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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자와 함께하는 이집트 역사기행 - 서해컬처북스 4
요시무라 사쿠지 지음, 김이경 옮김 / 서해문집 / 2002년 11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자신의 업적을 자랑하기 위한 것도 아니요, 앞으로 뭘 할 거라는 큰소리 탕탕 치기 식의 내용도 아니다. 오히려 현재 진행형으로 솔직하게 쓰여진 내용은, 발굴하는데 기하학적으로 드는 자금의 부족과 새로운 기부자를 갈망하는 저자의 목소리가 유쾌하게 이집트의 피라밋 발굴현장에서 울려나온다.
유적을 통해서 지워진 과거를 짜집기하고 다시 그려내는 고고학의 묘미를 잘 그려낸 내용은, 이집트 왕국의 흐름에 따라서 펼쳐지는 여러 대왕들의 발굴품과 함께 생기를 더해간다. 람세스 2세의 발군의 정력이란 부분이 좀 부족한 느낌이 있긴 했었다.
람세스 2세는 후계자 싸움을 줄이기 위해서 후계자로 가능한 모든 사람들-왕자들, 조카들, 친척들-과 또 각 계급에서 차출되어 온 능력있는 이들을 모두 자신의 아들로 칭하고 왕자 호칭을 주었다. 그럼으로써 수많은 경쟁자가 생기게 되었고, 쓸 데 없는 암살과 비방보다는 자기 자신의 역량을 과시하는 것이 후계자가 되는데 더 빠른 방법이란 것을 알렸다 한다.
물론 람세스 2세의 진짜 후계자는 람세스 2세의 친아들이었지만, 일단 그의 치세에서는 그의 교묘한 '아들' 칭호의 사용으로 쓸 데 없는 후계자 다툼이 없이 국력 낭비를 막았다 하니, 그것만으로도 그는 확실히 걸출한 영웅이었다.
(청조의 옹정제도 후계자 싸움으로 어렵게 천자 자리에 오른 뒤, 그것이 불러온 피바람과 능력 낭비에 진절머리를 낸 나머지, 비밀 리에 태자를 정하고 천자 붕어시 발표하게끔 하는 방법을 계발함으로써 이후 청조의 후계자 다툼의 불씨를 제거하지 않았던가.)
여하튼 그 외의 내용은 상당히 흥미진진, 화려한 고대문명으로의 산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