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모반의 역사 - 역사는 그들을 역모자라 불렀다
한국역사연구회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01년 7월
평점 :
품절
책 제목보다는 그 의도가 더 신선하게 느껴졌던 책. 여러 사학자들이 함께 모여서 그들이 평소에 느꼈을 법한 과거의 흥미진진한 사건들의 재구성 기법은 읽는 자에게도 신선함을 선사해줬다. 특히 몇몇, 이름도 잘 몰랐던 과거의 역모자들, 항상 아련한 그리움으로만 남아있던 삼국시대와 고려시대의 인물들 얘기들은, 그들이 정사 속에서 어떻게 평가를 받고 있는지를 떠나서, 현대의 독자에게는 이렇게 그들의 발자취를 더듬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흥분되게 했다.
그런데 옥의 티라고나 할까... 가끔 엿보이는 현대인의 시각으로서 당시의 상황을 논평한 듯한 글에서는 씁쓸함을 금할 길이 없었다. 예를 들어서, 한 사학자가 쓴 '이자겸'편은 좀 황당했었다. 그 전개는 당시 고려 국왕이었던 인종과 모반자로 전락한 이자겸의 양방변론 형식을 취했는데, 가령 인종이 스스로를 칭할 때 하다못해 '과인'이란 말도 없이 '나'라는 칭호를 썼다던가, 당시의 시대상으로는 남매까지는 아니더라도 사촌지간의 통혼은 사회적으로 용인되던 때였음에도 불구, 인종의 변론에는 '나는 이모들과도 혼인을 했으니 어찌 이럴 수가 있었단 말인가, 이것은 압력에 의한 것이었다'라는 식으로의 변론 전개를 한 것은 궁색하기 그지 없는 내용이었다. 46촌일지라도 동성동본이면 혼인이 불가능하게 된 것은 조선시대 이후일 텐데, 어찌 한 나라의 국왕이 스스로를 '나'라고 낮춰부르면서 먼 훗날의 사고방식으로 스스로의 행동을 비판하겠는가. 이러한 몇몇 군데의 씁쓸한 기록 외에는 읽을 만한 내용이었다는 것이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