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중심주의>는 기본적으로 서구인들이 자기 경험에 좀 더 충실하려는 시도다. 우리는 이런 측면에서 그것을 이해해야 한다. 그들은 또한 서구중심주의가 서구와 비서구를 구경꾼과 구경꺼리로 구분했고 그로인해 남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고 한탄하기도 했다. 그것이 <反오리엔탈리즘>이다. 반오리엔탈리즘마저도 자기 경험에 충실하자는 차원에서는 서구중심주의의 연장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반오리엔탈리즘이 한국에 와서는 오히려 자기 경험을 소홀히 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기도 한다. 근대주의, 근대적 경험, 전통의 단절 혹은 그것의 파괴, 서구화, 도시-산업화 등등 뭐라고 불리우든 간에 그것들이 '서구적 응시'의 부산물로 규정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로 인해 우리는 자신의 경험으로부터 소외된다. 그리고 그 자리를 서구(혹은 서구적 응시)의 오염이 없었던 요소들에 대한 재발견/재평가로 대체하려고도 하고, 또는 19세기 후반이나 20세기 초반의 절충적 전략으로 회귀하려고 하기도 한다. 그럼 20세기 한국인들의 경험은 <서구적 응시>나 <오리엔탈리즘>이라는 추상 속에 사상(捨象)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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