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동아시아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워렌 코헨 지음, 하세봉.이수진 옮김 / 문화디자인 / 2003년 9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미국인 학자답게 이렇게 앏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인용과 사례로 가득한 책이다. 피상적이긴 하지만 정보량이 만만치 않다. 번역자가 따라잡기 힘들었는지 곳곳에서 부적절한 번역이 가끔 눈에 띈다. 1장은 주로 20세기 이후 동아시아와 미국의 관계사에 대한 내용으로 간결한 개관이 돋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장개석의 국민당이 레닌주의 정당이었다는 언급이 기억에 남는다. 2장과 3장은 각각 미국과 동아시아 문화 사이의 문화전이 사례들을 모아놓고 있다. 그를 통해 그가 주장하는 바는 현대 미국문화는 단지 '서구'로만 정의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는 것이다. 그 중 흑인 문화와 함께 동아시아 문화는 미국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빼놓을 수 없는 요소라고 주장한다 .

저자의 관점은 문화적 보수주의나 서구-유럽 정통주의는 분명 아니며 외교 정책에서 있어서 대서양주의에 대비된 아시아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사람도 분명 아니다. 그는 서구-유럽 전통을 미국의 뿌리로 삼아 동아시아에 대한 문화적 우월을 주장하는 사람도 아니고, 태평양에서 미국의 팽창정책이 저지른 재앙에 대해 부정으로 일관하는 철면피도 아니다. 내가 보기엔 용광로로서, 유럽과 구분되는 '새로운 세계'로서의 미국주의자라고 하는 편이 더 적절할 것 같다. 이 새로운 세계는 단순히 '유럽이 아닌' 세계가 아니라 여러 문화가 서로 엇갈리면서 풍요롭게 새로 생성되는 세계다.

미국, 미국인, 미국문화를 바라보는 동아시아인(또는 한국인)의 눈은 이중적이다. 하나는 어메리칸 드림과 프리덤으로 상징되는 희구와 다른 하나는 동아시아 고유 전통을 유린하는 문화제국주의적 침탈이란 이미지가 공존한다. 만일 후자의 눈으로 이 글을 본다면 당연히 동의하기 힘든 면이 많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이 동아시아인보다는 미국인들, 특히 대서양 편향적인 미국인들을 암묵적 표적으로 삼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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