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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the road - 한 사진가가 기록한 마음의 풍경, 풍경의 마음
한현주 지음 / 디자인하우스 / 2001년 12월
평점 :
절판
우연히 접하게 된 책... 흑백사진으로 틈틈이 메꿔진 내용은 여백의 미를 전해주는 느낌. 독자에게, '너가 읽어도 그만 안 읽어도 그만. 하지만 난 전할 말이 있고 쓸 얘기가 있어서 쓴다. 그리고 찍을 것이 있어서 찍는다...'라는 저자의 당당하다기 보다는 떳떳한 한 기행문. 그다지 두껍지 않은 책은 그렇게 내게 다가왔다.
'한국서의 번듯한 삶이 두려워서' 떠나간 60년대 태생의 사진작가... 뜻이 맞는 남편과 함께 갈 곳이 남아있기에 오히려 다 버리고 여행을 떠날 수 있는 마음 속 자유의 소유자. 그가 길을 떠나면서 만난 이러저러한 사람들의 얘기가 수수하게 펼쳐지면, '아 세상을 이런 시각으로도 볼 수 있구나.'하는 감탄이 절로 든다. 그러면서 드는 상념...
'가만, 이 나이의 보통 한국 아줌마라면, 몇평대의 집에 학교 몇등하는 자녀와 함께 사는가라는 것이 가장 큰 명제일 텐데... 그게 과연 유일한 삶의 형태였을까.' 저자가 무서워서 버리고 간 '한국서의 번듯한 삶'이란 건 어쩌면 때로는 삶의 무게로 작용하는 것들을 의미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수수하게 흘러가는 여행기는, 작자 부부가 어느 외딴 섬에 정착하면서 끝난다. 그러나 그 여운은 끝나지 않는다. 책의 끝에 실린 마음 편하면서도 인생을 속속들이 이해하고 있는 섬주민들의 소개와 함께, 그들의 여행기는 계속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