 떠난 텐진빠모. 그녀에게는 그러한 성에 대한 남성/여성의 컴플렉스와 삐뚫어진 편견이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이 책은 어찌 보면 여성에게 용기를 주는 페미니스트적인 관점이 더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정작 텐진 빠모가 하고자 하는 말은 그것이 아닌 듯 하다. 구도를 하는 자에게는 지금 갖고 있는 육체의 모습이 제약이 된다는 변명은 사치에 불과하다는 보기 좋은 일침이기도 하다.
때로는 속세를 다 버리고 떠나서 홀로 구도의 길을 걷는 이들에게 가장 큰 부러움을 느낀다. 아마 그러한 감정은 그들이 즐겁게 서술해놓은 책만 보고 그리고 그들이 가볍게 적어놓은 깨달음의 경지에 현혹되어서 그들이 겪은 모든 육신의 고초와 힘든 시간은 경시해버리는 어리석은 자로서의 권리(?)이겠지만.. 텐진 빠모의 구도기도 마찬가지다. 그녀의 깨달음 뒤에는 얼마나 많은 생의 구도하는 모습이 존재했을까. 그런데도 그녀는 당당하게 말한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생을 더 거쳐야 할지라도 꼭 부처가 되리라고. 그것도 여성의 몸으로...
무릇 풀 한 포기도 이유 없이 태어난 것이 없고 이유없이 그 자리에 머무는 것이 없다고 하는 것은 불교나 기독교나 공통된 가르침이다. 텐진 빠모의 출생과 그녀의 현재, 그리고 그녀의 내생에서의 계획을 보고 있자니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나는 이번 생에서 무엇을 얻고 깨닫기 위해서 이곳에 태어났을까. 나는 아직 한참 미흡한 영혼의 소유자에 불과하지만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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