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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부르는 숲
빌 브라이슨 지음, 홍은택 옮김 / 동아일보사 / 200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머물고 있는 곳은, 저자들이 가려다가 못 가보고 주저앉은 버지니아의 새넌도우 트레일 근처. 솔직히 이 책을 읽을 때까지는 그 국립공원이 그렇게 유명한 곳인지조차 몰랐었다. 저자가 여행을 준비하면서 읽은 갖가지 책에는 곰들의 습격이라든가, 또는 밝혀지지 않은 살인범의 잔인함, 또는 어리석은 여행객들의 실수가 부른 죽음으로 차있고, 그에 놀라는 저자는, 독자에게는 유쾌한 어조로 -그러나 본인에게는 결코 그럴 수 없는- 불안한 여행 출발을 서술한다. 함께 길을 떠나기로 한 친구는 시종일관 무슨 생각으로 그 여행에 참여하게 된 건지 알 수도 없을 정도로 비협조적이고... 여하튼 좌충우돌의 대장정은 그렇게 시작되는데...
내가 놀랐던 것은, 함께 하는 여행길임에도 불구, 걷는 동안에는 따로 따로 자신의 시간 속에서 홀로 걸어나갔다는 그 여행 모습. 저자의 타고난 유머감각은 시종일관 독자에게 즐거운 웃음을 제공해주지만, 그 행간에 간간히 묻어나는 그의 모습은 고독과 자기 성찰을 위해서 묵묵히 걸었던 그 모습이었다. 자연을 사랑하면서도 경외하고, 거기서 멀어지면 그곳을 그리워하고, 그곳에 들어가면 왜 찾아왔나 후회하는 탁구공 같은 감정의 움직임은, 저자의 생생한 필력에 힘입어서 읽는 사람에게 충분히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아..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이 책을 읽고나서 나 역시 새넌도우 국립공원으로 짧으나마 주말여행을 하기로 결심했다는 것 외에는... 답답하고 우울할 때 언제든지 뽑아들고 한바탕 웃을 수 있는 유쾌함으로 가득한 책. 이렇게 정리한다면 모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